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6 3달 사용기 by eggry


 전기차 계약했다고 글 올린 후 소식이 없었는데 10월 말에 기아 EV6를 출고 받고 이제 3달 좀 안 되게 탔습니다. 모델3, 모델Y, EQA, EV6까지 총 4가지 모델을 예약했었는데 EQA는 주행거리 발표나고 바로 취소했고, 모델3도 내년까지 가망 없어 보여서 취소했습니다. 모델Y는 주기적으로 수령 여부 연락이 왔지만 보조금 시점과 맞아 떨어지지 않아 번번히 연기해야 했고, 막상 보조금이 추경됐을 때는 차를 못 준다고 했습니다.

 결국 기아만 타이밍 맞춰서 차를 줄 수 있어서 선택지 같은 건 없었습니다. 모델Y를 원한다면 내년까지 기다리든지 아니면 보조금 없이 사야 했습니다. 애초에 모델3/EV6보다 800만 쯤 비싼데다 보조금까지 반토막이기 때문에 1200만 정도 더 비싼데 보조금까지 안 받으면 1500만 이상 차이라서 도저히 그럴 엄두는 못 냈습니다.

 돈 문제만 아니었다면 모델Y가 호기심 면에서 약간 더 앞섰지만, EV6는 시승해보지 않았음에도 기아자동차에서 일정 수준으로 만들어낼 거라는 신뢰가 있었습니다. 원래 타던 차가 기아 프라이드여서는 아닙니다. 너무 오래된 차라 요즘의 기준이 되긴 안 맞죠. 그냥 최근 나온 기아 차들의 경험과 평판, 그리고 먼저 나온 같은 플랫폼인 아이오닉5의 평판에 맞춰서 기대치를 잡았습니다. 결과적으론 99% 정도 맞았다고 하겠습니다.

 차에 대해 글 하나로 얘기하기는 너무 어렵고 정리도 안 되지만 되는대로 적어보겠습니다. 내용의 초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는 합니다. 그냥 차량 자체의 체험에 대한 얘기가 메인이 되겠지만, 전기차에 대한 얘기도 어느정도는 들어가야 할테니까요. 둘을 나름대로 잘 모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차량의 사향은 GT 라인 트림의 요트블루 색상이며, 롱레인지 배터리+AWD 구동에 옵션은 빌트인캠을 제외하고 전부 들어갔습니다. GT라인이기 때문에 휠은 기본 20인치입니다. 10월 22일 인수했으며 주행거리는 현재까지 1만 2500Km 정도입니다. 구매에는 보조금 적용하고 최종적으로 취득세 포함 5300만 정도가 들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

걸즈 앤 판처 최종장 3화 - 느리게나마 진행 중 by eggry


걸즈 앤 판처 최종장 1화 - TV판의 모조를 되찾다

 CGV 동수원에서 4DX로 봤습니다. 생각해보니 2화 보고 안 썼는데 사실 별로 쓸 필요가 없는 내용이라서... 1화에서 노선이 정해진 뒤로는 대충 TV판 에피소드를 좀 키워놓은 정도 느낌으로 진행 중입니다. 영리하달지 악랄하다고 생각하는 건 매번 경기가 중간에 끊겨서 다음화 중간에야 끝난다는 거네요. 뭐 결국 끝까지 보라는 얘기 되겠습니다.

 TV판 구성의 변형에다가 제작기간이 기니까 좀 더 여유롭고 풍성하게 만드는 정도인 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첫 대결의 BC자유학교 이후로는 결국 TV판부터 나왔던 학교들과 계속 만나고 있어서 대전상대나 캐릭터의 새로움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나마 3화에서 케이조쿠 쪽에 신 캐릭터가 하나 나오긴 했는데 그래봐야 그쪽은 합쳐서 4명인데다 3명은 한 차량이라죠. 그나마 앞으론 신 캐릭터가 아예 없을 듯 하니 이거라도 감지덕지라고 해야할지.

 대전이나 내용에서의 참신함은 이제 더이상 없기 때문에 결국 화려해진 액션이 주 포인트라고 할 수 있고, 그나마 4DX 극장 상영을 하니깐 이게 주된 메리트인 듯 합니다. 솔직히 블루레이나 VOD로는 신선함 부족으로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2,3화에서는 지형이 좀 안 좋은 편이라 덕분에 승차감은 아주 좋습니다. 어쨌든 울퉁불퉁 덜컹덜컹거려야 뽕 뽑으니까요. 극장판 대비 스펙타클함은 확실히 떨어지긴 합니다.

 별로 새로운 게 없었던 3화였지만 안그래도 느린 제작속도에 코로나19로 더 지연되는 상황에 어쨌든 나아가고 있다는 게 본 내용보다 더 소득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TV판까지가 제일 말끔하고 극장판은 서비스라고 생각하는데 최종장은 아무래도 좀 늘어지는 감이 있긴 합니다. 새로운 자극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일정 수준의 기본기나 완성도는 해치지 않고 나와주고 있습니다.

 매너리즘이 좀 심해서 4화 쯤부터는 조금 파격을 보여줘야 할 거 같은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3화의 끊는 타이밍도 조금은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 같기는 합니다만, 과연 기대에 부응할런지? 또 1년 넘게 기다려야 알 수 있겠네요. 끝날 때 쯤이면 제 나이 앞자리가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달로리안 - 부담없이 즐기는 스타워즈 월드 투어 by eggry


 디즈니+의 첫 스타워즈 오리지널인 '만달로리안'을 봤습니다. 처음 타이틀이 발표됐을 땐 THE 만달로리안이니 당연히 원래 '스타워즈 스토리' 시리즈로 기획되다가 재활용된 보바 펫의 TV 시리즈 버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지나고 보니 보바 펫 시리즈는 따로 나오고 다른 만달로리안 얘기였습니다. '클론전쟁' 쪽이 오히려 더 연관된 내용이라고 해야할 듯 하네요.

