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한" 일본인들의 섬뜩한 이야기 by eggry


하토리 쇼우는 지난 9년 간 사라지고픈 사람들의 야반도주를 돕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The chilling stories behind Japan’s ‘evaporating people’(New York Post)

 1980년대 신혼이었던 일본의 무술강사 이치로는 좋은 일 뿐이었다. 그와 부인 토모코는 도쿄 인근의 번영하던 사이타마의 벚꽃 속에서 살고 있었다. 팀이라는 이름의 첫 아이도 갖게 되었다. 집도 있었으며, 교자 집을 내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시장이 무너졌다. 갑자기 이치로와 토모코는 빚더미에 앉게 됐다. 그래서 그들은 비슷한 상황에 수십만명이 한 것과 같은 행동을 했다: 집을 팔고, 가족들을 데리고 사라진 것이다.영원히.

 "인간은 겁쟁이입니다." 이치로가 오늘날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모두 타월을 집어던지고 사라진 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에 나타나고 싶어하죠. 저는 제가 도망자가 될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사라지는 걸로는 절대 완전히 탈출할 수 없습니다. 도주는 죽음으로 이르는 더 빠른 길이죠."

 일본의 독특한 문화적 요소들 중-고양이 카페부터 묘지 퇴출 공지, 매년 100여명이 사라지는 악명높은 자살숲까지- "증발한 사람들" 만큼 알려지지 않고 신기한 건 없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적어도 10만 명의 일본 남녀가 매년 사라지고 있다. 이 실종은 그들 스스로의 작품이다. 크고 작은 경멸에서 스스로를 추방하는 것이다: 이혼, 빚, 실업, 낙재로부터.



"The Vanished: The Evaporated People of Japan in Stories and Photographs"는 이 현상을 심도깊게 다룬  첫 출판물이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레나 모저는 2008년 사라지는 일본인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5년 간 사진가 스테판 레마엘과 그녀가 밝혀낸 것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사라지는 건 엄청난 터부이기 때문에" 모저가 뉴욕 포스트에 말했다. "제대로 얘기가 안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일본사회 이면에 다른 사회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라지는 겁니다. 사람들은 사라져도 살아갈 방법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거죠."

 이 길 잃은 영혼들은 그들이 만든 잃어버린 도시에 사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저가 "산야"라고 기술한 도시는 지도에서 찾을 수 없다. 기술적으로 산야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쿄의 슬럼 중 하나로, 공식적으로 지워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직업은 야쿠자 혹은 장부에 남지 않는 저렴한 노동자를 찾으련느 사람들에 의해 지탱된다. 증발한 사람들은 작고 누추한 호텔방에서 산다. 이곳은 종종 인터넷은 커녕 개인 화장실도 없다. 저녁 6시 이후 떠드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여기서 모저는 노리히로라는 한 남자를 만났다. 이제 50세인 그는 10년 전에 사라졌다. 그는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지만, 더 큰 동기는 직장을 잃은 것이었다.

 가족에게 말하기 너무 부끄러워서, 노리히로는 한동안 아직 직장인인 것처럼 행세했다: 평일에 일직 일어나서 정장과 넥타이를 차려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나서며 아내에게 키스를 했다. 그러고는 그의 전 직장 빌딩 앞까지 운전한 뒤 차 안에서 하루 종일을 보냈다. 먹지도, 누구에게 전화도 하지 않고 말이다.

 노리히로는 일주일 동안 이렇게 보냈다. 실업이 들킬 거라는 공포를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계속 할 순 없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19시간이 지나서도 저는 계속 차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저는 평소 상관이나 동료와 음주를 즐겼기 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오면 이상하게 생각할테니까요. 회사 주변을 서성이다 마침내 귀가했을 때, 아내와 아들이 의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줄 월급이 없었으니까요."

 해고되지 않았다면 월급날이었어야 할 날, 노리히로는 말끔히 차려입고, 평소 타던 철도노선에 올라탔다. 다만 반대방향, 산야로 향하는 편을. 그는 아무런 말도, 메모도 남기지 않았기에, 가족들은 그가 자살숲을 헤매다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그는 가명으로 맹꽁이 자물쇠 하나로 잠기는 창문없는 방에서 산다. 과음과 흡연을 밥먹듯이 하면서, 남은 여생을 후회의 가장 마조히즘적인 형태를 실천하며 보내고 있다.

 "그 모든 시간이 지난 뒤" 노리히로가 말했다. "저는 이제야 제 옛 정체성을 돌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하지만 가족들에게 이런 몰골의 저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절 보세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내일 제가 죽더라도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유이치는 1990년대 중반에 사라진 건설노동자이다. 그는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었고, 지출-의료비, 음식, 임대비-때문에 파산했다.

