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광고와 부부문제 - 시간과 권력이 문제다 by eggry


 게임기 갖고싶은 남자들의 애로사항(?)을 담은 PS4 광고가 장안의 화제군요. 뭐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문제의 소지가 없냐면 그것도 아니라고 해야겠네요. 유부남편의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코멘트가 특히 논란이 되는데 이에 관해서 좀 얘기해보려 합니다.

 일단 해당주제 그 자체에 대한 얘기는 아니지만 콘솔의 보급과 국가별 사회적 경제적 여건에 대해서 참고글 한번 보시는 게 도움이 될 듯 합니다.(거실을 차지하지 못했던 그대여) 글 자체야 국가별 차이가 생긴 이유와 대중적 이미지에 대한 얘기이고, 부부문제에 관해서라면 어디까지나 과거의 얘기(부모 세대)라고 할 수 있지만 배경지식으로써는 의미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이전 세대와 그 시절의 대중 이미지, 시장 동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참고글이나 부부문제나 핵심은 시공간과 권력입니다. 일단 비디오게임이 대단히 배타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놀이라는 걸 인정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비디오게임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데 엄연한 한계가 있습니다. 2인용 게임도 있다거나, 멀티플레이 된다거나 하는 얘기는 다 소용 없습니다. 설사 부부가 각각 게이머라도, 적어도 PvP 멀티플레이로 같은 시간을 보낼 가능성도 상당히 낮습니다. 같은 MMO 게임 정도나 비디오게임과 부부시간의 양립이 그나마 가능하겠죠. 해당 광고가 타겟으로 하는 세대와 호소력은 남자들이 자유를 누린다는 이미지, 즉 자신만의 시간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부생활, 특히 한국에서 부부생활은 근래에 들어선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부장문화는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없어졌다곤 할 수 없으며, 맞벌이 하지 않으면 팍팍할 정도로 경제력이 안 좋아진 덕분에 부모 세대에 비해서 부부관계를 관리하는데 결코 여건이 좋아졌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부부가 공유하는 시간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며, 그 상황에 배타성이 강한 게임을 한다는 건 당연히 곱게 보일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이런저런 일에 쓸 수 있는 PC라면 별의 별 핑계라도 대보지만 게임기라면 답 없죠.

(물론 게임 외에도 남자가 자기 취미 때문에 부부시간을 팽개치는 건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겁니다. 낚시나 등산도 부부시간을 희생한다는 점에선 별반 다르지 않죠. 게임이 상대적으로 더 비난받기 쉬운 점은 게임의 지위적인 문제나, 집에서 하기 때문에 일단 눈앞에 있어서 더 속터진다는 점 등 여러 이유가 있겠죠. 거기에 대해서는 따로 깊게 다루지 않겠습니다.)

 거실 TV를 차지하는 콘솔이라는 공간독점적 문제는 저렴한 TV를 추가 구입하거나, 모니터로 하는 등으로 어느정도 커버 가능해졌긴 합니다. 하지만 시간문제는 절대 극복할 수 없죠. 게임은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취미입니다. 부부가 같이 게임을 하는 게 유일한 방도인데 일단 상대가 게이머가 아니면 불가능하고, 게이머라고 해도 같은 게임을 할 거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평생 부부가 마리오카트만 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 그게 남자가 힘겹게 콘솔 사면서 기대하던 모습은 아닐 겁니다.

 해당 광고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또다른 코드를 내포하고 있는데, 바로 어릴 적 사지 못 했던 게임기에 꿈을 가진 이들을 타겟으로 한다는 겁니다. 남자들은 이런 경험이 확실히 많죠. 그런데 남자들이 게임기를 갖고놀지 못 했던 것도 가정 내의 권력적 문제였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공부를 원하는 부모님과 TV 장악력 같은 문제들 말이죠. 크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감언이설로 억눌렀지만, 당연히 어른 됐다고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순 없습니다. 보상심리가 있다는 건 동의하고 이해는 하지만, 그게 무조건적으로 합리화될 수 있는 여건이 아닙니다. 유부남이라면 말이죠.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슬로건은 이 부부 간의 권력 문제에서 사실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건 그냥 실수 저질러서 용서받는 게 아니에요. 대놓고 용서를 기대하고 고의적으로 저지르는 겁니다. 물론 대개는 용서해줄 겁니다. 근데 그게 실수 한번 용서하고 앞으로 잘못 안 하는 거랑 같은 건가요? 콘솔이 6년마다 나온다고 치면, 나이 먹어서 안 한다고 쳐도 대략 3번은 되겠죠? 그때마다 사고 용서받기를 계속하면 그건 용서라기보단 포기라고 하는 게 나을 겁니다. 철 없다는 얘기 들어도 할 말 없죠.

