어쌔신 크리드 - 무난한 팬무비이거나 그냥 망작이거나 by eggry


 인기 게임 프랜차이즈 어쌔신 크리드의 첫 영화화 작품이 개봉했습니다. 해외에선 작년에 개봉했고, 소위 '닦이'의 정점(?)으로 꼽히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보다 무려 9%나 낮은 로튼 토마토 지수로 국내개봉 전부터 암살닦이라는 별명을 고정지었습니다. 좋은 소식을 말하자면, 수어사이드 스쿼드보다 눈에 띄게 구리다고 할 정도로 구리진 않습니다. 사실 게임 팬에게 있어서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적어도 동급 내지는 더 낫다고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쌔신 크리드는 게임의 설정 상당부분을 차용했지만 그 시각화나 세부 설정에서는 게임과 약간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니머스로 DNA를 통해 조상의 기억을 체험한다든가, 어쌔신과 템플러의 자유의지와 통제를 둘러싼 긴 전쟁 같은 기본적인 부분들은 크게 건드려지지 않았습니다. 명상용 침대 같던 애니머스가 공간체감게임기처럼 바뀌긴 했지만, 블록버스터로써의 시각화를 위해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변화일 듯 합니다.

 흥미롭게도 칼럼 린치(마이클 패스벤더 분)은 게임 프랜차이즈의 초기 주인공인 데스몬드 마일즈와 유사성을 갖고 있습니다. 둘은 암살자 커뮤니티에 속해 성장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숙명을 거부하고 암살자를 증오하는 방랑자가 되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템플기사단에 포착되어 납치된 뒤 애니머스에 투입되는 것도 유사하며, 애니머스의 경험과 다른 암살자들을 통해 암살자로써 정체성을 수용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언제나 애니머스였습니다. 그저 과거의 어쌔신이 되는 연대기적 게임이 아니라, 현대의 인물들이 과거를 체험하는 형식의 이중극 구성은 프랜차이즈의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 면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았습니다. 데스몬드가 주역인 동안에는 그나마 여러 선조를 체험하면서 변화하고 템플기사단에 대항해간다는 면모가 있었지만, 데스몬드 이후 현대편 인물은 계속 갈아치워져 왔으며 스토리의 추진력을 잃었습니다. 차라리 그냥 과거편만 있고 그게 이어졌더라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겠죠.

 애니머스란 개념은 영화에서도 독이 됩니다. 물론 애니머스의 과거체험이 현재의 자신을 바꾸는 코드는 영화에서도 다뤄지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를 왕복하는 구성은 그렇게 깔끔하지 못 하며, 집중력도 떨어집니다. 게임 팬이든 영화 팬이든, 이 영화에서 현대편의 비중이 적고 과거가 많기를 바랬을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둘의 비중은 6:4 정도로 현대가 더 많은 편입니다. 과거편은 게임과 마찬가지로 시퀸스적으로 끊어지지만, 적어도 게임은 분량만큼은 과거편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반면 영화는 현대편의 러닝타임 비중도 더 우세합니다.

 관객이 열심히 미싱링크를 재구성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중간중간 뛰어넘는 과거편은 혼란스럽고 불친절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현대편이 특별히 매력적으로 구성되었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기본 플롯의 테마 자체는 괜찮은 편이지만(애니머스를 통한 각성), 러닝타임 상당부분은 공허한 미장센으로 낭비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밀도는 결코 높지 않으며, 쓸데없이 시간만 보내는 장면이 너무 많습니다. 과할 정도의 CG 혹은 세트 풍경 롱테이크들은 작품의 밀도를 더 낮추며 알맹이 없는 겉멋에만 공들인 듯 싶습니다.

