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디자인 에브리데이 백팩 첫인상 by eggry


 픽디자인의 신제품 킥스타터를 펀딩한 게 9월 쯤일텐데, 한 해가 끝날 때가 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원래 12월 배송이라고 했으니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만, 사소한 일처리 문제로 후원자들의 불만이 적잖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후원자들이 다 받기도 전에 소매상에 물건이 풀린 거라든가 말이죠. 거기다 저는 운 좋게 오늘 받았지만 일부 후원자들은 크리스마스 전 받을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지면서 더욱 분개하고 있습니다. 소매상에 풀릴 줄 알았으면 후원 안 하고 그거 샀으면 크리스마스 때 썼을 거라고 말이죠.

 각설하고, 저는 총 5개 제품을 구입했고 그 중 크라우드펀딩된 신제품은 총 4개입니다.

- 에브리데이 백팩(20L)
- 에브리데이 슬링
- 레인지 파우치 S
- 레인지 파우치 M
- 리쉬 스트랩

 리쉬 스트랩은 기존 출시제품으로, 레인지 파우치나 이미 갖고있던 캡쳐프로와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구입했습니다. 이 녀석은 아직 뜯지 않았는데 어차피 실제로 궁금들하신 건 신제품들일테니 가방 종류나 다뤄보겠습니다.



외관

 픽디자인의 가방류 패키지는 이렇게 종이포장되어 있습니다. 안내대로 끈을 잡아당기면 쌀포대 마냥(!) 두두두둑 하면서 한쪽이 뜯겨지며 개봉되는 구조죠. 종이포장은 제품의 손상이나 오염을 막는데 효과적이면서도 비닐에 비해 감성적으로도 매력적입니다. 뭐 마대자루 느낌도 안 드는 건 아닙니다만;



 표시를 따라 잡아당기면 빨간 실이 두두두둑 뽑히면서 개봉됩니다.



 첫번째 주인공은 에브리데이 백팩 20리터 버전(이하 EDB)입니다. 이번 킥스타터의 3대 주인공이자, 단연 주축이라 할 수 있죠. 픽디자인은 몇가지 카메라용 스트랩이나 캡쳐프로 같은 고정 악세사리를 내놓았지만 가방류는 여태껏 에브리데이 메신저백(이하 EDM)이 유일했습니다. 메신저백 13인치 버전은 지난번에 간단 사용기를 적은 바 있습니다.(링크)

 EDM은 이후 등장하는 픽디자인 가방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몇가지 특징을 제시했습니다. 챠콜/애쉬 색상의 방수처리 된 패브릭 소재라든가, 구석구석 쑤셔박은 수납부, 스트랩의 다양한 활용, 매그래치 잠금장치, 플렉스폴드 파티션 같은 것들 말입니다. 넘쳐나는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EDM은 제 곁에 오래 있지 않았습니다. 한쪽 어께로 매는 가방에 무거운 짐을 넣기엔 너무 힘들어서 말이죠. 크롭 쓸 때야 더 작은 가방에 잘도 매고 다녔지만... 이젠 확실히 부피와 무게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 EDM은 참신하긴 했지만 기능성의 한계도 있었습니다. 주된 부분은 각잡힌 외피, 그리고 일반적인 소프트쿠션 파티션과 달리 딱딱한 소재로된 플렉스폴드 파티션 때문에 생기는 공간활용적 문제였습니다. 소프트 파티션의 경우 파티션을 꽤 타이트하게 배치해도 그 자체가 신축성이 있어서 렌즈나 카메라를 쑤셔넣어서 공간을 빈틈없이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렉스폴드의 플렉스란 이름은 특유의 접이식 기능에만 해당되며, 근본적으로 딱딱한 판이기 때문에 딱 맞는 물건을 넣는 게 아니면 공간이 상대적으로 허비됩니다. 제 생각엔 중간크기 이상의 DSLR과 렌즈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거 같고, 풀프레임이라도 미러리스면 이미 부적절한 느낌이 듭니다. 크롭 미러리스야 말할 것도 없고...

