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유루캠 - 조금은 어른이 된 유루캠 by eggry


 그랑프리 리뷰 안 쓰게 됐지만 블로그가 너무 방치되는 듯 하여 요즘 그나마 하고 있는 영상물 시청의 후기라도 적어 올리려 합니다. 상영이 이미 상당부분 끝나서 관람 여부 결정에 참고는 그다지 안 될 거 같지만... 여러가지 많은데 시작은 제일 만만한(?) 유루캠으로 갑니다.

 '극장판 유루캠'(이하 극장판)은 아직 원작이 한참 진행 중인 상황에 다소 특이한 컨셉으로 나온 극장판입니다. 보통 중간에 나오는 극장판이라고 하면 총집편 성격이거나 스펙타클이 강한 특정 에피소드만을 TV판 시즌 사이에 연결고리로 한다거나 하는데, '유루캠'은 아예 극장판을 원작과 TV판의 타임라인에서 벗어나, 가장 미래의 시간대로 설정했습니다.

 정확한 년수는 나오지 않지만 전 멤버가 재회하는 건 3년만, 하지만 모두 직장인이 되어 있다든가(덤으로 대학 졸업보다 뒤), 이누코의 동생이 이미 대학생이라든가 생각하면 고교 1학년 시작인 원작 대비 거의 10년 정도 흘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헤어스타일 정도 빼고는 다들 별 변함이 없기는 합니다. 그래도 약간은 어른스러워 진 듯 아닌 듯?

 타임라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보니 이야기의 자유도는 있었고, 재결합한 야클 멤버들이 캠프장을 만든다는 내용으로 심플하게 집중했습니다. 실제로 중요한 파트는 캠프장을 만드는 과정(소위 캠핑/서바이벌 튜토리얼 같은 면모)보다도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한 모습을 되돌아 보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기존 등장인물들과 카메오성 접촉도 많고, 캠프장을 참고하기 위해 견학다니는 장소들은 이전의 추억이 서려있는 곳들이 곧잘 등장합니다. 비중은 적지만 사회초년생의 고난이라든가 극복도 약간은 있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그리 큰 난관이나 자극은 없고 평탄하게 진행되는 편인데, 극장판으로써 임팩트는 약하지만 유루캠 기존 작품들과 일관성이란 면에서 정체성 지키기에 집중한 듯 합니다.

 극장판이니 만큼 조금 더 자극적인 액션이나 시츄에이션, 감정표현을 볼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유루캠 답다면 유루캠 다운 차분함이었지 싶습니다. 원래 작화나 연출은 담담한 편이긴 한데, 그래도 극장판 답게 자잘한 모션이나 디테일을 좀 더 가미하긴 했습니다. 사운드도 SFX 등에 조금은 더 신경쓴 듯 하고... 이전엔 호숫가에서 물소리 같은 것까지 일부러 나오지는 않았죠.

 극장판 작품으로 단독으로 완성되거나 만족감을 얻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고, 원작/TV판을 본 입장에서 이 아이들이 이렇게 컸구나라고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 정도로 보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정말 완전히 어른의 세계 같은 쪽으로 가버리진 않아서, 어쩌면 다음엔 정말 어른의 캠핑 재결합 같은 컨셉으로 나올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드네요.

 지금으로썬 일단 이세 일주 이후 가장 큰 사건인 나데시코-린-아야노 3인 캠프가 주력인 TV판 3기를 기대해 봅니다.

F1 그랑프리 리뷰를 기다리시는 분들께 by eggry

갑작스럽지만 개인 신상 상 따라가면서 글까지 쓰기 쉽지 않아져서 일본 그랑프리를 마지막으로 잠정 중지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올 시즌까진 마무리 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네요. 언젠가 다시 여유가 생긴다면 재개해볼 생각이지만 기약은 없습니다. 요즘 블로그에 쓰는 게 거의 그랑프리 리뷰 정도였는데 더욱 썰렁해지겠네요; 그래도 굵직한 뉴스에 대한 감상 정도는 가끔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F1 2022 일본 GP 결승 by eggry


 사고와 혼란, 혼선이 있었지만 이러나 저러나 결국 일본에서 맥스가 두번째 타이틀을 확정지었습니다. 레이스 길이와 포인트 면에서 막판에 혼선이 있었는데, 경기 길이는 52%로 포인트의 75%만 주어졌다고 다들 생각했지만, 이는 레이스가 단축된 상태로 레드플래그로 종료되었을 때이고 이번은 비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다가 그랑프리 최대시간 제한으로 시간제한이 걸린 상태로 레이스 해서 정식으로 피니시 했기 때문에 풀포인트라고 합니다.

 비로 인해 첫 랩부터 사고와 리타이어가 나왔지만 레이스 자체는 무던한 편이었습니다. 레드불 페이스 우위가 너무 확고해서 런칭에서 르클레르가 앞섰지만 첫턴에선 다시 맥스가 앞으로 왔고 그 후 리스타트를 포함해 선두를 위협당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워낙 빨라서 경기 끝나기 전 피트스탑 한번 더 하고 패스티스트랩을 노릴까 했을 정도였으니 뭐...

 페레즈도 르클레르를 트랙에서 거의 잡았는데 르클레르의 코너 컷으로 뒤에서 피니시 했지만 5초 패널티가 나와 2위로 마쳤습니다. 거의 추월당할 게 확실한 상황이었긴 한데 만에 하나 방어해낼 수도 있었던 걸 결국 마지막 순간에 압박감에 실수로 날려 먹었네요. 올 시즌의 축약버전 같은 결말이었습니다. 사인츠는 첫 랩에 리타이어 했고 맥스의 타이틀은 저지하지 못 한다 해도 페라리의 성적은 실망스럽습니다.

 페라리가 엉망인 가운데 그 밑의 싸움은 메르세데스와 알핀이 치고 박았습니다. 메르세데스가 더 빨랐다고 봐야겠지만 트랙포지션 우위를 극복할 정도는 아니었고 오콘은 예선에서 확보한 4위를 무난히 결승점까지 가져갔습니다. 출발순위가 약간 밑이던 알론소는 타이어를 한번 더 걸아끼우는 도전을 했는데, 베텔을 0.011초 차이로 놓쳐서 아쉽게 됐습니다.

 모두들 풀웻에서 인터로 갈아낀 뒤 단축경기라 그냥 끝까지 가던 상황이라, 새 타이어 끼니깐 러셀도 잡을 수 있었긴 하지만 원래 베텔 잡는 게 목표였어서 타이어 바꾸고도 결과는 그대로였던 셈입니다. 물론 손해본 건 아니니 해볼 만한 도박이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실패했다고 해야겠네요.

