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제임스 카메론을 특별히 좋아하거나 높이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타이타닉은 그냥 저냥이었고 터미네이터1,2나 트루라이즈는 매우 좋아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이 딱히 작가주의적이라 느낀 적은 없습니다. 말끔히 잘 다듬어진 블록버스터를 만든다고 생각했죠.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특수한 점은 그가 영화의 연출과 특수효과에 있어서 이정표를 세운 적이 상당히 많다는 점입니다. 어쨌든 그의 영화는 언제나 당대 최고의 비주얼을 선사해주고, 때로는 최고 이상의 것을 선보여 영화계를 한단계 나아가게 하기도 했습니다. 아바타 또한 그러한 연장선에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평이한 내적인 요소에 비해 이 영화가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길 자격이 있다면 그것은 3D 기법을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첫 영화라는 것일 겁니다. 그간 애니메이션이나 몇몇 기술위주의 영화들이 3D 기술을 쓰기도했지만, 아마도 주류영화에서 이 기술을 보편화시켰다고 평가받는 것은 아바타가 될 것입니다.
아바타의 3D 영상은 편광 안경을 통해 구현됩니다. 이론적으로 이것은 어릴 적 써먹던 빨간색 파란색 셀로판지를 이용한 입체영상을 좀 더 고급화한 것입니다. 3D를 시청자에게 구현하는 방법은 그다지 독특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영화를 3D로 촬영하는 것이죠. 일반 필름이나 디지털로 촬영된 영화를 3D 영화로 만들려면 엄청난 후보정 작업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3D로 촬영되어야 합니다. 방법은? 2개의 카메라를 이용하는 것입니다.(이건 그냥 추리한 건데, 찾아보니 맞더군요.) 코닥에서 세계 최초로 2개의 렌즈와 2개의 센서로 3D 촬영을 할 수 있는 스틸 카메라를 선보이기도 했고, 영화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남은 것은 두개의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을 컴퓨터를 이용해 깊이값을 뽑아내고, 3D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이죠. 물론 CG 합성같은 후반작업 부분도 있지만 이런 부분은 일단 다른 영화들과 동일합니다.
스토리적으로나 내적으로 아바타는 특출난 구석은 없습니다. 스토리는 시놉시스와 예고편만 봐도 바로 예상 가능하고, 캐릭터들은 아주 틀에 박혔거나 어디서 본 듯한 인물들입니다. 사업가, 군인, 과학자...배역들은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그레이스 박사 역을 맡은 시고니 위버는 본인이 정글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바도 있어서 어찌보면 본인 그 자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스티븐 랭은 전형적인 전쟁광 해병 쿼리치 대령을 훌륭히 소화해냅니다. 제이크는 너무 주인공 같아서 딱히 말할 거리는 없는 듯 하고. 뭐 스토리에서는 뭔가 새로운 것을 선사해주지도 않고, 가슴이 울릴 만한 메시지나 감동을 전해주지도 않습니다. CG 말고는 건질 거리가 하나도 없는 트랜스포머2 따위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카데미 작품상 같은 걸 받을 물건은 절대 아닙니다. 만약 받는다면..."아카데미가 그렇지 뭐"
어쨌든 앞서 말한대로 이 영화의 최대 장기는 비주얼입니다. 영화 전체에 걸쳐서 기존의 어색함을 느낄 수 없는 입체감은 놀랍습니다. 어지럼증 같은 것도 없고. 다만 안경테 자체가 그렇게 고급은 아니기 때문에 저같은 안경착용자들은 귀가 좀 아프실 겁니다. 뭐 그래도 바이저나 헬멧을 쓰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그리고 이것이 3D 기술의 부산물인지, 아니면 카메라의 성능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생 이렇게 해상력이 좋고 미세한 질감까지 놓치지 않고 보여주는 영상은 처음입니다. 한마디로 쨍~ 합니다. 고해상도란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내용 외적인 것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메카 디자인이 좀 구리다는 것과, 엄청난 정성을 기울여 만들어낸 판도라의 생태계와 환경이 그냥 신기한 배경 정도로 밖에 묘사되지 않는다는 정도입니다. 뭐 이런 거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러닝타임이!)
덧글
건담...같은건 아니겠죠?[...]
제 기준에 따르면 건담이 등급을 매길 가치도 없는거와 같은거군요[....]
이제 그점을 고려하면서 포스팅을 읽으면 되겠군요 :)
제가 괜한 말을 해서 수고를 끼쳐드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생각보다 연기 참 잘 하던데요? 캐릭터가 생생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