 각설하고, EDM이 13인치, 15인치(맥북프로 기준입니다)가 나왔듯 EDB도 20리터, 30리터 두가지 사이즈가 나왔습니다. 픽디자인의 권장에 따르면 20리터는 바디 하나에 중간~큰 크기의 렌즈 3개 정도, 30리터는 바디 2개에 렌즈 5개 정도를 커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모든 장비를 바리바리 싸들고 간 적도 있지만 결국 주로 쓴 건 1,2개 뿐이라 앞으로 렌즈 휴대량은 바디캡 포함 3개를 최대로 할 생각이라 20리터로 충분하다 생각했습니다. 크기 외의 기능은 모두 동일합니다.

 외형적으로 EDB는 EDM을 좁고 위아래로 길쭉하게 만든 듯한 인상입니다. 위쪽 커버는 경사가 있고, 아래쪽은 다소 불룩한 형태입니다. 또 측면은 지퍼가 있어서 날개형으로 열리게 되어있습니다. 요 근래 저는 백팩을 구입할 때 무조건 사이드 오픈이 되는 놈만 보고 있습니다. 장비를 꺼내기 편해서죠. 대신 수납 레이아웃에선 불리해서 수납량이 떨어지는 편입니다만, 어차피 3개만 쓸 거니까. 현재 팩세이프 Z16을 메인으로 쓰고 있고(간단 사용기), 당시 이 녀석의 후원을 동시에 진행해서 둘을 비교할 생각이었습니다. 대충 3달이 걸려서 둘이 만나게 됐군요.



 스트랩 쪽에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픽디자인 특유의 차콜 패브릭이 전체를 뒤덮고 있으며 스티치는 레드로 되어있습니다.



 측면의 지퍼. 팩세이프 만큼 강력한 잠금장치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도난방지 처리는 되어있습니다. 아마 절단이 안 되진 않을테지만 약간 질겨보이는 재질인 지퍼 끈을 고리형태로 가방 군데군데 있는 끈에다가 거는 방식으로 잠금을 합니다.



 스트랩은 아래쪽은 재래식이지만 위쪽은 픽디자인 특유의 원형고정을 기준으로 회전하게 되어있습니다. 솔직히 큰 장점이라곤 하기 어렵지만 다양한 어께넓이에 불편함 없는 착용감을 줄 듯 합니다.



 스트랩 길이 조절부에는 가방 곳곳에 있는 고리가 달려있습니다. 가방의 고리들은 훅을 걸거나 뭔가 달기 위한 것이지만, 스트랩 쪽은 용도가 약간 다릅니다. 길이조절용으로, 픽디자인은 이 백팩이 고정길이로 사용되기보다는 바짝 매고 있다가 돌려서 꺼낼 때 줄을 늘여서 쓰도록 고안했습니다. 이 끈을 잡아올리면 스트랩은 매우 쉽게 늘어나며 그와 동시에 가방을 돌리면서 쓰라는- 뭐 그런 생각인 듯 합니다.

 사실 사이드오픈식 가방의 경우 등에 바짝 붙도록 스트랩을 당기면 돌릴 때 버벅이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끈 길이를 수시로 조절할 정도로 제가 부지런할지는 좀 의문입니다;



 스트랩에는 가슴끈이 달려있습니다. 일반적인 버클 형태의 가슴끈과 달리 EDB는 클립으로 반대쪽 스트랩에 거는 방식입니다. 클립의 채결은 매우 튼튼하면서도 확실히 걸리는 느낌이 납니다. 빼고 낄 때 똑 하는 소리가 날 정도니 말이죠. 안 쓸 때는 한쪽으로 몰아서 걸어놓는데, 이때 줄이 좀 거슬리긴 합니다. 그렇다고 줄여놓자니 정작 걸 때 길이 조절이나 하고 있을테니... 픽디자인 특유의 매커니즘들 중에는 이렇듯 보기에는 쌔근하지만 기능성 면에서는 기존것보다 꼭 나은지 의문이 드는 부분들이 왕왕 있습니다.