 이번주는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인 타이틀이나 레이스 결과보다는 드라이버 이적 시장이 더 흥미로웠던 한 주였습니다. 알론소의 애스턴마틴 이적으로 촉발된 도미노에 알핀이 피아스트리를 잃은 뒤 내린 선택은 피에르 가슬리였습니다. 가슬리도 페레즈가 충실한 넘버2를 하고 있는 마당에 레드불 프로그램에선 장래가 없는 상황이니 차라리 프랑스 국적 워크스팀에서 새 커리어를 펼치는 게 나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한편 알파타우리의 가슬리의 빈자리는 알본의 대타로 윌리엄스에서 뛰어 포인트를 획득했던 닉 더프리스로 발표됐습니다. 인상적인 데뷔전 성적을 생각하면 어디든 갈 거 같긴 했는데 리저브로 썼던 윌리엄스는 몰라도 알파타우리인 건 의외였습니다. 레드불 프로그램 출신이 아닌(닉은 메르세데스 계열) 드라이버를 선정하다니 레드불도 인재풀이 막막한가 싶고 그렇습니다. 하긴 내부승진 대신에 페레즈 택한 것부터 인력난의 징조이기는 했지요.

 WDC는 끝났고, WCC도 결판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르클레르는 2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 페라리가 메르세데스에게서 2위를 방어해낼 수 있을 것인지? 사인츠 vs 러셀, 알핀 vs 맥라렌도 아직 끝나진 않았습니다. WDC가 일찍 확정된 덕에 아직 4경기나 남아 있으니까요. 물론 이건 팀과 드라이버의 실적과 페이 문제일 뿐이고 팬들은 이제 그냥 개별 레이스로 사건사고를 즐겨야겠습니다.

F1 2022 싱가포르 GP 결승 by eggry


 시즌이 점점 마무리되어 가면서 기대할 게 없어져가는 F1 2022 시즌. 야간레이스인 싱가포르 그랑프리가 돌아왔습니다. 맥스가 챔피언을 확정지을 수 있는 가장 이른 경기였는데, 예선부터 그럴 가망은 낮아 보이게 시작하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페라리의 기적의 역전극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고, 그냥 피할 수 없는 결과를 간신히 더 미뤘을 따름입니다.

 리타이어가 속출하고 사고에 의한 SC도 있었던데 비하면 선두권의 영향은 상당히 적은 편이었습니다. 특히 톱3는 스타트부터 피니시까지 그대로였습니다. 맥스가 Q3에서 연료량 조절 실패로 두번째 플라잉랩을 포기해야 했기에 우승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싱가포르니까... 대신 P2였던 페레즈가 스타트에서 르클레르를 앞지르면서 경기 내내 앞에 있었고 결국 우승했습니다.

 차량 성능에서 레드불의 우위에 의심을 가질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맥스가 기똥찬 돌파전을 보여주진 못 했지만 싱가포르란 특성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 하고, 르클레르는 페레즈를 진정으로 공격할 만한 위치에 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초기에 DRS 기회가 몇번 있긴 했지만 그정도만으론 충분하지 않았고 이후 페레즈는 르클레르를 매번 안정적으로 떼어놨습니다. SC 중 액션으로 5초 패널티를 먹었지만 그조차도 충분한 갭을 유지해 우승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운빨 승자가 딱히 없었다면 반대로 운이 없던 이들은 있었습니다. 메르세데스 듀오가 거기에 해당되겠고, 알핀 듀오도 신뢰성 문제로 리타이어 했습니다. 러셀은 패스티스트랩을 기록하는 등, 페이스에는 잠재력이 있었지만 예선을 망쳤기 때문에 가능성은 가능성으로 끝났습니다. 알핀은 신뢰성 문제로 둘 다 리타이어 하는 일이 적지 않은데, 이걸 보면 빠르지도 않으면서 고장도 잘 나니 알론소의 이적이 조금은 이해되기는 합니다. 물론 애스턴마틴 신뢰성이 내년에 좋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죠.

 메르세데스와 알핀이 빠진 자리는 맥라렌 듀오가 낼름 차지했습니다. 리카도는 Q1 탈락이라는 수치에도 불구하고 경기 흐름이 잘 맞아줬고 메르세데스/알핀의 부진에 노리스 뒤인 5위로 간만에 체면치레는 할 수 있는 성적을 냈습니다. 소동에 휘말리지 않고 무난한 주행을 한 랜스 스트롤도 6위로 괜찮은 기록을 냈습니다.

 맥스의 챔피언십 확정이 미뤄지긴 했습니다만 남은 경기도 줄어드는 만큼 점점 확정짓기는 쉬워질 듯 합니다. 일본은 레드불에게 상성이 좋을 듯 하며, 페라리가 삽질 조금만 해준다면 손쉽게 두번째 타이틀을 손에 넣을 것 같습니다. 페라리는 지금은 WDC 2위 방어와(르클레르와 페레즈는 겨우 2포인트 차이)와 WCC 2위 방어가 급선무일 듯 합니다.

 WCC는 그래도 여유는 있고 메르세데스가 트랙을 가려서 그리 우려는 안 되지만 WDC는 꽤 간당간당합니다. 레드불 우위가 확고해지면서 르클레르도 페레즈 상대하기 버거운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뭐 2위나 3위나 챔프가 아닌 이상은 상금과 페이의 문제일 뿐 관객들에겐 별 상관 없는 일이지만요.

 다음은 백투백으로 이번주 스즈카입니다. 별다른 이변 없이 맥스가 챔프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의외의 사건들로 계속 연기될 것인가? 별로 기대가 생기지는 않는군요. 이젠 그냥 경기 하나하나를 즐기도록 해야겠습니다.

F1 2022 이탈리아 GP 결승 by eggry


 트리플 헤더는 티포시에게 3주 연속 고통을 의미합니다. 오늘 고통은 그래도 약한 편이긴 했는데요, 느리지만 확실하게 파고 든다는 점에서는 더 안 좋았을 수도 있겠네요.

 르클레르가 폴로 시작한 건 좋은 일이었지만, 맥스와의 격차는 안심할 만큼 넓지 않았습니다. 맥스가 부품 교체로 그리드 패널티를 받긴 했는데 그리드 후미까지 떨어진 건 아니라서 역시 그정도로 될까 싶기도 했고요. 물론 그 사이에 낀 팀/드라이버들은 중상위권이라 하위권보단 눈꼽만큼 시간이 더 들긴 하겠지만, 스파를 보면 이것도 별 기대가 안 되는 게 당연하겠죠. 그리고 실제로 그랬고요.

 스타트에서 르클레르는 자리를 지켜냈지만 맥스의 돌파력은 무시무시했습니다. 첫 랩에 이미 3위까지 올라왔고, 곧이어 러셀도 몇랩도 저항하지 못 하고 거의 보내주듯이 맥스는 가버렸습니다. 레드불의 DRS 효과가 상당히 좋은 편이라 몬자에서 추월은 아주 손쉬워 보였습니다.