 번쩍이는 은색 베스카 갑옷에 아기 요다라든가, 프로젝션 기술을 이용한 촬영 기법이라든가로 유명했는데 사실 이야기는 꽤 널널하고 단조롭습니다. 2시즌 동안 절반 정도는 스타워즈 세계관 투어 같은 느낌의 행성 둘러보기나 종족 만나기 같은 내용이었으니까요. 메인스토리와 별로 연관 없는 사건도 많지만 이야기의 핵심이 '만도'와 베이비 요다가 시간을 보내면서 정 드는데 있기 때문에 이런 돌아가기도 전체 구성에서는 제 역할이 있기는 했습니다.

 전개가 꼭 RPG 게임 같은 느낌으로 이뤄지는데, 극초반부에 퀘스트 맡아서 갑옷 재료를 입수한다든가 하는 부분이라거나, 당초 목적을 갖고 갔는데 조력해줄 사람이 뫄뫄 해주면 도와줄게 같은 식으로 서브퀘스트를 한다든가 하는 전개가 많습니다. 그 와중에 이 행성 저 행성 다니면서 풍경구경에 종족구경 하고, 만도나 베이비 요다와 친해져서 나중에 레이드 파티[...]에 합류할 동료도 만들고 말이죠.

 포부가 소박해서 실망할 거리도 적기는 한데, 주된 불만은 액션이 너무 적거나 썰렁하다는 거네요. TV 시리즈라고는 해도 스펙타클이 너무 적고 가난하기는 했습니다. 또다른 불만은 내용 자체가 상당히 가족 친화적이고 대상 연령대도 폭이 넓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 와중에 아주 가끔씩 이래도 되나 싶은 고어 연출이나 웃기려고 한 건데 좀 그로테스크 상황 같은 게 나와서 당혹스럽게 만든 부분이었네요. 개구리 알 먹는 부분에선 다들 이건 심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황량한 배경에 소수의 등장인물만으로 액션이나 전개가 이뤄지는데 배경 묘사는 프로젝션 기술로 꽤 멋지게 이뤄져서(덕분에 보바 펫처럼 허름한 갑옷이 아니라 반사가 심한 갑옷을 입고도 자연스러운 시각효과가 가능) 풍경 구경은 되지만 화려함이나 밀도는 별로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 황무지이고 군중도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새로운 캐릭터인데다 캐릭터 자체도 THE 만달로리안이라고 할 만큼 힘을 준데 비하면 정작 딱히 압도적인 실력자 같은 건 아니고 의외로 잘 털리는 허당인데 그런 느슨함이 '만달로리안'의 개성이기도 합니다. 디즈니로 인수되면서 시퀄 트릴로지도 시원찮게 끝났고, '스타워즈 스토리' 시리즈도 '한 솔로'로 결국 잠정 중단된 상황에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큰 야심을 갖기보다는 조금씩 천천히 쌓아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무명 캐릭터에 느린 전개를 하면서도 가끔씩 세계관이나 스토리 설정을 끌어내고, 카메오 출연으로 이후 전개될 다른 시리즈물의 기대감을 주는 게 '만달로리안'의 역할이었습니다. '만달로리안'을 통해서 '아소카'나 '북 오브 보바펫' 그 외에도 새 클론워즈라든가 두세가지 정도는 더 나올 여지를 만들어 줬습니다.

 그 와중에도 정보나 떡밥 과잉으로 주의를 어수선하게 하지 않고 등장인물과 사건을 간략화해서 부담 없게 만든 건 MCU의 피로감에 비해 편했습니다. 물론 이제 발판을 만들어 가는 입장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이미 발표됐거나 예상되는 스타워즈 시리즈만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인데, MCU처럼 의무학습을 과하게 요구해서 힘들어지진 않기를 바랍니다.

 일단 1기 스토리는 시즌2를 통해서 마무리 되었는데 시즌3가 예정되어 있긴 하지만 스토리가 크게 정리되었기 때문에 연속성을 강조한 스타일이 될지 아니면 새 테마로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베이비 요다가 계속 나오긴 어려워 보이고, 정황 상으론 보바 펫이나 보 카탄과의 얘기가 더 나올 거 같긴 한데 그럼 좀 더 만달로리안들의 이야기가 될 거 같네요.

매트릭스: 리저렉션 - 2021 업데이트 by eggry


 3부작으로 진작에 끝났던 매트릭스가 갑자기 복귀를 선언하고 신작이 나오게 됩니다. 2, 3처럼 넘버링이 아니라(국내명은 넘버링이 붙었지만) '리저렉션'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번엔 매트릭스4가 아니라 '리저렉션'으로 개봉했네요. 워쇼스키 자매 둘이 공동제작하지 않고 이번에는 라나 혼자서 만들었습니다.

 티저나 예고편의 떡밥들은 상황을 정확하게 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일단 개봉 전 소문으로 돌던 '네오가 파란약을 먹은 뒤 이어진 세계'는 아닙니다. 요즘 많은 프랜차이즈들이 그러듯 완전히 없었던 일로 치부하는 리부트 대신에 속편과 리부트의 역할을 동시에 가져가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99%의 경우보다는 더 영리하고 괜찮은 방법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닫은 책을 다시 펼친다고 했을 때는 언제나처럼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게 부동의 생각이고, 매트릭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에반게리온도 마찬가지였고, 뭐 셀 수도 없죠. 하지만 적어도 이야기를 추가하기로 했다면, 원작을 제대로 이해하는 원작자가 새 시대에 맞춰서 새로운 얘기를 더할 수 있기를 바랬고 '리저렉션'은 최소한 워쇼스키가 만든 게 맞으며, 매트릭스도 맞습니다. 물론 초대 원리주의자에겐 여전히 아니겠지만, 그야 2,3부터 그랬겠죠?