 개인시간이 아무리 소중하다고 해도, 부부인 이상 우선순위는 부부관계와 공동시간입니다. 그게 최소한도는 지켜지고서 개인이 있는 거죠. 물론 둘 다 지켜지는 게 이상적이지만 어느 한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는 자원상황인 게 사실입니다. 개인이 더 소중하면 당연히 같이 살 필요 없고요. 상대와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면 희생하는 거고. 간단하잖아요? 중요한 건 한쪽만 희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합의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가사노동을 포함한 최소한의 공동시간 만으로도 지탱될 수 있는 부부는 분명 존재합니다. 밖에서 보기엔 정말 밥만 먹고 잠만 같이 자는 거 같은데 그게 부부 맞냐고 할 수준인데, 그러면서도 왠만한 부부보다 더 화목한 것도 분명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대단한 신뢰와 사랑, 거기에 성격적인 것까지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도차도 상당한 노력이 있어서 가능한 거지 그냥 서로 신경 안 쓰는 성미라고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부부가 모두 게이머이고 각자 할 게임 한다고 해도 이런 관계에 도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공동시간을 위한 희생은 대개 불가피합니다.

 정말 누가 봐도 할만큼 했는데도 도저히 용인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그런 경우는 상대 쪽이 취미에 대한 강력한 선입견 내지는 지배적 권력을 원하는 경우일텐데, 객관적으로 심한 수준이라면 거기에 답은 그냥 간단합니다. 결혼 안 하면 됩니다. 혹은 안 했어야 하는거죠. 마찬가지로 게임을 허락받을 만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상대 쪽도 거부해도 할 말 없습니다. 상호합의를 일궈낼 수 없다면 그냥 부부생활 안 해야합니다. '허락보다 용서'는 합의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합의할 수 없다면 계속 치고박든지 이혼해야죠.

 게임이든 아니면 어떤 취미나 시간 문제든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부부가 타협을 잘 못했든지, 아니면 애초에 결혼한 게 잘못됐던 거죠. 연애랑 결혼은 다르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담으면서, 그 의미는 제대로 가늠하지 못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보입니다. 이런 시간과 권력 문제를 타협할 수 없다면, 그게 남자쪽의 문제든 여자쪽의 문제든 결혼해서 잘 될 리가 없습니다. 결혼하면 바뀔 거라거나, 알아서 맞춰줄 거라고 안일하게 기대하지 마세요. 그런 문제는 진작에 까놓고 나중에 문제될 여지가 전혀 없다고 확신하고 나서야 결혼해야 하는 겁니다.

 지금은 부부생활에 있어 대단히 힘든 시기입니다. 단순히 경제적, 시간적으로 팍팍하다는데 그치지 않고 그 문제가 부부간의 자원, 권력싸움까지 번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아직 존재하는 가부장 권력과 성평등 문제까지 연루되서 견해차까지 벌어지면 좋은 꼴을 볼 수가 없습니다. 작금의 혼인률과 출생률이 저하되는 건 경제적 문제 그 자체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부부관계 유지의 어려움도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스트레스를 감수할 만한 메리트가 안 느껴지니까요. 더 큰 희생이 필요하기에 요구되는 사랑의 수준도 높아집니다. 오히려 아직까지는 그래도 결혼은 해야한다는 고정관념 덕에 독신률이 억제되는 거라고 봅니다. 애초에 서로의 욕구를 잘 알고 정말 필요한 결혼만 했으면 문제가 안 됐겠죠. 뭐 그랬으면 통계가 어마어마하게 떨어지겠습니다만. 그정도로 상황은 안 좋습니다.

 세태가 안 좋은 걸 한탄하는 건 한탄하는 거고, 성인인 이상 그 안에서 결정과 책임은 자기가 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결혼할지 말지의 결정도, 게임이 자신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요. 납득할 수 없는 희생이면 결혼 안 해야 하는거고, 타협할 수 있다면 타협해서 하는 거고, 욕먹으면서 할 거면 욕먹으면서 하고요. 다만 욕먹을 짓 했으면 억울하다고만 하지 맙시다.


요약

- 게임은 근본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이다
- 빡빡한 한국 여건에 부부의 자원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 자기만 욕구 충족 안 되는 게 아니라 상대도 마찬가지다
- 타협 하든지, 나쁜 놈 되든지, 같이 살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 책임만 져라



덧글

  • 나이브스 2016/12/25 12:35 # 답글

    뭐 그래도 일단 광고 효과는 좋을 듯...
  • eggry 2016/12/25 12:47 #

    노이즈 마케팅을 넘어선 수준인데 이딴 식으로 하면 게임 이미지 좋아질 기대는 접어야죠.
  • areaz 2016/12/25 12:38 # 답글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분들이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죠. 전설의 레전드 '아빠백통 국자사건' 말입니다.
    PS4를 TV에 집어던지는 거 되게 쉽다는거 생각해야 할거에요.
  • eggry 2016/12/25 12:47 #

    There will be blood.
  • 블랙하트 2016/12/25 13:47 # 답글

    게이머즈의 "'New!' 悲 My Game Life" 가 바로 그런 유부남의 이야기를 다룬 코너였죠.
  • eggry 2016/12/25 13:58 #

