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토로로소, 2018년까지 르노 엔진 계약 연장 by eggry


 모나코GP 직전에 나온 소식입니다만, 늦게나마 다뤄봅니다. 레드불과 토로로소가 2018년까지 르노 엔진을 사용하기로 발표했습니다.

 레드불은 원래 2016년까지 계약이었고, 토로로소는 이전까지 페라리 엔진을 써오다 2014~2015년엔 자매팀과 같이 르노를 썼지만 올해는 페라리의 2015년형 파워유닛을 쓰고 있습니다. 토로로소는 내년부터 다시 르노 엔진으로 돌아가는 셈입니다.

 이런 발표는 레드불이 구상하던 몇가지 대안이 생각대로 진척되지 않고, 그와 더불어 르노 엔진이 근래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면서 레드불의 불만이 수그러든 탓으로 보입니다. 레드불의 경우 작년 르노의 성능을 맹비난했고, 시즌 중반에 계약을 폐지하기로 잠정 합의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페라리와 메르세데스가 엔진 공급을 거부하면서 레드불은 엔진 없이 2016년을 맞을 위기에 처했고, 르노에게 뒤늦은 청원으로 엔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레드불/토로로소 2인분으로 준비되어 있던 엔진 중 절반이 르노 워크스 팀으로 가면서 토로로소는 대안 엔진을 찾아야 했고 이는 페라리가 구형 엔진을 제공함으로써 해결됐습니다.

 레드불은 작년 르노와의 불화 때문에 올해는 더이상 르노 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공표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신 타이틀 스폰서인 태그호이어 엔진으로 되어있으나, 내용물은 당연히 르노 엔진입니다. 레드불은 올해를 과도기로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폭스바겐이나 혼다 등의 옵션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폭스바겐이 1,2년 내에 F1에 진입할 가능성이 없다는 게 분명해지자, 레드불은 작년 후반 동안 혼다의 확보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맥라렌-혼다의 부진한 성적 문제로 맥라렌과 혼다 사이에 불화가 있었고, 혼다의 성능 만큼이나 맥라렌 섀시도 맥라렌이 호언하는 것만큼 좋지 않다는 혼다의 불만이 있었습니다. 이 불화를 노려 레드불이 일단 혼다 엔진을 획득하면, 더 나은 성적을 내면서 워크스 팀 지위를 맥라렌에게서 뺏아올 수 있다는 기대였습니다. 심지어 토로로소를 혼다로 바꿔보려는 시도도 있었는데, 과거 레드불이 페라리를 쓰다 미나르디를 매입해 토로로소로 바꾼 뒤 페라리 계약을 토로로소에게 던져버리고 자기는 르노로 가버린 걸 생각하면 혼다가 쓸만해지만 엔진 스왑도 생각했던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혼다 엔진이 지금은 엉망이지만, 2014~2015년 동안 르노가 거의 발전을 못 이뤄낸 점에 레드불은 르노를 신뢰하지 못 하게 되었고, 혼다가 F1에 장기적으로 헌신할 것이며 지금은 부진해도 기술력과 자본은 믿었기 때문에 혼다도 고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규정에서는 워크스 팀이 아닌 한 챔피언이 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팀 보스들의 생각이며, 르노와 결별하게 된다면 다른 메뉴팩처러의 워크스가 되는 것만이 길이고 그 가능성이 폭스바겐과 혼다였던 셈이죠.

 혼다는 엔트리 수를 늘려서 마일리지 확보도 기대해보고, 맥라렌의 일방적인 비난에도 반박할 겸 레드불의 제안에 흥미가 없진 않았던 듯 합니다. 이미 80년대 전성기에도 혼다는 윌리엄스, 로터스와 오랜 성장통을 겪었지만 실제로 대성공을 거둔 건 나중에 혼다를 낚아챈 맥라렌이었기에, 팀 갈아타기가 전과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소문에 따르면 론 데니스가 혼다와의 계약조항을 내걸며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레드불-혼다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맥라렌으로썬 이래저래 엉망인 상황에 워크스 지위까지 뺏기면 10년은 챔피언십은 꿈도 못 꿀테니 철저할 수 밖에 없었죠.