 르클레르는 그나마 트랙에서 맥스 페이스 비슷하게 나오는 드라이버라 0.1~0.2초 수준으로 야금야금 따라가는 정도였는데, 베텔이 머신 트러블로 멈춰서서 VSC가 나오면서 페라리는 보기 드문 승부를 던집니다. 공짜 점심을 먹으려고 피트스탑을 들어온 건데, 사실 VSC 지속시간이 불투명함을 생각하면 꽤 리스키한 결정이었습니다. 솔직히 합당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지 의문스러운 결정이었네요.

 르클레르가 피트 들어오고 나가는 순간 이미 VSC는 사라졌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부적절한 타이밍에 너무 이른 피트스탑을 하는 꼴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다행히 VSC에서 피트스탑은 최소한 손해는 아니었습니다. 새 타이어에 힘입어 느리게나마 맥스를 조금씩 따라갔는데, 맥스가 피트스탑했을 때는 갭이 10초로, VSC 전의 1.8초 정도일 때보다는 나은 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맥스의 두번째 스틴트 페이스는 13랩의 타이어 수명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너무나 빨랐기 때문에, 르클레르가 트랙에서 방어해낼 여지는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격차가 더 좁혀지기 전에 두번째 피트스탑을 했는데, 19랩을 남기고 19초 격차였기에 랩당 1초는 빨라야했지만, 가장 빨랐던 때도 0.4초 정도 빨랐을 뿐이고 새 타이어빨이 빠지자 0.2초 정도로 거의 격차를 좁히지 못 했습니다.

 막판의 희망고문은 리카도가 멈추면서 SC가 발동된 거였는데, 만약 르클레르가 더 버텨서 SC에 공짜 피트스탑을 먹었다면 양상이 좀 달라질 수도 있었겠습니다. 실제로는 상위권이 전부 공짜 피트스탑을 들어와서 트랙포지션은 그대로 유지됐는데, 차량 처리가 늦어지고 남은 랩이 너무 적어 결국 마지막 랩 바로 전까지 SC 복귀가 선포되지 않음에 따라 마지막 랩 마지막 코너에서야 SC가 들어오고 그대로 경기가 끝났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SC 상황은 2021년 아부다비와 거의 판박이였는데 역시 지난번에 경기를 재개해야 한다는 촉박함에 많은 실수를 저질렀던 만큼, 이번에는 백마커들을 차근차근 내보내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결국 SC 뒤에서 경기가 끝나게 됐습니다. 안티클라이막스긴 하지만 지난번 대혼란의 학습했다는 건 긍정적이긴 합니다. 레드플래그 내고 스프린트 레이스 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레드플래그 낼 만한 건이 아닌 사고에 대해 인위적으로 레드플래그를 낼 수는 없죠.

 사실 경기가 재개됐다고 하더라도 같은 새 타이어라지만 맥스 페이스가 워낙 확고했던 판에 아부다비 같은 역전극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었다고 보긴 합니다. 결정 당시 다소 의문부호가 뜨던 페라리의 전력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문제 없는 판단이었고, 그저 맥스가 너무 빨랐을 뿐이었습니다. 한단계 느린, 오래된 타이어로도 거의 같은 속도를 냈으니 뭐 별 수 없죠. 1스탑이면 트랙에서 추월당하고 2스탑이면 순위 내주고 그정도 차이였을 뿐입니다.

 오늘의 분투상은 그리드 후미에서 출발해 4위까지 올라온 카를로스 사인츠와 5위인 루이스 해밀턴, 그리고 몸이 안 좋은 알렉스 알본의 대타로 F1 데뷔를 치른 닉 더프리스가 2포인트 획득한 것 되겠습니다. 사인츠의 돌파력은 인상적이었고, 해밀턴은 그에 미치지 못 하긴 했는데 피트전략 등이 맞아서 종국엔 사인츠 턱밑에서 끝났습니다. 페레즈는 브레이크 과열로 페이스에 문제가 있었기에 톱6 중에서는 꼴지였네요.

 오늘의 잭팟은 역시나 닉으로, F2와 FE 경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F1 데뷔전에 윌리엄스 머신으로 득점이라니 대단한 성적이었습니다. 팀메이트인 라피티가 쪽도 못 쓰고 거의 최후미에서 마쳤다는 걸 생각하면 더 인상적이네요. 어디든 빈 시트가 있다면 닉에 탐내는 팀이 나올 법도 하지 싶습니다. 알핀이라든가 알핀이라든가 알핀이라든가? 물론 리카도란 경쟁자는 이기기 쉽지 않겠지만요.

 페라리가 트랙 전용 업데이트를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몬자였지만 페이스에서 맥스-레드불에 완전히 밀렸기에 2위란 성적도 페레즈의 불운 덕분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 경기였습니다. 스파에서 말도 안 되는 페이스 우위로 몬자도 어느정도 예상되긴 했지만 이렇게 레드불이 성능우위를 굳히면서 시즌 종반부로 접어드는 것 같군요. 이변이 없는 한 10월 중에 맥스가 타이틀을 확정지을 듯 합니다.

포르쉐, 레드불과 F1 참가 협상 결렬을 발표 by eggry


 포르쉐가 공식 프레스 릴리즈를 통해 레드불과의 F1 파트너십 협상이 종료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F1 참가할 거라는 발표도 레드불과 파트너십에 대한 것도 공식적이었던 적은 없는데 최종 프레스 릴리즈에선 두 회사가 장시간 협상해왔지만 결렬되었다고 한방에 기승전결을 정리하는군요.

 핵심 문구는 "엔진 파트너로써만이 아니라 팀으로써도 동등한 지위를 원했다"는 부분인데, 협상 결렬 전 팀의 주도권 문제로 레드불이 양보하지 않아 교착되었다는 루머가 사실이라고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레드불 정도 자존심과 실적을 가진 팀에게 팀 운영까지 나눠갖는 건 현실성 없는 이야기긴 했습니다.

 옛날 윌리엄스-BMW도 그렇고 레이싱팀은 언제나 워크스팀 지위보다는 독립성을 더 우선시 해왔으니 말입니다. 그게 궁극적으로 팀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해도, 논워크스로(동등한 대우이긴 했지만) 챔피언십을 우승해온 팀이 메뉴펙처러의 꼭두각시가 되진 않겠다는 의지를 꺾기는 역시 어려운 듯 합니다.

 포르쉐는 2026년 엔진규정은 여전히 흥미롭다면서 F1 진출 가능성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레드불이 탈락되었다면 선택지가 별로 없는거나 다름 없습니다. 포르쉐 정도 야심에 레드불 미만은 성에 차지 않을테고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이 들테니까요. 독립팀 중에서 그나마 완전인수 가능성이 있는건 윌리엄스 정도인데 지금 상태론 자우버-아우디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해 보이죠. 안드레티와 완전 신규팀 투입 시나리오도 있지만 제일 돌아가는 길이고요.