 물론 그렇다고 '리저렉션'이 시대의 아이콘이나 명작 같은 게 되는 건 아닙니다. 이미 끝난 트릴로지에서 다시 이야기 한다는 건 언제나 근본적인 한계를 먹고 들어가는 부분입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트롤로지를 압축시켜서 데자뷔 형태로 뒤틀어서 만들어 놨습니다. 그만큼 새로워지는덴 한계가 명확합니다. 일단 영화 3편의 압축변형된 구성이기 때문에 트릴로지를 보고 가는 건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데자뷔를 일으키는 서사와 씬으로 구성된다고 하면 당연히 예측성이 높아서 뻔하고 지루해지기 쉬울텐데, 그 점에선 '리저렉션'은 제법 세련되게 커버했다고 생각합니다. 흡족할 정도로 이상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어떻게 다를까 하는 호기심은 계속 살아있게 해줬습니다. 시각/연출/편집적으로는 꽤 현란해서 흡족함도 있었습니다. 다만 몸액션은 배우들이 늙어서 그런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완전 신작 같은 파격을 보여주지 못 하는 한계는 이런 태생의 문제도 있지만 이야기가 트릴로지에 빗대어 본다면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3의 압축판 같은 이야기지만 결말의 상황은 1에 가깝습니다. 1과 다른 점은 그때는 속편이 나올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시온이니 기계도시니 같은 것들은 스타워즈 에피소드4의 클론전쟁 같이 뜬구름 같은 거였지만, 이번에는 훨씬 구체적으로 상황과 떡밥이 주어져 있다는 것 되겠습니다.

 그래서 전 보고 나오면서 "당연히 속편이 나오겠구나. 그럼 이정도면 괜찮은 재시작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현재로썬 속편이 잡힌 것도 없고 라나조차도 트릴로지가 시작되진 않을 거라고 하는군요. 이대로 '리저렉션' 이후가 못/안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면 1보다는 어느정도 떡밥 요소가 있긴 하지만, 또 1과 비슷하게 뒤가 안 나와도 큰 무리는 없는 이야기를 만들었긴 했습니다.

 '리저렉션'을 만든 이유가 매트릭스에 대한 오해/오용과 시대의 변화에 맞춰 '업데이트'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여기서 그치기보다는 더 과격한 계획이 있을 거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옛날보다 더 어려워진 질문과 싸움을 던져 놓았다면, 질문을 던진 것만으로 끝은 아닐거라 생각했습니다만, 뭐 이대로 끝나도 그리 나쁘지 않은 개정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내면에서는 속편 없이 이정도로 끝났으면 하는 부정적인 관점과 이왕 시작한 거 한번 제대로 해보자(설사 폭망하더라도)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충돌하고 있군요. '리저렉션'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이 "괜찮은 재시작"이기 때문에 물론 속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합니다. 처음 보고서는 "이렇게까지 했으니 라나가 다 생각이 있을거야" 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이게 다라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UNACCEPTABLE! by eggry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의 세번째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하 '노웨이홈')이 어제 개봉해서 보고 왔습니다. 일단 영화가 뭘 얘기해도 스포일러가 되기 십상이니 스포일러 얼럿으로 시작합니다. 본 사람들 기준으로 하는 얘기니까 스토리 줄임말 같은 건 하지 않고 그냥 제 인상만 대충 적고 말겠습니다.

 솔직히 개봉 전의 무수한 유출과 떡밥에 비해서는 요란한 판에 못 미치는 그냥저냥의 결과물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악당이 누가 나오는지 확실했던 시점에서 소위 삼파이더맨은 너무 당연한 예상이었다고 해야겠습니다. 솔직히 멀티버스 떡밥도 쉬다 못 해 썩으려는 상황이니 예상 밖의 이벤트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예상 밖이었던 건 참으로 스펙타클하지 못 하게 그냥 슬렁슬렁 기어 나오는 악당들에 더 슬렁슬렁 나오는 스파이더맨들 되겠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크게 두줄기의 흐름이 있는데, 하나는 피터 파커(1)과 MJ, 네드, 메이 숙모와의 관계에 대한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스파이더맨으로써의 성숙에 대한 것입니다. 이 둘을 섞어주는 건 정체가 드러나 겪는 어려움을 막으려고 닥터스트레인지의 힘을 빌리려다 잘못되어 멀티버스의 빌런과 스파이더맨들이 쏟아져 들어온 것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기억지우기나 멀티버스 이슈는 너무 얼렁뚱땅 편의주의적으로 쓰였다고 생각해서 나름 감동적일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음에도 주의가 분산되서 몰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가장 가관이었던 건 상대적으로 미성숙한 톰 홀랜드가 좀 더 어른인 다른 스파이더맨들과 만나서 조언이나 격려를 받는 부분에서 '여긴 당연히 이 대사가 나와야지'라고 인위적으로 구성된 시츄에이션들이었습니다.

 멀티버스의 스파이더맨들간의 관계는 솔직히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쪽이 훨씬 나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스파이더맨1,2를 제외하면 이 근처에라도 가는 스파이더맨 영화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노웨이홈'의 스파이더맨들의 농담은 솔직히 좀 웃기려고 애쓰는 썰렁개그 같은 느낌이어서 웃기긴 한데 헛웃음에 가까웠네요.

 메이 숙모의 그 대사가 나올 때, 아 그래 왜 톰 스파이더맨에겐 벤 파커의 존재감 같은 게 없나요? 그거 없으면 스파이더맨 아니잖아요- 대한 답이 이것이긴 하겠죠. 그런데 그게 이렇게 질질 끌다가 세번째 편에서, 이렇게 요란하면서 인위적인 형태로 이뤄지는 건 솔직히 뒤늦은 숙제 하면서 이제 됐냐? 라고 하는 느낌이었네요. 첨언하자면 벤 파커가 아니라 메이 숙모인데는 아무런 감정 없습니다.

 악당들을 상대하는 법도 좀 개운치 않은 면이 있는데, 일단 악당들이 전부 다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거든요. 물론 그게 능력 생기면서 정신도 나쁜 놈이 되서 그렇지 일단 노멀로 츄라이 해보면 생각이 달라질거야- 같은 건데... 아니 그것부터 좀 웃긴 얘기긴 하죠. 중간에 악당들도 말하지만 누가 도와달라고 했냐고 하는데 솔직히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

 닥터 옥토퍼스나 그린고블린은 그래도 이중인격성이 있어서 나은데, 솔직히 일렉트로랑 리자드맨은 보통사람으로 돌아간 게 실망스러워 보이던데, 스파이더맨이랑 못 싸워서 안 죽을테니 잘 된 일인지는 모르겠네요. 이대로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면 죽으니까 고쳐서 살리겠다는데 너무 자기 좋을대로 정상성에 대해 생각하는 거 아닌가 혼란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멀티버스 개입 문제까지 생각하면 이래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드는데 닥터스트레인지 말대로 무한대의 빌런과 스파이더맨들이 있고 이것조차 그냥 멀티버스 분기에 불과할지 모르는데 선의라곤 하지만 선택적으로 몇개만 돕겠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존재론적 의문도 들고 그렇습니다. 뭐 아직 MCU 멀티버스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니 너무 따지고 들진 않겠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게 어쨌든 시도는 해봐야죠, 어쨌든 도와는 봐야죠 라는 메시지인 건 알겠고 피터 파커(1)의 선의와 메이 숙모의 가르침인 건 알겠는데, 그게 하필 멀티버스에 역사 문제이다보니 솔직히 이게 그냥 좋은 게 좋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피터 파커(1)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주변사람들이 자신을 잊게 만드는 건 솔직히 합당한 벌(!)이라는 생각까지도 들기도 합니다.