 객관적으로 어쌔신 크리드는 결코 좋은 영화가 아닙니다. 이야기는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 해 산만하기 그지 없고, 과거와 현재를 왕복하는 덕분에 더 엉망진창이 됩니다. 일반 관객에게 더 끔찍한 것은 애니머스가 단순 가상현실 이상의 무언가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시켜주지 못 하고 있다는 것과, 어쌔신과 템플러의 전쟁에 어떤 깊은 의미가 있고 심각한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한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마치 관객들이 어쌔신 크리드 게임을 해보았고 이런 개념들을 이미 숙지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하지만 이런 점이 이 영화의 구원투수이기도 합니다. 근본적으로 게임 영화라는 것은 게임 팬을 타겟으로 만들어집니다. 게임 팬이 납득할 수 있고 보고싶은 걸 보여준다면 그걸로 최소한의 성과는 거둔다는 것이며, 단순히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거기다 어쌔신 크리드가 다른 게임 영화와 크게 다른 점이 있는데, 단순히 제작사 유비소프트가 판권만 팔아넘긴 것이 아니라 프로덕션 차원에서도 크게 개입했습니다. 그저 판권 돈벌이가 아니라 명백히 게임 프랜차이즈의 확장입니다.

 마치 관객이 게임 팬인 것처럼 취급한다고 했지만, 반대로 게임 팬이라면 영화의 불친절한 부분들은 자연스럽게 보완됩니다. 그렇다고 영화의 근본적 산만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의 세계관이 그럭저럭 잘 옮겨졌음을 느낄 수 있고, 특히 과거편의 액션과 분위기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훌륭합니다. 어쌔신 크리드는 그 컨셉 상 언제나 역사재현 혹은 대체역사성을 중시해왔고, 영화도 그 부분을 훌륭히 해내고 있습니다. 레콩키스타 말기 그라나다 왕국의 몰락을 시점으로 잡았는데, 기독교와 이슬람이 뒤섞인 이국적 분위기와 종교재판과 같은 역덕들의 흥미를 유발할 만한 요소들을 제법 잘 다루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잘 한 부분은 게임에선 멋졌지만 과연 실사화된 현실적 배경과 어쌔신의 복장이나 무기, 액션이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였을텐데, 그 부분에서는 오히려 훌륭한 수준이라고 평해야 될 듯 합니다. 그래서 과거편 비중이 낮고 플롯이 끊어지는 게 더욱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현대편과 자아찾기적인 부분을 축소하고 과거편의 이야기와 액션에 더 열중했더라면 적어도 보통 액션영화로써도 괜찮은 반응을 얻었을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기본 비주얼과 코드를 잘 짚었기 때문에 이미 확정된 후속편에서 단점을 잘 보완하면 꽤 괜찮을 수도 있을거란 기대도 가지게 합니다.

 어쌔신 크리드는 못 만든 영화지만, 게임 팬이 팝콘무비로 즐길 만한 요소들은 갖추고 있으며 기대치를 높게 가지지 않는다면 돈이 아까울 정도는 아닙니다. 어쌔신 크리드 게임 크라우드 펀딩 한다고 생각하면 손해는 보지 않을 겁니다. 블록버스터 액션물을 기대하고 가신다면...가지 마시구요.



덧글

  • 메타트론 2017/01/12 00:03 # 답글

    외국에서 평가가 바닥이 없는 신뢰의 도약처럼 끝없이 떨어져서 안볼까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잘 한 부분은 게임에선 멋졌지만 과연 실사화된 현실적 배경과 어쌔신의 복장이나 무기, 액션이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였을텐데, 그 부분에서는 오히려 훌륭한 수준이라고 평해야 될 듯 합니다. ]

    이 부분을 읽고 보러갈 마음이 굳어졌습니다
    제가 어세신크리드 영화에서 기대하는건 딱 이부분 뿐였거든요
    가능하면 좀 성공해서 트릴로지로 죽 이어서 나와줬으면 하는데 지금상태론 무릴테니...
  • 폴라 2017/01/12 00:55 # 답글

    에지오 불러오는건가요/?
  • eggry 2017/01/12 01:00 #

    에지오는 아니고 새로운 캐릭터입니다.
  • ㅈㅈㅈㅈㅈ 2017/01/12 10:23 # 삭제 답글

    미장센은 어찌 보면 효율을 위한 도구인데... 가끔 러닝타임을 역으로 깎아먹는 걸 보면 아이러니합니다.
  • pica 2017/01/12 23:53 # 삭제 답글

    어쌔신똥이 수어사이드 스쿼드보다 더 낫다니 그게 무슨 헛소리인가요?? 님 마블충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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