 하스는 철저히 페라리 파트너인 독립팀이고, 맥라렌 역시 오랜 역사를 가진 팀으로써 레드불에 기대했던 수준의 50:50 파트너십은 가망이 없다고 봅니다. 애초에 맥라렌도 메르세데스와 파트너이면서도 지배에 저항해온 역사로 점철되어 있고요. 엔진 공급자에 그친다면 맥라렌은 대환영일테지만, 야심이 그정도에 불과했다면 레드불과도 당연히 성공적으로 손잡을 수 있었을 겁니다.

 현시점에서 포르쉐가 원하는 팀의 통제와 경쟁력을 동시에 가진 옵션은 없어보이며, LMDh 차량이 섀시 코드까지 확정되어 참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폭스바겐 그룹 차원에선 그냥 F1은 LMDh까지 포기하면서 몰빵한 아우디에게 주고, 포르쉐는 LMDh에 집중하라는 쪽으로 기울 거 같습니다. 뭐 원래 포르쉐 본전장이기도 하고...

 한편 포르쉐와 협상 결렬로 레드불도 대안을 찾아야 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개발동결로 현재는 혼다 파워유닛을 재탕+신뢰성 업그레이드로 레드불 브랜딩으로 써먹고 있지만, 2026년에는 새 파워유닛이 필요할 겁니다. 혼다와 협업으로 일정 수준의 유지보수 노하우는 획득하겠지만 완전한 R&D 능력엔 도달하기 힘들다고 보이므로 여전히 파트너를 찾아야 합니다.

 페라리/메르세데스가 자동적으로 아웃이고, 알핀도 과거지사 때문에 사이가 안 좋은 상황이니 그나마 가능성 높은 건 꿩 대신 닭이라고 아우디가 1순위로 보입니다. 물론 아우디는 따로 풀워크스팀을 운영할 예정이고 그게 갑자기 레드불 독점 공급자로 축소될 거 같진 않습니다만, 레드불은 엔진 성능만 잘 나온다면 섀시 기술력으로 커버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 아우디와는 협상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아우디의 경우 다른 카테고리 프로그램에서도 레이스 운영은 독립팀에게 맡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레드불-아우디가 워크스팀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알파로메오와 이미 계약을 종료한다고 발표한 자우버를 보면 아우디와 협상은 거의 완결에 다다른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레드불 정도 대물이라면 판이 엎힐 수도 있긴 하겠죠. 그럼 자우버는 붕 떠버리는 꼴이 되긴 하겠습니다만...

 2026년에 커스터머팀의 모양새는 아우디(자우버), 레드불-아우디, 알파타우리-아우디, 맥라렌-메르세데스, 윌리엄스-메르세데스 or 아우디, 하스-페라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F1nally라는 마케팅 상표까지 출원했는데 이렇게 막판에 뒤집히는군요.

F1 2022 네덜란드 GP 결승 by eggry


 스파에 이어 백투백 레이스입니다. 그 말은 2주 연속으로 티포시는 고통받을 수 있다는 얘기지요. 물론 지난주의 압도적인 레드불 페이스에 무기력했던 것보다는 느리고 확실한 고통이 있었던 이번주가 더 낫다고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 그리고 사실 트리플헤더입니다. 이번주도 고통받을 수 있다는 사실.

 예선에선 Q2까진 맥스가 아주 편하게 원트라이로 리드를 잡고, 페라리는 트랙 그립 향상에 기대는 듯 Q1, Q2 모두 두번 트라이해서야 제대로된 기록이 나오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불안했습니다. 하지만 Q3 첫 트라이에서 르클레르가 P1을 해내면서 페이스가 그렇게 불리하진 않다는 건 보여줬습니다. 두번째 트라이에서 섹터1,3는 좋았는데 섹터2가 별로라 결국 폴은 맥스에게 가긴 했는데, 예선에서 페이스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결승에선 좀 다른 얘기였습니다. 페라리 페이스가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트랙 포지션의 불리함을 쉽사리 극복할 정도로 좋지도 않았습니다. 맥스가 멀찍이 도망가지는 못 했기 때문에 페라리에도 기회는 아직 있어 보였습니다만, 문제는 메르세데스의 페이스도 만만찮았다는 겁니다. 타이어 전략이나 사고에 따라 3파전으로 가기 충분한 상황이었고, 여기서 당연히(?) 페라리가 제일 무능/불운했습니다.

 일단 페라리의 첫번째 폭망은 사인츠의 망한 피트스탑이었습니다. 페레즈와 동시에 들어와서 페레즈를 커버치는 상황이었는데 페레즈는 거의 최단기록인 2초, 반면 사인츠는 크루 에러로 12.7초를 내면서 순위를 잃었습니다. 이후 사인츠는 영영 상위권은 회복하지 못 했습니다.

 해당 피트스탑 당시 페레즈가 사인츠 리어레프트의 휠건을 밟고 지나가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게 문제의 원흉은 아니지만 페라리가 괜한데 불평할 거리를 만들긴 했습니다. 이후에도 알론소와 충돌 우려로 릴리즈가 지연되는 등 사인츠의 피트스탑은 경기 내내 원활히 이뤄지지 못 해서 저 뒤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르클레르는 여전히 맥스 뒤를 따라가고 있었고, 메르세데스는 아직 르클레르 뒤였습니다만 SC가 페라리에게 좋지 않게 흘러갔습니다. 르클레르/사인츠/페레즈가 피트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츠노다 유키가 안전벨트 문제로 트랙에 멈춰서 리타이어 했고, VSC가 나온 동안 메르세데스는 공짜 피트스탑을 했고 이것이 메르세데스 듀오가 페라리/페레즈를 앞서는 결정적인 시점이 됐습니다.

 새 타이어를 낀 메르세데스 듀오는 맥스를 점점 따라잡아 갔는데, 보타스가 머신 트러블로 메인스트레이트에서 리타이어 하고 SC가 나오면서 다시금 팔자들이 뒤바뀌게 됩니다. 페라리와 페레즈도 이번엔 공짜 피트스탑을 먹긴 했지만, 피트에 차량들이 너무 몰리는 통에 아주 효과적이진 못 했습니다. 반면 한랩, 두랩 뒤에 피트인 한 맥스와 러셀은 아주 깔끔하게 공짜 피트스탑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SC에 피트인 하지 않은 선두권은 해밀턴 정도였는데, 덕분에 일시적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낡은 미디엄 타이어로 소프트를 이길 방법은 없었습니다. 맥스는 아주 쉽게 선두를 찾을 수 있었고, 러셀이 새 타이어로 박차를 올리긴 했지만 갭을 줄이진 못 하고 해밀턴을 앞서는 정도로 끝났습니다.

 페라리의 유일한 위안이라면 VSC는 손해였지만 SC 때는 그나마 반공짜 피트스탑을 먹고 르클레르가 해밀턴이라도 잡았다는 정도겠네요. 그래도 출발순위보다 1순위 뒤쳐진 결과이기 때문에 러셀은 성공, 르클레르는 실패인 실적 되겠습니다.