 허리끈도 있습니다. 측면 주머니에 숨겨져 있는 끈을 꺼내다가 갈고리를 거는 방식입니다. 이 갈고리 방식은 EDM에도 쓰였던 건데, 솔직히 버클 식에 비해서 적어도 편하지는 않습니다. 뭐 더 튼튼하다는 느낌은 듭니다만, 버클식도 평생 한번도 부서지거나 빠진 적 없다보니...



 좌우 주머니는 동일하며, 안쪽에는 주머니에 넣은 물건을 더 잘 고정시키기 위한 훅 스트랩이 있습니다. 또 왼쪽에는 보너스로 키 링 스트랩이 있습니다. 키 링의 연결이 픽디자인 특유의 앵커로 되어있어서 열쇠고리를 쉽게 빼고 연결할 수 있는 센스가 돋보이는군요. 좌우 주머니는 삼각대나 우산, 물병 등을 꽂을 수 있으며 신축성이 있습니다.



 가방 아래쪽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훅스트랩이 있습니다. 이는 가방 아래쪽으로 맬 수도 있고, 이렇게 가방 뒤쪽의 고리에다 걸 수도 있습니다. 예시를 보면 삼각대처럼 부피가 작은 건 아래쪽으로, 우비같이 부피가 어느정도 되는 건 뒤쪽으로 매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삼각대 착용 시 쓰기는 할 거 같은데, 팩세이프의 버클식보다는 좀 불편하긴 하겠군요. 삼각대를 잘 안 갖고다녀서 그렇게 큰 부분은 아니긴 합니다.



 EDB는 픽디자인 제품 답게 캡쳐프로를 장착할 수 있는 전용부위가 있습니다만... 솔직히 이건 좀 잘못 만들어진 거 같습니다; 일단 장착부 끈 자체는 대각선으로 되어있는데, 보시다시피 세로장착이면 모를까 가로장착은 제대로 각이 안 나옵니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장착부의 위치입니다. 카메라나 렌즈를 달고 다니는 특성 상 겨드랑이 위치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EDB에서는 어께로 거의 올라가버립니다. 참고로 제 키는 176cm로, 체격은 일반적인 한국 남성 정도입니다. 키나 덩치가 더 크면 줄도 늘어나고 점점 뒤로 넘어갈테니 상황은 더 나빠질 것입니다; 건장한 서양 남성이라면 사실상 어께 위에 고프로 마냥 렌즈가 앞을 보며 달리게 되는 상황이 될 듯 싶습니다. 자사 제품을 대놓고 노리고 만든 기능에 왜 이런 계산착오를 했는진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결국 전용 장착부는 포기하고 스트랩 아래쪽에다가 달았네요.


수납공간

 상부 수납부는 매그래치를 몇단에 거느냐에 따라 제법 부피를 늘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제가 착각했는데, 상부 수납부가 아래와 분리된 공간이 아닙니다. 저는 카메라 수납부 외에 별도로 상부공간이 있고 그걸 늘릴 수 있어서 여분의 짐을 챙겨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닙니다. 이 공간도 파티션으로 구분되어야 합니다. 근데 파티션이 빈틈이 없을 순 없고 옆 개패부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자잘한 건 흘러내릴 우려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상부공간을 제대로 쓰려면 안에 뭔가 파우치 같은 걸 넣어야 할 거 같습니다.



 맨 위쪽에는 하나의 지퍼 안에 3개의 수납부가 있습니다. 제일 바깥쪽은 소프트한 재질로 된 주머니로, 사실 상부 수납부의 벽면에 해당됩니다. 여기 물건 넣으면 안에서 만질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타블렛 수납부, 마지막으로 가장 큰 노트북 수납부가 겹겹이 이뤄져 있습니다. 아마 세곳 모두 꽉꽉 채워넣기는 빡빡해서 쉽지 않을 듯 흡니다.



 실제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내부 수납공간을 살펴보겠습니다. EDB는 구조적으로 상당히 특이합니다. 사이드오픈인데 양쪽이 다 열릴 뿐더러, 파티션도 이렇게 갈비뼈처럼 가로지르는 형태로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상태에선 양쪽을 열면 가방이 훤히 뚫려 보입니다.



