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니아의 기사(완결) - 무난한 플롯과 매력적인 세계관의 SF by eggry


 시도니아의 기사를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봤다가, 만화는 정발도 들쭉날쭉하고 완결까지 나오면 보겠다고 하던 차에 완결편이 나와서 후다닥 몰아봤습니다. 거의 10권 쯤까지는 애니 2기에 걸쳐서 다뤘던 부분이긴 하네요.

 니헤이 츠토무 만화는 데뷔작인 블레임! 외에는 시도니아의 기사가 처음이라 할 수 있는데 몇가지 코드(동아중공?)이나 센스는 유지하고 있지만 그림이나 내용이나 엄청 바뀌었네요. 그냥 다른 식으로 시도한 건지 아니면 그냥 사람이 바뀐 건진 전작들을 보지 않아서 뭐라 말 못 하겠습니다. 블레임! 에 비하면 엄청나게 설명이 직설적이 되었고 내용도 알기 쉬웠습니다. 사실 너무 쉬워서 아쉽다고 느낄 정도로...

 그런 단순함적인 면은 전체 플롯에서도 드러나서, 사실 스토리적으론 그렇게 특별난 구석이 없습니다. 딱히 엄청난 음모나 복선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더욱이 가우나에 대해 뭔가 비밀이 드러나거나 궁극적 해결책 같은 게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걸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하실 듯 한데, 사실 제가 어느정돈 그랬습니다. 물론 니헤이 츠토무라서 그런 궁극적 해결책 같은 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어느정도 했어서 그렇게 실망감이 크진 않습니다. 한편으론 미지의 생물과의 커뮤니케이션이란 주제 자체가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지루할 정도로 반복된 테마라서 패스한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가우나가 결국 미지의 외계생물체로 마무리되면서 이야기는 전적으로 인간간의, 그리고 인간의 사투로 정리되었습니다.

 이렇듯 내러티브적으로 꽤 단순한 면이 있는데도 이 작품에 특별히 애착이 갔던 건 매력적인 세계관과 인물 덕분입니다. 인류의 존속을 이어가는 파종선 시도니아라는 폐쇄공간, 제한된 자원과 극한의 생존위협 속에서 이를 극복해내가기 위해 인간들이 이룩한 기술 같은 것들 말이죠. 인류의 존속이 별의 별 종류의 인간(?)이 다 나옵니다. 광합성 피부, 클론, 사이보그, 불로불사의 기술, 기계생명체, 외계생물과의 융합체, 제3의 성까지... 물론 캐릭터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 사이클을 지탱하는 자원회수라거나, 기계기술 같은 부분들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즐겼던 건 메인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생활 파트나, 매 장의 표지로 사용되는 '시도니아의 풍경' 이었습니다. 특수한 폐쇄환경의 모습을 한컷한컷 그려내는 것만으로도 시도니아의 독특한 생활상이 뚜렷히 와닿았았기에 사실 만화보다는 이 일러스트 모음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은 인류의 존속을 건 '싸움'보다는 매일같이 계속되는 '삶' 적인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던 것이죠. 죽지 않기 위해 싸우는 것도 생존의 일부이지만, 삶 또한 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일 것입니다. 인간적인 면모는 인류의 생존과도 맞닿는 중요한 요소이니까요.

 어쨌든 블레임!의 기억 때문에 좀 더 하드코어 SF 적인 면모를 기대했던 저로써는 엄청나게 라이트한 작품이라 좀 놀라기는 했습니다. 그렇긴 해도 내러티브적 불만을 세계관 면에서는 여전히 SF 다운 매력을 유지하고 있어서 이정도면 그럭저럭 만족했다고 해야겠습니다. 성운상을 받은데에 큰 이견은 없습니다.(하지만 걸판이 왜 받았는지는 팬으로써도 이해불능;;) 그건 그렇고 만화를 나중에 보고나니 애니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나 다시금 깨닫는 계기도 됐습니다. 니헤이 츠토무의 약점인 액션을 애니가 훌륭하게 커버했을 뿐더러, 다른 부분들도 놀라울 정도로 잘 다뤘습니다. 3D로 만든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고요. 만화, 애니메이션 모두 추천합니다.



덧글

  • 로리 2016/08/18 21:07 # 답글

    니헤이 츠토무만화도 대중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겠죠.
  • 에우리드改 2016/08/18 21:15 # 답글

    전작인 바이오메가의 후반파트가 블레임과 시도니아의 딱 중간 지점쯤되는 작품이죠.
  • vibis 2016/08/18 21:28 # 답글

    무난한 플롯이지만 그래도 짜임새는 괜찮았습니다.
    최종보스의 등장 없이는 멸망이 확정이라 그것이 맞물려 가는 부분은 좋았고요.
    보스와의 대립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그 구도를 조금만 더 부각했으면 극적 긴장감이 높아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eggry 2016/08/18 21:32 #

    별로 갈등이나 고민 없이 그냥 쌈박질로 결판나는 게 아쉽네요.
  • Ratatosk 2016/08/18 22:04 # 답글

    시도니아 그리면서 아마 전부 디지탈로 옮겼을 겁니다. 그러면서 그림이 무지 단순해진;;; 점점 나아지긴했지만. 근데 덕분에 여캐들은 전보다 나아진 것같기도하고;; 세계관은 여전히 암울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가벼워진게 여러모로 득이 된 것같아요. 블레임때와 비교해서 아쉬운 점은 열린 결말임에도 망상거리가 별로 없다는게;;;
  • 함부르거 2016/08/19 10:49 # 답글

    그 니헤이 츠토무가 대중성을 추구했다는 느낌이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블레임 같은 작품 하나만 더 내놨다간 출판사도 만화가도 다 망할테니... 돈 좀 벌어야 또 그런 작품 그릴 거 아녜요. ㅎㅎㅎ 덕분에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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