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58 보드와 i7-920을 구입한지 만 7년, 드디어 보드까지 완전히 갈은 새 컴퓨터를 샀습니다. 사실 컴퓨터 바꾸고싶다는 생각은 한 3년 전부터 했지만 뭔가 견적 짜보면 비싸보이고 딱히 문제도 없어서 미루다 미루다 여기까지 왔네요. 미룬다고 더 싸질리도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괜한 짓이었긴 합니다만... 대충 아이비 즈음 때 갔으면 좋았었을 거란 생각을 이제서 하네요.
사실 올해 원래 업글 계획이 있긴 했습니다. AMD 젠 나오는 거 봐서 할 생각이었죠. 전 이제 컴퓨터로 게임은 별로 안 하고, 컴퓨터의 주목적은 사진작업과 트위터[...]인데, 이런 용도로는 인텔의 우월한 IPC보단 멀티코어빨이 세죠. 기존 AMD 아키텍쳐야 IPC가 워낙 딸려서 멀티코어고 뭐고 발릴 지경이지만 젠은 대충 아이비~하스웰 정도 IPC, 전성비라고 하니 거기에 8코어라고 하면 현행 4코어 인텔보다는 제 용도에선 더 맞을 거 같았습니다. 젠이랑 카비레이크 나오는 거 봐서 하려고 했는데...
문제는 젠이랑 카비레이크 둘 다 내년으로 연기되어버린 거죠; 이유가 PC 시장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서라는데, 나는 수요가 아니란 말이더냐 ㅠㅠ 어쨌든 반년 더 참느냐 그냥 스카이레이크 가버리느냐였는데, 인텔은 이미 충분히 좋아서 카비레이크에선 확장 인터페이스 관련 개선이 메인을 이룰 거 같고, 젠은 소문으론 괜찮다고 하는데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라 이걸 믿고 기다리다 별로면 시간만 날릴 거 같더군요. 인내심이 슬슬 바닥에 이르러서 그냥 스카이레이크로 타협하기로 했습니다.

대충 견적은 이정도... 주문 후 업체랑 최종 협의해서 사소하게 조정된 게 있긴 한데 뭐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CPU는 원래 i5-6600 정도로 타협할 생각이었으나, 기존에 6코어 쓰던 것도 있고 젠 포기한 대신 코어수가 딸리니까 클럭이라도 좋게 가야지->아무리 그래도 12스레드 쓰다 4스레드는 좀 그렇지 않나->근데 6700은 6600이랑 클럭차이가 너무 적은데?->6700K는 좀 높네? 라는 식으로 6700K로 가게 된...
솔직히 비용 점프가 너무 큰데다 6600 했으면 보드도 H170 해도 되는데 메모리도 오버램으로 사고 엄청 더 들긴 했습니다. 이정도면 하스웰E 5820K가 생각날 정도니. 5820K면 6코어 12스레드이고, 램도 쿼드채널이라 대역폭에서도 유리해서 제 용도론 더 나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나마 위안은 5820K로 가면 X99 보드에 DDR4 4개에 역시나 모든 부품이 한단계씩 가격이 올라서 거의 200에 육박했을 거란 거겠죠. 그래픽카드 살 돈도 없던 마당에 확실히 그정돈 무리긴 했습니다. 또다른 위안은 TDP가 140W vs 95W란 건데, 130W이던 i7-920도 꽤 발열이 심하다고 생각했던지라, 이번엔 그때처럼 뜨겁지 않게 하려고 했어서 6700K가 한계이긴 했습니다. 기왕 갈 거면 그냥 돈 아껴서 6600 가고 그래픽카드나 샀으면 싶기야 합니다만.
SSD로 삼성 950 Pro M.2를 샀는데, 이번 시스템의 주목적이 I/O 성능 개선이라서입니다. 사실 CPU야 정말 6600 써도 별 불만 없을 정도로 빠른 세상인데, I/O 쪽은 아직 멀었죠. 그건 메모리도 마찬가지라서 스카이레이크의 진정한 이점은 CPU 그 자체가 아니라 DDR4 라고 생각합니다. 여튼 DDR4에 빠른 SSD로 시스템 전반에 병목을 최대한 제거하자는 게 이번 시스템의 컨셉. 엄청나게 비싸긴 합니다만, 확실히 돈값은 하는 거 같더군요. 솔직히 벤치 이상의 체감은 쉽지 않기야 합니다만.
그래픽카드가 빠졌는데, 일단 돈이 없어서(ㅠ) 그래픽카드까지 넣긴 그랬고, 이게 게이밍 PC였으면 CPU 깍고 그래픽 넣는 게 맞는 이치지만 그게 아니라서 CPU/램/보드에 몰빵했습니다. RX480이나 GTX1060 정도가 땡기긴 하고 해외가격은 가성비도 좋다고 보는데 그놈의 브렉시트 때문에 환율이 돌아버려서 국내가는 영 좋지 못 합니다. 60대 라인업 가격이 40만 가까이 육박할 거 같은 상황이니 좌절적이죠; 그다지 게임 할 생각은 없으니 당분간 HD6850으로 버티다가 연말에 정말 게임 하고 싶으면 그때 생각해보든가 하렵니다.