 어쨌든 폭스바겐과 혼다라는 옵션이 날아가자 레드불로썬 남은 선택지는 르노 뿐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르노냐 철수냐 두가지 옵션 밖에 없고, 버니 에클스톤과의 계약 때문에 철수는 현실성이 없긴 했습니다. 다행히도 르노가 올해에는 성능향상을 어느정도 보였고, 또 르노가 워크스팀 복귀를 결정한 뒤로 투자도 대폭 증가하면서 신뢰도 증가했다고 합니다.

 작년 중 최악의 상황에 르노는 레드불 공급도 포기하고, 워크스팀도 하지 않으며 완전히 F1에서 철수하는 안도 있었습니다. 돈낭비가 될 수도 있기에 작년엔 무작정 투자할 수도 없는 처지였습니다. 하지만 워크스팀 복귀를 결정한 이상 최고의 엔진을 만들기 위해 자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르노 엔진의 성능향상을 가져왔고 레드불에도 장기적 파트너십이 가능하다고 여기게 했을 것입니다.

 물론 르노 워크스가 있는 한 레드불은 이전처럼 실질적 워크스 지위를 누릴 순 없지만, 르노는 이전에 워크스팀을 꾸리던 시기에도 엔진 파트너들에게 차등 없는 공급을 해온 바 있었고 메르세데스나 페라리에 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공평한 공급자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섀시와의 통합 면에서는 사실상 워크스 였던 이전만큼 매끈하진 않겠지만 섀시 기술에 있어서는 여전히 최고라는 자신을 갖고 있고, 스페인과 모나코에서 이를 입증했기 때문에 같은 엔진이라면 르노 워크스도 이기며 챔피언이 될 수 있으리라 본 듯 합니다.

 한편 토로로소는 올해 초 구형 페라리 엔진의 성능에 만족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작년 르노보다 페라리는 분명 나은 엔진이지만, 르노가 겨울 동안 성능향상을 이룬 게 분명해지자 토로로소의 엔진 우위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좁혀졌습니다. 이미 르노나 혼다가 2015년형 페라리보다 낫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팀 보스 프란츠 토스트는 내년에는 페라리가 최신스펙을 주어야 한다고 코멘트 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이는 르노 엔진으로의 컴백에 대한 블러핑이었던 셈입니다.

 르노 엔진이 만족스런 성능을 내준다면, 자매팀과 엔진, 기어박스를 통합하는 것이 개발속도나 신뢰성 면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올해는 엔진 공급량이 문제가 됐지만 르노로써도 엔진개발을 위해 엔트리를 늘리고 싶은 입장이기에 추가 엔진을 확보하는데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르노의 성능향상에 신뢰가 생겼다면 일부러 페라리 구형을 쓰면서 자매팀의 발목을 잡을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같은 파워트레인이면 섀시 성능은 물론 드라이버의 실력을 판단하기에도 더 용이하니 B팀으로써의 역할도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로써 레드불/토로로소는 2018년까지는 F1에서 큰 탈 없이 있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르노 엔진에 정착하는 게 레드불의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섀시 기술로 르노 워크스를 이길 자신감이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워크스 지위를 박탈당하는 건 패널티이며 기회만 있다면 워크스가 되려고 할 것입니다. 혼다 옵션은 당분간 끝난 듯 하지만 폭스바겐은 아직 완전히 죽은 건 아닙니다.

 어차피 폭스바겐이 F1에 들어오려고 해도 올해나 내년에 들어오긴 불가능한 스케쥴이었습니다. 최소 2017년까지의 르노 엔진 사용은 철수하지 않는 한 불가피했습니다. 2019년이면 디젤게이트도 진정되었을테고, 폭스바겐이 엔진을 준비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는 기간이며 어쩌면 이미 개발이 진행 중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정말 폭스바겐이 F1에 들어온다면 아마도 아우디가 WEC를 포기하고 F1으로 들어오게 될 듯 합니다.

덧글

  • 로리 2016/06/05 03:09 # 답글

    그런데 폭스바겐은 들어올 수 있을까 싶긴 합니다. 디젤 게이트 이후에 비용 문제도 있을 것이고요.
  • eggry 2016/06/05 13:19 #

    아우디 LMP1 프로젝트에서 거의 추가비용이 없을 거란 분석도 있긴 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Adsense Wide



2019 대표이글루_IT

2017 대표이글루_it

2016 대표이글루

2015 대표이글루

2014 대표이글루

2013 대표이글루

2011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메모장

Adsense Squ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