 오늘의 페라리는 사인츠 피트스탑은 완전 엉망이었지만 르클레르는 두드러지는 실수는 없었으나 운이 안 좋았고 레드불/메르세데스가 맥스/러셀에 했던 것 같은 타이밍을 노리는 엣지가 없이 무난한 선택이었는데 그정도로는 우승할 성능이 안 됐다는 게 문제겠습니다.

 이로써 맥스는 4경기 연속 우승을 가져가고, WDC 리드는 무려 109 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4경기 쉬다가 와도 여전히 챔피언십 리드라는 어마어마한 격차. 남은 경기도 줄어가고 있어서 이론 상으론 10월 초의 싱가포르 GP면 챔피언십 확정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걸 막을 유일한 방법은 르클레르가 남은 경기를 전부 이기면서 맥스의 불행이 따라주는 것 뿐인데, 운을 만드는 것도 실력이라고 하면 페라리/르클레르는 하수이고 레드불/맥스는 퍼펙트이기 때문에 솔직히 그런 결과는 하늘의 장난이 아닌 이상은 나오기 어려워 보입니다.

 WDC와 WCC 모두 거의 끝났다고 보여지며, 페라리가 이번 시즌에서 유일하게 소기의 성과라고 만족할 마무리는 적어도 홈경기인 몬자에서만이라도 원투 피니시 하는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경기들로 볼 때 레드불/맥스가 틸케 트랙에서도 여전히 강할 걸로 보이므로... 시즌 초 페라리가 더 빨랐던 걸 생각하면 결국 개발전쟁에서는 레드불을 이길 수 없었던 셈입니다.

F1 2022 벨기에 GP 결승 by eggry


 지난주 코로나에 아직도 코로나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라 간략하게만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여름 휴가가 끝나고 페라리/르클레르에겐 전황을 뒤바꿀 중요한 타이밍입니다만, 결과는 그 기대에 부응하긴 커녕 그 반대만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번주는 시즌 후반 대비 및 추월이 용이한 트랙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 많은 드라이버들이 파워유닛을 일부러 교체하여 패널티를 받으며 새 파워유닛을 확보했습니다. 챔피언십 경쟁자인 맥스와 르클레르도 거기에 해당됐는데 다른 드라이버들도 여럿 합류해서 출발지점은 각각 14위, 15위였습니다. 최후미는 아니지만 어차피 맨 뒤 다섯순위 정도는 첫랩에 커버할테니 추월전의 본편부터 시작되는 정도일 따름이었습니다.

 여기서 둘이 얼마나 잘 돌파해 가느냐, 르클레르가 맥스를 중간에 잡아내 앞서갈 수 있느냐였는데 뭐 결과적으로 본다면 싱겁게도 맥스의 완승이었습니다. 첫 랩에 무려 8위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고 그 이후에도 거의 한 랩에 한 순위씩 올리면서 상위권까지 올라갔고, 상위권을 상대로도 페이스 우위가 워낙 확고해서 사인츠고 알론소고 메르세데스고 그냥 보내주는 수준이었습니다.

 레드불 페이스가 워낙 좋아서 페레즈도 사인츠와 메르세데스를 쉽사리 떼어놓을 정도였습니다. 맥스는 그것보다 더 빨랐으니 뭐 그냥 언터처블이었습니다. 1위에 올라간 뒤에는 전혀 위협당하지 않고 크루즈해서 경기를 마쳤습니다. 맥스가 데뷔한 이래 가장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경기일텐데, 14위에서 출발해 우승이라는 기록도 이것보다 뒤에서 출발해 우승한 건 슈마허의 16위(95년 벨기에)와 존 왓슨의 17위(82년 디트로이트) 뿐으로, 역사적인 레이스의 반열에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페라리/르클레르로썬 사실 맥스와 대결에서는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타이어 마모가 문제였다고 하는데 고속트랙이라서라고 하기엔 이전에 고속트랙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서 스파에 한정된 문제인지 아니면 최근 업그레이드의 부작용인지 모르겠습니다. 브레이크 덕트에 맥스의 바이저 필름이 들어간 건 그 와중에 그냥 정말 운이 없었다고 밖에 할 수 없는데, 마침 맥스의 것이라서 마리오카트스러운 농담을 떠올리게 하긴 했습니다.

 패스티스트랩을 찍으려고 했다가 피트레인 과속으로 5초 패널티를 먹는 바람에 패스티스트랩 포인트는 커녕 순위까지 하나 잃는 꼴이 되고 말았는데 이것조차도 사실 순전히 운이 없었던 것으로 페라리나 르클레르가 잘못된 선택을 했던 건 아니긴 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론 그냥 남아있는 게 더 포인트를 얻었겠지만, 센서 오류로 과속이 생길 줄은 아무도 몰랐을테니깐요. 뭐 그것까지도 전부 최근 페라리의 신뢰성 문제의 일부입니다마는...

 메르세데스는 한동안 페라리/레드불 투톱 체제에 조금 근접하는가 싶더니 스파 예선에선 완전히 엉망이었는데 오죽하면 듀오 모두 알론소보다 예선이 느릴 정도였습니다. 결승은 그렇지 않아서 갑자기 다시 3위의 성능을 내기 시작했는데, 타이어 온도 문제인지 뭔지...

 스파 치고는 사고도 리타이어도 적은 경기였는데 그 중 하나인 해밀턴은 첫 랩에 알론소와 접촉하면서 차량이 아주 크게 떠올랐다 떨어졌는데, 일단 계속 달리는 듯 했지만 머지 않아 트랙에 멈춰서고 리타이어 했습니다. 알론소와 접촉은 아주 초보적인 휠투휠 에러여서 전적으로 해밀턴 잘못이긴 했는데, 그래선지 해밀턴도 선뜻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알론소는 경기 중 무전으로 "이 친구는 앞에서 달려서 이기는 것 밖에 할 줄 모른다" 라고 했는데, 아무리 경기 중 열받은 상황이라고 해도 해밀턴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불공평한 폄하였다 생각합니다. 경쟁자 사이라도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할텐데 이번은 좀 너무 나갔다 싶네요.

 르클레르보다 앞선 5위는 알핀의 성능으론 진짜 맥시멈 오브 맥시멈이라 생각하고, 오히려 해밀턴의 리타이어(+르클레르의 불운) 덕분에 운 없었으면 7위였을 게 5위로 끝났다고 보이므로 결과만 본다면 오히려 해밀턴에게 감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이번엔 꽤 반향이 심해서 그랬던지 알론소도 보기 드물게 사과를 했습니다.

 올해 페라리나 레드불 한쪽이 앞서서 트랙에서 경쟁이 없었던 게 처음은 아니지만, 시즌 중 이정도로 말도 안 되는 격차를 보여준 건 처음인데 그게 또 레드불이 앞인 경우라서 페라리와 르클레르의 챔피언십은 점점 먹구름만 끼여가는 거 같습니다. 레드불의 압도적 원투 덕분에 WCC가 더 벌어졌음은 물론 르클레르는 WDC 2위까지 페레즈에게 내줬습니다.