 개봉 직전에 톰 홀랜드가 3부작을 더 한다고 발표되었고, 아직 주니어였던 스파이더맨이 페이즈4에서는 주역이 될 거란 건 확실한 상황이긴 합니다. 그러니 피터 파커(1)와 스파이더맨은 전형적인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으로 스텝업 할 필요성이 느껴지던 상황이라 이런 형태로 리셋 아닌 리셋을 시도한 건데 솔직히 별로 좋은 형태였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그 와중에 그래도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주로 MJ, 네드, 메이 숙모와의 사적인 관계 쪽이었습니다. 정체가 탄로나서 힘든 상황에 얘들 정말 친하구나, 정말 헤어지기 싫어하는구나 라는 느낌은 확실하게 전해줬습니다.

 하지만 단호히 말하건데, 저는 '노웨이홈'의 멀티버스와 마법을 이용한 방식이 정말 싫었습니다. 이건 재미있었냐와 별개로, 스토리의 도구로써 이런 짓 하면 안 된다는 쪽에 가까운 입장이라서 '노웨이홈'을 좋아하게 될 일은 절대 없을 거 같습니다.

헤일로 인피니트 - 잠깐 숨 돌리는 343의 방황 by eggry


 엑스박스 시리즈X/S보다 먼저 발표된 게임, '헤일로 인피니트'가 드디어 출시됐습니다. 지난주 발매일부터 해서 이번주 초 캠페인을 노멀 난이도로 클리어 했습니다. 완벽 수집은 아니고 그냥 지도에서 보이는대로는 다 주으면서 했는데 플레이타임은 20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수집이나 서브 보스 같은 것들을 하지 않고 캠페인만 진행한다면(그렇게 해도 낮은 난이도에선 별 문제 없어 보입니다) 12시간 정도면 충분할 거 같습니다.

 '헤일로 인피니트'는 '헤일로5'의 실패 이후 큰 짐을 지게 되었고, 그 자체로써도 많은 문제를 겪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당초 예정되었던 작년 연말의 출시는 첫 트레일러 후 혹평에 긴급 연기되었습니다. 주로 지적당했던 그래픽 쪽은 분명히 강화되긴 했지만, 낀세대의 특성 상 차세대 비주얼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론 그냥 플레이하는데 간신히 빈티 나지는 않는 정도 비주얼이라 생각합니다. 그나마 해상도와 프레임은 잘 잡힌 듯 합니다.(전 시리즈X로 플레이했습니다.)

 번지가 MS 게임스튜디오에서 이탈하고 343 인더스트리가 설립된 후 헤일로는 노선 잡기에 늘 햇갈려 했습니다. '헤일로4'는 당시 압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던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의식한 듯한 선형적 구성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헤일로3, ODST, 리치 등에서 번지가 별로 만족시켜주지 못 했던 AAA 게임 다운 비주얼을 갖추는데 주력했습니다. 게임플레이에 대한 반응은 그냥 그랬다고 해야겠습니다. 해킹 USB 꼽기라고 불린 캠페인 후반부 진행도 놀림거리였지만, 멀티플레이도 크게 인상을 주진 못 했습니다.

 하지만 엑스박스360이란 성공적인 하드웨어와 아직 연이어 성공 중이던 헤일로 시리즈의 후광을 누린 '헤일로4'에 비해, '헤일로5'는 훨씬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엑스박스원은 여러 전략적 실수로 열세에 놓이게 되었고, 킬러 타이틀인 '헤일로5'에 지어진 부담은 컸습니다. 새 플레이어 캐릭터를 추가해 스위칭 한다는 건 야심차긴 했지만, 요란한 마케팅은 대부분 내용과 무관한 허세였고, 짧으면서도 플레이어가 스위칭되어가는 캠페인은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 했습니다.

 '헤일로5'는 기술적으로는 어느정도 성공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리마스터인 '마스터치프 콜렉션'을 제외하고 신작으로는 최초로 60프레임을 목표로 만들어졌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30프레임이라든가, 텍스쳐 필터링이 구리다든가, 해상도가 낮다든가 하는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60프레임은 게임플레이 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멀티플레이의 액션과 무기 밸런스는 매우 훌륭했고, 전장 모드라는 재밌는 대규모 플레이어 모드도 있어서 배틀로얄 게임의 유행에도 어느정도 자기 자리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헤일로 인피니트'로 오게 되면서 '헤일로5'에서 지리멸렬하면서도 너무 크게 벌려놓은 스토리를 수습하는 게 가장 급선무였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헤일로5'의 새로운 게임플레이도 대체로 높은 평판에도 불구하고 올드유저들의 심각한 저항에도 직면하게 됩니다. 이 하드코어 올드유저들은 제트팩이나 스프린트 자체가 없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곤 했습니다.

 온갖 홍역 끝에 나온 '헤일로 인피니트'는 여러모로 현실타협의 산물입니다. 코로나19를 포함해 개발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걸 증명하듯, 캠페인은 썩 마감이 좋지는 않습니다. 오픈월드를 내세웠지만 사실 '헤일로 인피니트'의 구성은 '헤일로3'의 아크 레벨을 거의 그대로 불려놓은 것과 같습니다. 그저 이제는 맵이 있고, 맵에 부가 목표나 수집이 표시된다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거기다 게임 후반부는 거의 완전히 구세대의 선형적인 아레나 구성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때 보여지는 환경 또한 선조 건축물이나 3개의 동일하지만 위치만 다른 목표 등 '헤일로3'의 데자뷔를 강하게 일으킵니다. 사실 게임 전반 동안 오픈월드에서 보냈던 시간은 그 못지 않은 시간을 연속 아레나 구성으로 보내면서 금방 잊어버릴 정도입니다.