 어쨌든 기본적으로 이 플렉스폴드 파티션을 이용해 공간을 나눠야 합니다. 상하로만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라서 너무 제약될 필요는 없긴 하지만, 세로배치는 20리터 크기에서는 썩 쉽지는 않네요. 측면 개패부는 상당히 큼지막합니다. 안쪽에는 또 지퍼가 있어서 수납부로 연결됩니다.



 좌우의 측면 수납부는 파우치 구조가 약간 다릅니다. 파우치 갯수가 더 적은 게 왼쪽, 즉 오른손잡이가 왼쪽으로 가방을 돌려서 열었을 때 보게 되는 쪽입니다. 개인적으론 반대쪽 파우치 레이아웃이 더 마음에 드는데 좀 아쉽네요. 반대쪽은 제 습관 상 거의 사용할 일이 없어보입니다;



 파티션 활용에 따라 배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물론 정말 좋은 건 몇개 안 되서 그걸 찾는 시행착오가 필요하죠. 이 배치는 왼쪽에 보이는 건 FE50.4ZA, 그 밑에 플렉스폴드를 접어서 공간을 만들어 바티스25, 그 다음으로 오른쪽에 A7R2 바디와 24-70GM, 마지막 칸은 공간이 많이 남는데 그냥 제가 가진 거 중 그나마 큰 렌즈인 G90마를 넣어봤습니다. 일단 미러리스 바디 1개에 렌즈 2개 정도면 단순히 공간적으로는 가방의 거의 절반만 이용해도 충분합니다. 문제는 넣기만 하는 게 아니라 빼기도 해야한다는 거죠.

 이 배치에서 바티스25를 꺼내려면 반대쪽으로 가방을 열든지 아니면 50.4를 꺼내고 꺼내야 합니다. 어느 쪽도 제 과하게 오른손 중심인 습관에 편하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이건 맨 아래칸에 FE50.4ZA를 넣고 파티션 위를 접어서 ㄱ자 형태로 공간을 만든 뒤 거기에 A7R2와 24-70GM을 넣었습니다. 맨 윗칸은 바티스25를 넣기엔 너무 텅텅 비는데, 그냥 아까워서 파티션 접이 기능을 쓰긴 했네요. 근데 별 의미는 없습니다.[...]



 이건 A7R2+24-70GM을 세로로 넣고 그 밑에 FE50.4ZA와 바티스25를 깔아넣은 구성입니다. 바디는 대개 밖으로 나와있을 거란 걸 생각하면 두 렌즈에 접근하기는 용이한 편입니다. 문제는? 카메라 그립이 안쪽을 향한 상태로 들어간다는 것... 가방에서 신속하게 꺼내기는 좋지 않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장시간 이동이 아닌 이상 카메라는 꺼내서 매고 있을테니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아직 이상적인 레이아웃은 찾지 못 했습니다. 소프트 파티션과 달리 제대로 짜지 못 하면 공간낭비가 심하기 때문에 좀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총평

 EDB에 대한 간단한 인상은, 'EDM과 같은데서 만든 물건이 맞긴 맞구나' 라고 해야겠습니다.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말이죠. 단연 두드러지는 좋은점은 놀라운 품질과 마감, 탄탄한 내구성입니다. 솔직히 이정도면 고가 가방 브랜드에 견주어 전혀 꿀리지 않는 품질입니다. 팩세이프가 품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EDB는 애플 제품을 연상시키는 꼼꼼함이 느껴집니다.

 기능적인 부분은 장단점이 뒤섞여 있습니다. 분명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할 도구들이 준비된 건 맞지만, 그 도구들의 편의성이 아주 좋은 수준은 아닙니다. 버클을 배제하고 훅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라든가 말이죠. 수납부 그 자체만 쓰고 이런 보조도구들은 안 쓴다면 큰 상관 없겠지만... 뭐 가슴끈 정도는 쓰기는 할 겁니다. 이건 그나마 그리 불편하지 않아 보입니다.