이틀 전 주문해서 하루만에 조립까지 완료되서 도착했습니다. 잡다한 구성품이 들은 보드 박스와 본체가 들은 케이스 박스. 전 직접 조립은 업그레이드가 아닌 바에야 잘 안 하는데, 불량부품 발생 시 원인확인도 성가시고 교환 주고받으랴 시간 깎아먹는 게 아까워서요. 조립의뢰는 사실 조립 목적보다는 불량을 미리 잡는다는 목적으로 합니다. 그리고 직접 조립하면 부품 박스가 무지하게 나오는데 별로 소장하거나 할 것도 아니라 그냥 쓰레기만 늘어나는 셈.

케이스는 안텍 P100입니다. 전에 쓰던 케이스가 안텍 투헌드레드였는데, 크기나 컨셉이나 거의 비슷합니다. 세월의 흐름에 맞게 업그레이드 된 부분들은 당연히 있습니다. 원래는 M-ATX나 미니 ITX 보드로 극소형 시스템을 맞출까 했는데 딱히 크기가 작을 필요도 없고(방 구석에 쳐박혀있어서) 냉각과 소음을 생각하면 크기가 큰 게 낫기 때문에 그냥 ATX 풀사이즈에 미들타워로 했습니다. 쓸데없이 스토리지 베이가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건 좀 아깝긴 한데... 이제 NAS 써서 더이상 하드 넣지도 않고요.

케이스 외형. 상당히 오소독스한 타워형입니다. 위쪽엔 140mm 듀얼팬, 후방엔 120mm 1개, 전면에 120mm 2개가 있습니다. 전면은 덕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도어가 열리는 형식이고 좌우 슬릿으로 흡기가 되는 듯. USB 포트가 4개 있고 2개는 3.0입니다. 전원, 리셋 버튼은 스트로크가 거의 없는 타입입니다. 게다가 둘이 붙어있어서 책상 밑으로 손만 뻗어서 켤 때 조금 신경쓰이네요.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겠지만...



지난 시스템에서 만족스러웠던 쿨링 레이아웃인데 상면팬이 1개 더 늘어서 더 시원하고 조용해졌습니다. 팬은 배기 쪽은 녹튜아로 교체해줬습니다. 전면 2개는 기본포함이 아닐 줄 알았는데(투헌드레드는 없었음) 받아보니 채워져있네요. 생각 외로 기본팬도 소음이 별로 없습니다. 아마 원래는 전방 후방 1개씩 있었을 거 같은데, 제가 후방을 녹튜아 팬으로 교체해달라고 해서 이쪽으로 옮겨붙였을 듯.

본체 내부. 텅텅 비었습니다. 스토리지라곤 보드에 달린 M.2 뿐이니 베이도 텅텅 비었고, 그래픽카드도 아직 이식 안 해서 텅텅... 정말 이정도로 텅텅 비면 M-ATX나 미니 ITX도 고려할 만하긴 합니다. 막상 그다지 작을 필요가 없어서 안전빵으로 갔습니다만.