 전반부의 느슨한 오픈월드는 별로 오픈월드로써의 흥미로움을 주지는 못 했지만, 적어도 완급의 자유를 선사해 부담이 적었다면, 완전히 '헤일로3' 후반부로 돌아간 듯한 실내 진행은 단조로우면서 꽤나 길어서 인내심을 시험할 뻔 했습니다. '헤일로 인피니트'는 현대 FPS 중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적과 무기가 다양한 게임이지만, 이정도로 많은 시간을 계속 연이어 싸우다 보면 그 조차도 바닥이 보일 정도입니다.

 다행인 점은 이런 레벨디자인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충실한 기본기 덕분에 간신히 패드를 놓지 않게 만들 정도의 매력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의 전적으로 총질과 액션의 완성도에 기대는데, 물론 '헤일로3' 시절에 비하면 무기라든가 타격부위의 효과 등 여러 디테일이 추가되긴 했습니다. 특수장비 중에서는 그래플러훅만이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인데, 특수장비가 4가지지만 유용성이나 필요성으로 보자면 그래플러훅이 90% 쯤 됩니다. (기본)제트팩도 없는데 그래플러훅도 없었다면 상당히 고리타분할 뻔 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스토리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애초에 본편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스토리라 할 만한 건 거의 없습니다. 게임은 UNSC 인피니티가 배니시드에게 습격당하고, 마스터치프가 에이트리옥스에게 패배해 우주공간에 버려진 뒤 구출되어 헤일로로 내려가는 걸로 시작합니다. 플레이어의 99%는 '헤일로5'를 했더라도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 할 것입니다.

 덕분에 스토리텔링의 대부분은 세상에서 반년 동안 격리[...]되어 게이머와 마찬가지로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새로운 AI, '무기'의 의문과 그에 답하는 다른 이들의 회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직접 겪는 스토리가 아니라 거대한 오디오로그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별로 흥미롭지도 않고 몰입도 잘 되지 않습니다. 치프와 상호작용하는 유일한 살아있는 인간인 파일럿의 역할도 극히 미미합니다.

 오직 '무기'만이 치프와 유의미한 상호작용을 하지만, '무기'의 역할은 거의 다 플레이어의 의문을 대신 질문해서 상대방이 술술 풀어놓게 만드는데 불과합니다. 어쨌든 '헤일로 인피니트'의 스토리는 코타나의 반란이 어떻게 종식되었나 되돌아봄과 동시에, 새로 상표출원 되었다는 '헤일로 엔들리스'로 가는 길을 열어놓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코타나의 이야기는 지나간 얘기의 술회일 뿐이고, '엔들리스'의 이야기는 정말 최소한의 떡밥 뿐입니다. 그 말은 '헤일로 인피니트' 자체의 스토리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란 얘기입니다.

 솔직히 번지 헤일로들도 스토리나 스토리텔링이 차마 좋다고는 말 못 할 상황이었지만, 343 헤일로의 스토리는 어째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같습니다. '헤일로4'에서는 다소 과할 정도로 설정이나 스토리에 의미를 두는 구성을 했는데, '헤일로5'에선 스토리와 게임이 잘 어우러지지 못 하더니, '헤일로 인피니트'에선 아예 스토리가 거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고전적이고 반복적인 레벨디자인이나 스토리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게임플레이의 재미가 게임을 살리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프랜차이즈의 명성으로 말하자면 간신히 무너져내리지 않도록 일단 받쳐놓는데는 성공했다는 정도로 느껴집니다. '헤일로5'의 반발 이후 조심스럽고 싶으면서도 제반상황마저 순순히 돌아가지 않았던 건 이해하지만, 343이 헤일로를 다시 부흥시키리면 이걸 발판으로 좀 더 강렬한 인상과 높은 완성도를 선보여야 할 것 같습니다.

 '헤일로 엔들리스'가 그걸 충족시켜줄까요? 일단은 확장팩 격 존재일 걸로 보이기 때문에 높은 기대는 갖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만, 적어도 '헤일로 인피니트'와 달리 오리지널 스토리가 어느정도 나올 거라는 점에서 343의 역량이 어느정도일지 평가해볼 기회는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실적을 보면 크게 기대는 안 되지만요.

F1 2021 아부다비 GP 결승 by eggry


 최종전 순위로 챔피언이 결정되게 된 2021년 시즌. 결과는 나왔고, 둘 중 한명이 결국 챔프가 됐습니다. 누가 됐는가를 떠나서 원하던 형태의 피날레는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두고두고 가장 이상하게 챔피언 결정된 시즌으로 꼽히게 될 듯 합니다. 경기의 향방이 드라이버나 팀의 손보다는 FIA의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는 결정에 의해 형태가 잡혔다는 게 너무나 똥맛 카레 같은 느낌입니다.

 맥스가 폴에 소프트, 해밀턴이 P2에 미디엄인데 설마 했지만 역시 맥스가 느린 스타트로 순위를 잃으면서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맥스는 곧이어 몇코너 뒤 어택을 넣었지만, 이번에도 해밀턴과 접촉 위험이 있었고 해밀턴은 트랙 밖으로 나갔다가 합류합니다.

 올 시즌 너무나 많이 봐왔던 모습이고 특히 지난 경기에 맥스에게 패널티가 주어졌기 때문에 해밀턴에게도 패널티가 나올까 했지만 스튜어드는 이번엔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개인적으론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패널티가 왠만하면 주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쪽이긴 한데, 어쨌든 스튜어드의 근거는 맥스의 공격이 해밀턴을 밀어내게 만드는 것이었고, 해밀턴이 시간 이득을 곧바로 돌려줬다고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패널티에 반대하는 것과 별개로 이 두가지 모두 별로 납득이 가진 않는데, 물론 맥스의 공격이 줄을 타는 것이긴 했지만 맥스도 현실성 없는 공격으로 코스를 나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또한 해밀턴이 별로 뒤로 물러섰다고 하기 어렵고 오히려 곧바로 격차를 벌리려고 열심히 달렸는데 갭을 돌려줬다는 것도 이상하긴 합니다. 어쨌든 패널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제가 바라던 바이긴 했습니다.