 수납적으로는 구석구석 고려하긴 했는데 막상 공간활용성은 아주 좋진 않습니다. 생각보다 주머니 자체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좌우 날개에 수납부가 있지만 사용자의 습관 상 한쪽은 사실상 사용하지 못 하는 공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좌우로 뚫려있는 구조 상 주로 사용하는 쪽과 반대되는 쪽을 열 때는 물건을 쏟는 실수를 할 우려도 있습니다. 측면 수납부는 사실상 하나, 거기에 상부 수납부는 파티션으로만 분리되어 있는 애매한 수준으로 이것이 노트북/타블렛 수납부를 제외한 범용 수납부의 전부입니다.

 사실 팩세이프 Z16에 카메라 가방으로썬 만족하던 차에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일반 수납부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뒤쪽의 주머니와 그 안의 나눠진 공간이 전부였으니 말이죠. 근데 공간활용이란 면에서 본다면 픽디자인 EDB 쪽이 지퍼 자체는 더 많은데도 사용하기 쉽지 않은 형태의 공간들이라 실용성에선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분명 단순 부피나 수납부 숫자로는 압도적인데 말이죠.

 측면 수납부 접근성에 한계가 있는 건 그렇다 쳐도, 상부 수납부를 제대로 쓰려면 뭔가 파우치를 덧대든가 하긴 해야할 거 같습니다. 상부에는 따로 파우치 구분 같은 거도 없는 그냥 통짜공간이라 크기에 비해 활용성은 상당히 떨어집니다. 뭐 옷가지 같은 거 대충 쑤셔넣는거면 상관없겠지만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카메라 수납부. EDM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플렉스폴드는 양날의 검입니다. 상황이 따라주면 제법 신박한 공간활용이 가능하지만 보통은 하드한 재질이라는 점 때문에 생기는 공간낭비가 심한 편입니다. 또 소프트 파티션은 보통 작은 치수들도 있어서 그걸 추가적으로 활용해 자세히 나눌 수 있지만, EDB는 그저 플렉스폴드 3개의 접이방식을 활용하는 게 한계입니다. 그리고 플렉스폴드는 일견 거창해보이지만 실제로 종이접기식 기능은 실용성은 상당히 떨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플렉스폴드와 수납할 물건의 크기의 일치인데, 일단 크롭 미러리스는 안 맞습니다. 바디나 렌즈에 비해 너무 크게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FF 미러리스(소니 한종류 뿐입니다만)는 렌즈는 어느정도 맞는데 바디는 그나마 헐렁대진 않는다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어느정도 크기가 되는 DSLR이나 렌즈여야 공간이 낭비없이 사용될 듯 합니다. 어쨌든 플렉스폴드가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작아지는데 한계가 있는데, 반대로 큰 거라면 문제가 안 된다는 얘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미러리스만 쓰기로 한 몸이라...

 미러리스에서는 소니 A7 시리즈에 밝고 큰 렌즈, 혹은 후지의 X-T2나 Pro2 정도의 바디에 역시나 밝고 큰 렌즈, 혹은 E-M1이나 GH4에 프로렌즈 떡칠한 정도만 너무 텅텅비지 않게 활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DSLR은 보급기+번들 수준 이상으로만 가면 큰 문제 없으리라 생각되고요. 크롭 미러리스에는 권장하기 힘듭니다. 실제 장비 부피는 가방의 반도 안 될텐데 파티션의 특성상 렌즈 3개 정도 넣으면 가방 2/3를 차지하게 되는 마법(?)을 보게 될 겁니다. 질소충전 과자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EDB가 단지 내부수납부만 재래식 파티션을 활용했더라면, 오히려 훨씬 기능성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찍찍이 부착부가 있기 때문에 파티션을 구해다가 재배치하는 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비싼 돈 주고 산 가방에 따라온 파티션이 겉멋만 든 녀석인 건 아쉬운 게 사실이네요. 하여튼 파티션 갈아치우기까진 안 하더라도 최소한 상부 수납부에 파우치는 있어야 공간활용이 제대로 될 듯 합니다.