 "저는 어머니를 실망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어머니는 저에게 모든 걸 주었지만, 저는 더이상 어머니를 돌볼 수 없게 됐습니다."

 유이치가 한 것은 모순적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괴팍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 문화에서, 자살은 가족에게 수치를 안겨주지 않는 가장 위엄있는 방법으로 여겨지니 말이 된다. 그는 값싼 호텔에 어머니를 모신뒤, 그녀를 놔두고 떠나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산야로 사라졌다.

 산야에서 유이치는 이렇게 말한다. "이 거리의 사람들은 이미 존재하길 포기한 이들입니다. 우리가 사회로부터 도망쳤을 때, 우린 이미 사라진 거였죠.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를 천천히 죽이고 있습니다."

 "증발"은 일본의 중요한 순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차세계대전 후 국가적 수치심이 정점에 달했을 때, 그리고 1989년과 2008년 경제위기의 여파가 미쳤을 때가 그때이다.



도쿄의 홍등가 카부키쵸

 발견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하경제가 생겨났다. 가출을 유괴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이들, 집이 도둑맞은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이들, 어떤 서류나 금전적 흔적도 남기지 않아 추적되지 않고 싶어하는 이들.

 '심야이사'는 그런 회사 중 하나로, 하토리 쇼우라는 사람이 창업하였다. 그는 한때 합법적인 이사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어느날 카라오케에서 만난 한 여성이 그에게 "그녀의 가구들을 챙겨서 사라질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망치는 남편의 빚을 못 참겠다고 하더군요."

 하토리는 이 야반도주에 3400달러를 청구했다. 그의 고객층은 광범위하다: 가계를 파산시킨 주부부터 남편이 도망간 여성, 기숙사 허드랫일에 진절머리가 난 대학생들까지.

 그는 상세한 내용을 말하길 거부했지만 결국 항복했다. 어릴 적 하토리 본인도 교토의 부모님이 빚더미에 앉았다는 걸 안 뒤 사라졌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일이 친절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종종 도주를 비겁함과 결부시킵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다보니 이게 사실은 사람들을 돕는 거란 걸 알게 됐습니다."

 하토리는 증발하는 사람들을 다룬 TV쇼에 컨설턴트로 참가하게 됐다. 'Flight by Night'는 실제 증발사건에 기반한 앤솔로지식 이야기로 90년대 말 히트를 쳤다. 쇼에는 하토리의 회사를 본딴 '라이징선'이라는 회사가 나오며, 쇼의 플롯에 필수적인 존재였다. 라이징선은 이렇게 소개되고 있다:

 "재정난을 도와드릴까요? 빚더미에 앉아있나요? 라이징선이 당신을 도와드립니다. 대책을 세우기엔 너무 늦었나요? 도망치거나 자살하는 것 밖에 안 남았다고요? 라이징선에게 맡겨보세요. 낮에는 명망 높은 컨설턴트 회사를 경영하는 마사히코 겐지는 밤에는 절박한 사람들에게 새 삶을 찾아줍니다."



일용노동자들의 직업소개소 대기실은 부랑자로 넘쳐나며, 자신의 광기의 노예들도 있다.

 사라진 일본인들의 동기가 된 수치가 무엇이든 간에,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수치심보다 더 큰 것이 분명하다. 가족이 실종됐다는 게 너무 수치스러운 나머지 남겨진 사람들은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가족을 찾기 위해 '실종자 가족 지원'이라는 사설그룹으로 향한다. 이곳에선 모든 고객정보와 디테일이 비밀에 부쳐진다. 주소는 찾기 힘들며, 사무실은 책상 하나가 놓이고 벽이 담배연기로 그을린 작은 방 하나에 불과하다.

 이 그룹은 증발자 수색을 무료로 진행해주는 탐정들로 구성되어 있다. 탐정들 그 자신도 가족들 중 증발하거나 자살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한다. 그룹은 연간 300건을 다루며, 일은 고되다: 미국과 달리 일본에는 실종자에 대한 국가적 데이터베이스가 없다. 국내를 이동할 때 신원을 확인할 서류-사회보장번호 같은-도 없다. 경찰이 ATM이나 금융기록을 열람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사는 결국 막다른 골목에 도달합니다." 그룹의 디렉터로써 봉사하는 탐정 후루우치 사카에가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사립탐정을 고용하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적했다: 하루 500달러, 한달이면 15,000달러가 된다. 빚 때문에 사랑하는 이가 도망친 이들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빚이나 폭력 때문에 도망친 사람들은 이름을 바꾸고 가끔은 외모도 바꿉니다." 사카에가 말했다. "그 외의 사람들은 애초에 아무도 찾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죠."