 패널티 논란이 무색하게도 해밀턴의 페이스가 확연히 좋은데다 타이어 수명도 길기 때문에 첫 스틴트는 맥스의 패배가 확고했습니다. 결국 맥스가 먼저 피트스탑 하면서 언더컷을 시도했는데, 해밀턴도 1랩 뒤에 갈아탔고 둘 다 같은 하드타이어가 되자 페이스 차이는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해밀턴-메르세데스가 맥스-레드불보다 확실히 빠르다는 게 명확해졌고, 아직 피트인하지 않은 페레즈를 이용한 지연전술이 1.5초 정도까지 좁혀지게 해줬지만 페레즈를 앞지르자 해밀턴은 또 쉽게 격차를 벌렸습니다.

 다음 사건은 VSC였습니다. 지오비나찌의 사고로 VSC가 나오면서 맥스는 손해가 적은 피트스탑을 먹고 어택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새 하드로도 충분한 페이스가 나오지 않았고, 10랩 정도 남은 시점에서 해밀턴을 앞지르는 건 불가능한 게 명확해졌습니다. 사실 타이어 갈았을 때 1.5초 정도는 빨랐어야 소모되고서도 추월 가능했을텐데 0.8초 정도 밖에 안 빨랐고 10랩 정도 남겨두고는 페이스 차이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6랩을 두고 라티피가 크게 사고를 내면서 진짜 SC가 나옵니다. 레드불은 이번에 아예 맥스에게 소프트를 신기며 마지막 어택을 노립니다. SC 정리 중에도 FIA의 결정에 대해 신경전이 오갔는데, 원래 FIA는 SC 뒤에서 맥스가 백마커를 앞지르지 못 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순위를 재정렬하지 않는 근거는 1) 트랙이 정리되지 않았거나(라티피의 차량은 치워졌지만 데브리 등은 아직 있었을 수 있습니다) 2) 남은 랩수가 너무 적을 때인데 결국 2랩 전에 정렬을 허용함으로써 2번째는 아니었을 듯 합니다. 2번째였다면 그냥 SC 뒤에서 피니시 하는 결말이 되었겠지요.

 마지막랩 직전에 SC가 들어가고 맥스는 새 소프트 타이어, 해밀턴은 경기 2/3를 달린 하드 타이어로, 해밀턴에겐 속수무책인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맥스는 아주 쉽게 해밀턴을 추월하고 패스티스트랩까지 기록하며 우승, 올해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SC 중에 페레즈가 리타이어 하면서 WCC는 메르세데스에게 넘어갔습니다.

 이번 경기의 향방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해밀턴-메르세데스의 페이스 우위가 확고한 건 그렇다 쳐도, 적어도 맥스-레드불이 악착같이 달려온 덕분에 마지막 행운이 따랐을 때 가능했던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마지막에 주어진 시간과 상황이 너무나 인위적이어서 그렇게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렵게 상황이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물론 메르세데스가 평이하게 트랙 포지션을 방어하는 형태로 1번의 피트스탑을 가져갈 때, 레드불은 3번이나 공격적인 결정을 했고 두번은 해밀턴의 페이스에 씹어 먹혔지만, 마지막에는 먹히긴 했으니 레드불이 자신들의 공격적 결정을 꾹 밀고 나간 게 한몫한 건 맞습니다. 맥스의 기여도는 리셋된 상황에 어드밴티지가 너무 심해서 좀 적긴 하겠습니다만, 같이 이기고 진다는 점에서야 메르세데스가 해밀턴 발목 잡은 것도 만만찮으니 한팀인 운명이라고 쳐야죠.

 다만 마지막 랩 상황이 거의 FIA의 주사위 던지기로 결정된 건 두고두고 찝찝하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SC가 나온 시점에서 라티피의 차량 정리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SC 뒤에서 챔피언십이 끝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결말이었습니다. 혹은 1랩 정도 더 걸려서 순위 정렬 없이 리스타트 했을 수도 있죠. 그랬다면 맥스는 비교적 순순한 백마커들이라곤 하나 해밀턴을 1랩 안에 잡을 가능성은 없었을 겁니다.

 나중에야 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그정도로 남은 랩이 적은 상황이라면 차라리 레드플래그를 내는 것도 방법이었을 겁니다. 두 드라이버 모두 새 타이어로 갈아끼고 5랩의 휠투휠을 하는 거죠. 물론 페이스 차이를 생각하면 이 상황에서도 해밀턴이 이겼을 가능성이 높긴 할 겁니다.

 물론 이정도로 끝의 끝에 잭팟이 터져서 챔피언이 되는 경우야 없었다고 하더라도, 맥스도 하루아침에 여기 온 건 아닙니다. 한 시즌 동안 포인트를 쌓아왔으니 마지막 경기에 챔피언십을 결정지을 수 있는 위치에 된 거죠. 다만 마지막이 그냥 깔끔하게 할 말 없는 압승이거나 아니면 누구나 말을 잊을 클라이막스라면 좋았을텐데 이번 경기는 그렇지 못 했네요.

 성패의 90% 정도는 FIA가 결정지었고, 9% 정도는 레드불, 1% 정도는 맥스라고 해야 할까요? 가장 실망스러운 건 이 주어진 상황에서 해밀턴은 그냥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겠습니다. 경기 내내 맥스를 따돌리며 달려봤지만 결국 마지막 랩 로또로 패배한 거나 마찬가지가 됐으니까요. 적어도 뭔가 저항이나 액션이라도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냥 백마커 신세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 SC 타이밍 마저 피트엔트리 지나버린 뒤라 새 타이어 낄 수도 없었으니...

 메르세데스는 당연히 항소하겠지만, 챔피언십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이대로 끝났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해밀턴이야 정말 허탈하겠지만 적어도 메르세데스는 WCC는 또 챙겨갔네요. 맥스는 첫 타이틀을 가져갔고, 혼다도 F1 철수 직전에 챔피언 한명은 만들고 가서 유종의 미는 거뒀습니다. 물론 이후 레드불 엔진도 그냥 혼다 브랜드 안 달린 혼다 엔진이지만 공식 네이밍은 사라지게 되니까...