 솔직히 여름휴가가 끝난 타이밍엔 페라리가 저런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남은 경기를 거의 다 이길 수 있다는 전망을 보여줘야 하는데 현실은 레드불 따라가지도 못 할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일단 스파랑 특성이 유사한 홈경기 몬자가 제일 걱정인데 티포시들에겐 긍정적으로 시작했던 한해가 어느 순간 여느때와 다름없는 악몽으로 변하고 있군요.

 스파에 이어 백투백으로 잔드보르트에서 네덜란드 GP가 열리는데, 맥스 상승가도에 홈경기라 분위기는 엄청날 거 같습니다. 오렌지색 연막으로 트랙이 안 보이는 수준이지 않을까 싶은데, 좀 더 보통 트랙인 여기서도 같은 페이스 격차가 보여진다면 올해 페라리와 르클레르의 가능성은 끝났다고 봐야할 듯 싶습니다.

아우디, 2026년부터 F1 참가한다 by eggry


 워낙 큰 무빙이라 루머로 왠만한 건 다 유출되어 있지만 폭스바겐 그룹의 F1 프로젝트가 드디어 처음 공식 발표됐습니다. 신기하게도 첫 발표는 주역으로 여겨지는 포르쉐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곁다리로 여겨졌던 아우디입니다. 아우디는 2026년부터 F1 팀에 파워유닛을 공급하는 형태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아우디의 참가 형태는 아직 공표되지 않았으며, 올해 말까지 팀을 발표할 거라고 합니다. 현재 드러난 루머로는 이미 자우버 지분을 일정량 획득했다고 합니다. 자우버는 현재 알파로메오 스폰서로 알파의 탈을 쓰고 있는데 이게 그냥 아우디로 바뀌는 거라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될 듯 합니다. 물론 알파는 파워유닛도 페라리제라 진짜 이름만 올려놓은 거지만 아우디는 적어도 진짜 아우디 파워니 좀 더 나은 모양이 되겠습니다.

 자우버는 언제나 자기 이름을 내지 않고 팀을 운영해주는 경우가 많았고, 이번에도 그런 형태가 될 듯 합니다. 본래 90년대 초 메르세데스 워크스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자우버가 정작 메르세데스랑은 파토나고 BMW에 이어 아우디까지, 경쟁 브랜드가 써먹는데서 역사의 아이러니도 느껴집니다. 물론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메르세데스는 맥라렌/브런 루트를 탄 게 현명한 거긴 했지요.

 아우디 역시 레이싱팀은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중견팀과 파트너십 형태로 브랜딩만 해서 나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르망의 수많은 우승도 요스트 레이싱과 일궈낸 것이죠. 다만 F1에서도 이런 분업방식이 성공적일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일단 내구레이스에서는 아우디는 거의 차량만 만들고 레이스는 요스트가 하는 식이긴 했습니다. F1에선 섀시와 레이싱은 자우버, 파워유닛은 아우디가 되겠지요.

 데이터 수집과 보험을 위해선 커스터머 팀도 있어야 하는데 현재 참전 메이커가 워낙 많아 제로섬 게임인 상태입니다. 알핀 역시 단일공급인 게 마이너스 요인 중 하나라고 보는데, 아우디는 적어도 1개의 커스터머 팀은 확보하려고 할 듯 합니다. 레드불/알파타우리는 포르쉐로 갈 게 확정적인지라 남는 건 기존 메르세데스/페라리 팀 중에서 뺏어와야 합니다.

 페라리 쪽의 경우 알파가 아우디가 되어서 잃는 상황에 하스까지 잃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페라리-하스 파트너는 파워유닛 이상의 것(풍동 임대 등)이기도 하고요. 메르세데스는 커스터머가 많아서 이 중에서 하나를 떼어오는 걸 목표로 할 듯 합니다.

 로드카 커넥션까지 생각하면 애스턴마틴이 메르세데스와 결별할 가능성은 제로고, 맥라렌도 좀 낮죠.(맥라렌과는 몇달 전 협상이 날아갔다는 루머가...) 가능성 가장 높은 건 윌리엄스가 될 겁니다. 윌리엄스도 BMW 파트너였단 점에서 아우디는 어째 BMW의 유산들을 주워먹는 형태가 될 거 같네요.

 이번 참가 발표에서 놀라웠던 건 파워유닛 개발을 포르쉐와 독자적으로 한다는 거였습니다. 비용효율적으로 당연히 그룹 휘하에서 공동개발되고 브랜딩/팀만 따로 가져가는 게 현명한데 어떻게 이런 파격적인 결정을 했나 잘 모르겠네요. 사실 파워유닛을 공유한다고 해도 두 브랜드 중 한 브랜드는 져야한다는 점에서 약간 이해하기 힘든 더블 엔트리라 생각했는데 돈까지 중복해서 들인다니 논리를 잘 모르겠습니다.

 경쟁력 측면에서 아우디의 불리함 또한 확고하긴 합니다. 레드불/알파타우리와 파트너 할 걸로 여겨지는 포르쉐에 비해 파트너의 격이 많이 떨어지죠. 물론 우승 기록도 있는 팀이라곤 하지만 그 1승을 제외하고는 그저그런 중위권 팀인 게 사실입니다. 반면 레드불은 챔피언 팀이고요. 이것만 해도 그룹 내에서 포르쉐와 아우디의 위치를 보여주는 거 같아서 측은합니다.

 예산제한 규정도 아우디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파워유닛 개발이야 F1 시즌 참가 전이니까 이론 상 무제한의 자원이 투입 가능하겠지만, 섀시와 레이싱 팀 쪽은 예산제한 때문에 중위권 팀은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더욱 힘들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톱팀은 이미 수십년 동안 쌓아놓은 자산과 노하우가 있지만 중위권은 그것조차 부족하니까 같은 돈 써도 당연히 톱팀이 더 유리합니다. 그 점에서 레드불-포르쉐가 자우버-아우디보다 훨씬 전망이 좋을 수 밖에요.

 또 F1에서 과거지사는 별 의미 없다곤 하지만, F1과 인연이 없는 아우디의 이력도 여기선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아우디가 그랑프리 레이싱을 했던 건 F1이 생기기도 전인 2차세계대전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반면 메르세데스, 포르쉐는 모두 전쟁 후 F1 경험이 있고 나름 실적도 있죠. 포르쉐의 팀으로써 실적은 별로이긴 합니다만, 맥라렌-태그 시절의 실적은 나름 자랑할 만 하죠.

 뭐 터보 시대에 혼다 천하였다고 해도 현실은 몇년 동안 시궁창이었던 것처럼 과거의 성공이 오늘날의 성공을 담보하진 않지만, 모터스포츠에서 아우디는 확실히 스프린트 오픈휠 레이싱과는 인연이 없긴 합니다. 파트너의 역할이 중요할텐데 자우버도 오래되긴 했지만 톱팀이었던 적은 없으니...