    솔직히 그건 너무 남자의 관점으로 희화화한지라 별로 영양가는 없었다 봅니다.
  • eggry 2016/12/25 14:06 # 답글

    fasd 무가치한 악플 삭제
  • ㄴㅇ 2016/12/25 14:07 # 삭제 답글

    사람들은 할말이 없으면 욕을한다
  • ㄴㅇ 2016/12/25 14:09 # 삭제 답글

    '우리들은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정상반응: 어서 빨리 착취에서 해방됬으면 좋겠어. 한국여자식: 니 엄마도 한국여자야!!!!!
  • 쇠불K 2016/12/25 14:24 # 답글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다
    도망쳐
  • 슬픈눈빛 2016/12/25 14:45 # 답글

    용서보다 환불이 쉽다는 말도 있죠
  • eggry 2016/12/25 16:51 #

    가정을 살리는 소비자보호법
  • 1123 2016/12/25 15:26 # 삭제 답글

    공감가는 글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시청은 양쪽이 합의하는 작품이 아니라면 그냥 개인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봐야죠. 특정 공간 특정 시간을 한 쪽이 독점하는 문제니까요.
  • ㅇㅇ 2016/12/25 16:01 # 삭제 답글

    맞는 말은 있지만 게임이 개인시간이면 드라마도 개인시간이죠.
  • 까마귀 2016/12/25 16:47 # 답글

    부부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이렇게 되는겁니다
    이런걸보면 참 안타깝네요
  • ㅇㅇ 2016/12/25 18:43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는 별로 공감이 안갑니다.
    결국엔 남자가 포기할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우선적으로 이해심이 있는 여자라면 일정이상의 시간은 양보할수 있지만..게이에 전혀 관심없는 여자라면
    남자들이 집에서 게임하는 모습자체를 싫어합니다.
    영화나 티비를 보는건 괜찮은데..게임만 하면 한심해 보이고 어린애같이 보는 시각이죠.
    뭐 작성자님말대로 결혼을 하지 말고 혼자 살아야 하는게 대한민국의 유부남 게이머입니다.
  • isotoxin 2016/12/25 21:07 # 답글

    뭐 이 동네에서도 남친/유부남 게이머에 대해 시끌시끌 하긴 하니깐요. 커플이 같은 게이머인 경우에도 결국은 멀티플레이 시간에 의해 개인적으로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을 뺏어간다는건 마찬가지며 심지어 여친은 F2P만 좋아하고 남친은 AAA만 좋아해서 취향적으로 맞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하네요. 여성 게이머 말 들어보니 게임 안 좋아하는 남친 만나면 자기도 힘들다며 결국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할수 밖에 없다고...
  • 한국출장소장 2016/12/25 21:11 # 답글

    뭐 여러가지로 보시다시피 부정적 견해는 '비교적' 극소수에나 있을거고 그 외 '비교적' 다수는 더 공감하고 좋다고 할겁니다. 실제 그렇게 돌아가고 있고.

    광고 보니 앞의 부부편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뒤로 가니 어허허 헛웃음나기도 하고 지금처럼 인터넷 내전(?)상태인걸 생각하면 나올만하기도 하단 냉소도 나오는군요.

    사견을 덧붙이면 계란소년님의 글의 '본질'인 '캐바캐'에 동감합니다. 실제 그렇게 플4도 모자라 VR까지 사는 사례도 본 적 있고.
  • 2016/12/25 21: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alainprost 2016/12/26 13:23 # 삭제 답글

    이건 그냥 여자가 입으로 받아주냐 안받아주냐 지극히 개인적인 부부만의 문제와 같다 봅니다. 예민한 여자가 있고 아닌 여자가 있죠. 개인적이지만 부부기에 충분히 자연스럽고 용납 가능한 사항이니까요.
  • rec 2016/12/29 13:51 # 삭제 답글

    모든걸 가질수는 없다는 게 단순한 진리니까요. 행복한 결혼공동체 생활과 말씀하신 지극히 배타적,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양립시키기란 힘들수밖에 없는게 당연한 거겠죠.
    개인적으로 광고에 나오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몇달전에 개봉했던 영화의 대사가 생각나더군요. '이렇게 될줄 알았어요. 알면서도 어쩔수가 없네요.' 라는... ^^
  • 2017/03/01 05:55 # 삭제 답글

    뭘 그리 복잡하신지 프로 불편러시군요
  • ㄴㄷ 2017/08/01 20:14 # 삭제 답글

    이건 뭐.. 걍 남자 희생만 강요하는거 아닌가?? 무식이 이렇게 무섭다..
  • det 2017/08/09 18:55 # 삭제 답글

    공감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Adsense Wide



2016 대표이글루

2015 대표이글루

2014 대표이글루

2013 대표이글루

2011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메모장

Adsense Squ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