 12월 중순까지 이어진 역대 최장의 F1 시즌은 이렇게 마무리 됐습니다.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결과는 기록에 새겨졌고, 이젠 다음 시즌까지 드라이버와 팀은 재충전 하면서, 팬들은 날짜를 세면서 기다리는 것만 남았군요.

크루엘라 by eggry


 애플TV+에 이어 디즈니+까지 한국에 서비스 하면서 OTT 서비스 풍년입니다. 아니 좋은 일만은 아니니 꼭 풍년은 아니군요. 저도 이제 영상 쪽 구독만 유튜브 프리미엄, 넷플릭스, 디즈니+, 프라임 비디오까지 4개나 됐습니다. 프라임 비디오야 아마존 프라임 하면서 덤으로 오는 거라서 추가 부담은 아니지만 이대로 HBO Max나 다른 영화사 자체 서비스들까지 들어오면 감당이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지금이 딱 아슬아슬한 지출 범위라고 느낍니다.

 디즈니가 마블, 픽사, 폭스 등 수많은 제작사를 인수한 덕분에 디즈니+의 컨텐츠 폭은 대단히 넓습니다. 물론 가장 주력으로 내세우는 건 스타워즈나 마블의 오리지널 TV 시리즈이지만, 그저 디즈니, 폭스, 픽사로만 압축해놔도 극장개봉 영화들만 해도 어마어마하죠. 신작도 비교적 빠르게 올라오는 편입니다. 디즈니+ 시청 1호로 극장에서 못 봤던 크루엘라를 보기로 했습니다. 사양도 돌비비전 4K에 애트모스 지원으로 호화스럽습니다.

 고전 '101 달마시안'의 악당이었던 크루엘라 드 빌의 젊은 시절 기원 이야기로, 사실 애니메이션에서 크루엘라는 상당히 단조롭고 그다지 배경이 없는 악당이었습니다. 신경질적이고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정도 외에는 캐릭터성이랄 게 없었죠. 영화 '크루엘라'를 통해 크루엘라에 캐릭터를 좀 더 부여하기는 했는데, 사실 '101 달마시안'의 크루엘라와 고스란히 연결시키기에는 좀 어색한 면이 있습니다.

 오리지널은 아주 평면적인 악당이었고, 영화판은 신경질적이지만 매력적인 반항아인데 아무리 싹수가 있었고 세월의 흐름이 있었다고 하지만 두 캐릭터를 하나로 연결시키기에는 이거다~ 싶게 와닿는 점이 없습니다. 부자집이 된 이유, 자동차 드 빌을 타고 다니는 이유, 심지어 두명의 부하까지도 영화에서 다 근거를 만들지만 솔직히 둘을 하나의 캐릭터로 받아들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영화는 그냥 크루엘라라는 별종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이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그래도 별로 문제가 없습니다.

 플롯 자체는 결국 뻔하다면 뻔한 떡밥 회수까지 포함해서 꽤 단조로운데, 실제로 재미있는 부분은 크루엘라가 백작부인의 심기를 마구 흔들어 놓는 게릴라전을 벌이는 중반부였습니다. 재능과 끼를 주채하지 못 하고 날뛰는데 난장판으로 뒤엎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엠마 스톤의 찡그린 얼굴도 매력적이었고요.

 정작 스토리가 진행되고 매듭지어지는 후반부는 뻔하다면 뻔한데다(복선이 나온 시점에서 다들 짐작했을 플롯), 크루엘라가 파격의 상징이었던데 비해서 디즈니라 어쩔 수 없이 클라이막스가 나이브하게 된 면이 있습니다. 사실 이 클라이막스 때문에 크루엘라가 결국 단조로운 악당이 되어버린다는 게 별로 안 와닿습니다. 이때는 선한 면도 있었지만 결국 거부할 수 없는 팔자에 타락했다는 건 크루엘라의 이단아적인 면을 생각하면 별로 받아 들이고 싶지 않은 해석이고요.

 결국 '크루엘라'는 그냥 아 옛날에 그런 캐릭터가 있었지. 그 캐릭터로 좀 재밌는 얘기 하나 만들어볼까- 정도의 발상이고, 시청자도 그정도로 받아들이면 딱 적당한 물건입니다. 그리고 이게 디즈니 헤리티지의 무서운 저력이기도 하죠. 옛날에 그냥 그런 뫄뫄가 있었는데, 이거 한번 활용해봐? 이정도 안일한 발상으로도 '크루엘라' 정도 되는 물건을 공장처럼 찍어낼 수 있다는 얘기니까요.

 디즈니+의 첫 체험으로는 메타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시청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디즈니+는 현재 한국에 서비스 중인 OTT 중에서 사양과 체험 수준이 가장 좋습니다. 앱은 넷플릭스보다 쾌적하고, 돌비비전/HDR/4K/애트모스 사양을 갖춘 컨텐츠도 아주 많습니다. 넷플릭스보다 수가 많은진 모르겠지만 넷플릭스는 대부분 그냥그런 넷플릭스 오리지널이고, 이쪽은 대부분 블록버스터 극장용 영화라는데서 질로는 비교가 안 됩니다. 애플TV+는 구독하지 않았는데 디즈니+에는 후회 없습니다.

F1 2021 사우디아라비아 GP 결승 by eggry


 새벽시간대고 월요일이라 안 보고 자면서 그저 누군가의 리타이어로 싱겁게 챔피언십 결정되지만 않기를 바랬는데 그건 이루긴 했네요. 사실 제가 가장 바라던 결과인 타이 포인트로 최종전으로 향하는 결과가 됐습니다. 결과론적으론 그런데 경기 내용은 이래저래 말이 많을 수 밖에 없었네요.

 제다에 만들어진 새로운 트랙은 걸프 국가들의 연이은 F1 참전의 최신판입니다. 사실 걸프지역에서 장 크고 강한 나라인 걸 생각하면(이란을 뺀다면) 거의 막차로 들어온 게 오히려 의외라면 의외라고 해야겠습니다. 제다 트랙은 시가지 트랙으로 만들어졌지만 해안가에 바짝 붙은 도로 일부만을 이용했기 때문에 싱가포르나 모나코, 바쿠처럼 시내 명물을 지나는 풍경은 볼 수 없는 트랙이었습니다.