 솔직히 여러모로 별 납득이 안 가는 프로젝트인데, 포르쉐까지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폭스바겐 수뇌부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두 브랜드에 돈을 탕진하기로 한 건지 제 이해능력의 밖입니다. 포르쉐만 참가하면 레드불 파트너라면 그나마 납득이 가는데 아우디로 주의가 분산되는데다 아우디 프로젝트의 설득력마저 의문표이니...

 F1에 참가하기로 하는 건 거의 늘 나쁜 결정이고(웃음) 거기다 이런 형태는 더 나빠 보입니다. 메르세데스/페라리는 얼른 포르쉐/아우디 엉덩이를 걷어찰 때를 기다리고 있을 거 같네요. 레드불-포르쉐라도 이기면 다행인데 둘 다 말아먹으면 희대의 병맛 의사결정이 될 거 같네요.

자이스 디스타곤 28/2, 소니 바디에서 어댑터를 가린다 by eggry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열성적인 자이스 팬이며, 홀리트리니티 줌렌즈 3개를 제외하고 모든 단렌즈를 자이스와 보이그랜더로만 갖고 있습니다. 록시아 시리즈를 전부 모았지만 록시아 시리즈의 화각에 약간 틈이 있는 관계로, 그 공백을 다른 시리즈의 렌즈로 채워보려고 생각하던 차였습니다.

 전통적인 화각 중 록시아에서 빠지는 건 15mm와 28mm인데, 15mm는 제가 초광각 단렌즈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서 스킵한다고 쳐도, 28mm는 채우고 싶었습니다. 물론 록시아에 25mm와 35mm가 있어서, 28mm까지 끼워서 쓰기는 너무 촘촘하긴 합니다. 록시아와 함께 쓴다기보다는 비어있는 28mm 화각을 좀 체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28mm는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와 가장 가까운 화각 아닙니까! 굳이 다른 단렌즈랑 바리바리 싸들고 광범위한 화각을 커버하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원렌즈 바디캡 출사로써도 실용성은 있을 터입니다. 그래서 자이스에서 28mm 렌즈들을 찾아보긴 하였으나...

 자이스에서 28mm는 흥미롭게도 현행 렌즈는 오투스 뿐입니다. 거대한데다 어댑터 달면 흉측하기까지 한 오투스는 당연히 고려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현행 라인업인 밀버스에는 28mm가 없습니다. 자이스 클래식에는 디스타곤 28mm F2가 있었지만, 밀버스 이후 대거 단종될 때 밀버스 대체품 없이 단종되어버렸습니다.(현재 클래식은 50.4와 85.4만 생산됩니다)



 그러니 구형 렌즈를 쓸 수 밖에 없는데, 자이스 클래식을 구해보든가, 아니면 콘탁스 시절로 넘어가야 했습니다. 그 결과가 위 사진의 세 렌즈입니다. C/Y 디스타곤 28mm F2.8, G 비오곤 28mm F2.8, 그리고 디스타곤 28mm F2 ZE입니다. 세개의 다른 마운트, 다른 시대의 렌즈들입니다. 이 중 비오곤은 얼마전 화질개선 DIY에서 선보인 바 있습니다. C/Y 28/2는 관심이 낮았으나 비교흥미로 구했습니다.

 가장 관심있던 건 역시 디스타곤 28/2입니다. 자이스 클래식이지만 C/Y 시대까지 혈통이 거슬러 올라갑니다. C/Y 디스타곤 28/2는 일명 "헐리우드" 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시네렌즈의 설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설 때문입니다. 거의 기정사실화된 평판에도 불구하고 이 렌즈가 정말 자이스 시네렌즈와 같은 설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28mm가 슈퍼35 판형에서 표준화각이라는 점, 당시 스틸렌즈 답지 않게 포커스 브리딩이 적다는 점, 그리고 시네렌즈와 유사성을 가진 몇가지 묘사특성이 근거일 따름입니다. 또 당시엔 매우 드물었던 플로팅 포커스 구조를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C/Y 28/2는 닉네임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비쌉니다. 구형인 AEG 버전도 이베이에서 150에서 200만(!)에 달하며, 더 최근인 MMG 버전은 거의 400만에 매물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C/Y 버전보다는 조금이라도 기술적 향상이 있을 자이스 클래식 버전으로 관심이 갔습니다. 정확히는 자이스 클래식이란 이름은 밀버스가 등장한 이후의 이름이니 그냥 자이스긴 합니다만, 어쨌든 디스타곤 28/2는 자이스 클래식으로도 출시됐습니다. 리뉴얼되어 렌즈군 수가 약간 변경되었지만 그림을 보면 전체적인 설계는 거의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플로팅 포커스도 그대로 유지되어 짧은 최단거리와 좋은 근거리 화질을 가집니다.

 자이스 클래식은 여러 마운트로 나왔지만 거의 니콘용인 ZF 혹은 ZF.2 버전과 캐논용 ZE 버전이 99%입니다. ZE 버전의 특징은 전자식 조리개라 조리개링이 없고, 바디 제어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다른 수동렌즈와 혼합해 쓰기에는 체험의 일관성 면에서 마이너스라 보통은 ZF를 택할테지만, 접점을 통한 손떨방 초점거리 자동입력과 EXIF 기록이 탐났습니다.

 그것만 본다면 ZF.2 버전을 구하면 될 일이지만, ZF.2를 쓰기 위해선 접점 어댑터가 필요한데 캐논에 비해 니콘 접점 어댑터는 종류도 적거니와 비싸니 말입니다. 또 시중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에 남대문 샵의 매물 중에서 골라야 했는데 유달리 싸게 나온 ZE 버전을 발견해서 가격경쟁력도 있었습니다.

 어댑터는 당연히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시그마 MC-11을 생각했습니다. 시그마 렌즈 외에는 렌즈정보가 정확하진 않지만 그래도 캐논 렌즈들이 대체로는 작동되기 때문에 ZE 렌즈도 잘 될 걸로 봤습니다. 포럼에서 오투스 쓴다는 분을 통해 작동여부에 대한 확인도 있었고요. 그렇게 28/2 ZE와 MC-11로 자이스 28mm가 시작됐으나... 당장은 몰랐지만 좀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증상을 보게 됩니다.

 단적으로 말해 무한대가 안 맞는 겁니다. 초점링을 돌리다 보면 점점 원거리로 가기는 하는데, 무한대에 도착하기 전에 멈춰버립니다. 그 결과 무한대와 그에 가까운 원거리가 초점이 안 맞습니다. 한마디로 풍경 사용이 불가능한 겁니다. 물론 주된 활용은 상면만곡수차와 근거리 촬영을 활용한 보케 표현이긴 했지만, 광각렌즈가 퐁경을 못 찍으면 말이 안 되죠.