CPU 쿨러는 거의 국민쿨러 취급 받는 트리니티. K 모델이라서 쿨러는 어차피 따로 사야하긴 했습니다. 이전 컴에서도 비슷한 디자인, 스펙의 바람을 잘 썼었고, 이정도 사이즈 타워쿨러가 저한텐 적당한 듯 합니다.

어찌보면 이번 시스템의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을 삼성 950 Pro M.2 SSD. 512GB인데 용량이 모자라진 않겠죠... 게임만 안 깔면;


조촐하게 CPU 벤치. 전에 쓰던 웨스트미어 X5650과 비교인데, 클럭, IPC 모두 향상됐지만 코어가 2개 부족해서 오버 한 X5650보다 조금만 높을 뿐입니다. 멀티코어빨이 죽여주는 벤치다보니... 뭐 그래도 대충 클럭, IPC를 통해 코어당 1.5배 정도 강해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게다가 이건 X5650 오버와 6700K 논오버의 비교입니다. X5650 논오버는 6700K 논오버보다 30% 가량 느린 점수네요. 이정도면 코어 수 줄어든 거 생각하면 만족합니다. 젠이 8코어에 아이비 정도 되면 정말 좋겠지만서도...

950 Pro M.2의 벤치입니다. 2500이 넘는 시퀸셜 읽기 속도... 랜덤도 상당히 좋습니다. 4K로 가면 확 떨어집니다만, 이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 듯. 시퀸셜 쓰기가 1140까지 떨어지는데 스로틀링 걸려서 그렇습니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벤치 돌리다보면 후반엔 스로틀링 걸려서 속도가 떨어집니다.


좀 더 자세하게 측정되는 ATTO 벤치로 해봤습니다. 점수 자체는 크리스탈마크와 비슷하다 할 수 있는데, 아래건 방열판 달고 벤치 한 겁니다. 순정일 때 보면 벤치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로틀링 걸려서 속도가 떨어지는데 방열판 달면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발열문제는 SM951 덕분에 삼성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 한데 특별한 대책 없이 그냥 스로틀링만 걸어서 내놓은 게 유감입니다. 보증기간이 길고 이런 상황에 처할 일도 드물기는 합니다마는, 방열판을 기본 구성품으로 넣어줬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




기존에 쓰던 인텔 SSD 2종(G3, 730)의 벤치입니다. 기존 보드가 SATA2인데다 I/O 성능 자체가 SSD에 적합하지 않아서 성능을 깎아 먹었는데 그게 해소됐네요. G3야 오래되서 시퀸셜 속도 자체는 크게 향상되지 않습니다만, 랜덤억세스 속도가 확실히 개선됐습니다. 그리고 730의 경우 근래 모델인 만큼 상당한 향상치를 보이네요.
현재는 HD6850 이식해놓고 쓰는 중입니다. 사실 인텔 내장도 있어서 6850 달 필요 있겠나- 했는데, 그래도 어도비 CC 쪽 GPU 가속 받으려면 인텔보다는 이쪽이 낫겠더군요. 일단 비디오메모리가 따로 있다는 것부터 큰 차이이니. 다음 그래픽카드는 느긋하게 생각해보렵니다. 할부가 끝난 뒤에...
덧글
전 구매할떄 4690K로 샀었는데 조립처에서 착오로 4790K를 줘버려서.. 이후 반품해달란 말도없어서 옳타꾸나 하고 썻는데 발열잡는다고 커세어 110i 수냉다느라 돈은 오히려 쿨러값차이보다 더 깨졌죠 ㅠㅜ
전 구리판 하나 잘라서 붙여놨는데 ㅎㅎ
아무리 M.2 규격이 데스크탑보다는 랩탑 이하를 노린 규격이라곤 해도
제대로 방열판 붙일 방도는 마련해놨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데탑용 보드에선 M2를 수직으로 꽂고 설치가이드겸 방열판으로 보강했어야했다고 생각합니다.
뒷판 하우징이 열전도를 해줄수 있는 랩탑이나 타블렛에서나 지금 방식이 의미가 있지
데탑에선 더 끔찍할수도 없을 정도로 성의없는 설치방식이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