 트랙 특성은 싱가포르 같은 벽이 둘러진 스즈카 같은 느낌이었네요. 트랙 형상은 몬트리올과 비슷한데 시케인 대신에 중고속 더블/트리플S 구성이 많았습니다. 마지막 구간에선 연습부터 사고가 많았는데, 몬트리올의 챔피언의 벽을 연상시키는 사고가 줄줄이 났습니다. Q3에서 맥스가 한창 기록 경신 중에 부딧쳐 3위에 그친 것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사고가 많에서 페이스 면에서 온전한 그림을 그리기 어렵긴 했습니다.

 예선에서 맥스가 폴을 차지할 페이스가 있었지만 결승에서는 해밀턴이 더 빠른 게 분명했습니다. 사고로 인해 두번의 레드플래그와 리스타트를 겪으면서 맥스는 공짜 피트스탑으로 선두로 출발하게 됐는데 해밀턴에게서 전혀 도망치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해밀턴이 공격을 시도하면서 최근 연이어 일어났던 코너 밖으로 밀려나는 모습이 여러번 연출됐습니다.

 첫번째 코스아웃 후에는 레드불이 아예 맥스보고 해밀턴을 보내주라고 했는데, 사실 이때는 해밀턴이 인에서 앞서 있다고 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왜 레드불이 그렇게 소극적으로 나왔는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해밀턴이 맥스가 보내줄 거란 걸 모르는 상태에서 맥스는 다소 명확하지 못한 모습으로 감속을 했고, 해밀턴은 제스쳐를 알아채지 못 하고 뒤에 들이박게 됩니다.

 해밀턴의 프론트윙 데미지는 경미했고, 이후에도 계속 맥스를 어택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레드불은 맥스에게 다시 자리를 주라고 명령했는데, 직선에서 자리 주자마자 다음 코너에서 바로 추월했지만 오래 막지는 못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두어번 정도 밀어내기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패널티와 무관하게 어쨌든 해밀턴은 맥스를 트랙에서 앞섰기에 사고와 패널티는 결과에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최근 맥스와 해밀턴의 트랙 액션 이슈 중에서 이번이 패널티가 나온 첫 사례가 될 듯 한데, 밀어내기로 5초에 충돌사고로 10초 패널티를 받고 끝났습니다.

 맥스가 속도를 줄이긴 했고 공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무전도 안 전해졌고 제스쳐가 모호하긴 했지만) 10초 패널티는 좀 억울할 거 같긴 합니다. 보타스와는 격차가 커서 2위는 지켰습니다. 보타스는 피니시라인 통과하면서 오콘을 잡았는데, 몇년 전 바쿠가 생각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오콘에겐 아깝게 됐지만 직선빨이 워낙 차이나니 별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맥스가 이전에 비해 휠투휠도 깔끔해졌고 많이 성숙해졌다고 했는데, 제다에서의 모습은 그런 칭찬이 무색하게 옛날의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모습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아부다비에서 안티 클라이막스적인 결말로 맥스가 패배한다고 하면 실질적으로 맥스가 밀려난 순간은 제다라고 생각하게 될 거 같습니다.

 물론 맥스의 액션이 대부분 패널티 급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그래서 한번 빼고는 여태껏 안 받았죠) 한 경기에서 여러번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데서 챔피언십 막바지에 맥스가 조급해지니까 억눌러뒀던 성미가 드러나는 건가 싶고 그렇습니다. 슈마허도 평소에는 깔끔하다가 정말 급박한 순간에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가거나 부딧쳤다거나 했던 것처럼요.

 오늘 해밀턴-맥스의 사건들을 모아보면

- 리스타트에서 턴1에서 밖으로 나가서 앞지른 것. 이건 금방 돌려줬습니다.
- 두번째 리스타트에서 해밀턴을 앞지르고 바로 오콘도 잡은 것. 이건 깔금하고 훌륭했습니다.
- 랩 37에서 턴1에서 밀기. 포지션 돌려줘야 하나 저는 반신반의였지만 레드불은 돌려주라고 했습니다.(5초 패널티, 사실 이건 순위 넘겨주려 했으니 안 나올 수도 있었는데 정작 사고 나니까 한참 안 돌려줘서 생긴 듯)
- 랩 37에서 맥스가 순위를 돌려주려 했지만 상황을 모른 해밀턴과 접촉사고 발생.(10초 패널티)
- 랩 42에 결국 맥스가 비켜주고 바로 다음 코너에서 추월.
- 랩 43에서 해밀턴이 추월했지만 그냥 뒤로 안 빠지고 코스 밖으로 나갔다 들어옴.

 솔직히 속도만 좋았지 트랙액션 측면에서는 오늘 맥스는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여튼 WDC 자체는 포인트 타이로 최종전으로 향한다는, 제가 가장 바라는 형태가 되긴 했습니다. 둘 외에는 우승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걸 생각하면 높은 확률로 그냥 우승자가 챔피언이 될 듯 합니다. 다만 제다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아부다비에서는 핵폭탄이 터지든지 안티클라이막스로 원맨 크루즈든지 양극화 될 거 같습니다. 둘이 만나지 않는 게 사고를 피할 유일한 방법처럼 보입니다.

 페레즈의 리타이어로 WCC에서는 메르세데스의 승산이 상당히 올라갔다고 생각되고, WDC는 바로 일주일 뒤 결승에서 정해지게 되겠습니다. 최근 새벽경기는 대체로 안 봤는데 이번에는 라이브 보려고 월요일 휴가도 냈습니다. 개인적인 희망은 오늘 모습으로야 해밀턴이 챔프 되야할 거 같은데, 맥스도 그래도 시즌 동안 잘 했으니 이기든 지든 깔끔한 마무리 되길 바랍니다.

서울 모빌리티 쇼 2021 - 전기차 위주로 by eggry


 서울모터쇼가 시대에 맞춰서 서울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장소는 여전히 킨텍스고, 2년 전에 갔는데 코로나 후론 처음 갔네요. 사실 확산세 때문에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관심 있는 차 몇대가 궁금해서... 입장해서 에스컬레이터 타자 마자 현대 부스가 제일 크게 보이네요. 자리 선정이 깡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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