 이건 어댑터 길이가 정치수보다 약간 길어서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사실 무한대 초점 문제는 싸구려 무접점 어댑터에서 왕왕 생기는 일이지만, 시그마에서 만든 거에 그런 일이 생길줄은 상상도 못 했죠. 캐논용 렌즈를 무수히 만든 시그마가 EF 마운트의 치수를 틀리게 설정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뭐가 문제인지는 밑에 이론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렌즈 문제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서(콘탁스 만큼은 아니지만 제 개체도 10년은 넘었습니다) 지인의 캐논 5D Mark III로 테스트 해봤으며, 무한대를 찍을 뿐만 아니라 약간 넘어가기까지 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수동렌즈의 정상적인 작동 모습이죠. 무한대에서 안 멈추고 약간 넘어가는 건 마운트나 어댑터에 공차 오류가 있어도 극복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어댑터가 문제라는 결론을 굳힌 뒤, 그럼 다른 어댑터를 구해봐야 하는데 문제는 모든 어댑터가 "우리는 정확하다" 라고 하는 마당이니 어느게 짧은 어댑터인지 알 방도가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무접점 어댑터로 많은 신세를 진 K&F 콘셉트의 제품(Mark IV)을 구했는데, 수동렌즈 쓰긴 하지만 접점을 쓰려니 AF 어댑터라 이것도 15만 쯤 하는 고가입니다.

 허탕 치면 심각한 돈낭비인데, 다행히도 성공적이었습니다. 다만 캐논 바디에서 테스트한 것과 달리 무한대를 넘어가는 모습까진 보여주지 않았고, 무한대에서 멈추는 것처럼 보인다- 정도였습니다. 오버슛 하질 않으니 정말 무한대에 도달했는지는 확신은 없지만 이정도면 맞았다고 할 만한 해상력을 보여줬기에 아예 초점이 나간 게 명확한 MC-11과는 달리 사용 가능한 레벨이었습니다.

 어째서 같은 공식 치수를 이용해 만든 어댑터인데 이런 일이 생길까. 사실 상당히 많은 경우의 수가 있는데 이 중 여러개가 동시에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1) 마운트나 어댑터의 오차. 어댑터의 오차는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무한대 불가의 원인입니다. 공식 치수대로 만든다고 했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든지, 아니면 은색 링의 두께가 문제라든지 등의 형태로 곧잘 발생합니다. 보통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게 제일 가능성 높은데, 문제는 시그마 정도에서 왜 이런 일이 생겼나-입니다만...

 이는 애초에 MC-11이 시그마 렌즈를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듯 합니다. 시그마 AF 렌즈들은 다 무한대를 넉넉히 넘기기 때문에(핀교정 등을 고려해서) 마운트나 어댑터의 오차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MC-11은 그래서 허용오차 범위 내에서 긴 쪽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K&F의 경우에는 짧은 쪽인 건데 이게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시그마보다는 더 타사 렌즈를 염두해 두기는 했겠지만, 자이스 등에서 만드는 수동렌즈까지 생각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K&F는 무접점 EF 어댑터도 만들고 있고(조리개 조절을 못 하니 패스했지만) 무한대 초점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웠습니다. 같은 회사라 같은 치수, 같은 공정, 유사한 오차범위로 만들어져서 문제의 여지가 적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직접 테스트 해보진 못 했지만 이로 미루어볼 때 역시나 시그마와 달리 캐논/시그마/기타 회사들까지 고려해 어댑터를 만드는 메타본즈 등도 K&F처럼 무한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특히나 메타본즈는 동영상 촬영을 위한 수동렌즈 장착도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무한대 문제를 유독 더 신경썼지 않을까 합니다. 단지 메타본즈 어댑터는 너무 비싸다는 게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이유입니다.

2) 렌즈의 무한대가 너무 타이트하게 만들어짐.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캐논 바디에서 무한대를 넘어갔고 엄청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자이스/코시나인지라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길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다만 캐논 바디에서 테스트할 때도 무한대를 정말 정말 조금만 넘어갔기 때문에, 마운트나 어댑터의 오차에 대응할 여유가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3) 플로팅 포커스 구조. 플로팅 포커스는 오차에 민감해서 약간의 치수 차이에도 큰 차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것도 주 원인일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4) 센서 스택의 차이. 캐논과 소니는 센서 스택 차이가 있어, 캐논용 광각렌즈를 소니에 쓰면 화질저하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28mm가 이정도로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광각은 아니지만 마이너한 영향은 있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소니의 센서스택은 구형 렌즈의 상면만곡수차를 더 심하게 만든다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5) 바디 손떨림 보정. 캐논 EF에는 없었던 바디 손떨림 보정이 소니는 물론 이제 캐논, 니콘에도 표준입니다. 5축 손떨림 보정은 센서가 앞뒤로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실제로 수평 쉬프트는 안 하고 요/피치 보정용이지만) 센서가 고정된 바디에 비해 센서와 마운트의 거리가 아주 엄격하진 않습니다. 이는 무한대 초점을 넉넉히 넘어가게 렌즈를 만듬으로써 극복 가능하지만, 말했듯이 자이스 ZE는 무한대가 상당히 타이트하게 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인 추측은 1이 가장 큰 원인으로, 2, 3, 4, 5가 적은 비중으로 영향은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뭐 3, 4, 5의 문제는 모든 렌즈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이를 완화할 렌즈의 여유 부족(2)과 근본적인 치수 문제(1)이 99.9%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처음엔 캐논용을 산 게 잘못인가 싶기도 했는데, ZF 버전을 가진 유저분도 어댑터 문제를 겪었는 얘길 들었습니다.(그분도 K&F 어댑터로 해결) 이런 걸 보면 디스타곤 28/2 자체의 호환성 문제가 확실히 있는 거 같긴 합니다. 디스타곤 28/2의 경우만 보면 MC-11이 자이스 ZE와 궁합이 안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또 해외포럼에서 21/25/50/85 등을 문제 없이 쓴다는 얘기도 있어 디스타곤 28/2의 특성(상면만곡수차와 센서 스택의 궁합)도 연관이 있어 보이긴 합니다.

 제가 광학 전문가도 아니고 실험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에 그칠테고, 그저 문제없이 찍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걸로 만족합니다. 사실 이 렌즈가 상당히 매력있거든요. 제가 가진 렌즈 중 광학적으로 가장 불완전한 렌즈일텐데(저는 상면만곡수차를 싫어합니다. 이 렌즈만 빼고.), 그만큼 재미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록시아나 밀버스 버전도 없으니 해결책을 못 찾으면 완전히 포기해야 했을테니깐요.

ps.MC-11 대비 추가 보너스는 렌즈 정보가 제대로 기록된다는 거네요. MC-11은 소니 렌즈로 속이는 형태를 취하다보니 A마운트용 DT 28mm 렌즈로 기록되는데, K&F는 제대로 자이스 ZE로 기록합니다. EXIF 후작업의 수고를 덜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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