 사카에는 20세의 사라진 젊은이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는 시험을 친 뒤 귀가하지 않았는데, 운 좋게도 그의 친구 중 한명이 도쿄 남부에서 그를 목격했다. 사카에는 실종 학생을 찾을 때까지 거리를 헤맸다. 모저의 기술에 따르면 그는 "수치로 떨고 있었다... 그는 낙재하거나 가족을 실망시킬까 두려워서 시험을 치지 않았다. 자살하려고 했지만 방법을 못 찾았다."

 다른 사례, 아직 미제인 사건은 8살인 장애인 남자아이의 젊은 어머니였다. 아들이 학교 음악회에서 연주하기로 되어있던 날 그녀는 사라졌다. 맨 앞줄에 앉아서 연주를 듣기로 약속했는데도 말이다.

 그녀의 자리는 계속 비어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아무도 보지 못 했다. 남편과 아이는 괴로워했다. 어머니는 한번도 불행하다거나, 고통스럽다는 티를 낸 적도 없었고, 나쁜 짓을 한 적도 없었다.



일본에서 악명높은 자살률로 유명한 토짐보 절벽

 사카에는 그래도 희망적이다.

 "그녀는 어머니입니다." 모저에게 말했다. "결국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여러 면에서 일본은 상실의 문화이다. 2014년 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자살률은 세계평균보다 60%나 높다. 매일 60에서 90명이 자살한다. 일본의 자살문화는 2차대전의 카미카제 파일럿부터 수세기 전의 할복하는 사무라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문화는 또한 통일성을 강조하며, 개인보다는 집단을 중요시한다. "튀어나온 못은 맞게 되어있다."는 일본 격언이 있으며, 사회에 부합하려 하지 않거나, 엄격한 문화적 규범을 준수하지 않거나, 거의 종교적인 수준의 직장에의 헌신을 하지 못 하거나 하지 않으려는 이들은 일종의 자유를 찾기 위해 사라지는 것이다.

 다르게 살고 싶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연을 완전히 끊고싶진 않은 젊은 일본인들에겐 타협안이 있다: 아니메 캐릭터와 또다른 삶을 사는 오타쿠의 삶이 그것이다. 코스튬 플레이와 같은 대체 현실로 사라지는 것이다.

 "도망치는 게 언제나 내팽개치는 건 아닙니다." 맷이라고 밝힌 젊은이가 모저에게 말했다. "우리는 사랑과 자유를 꿈꿉니다. 그리고 가끔은 작은 것을 해내기도 하죠. 코스튬, 노래, 춤 같은 걸 우리 손으로 만들어 냅니다. 그런게 일본에선 이미 상당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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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울베어 2016/12/22 21:16 # 답글

    그저 먹먹하네요. ...것참. 허.
  • 네리아리 2016/12/22 21:29 # 답글

    참...뭐라고 답할 말이 안떠오르네요
  • 로리 2016/12/22 21:42 # 답글

    정말 읽는데 답답해지는..
  • 역성혁명 2016/12/22 22:02 # 답글

    남의 나라 이야기로 넘어갈수없기에, 읽고나서도 막막합니다.
  • ㅁㅁ 2016/12/22 22:04 # 삭제 답글

    저런거 보면 일본엔 원한해결사무소도 진짜로 있을 것만 같은
  • 포스21 2016/12/22 22:12 # 답글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일본보다 훨씬 높다죠? 우리나라에선 도망치지 못하기 때문에 자살이란 선택밖에 안남는게 아닐까요 --;
  • ㅇㅇ 2016/12/23 03:08 # 삭제

    그건 좀 달라요
    우리나라 자살율에서 가장 큰 비율은 노인층이라
  • 루트 2016/12/22 22:24 # 답글

    독특한 사회를 가지고 있네요.
  • 존다리안 2016/12/22 22:30 # 답글

    한국도 필리핀 등에 숨은 사람들이 꽤 많다던가...
  • 이글루시민 2016/12/23 01:03 # 답글

    사채꾼 우시지마 사채꾼편에 나오는 러브 하우스가 떠오릅니다.
  • 다루루 2016/12/23 03:20 # 답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흥미를 가진 참이었는데, 기사를 번역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책도 정발 안 되려나...
  • 제트 리 2016/12/23 09:57 # 답글

    어쩌면 한국도 여기서 자유로울 순 없겠죠
  • 223 2016/12/23 17:09 # 삭제 답글

    동조선에서 또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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