 이런저런 점을 고려할 때 팩세이프 Z16과 EDB의 카메라 가방으로써 활용성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진 않아 보입니다. 자잘한 기믹에서는 EDB가 앞서지만, 우직한 튼튼함과 꽉 찬 느낌이란 점에선 Z16이 앞섭니다. 상부 수납부에 파우치를 넣어서 공간활용을 개선할 수 있을테지만 그 전까지는 사실 Z16이 더 친숙하고 안전한 느낌입니다. 일단 팩세이프는 완충처리 자체가 훨씬 부실하니 말이죠;

 하지만 EDB가 단연 앞서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감과 새련된 도시적 느낌의 디자인입니다. Z16의 박시한 시티룩은 분명 평균 이상이지만 EDB의 쌔근함에는 밀립니다. 또 구석구석의 디테일이나 감성적 면에서 EDB는 확실히 우세를 점합니다. 기능적으론 Z16보다 낫지도 않고, 다른 부분들이 Z16보다 편하기는 커녕 번거로운 구석이 대부분이지만 적어도 디자인에서는 저는 EDB에 확실히 끌렸습니다. 물론 실용성을 무시할 순 없기 때문에 두 가방 모두 앞으로 여행이나 출사로 제대로 비교해본 뒤 결정할 생각입니다.


장점
- 멋진 디자인과 마감
- 편한 착용감
- 잘 쓰면 유용할 다양한 기믹
- 신축성 있는 상부 수납공간
- 방수소재

단점
- 플렉스폴드 파티션은 공간활용성이 떨어진다
- 작은 장비는 공간낭비가 심함
- 기믹들은 편하다기보단 번거로울 수 있다
- 캡쳐프로 장착부 위치는 이상하다
- 상부 수납공간이 하부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 비싸다(20리터 정가 260달러, 30리터 290달러)



덧글

  • 에스j 2016/12/22 00:49 # 답글

    픽 디자인 제품은 컨셉은 좋지만 항상 어딘가 미묘하게 불편하고 잉여스런 부분이 있단 말이죠;; 특히나 여러 환경에서 여러 타입으로 쓸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제한적인 타입이고요.(사용자 습성에 맞게 가방의 기능들이 달린 게 아니라 달린 기능들에 사용자 습성을 바꿔야 하는...)

    플라스틱 버클을 지양하는 건 프로페셔널들이 벨크로/지퍼/메탈의 편의성/내구성/신용성에 초점을 맞춘 탓인 듯한데 정작 그게 기존 것보다 나은지는 모르겠습니다. 막말로 영하 환경에서 장갑끼고 막 쓰기엔 플라스틱 체결보다 낫긴 하지만, 픽 디자인 제품을 그런 환경에서 쓸까 싶으니까요. 픽 디자인 제품들의 기능 홍보가 꽤나 끌려서 출시 이후 평들도 살펴보는 편인데 무난한 로우프로 제품이 그냥 무난하다는 결론만 도달합니다;;; (안 이쁜데...ㅠㅠ) 리뷰 잘 봤습니다! :)
  • eggry 2016/12/22 00:52 #

    기능에 사람이 맞춘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ㅎㅎ 기능과 디자인을 동시에 갖추는 건 정녕 불가능한 것인지 ㅠ
  • teese 2016/12/22 03:02 # 답글

    실용적 디자인이라면서 보기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 실용성이 묘하게 희생하는 느낌이 있더군요.
    토드는 지인이 먼저 받아서 들어봤습니다만, 어깨끈이 묘하게 몸에 안붙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수납력이랑 꺼내는 방식은 좋아서 약간 개조를 해서 써볼까 고민중입니다.
  • eggry 2016/12/22 16:24 #

    토트는 끈이 별로일 거 같긴 했습니다.
  • 2017/08/09 15:5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eggry 2017/08/09 17:38 #

    에브리데이 백팩 20L에서도 상부 공간도 스트로보나 렌즈수납에 활용한다면 해당 구성은 일단 가능은 합니다. 다만 여유를 두고자 한다면 30L로 가야겠고요, Z25도 공간적으로는 비슷할 듯 합니다. 팩세이프와 픽디자인의 선택은 파티션 방식의 취향에 따라 갈라질 거 같네요. 개인적으론 에브리데이 백팩의 파티션이 별로 맘에 들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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