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엑스박스, 엑스박스 시리즈 X 발표 by eggry



 '프로젝트 스칼렛'으로 불리는 차세대 엑스박스의 정식명이 기습 발표됐습니다. 이름은 'Xbox Series X'. 이번에도 정말 X 같은 이름이네요. 후속작이나 신형이란 느낌이 전혀 안 듭니다. 그래도 이름이 이렇게 된 이유는 어느정도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엑스박스원'보다는 좀 더 말이 되는 이유로 말이죠.

 엑스박스원이 아니라 엑스박스 시리즈 X인데, 시리즈 X라고 붙은 건 다른 시리즈가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할 수 있고 루머의 저사양 모델인 코드네임 록하트가 시리즈 S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되겠죠. 시리즈 X라는 이름부터 이미 한 모델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시리즈 X, 시리즈 S 명칭은 고정시키고 차세대 시리즈 X 같은 식으로 전개될 수도 있겠습니다.

 여튼 코드네임 아나콘다로 통하던 녀석이 이 시리즈 X인데, 디자인도 같이 발표됐습니다. 성능을 타협하지 않으면서 조용한 쿨링을 이뤄내기 위해 저런 모양이 됐다는데, 2013년 쓰레기통 맥프로가 생각나긴 하네요. 사실 애플이 그 폼팩터를 택할 때는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가 있었습니다. 냉각과 소음 측면에서는 유리하다는 판단이었죠.

 그 쓰레기통 맥프로가 실패한 이유는 점점 더 뜨거워져 가는(그리고 커져가는) 새로운 부품들을 같은 사이즈에 넣는데 실패했다는 겁니다만, 고정 사양으로 5년 가량 우려먹는 콘솔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소음, 냉각 성능에 대해서는 현행 엑박원X도 최고수준이기 때문에 별로 걱정은 안 합니다. 맨 위의 거대한 쿨링팬 덕트는 약간 오목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물건 올리지마! 라고 하는 거 같습니다. 저긴 정말 올리면 안 되죠;

 다만 타워형이라서 배치에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구석이 많아 보입니다. 면적이 패드보다 살짝 큰 정도라서 절대 부피가 두드러지게 크지 않지만 수납에 용이한 형태는 아니죠. 일단 세워서 AV 수납장에 넣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공유기처럼 밖에 나와야 할 겁니다. 물론 눕혀서도 쓸 수 있다고 하지만 깊이가 얕은 대신에 높이가 납짝한 모양보다는 높기 때문에... 이 역시 상당수 수납장에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거실환경의 조화라는 측면에선 그렇게 좋은 폼팩터는 아니라고 생각하네요.

 성능적인 부분은 기존에 나온 얘기들과 루머에서 별달리 벗어나지 않습니다. 필 스펜서 말로는 엑스박스원의 8배 이상, 엑스박스원X의 2배라고 하는데 테라플롭 단순계산이라 치면 엑박원의 8배는 10.48TF이고 엑박원X의 2배는 12TF인데 뭐 그 중간쯤 되겠죠. 9배가 12TF를 넘어가니 12TF라 볼 수도 있고 그렇게 해석하는 쪽도 많긴 한데... 12TF면 PS5 예상치보다 약간 빠르다고 보는데 그래봐야 엑박원과 엑박원S 정도의 차이겠습니다만.

 CPU 4배는 뭐 재규어에서 라이젠으로 가는데 그정도 향상은 당연히 예상한 거고 PS5도 똑같을 거라서... 솔직히 메모리가 제일 궁금한데 역시 메모리는 GDDR6란 것만 밝히고 용량은 안 까네요. NVMe 기반 SSD 기술도 그대로고. 기술적으로는 기존 공식정보나 루머 기준으로나 새로운 건 사실상 없습니다.

 어쩌면 가장 실용적인 정보는 패드일 거 같네요. 패드 레이아웃은 거의 같으며, 현행 패드와 연결도 상하위간 다 호환될 거라고 합니다. 기본패드에 바뀐 점은 캡쳐/쉐어 버튼이 달렸다는 건데 드디어! 달렸네요. 이거 하나로 공유가 PS4보다 확실히 떨어졌죠. 이렇게 되면 엘리트 컨트롤러 2가 좀 붕 떠버리게 되네요. 호환은 되지만 캡쳐/쉐어 버튼이 없으니... 2.1이 나올런지?



 시리즈 X에 대응할 첫 게임으로 발표된 건 지난번에 인수되었던 닌자씨어리의 '헬블레이드'의 속편입니다. 트레일러가 시리즈 X에서 실시간으로 돌아간 거라고 하는데 어차피 시네마틱 트레일러니까 그냥 테크데모나 다름 없어서 별 의미는 없습니다. 물론 시네마틱 기준으로도 지금보다 좋아 보이긴 하지만 실제 플레이는 이렇지 않겠죠.

 그래도 엄청 헝그리한 게임이던 '헬블레이드'에서 돈 냄새가 풀풀 나는 게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세누아 사가'라고 하는데 세누아 이야기는 1편으로 말끔하게 끝났다고 생각해서 그냥 다른 이야기였으면 싶어 불안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픽디자인 트래블 삼각대 프리프로덕션 핸즈온 by eggry


※ 본 체험은 프리프로덕션 모델에 기반하고 있으며 시판제품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내년 3월에나 나온다는 픽디자인 트래블 삼각대(이하 픽디자인 삼각대)가 국내 수입처 피앤피에 전시되어 있다고 해서 들러봤습니다. 이미 V2 백을 몇 개 샀지만 제가 선택하지 않은 옵션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고... 결국 백팩 20L 두 종류 중에는 집을 팔고 일반형을 남겼습니다. 타블렛/노트북 수납부가 분할되어 있다는 정도의 이유였네요. 애쉬 색상보다는 차콜 색상을 더 좋아해서기도 하고요.

 실물이 궁금했던 건 미드나잇 네이비 색상과 본 색상이었는데, 본 색상의 15L 집 백팩은 전시되지 않아 볼 수 없었습니다. 미드나잇 네이비 색을 보고 싶었던 건 V1의 탄 컬러가 생각보다 너무 밝은 톤으로 나와서 어색했었기 때문입니다. 색상 면에서 이번엔 단조로운 무채색에서 벗어나 볼 생각이 있긴 했는데, 탄 컬러의 경험 때문에 미드나잇 네이비가 원색적인[...] 파란색이라면 심하게 부담스러워 도저히 매고 다니지 못 할 거 같아서였습니다. 실물을 보니 우려와 달리 보통 기대할 만한 두드러지지 않는 푸른색이었습니다.

 어차피 백을 더 살 여지는 없고, 오늘의 주목적은 삼각대였습니다. 이미 킥스타터도 했지만 가방에 비해 훨씬 신뢰성이 중요한 물건에, 매우 고가에다 일반적이지 않은 설계를 가진 제품에 차마 펀딩할 순 없었습니다. 킥스타터는 끝났고 본사나 국내 수입처나 예약 중이긴 한데 여전히 비싸긴 합니다. 대략 알루미늄 모델이 350달러/55만원, 카본 모델이 600달러/90만원입니다.

 단순 환율에 10% 부가세로 보기에는 가격이 매우 비싸 보이는데, 카메라 악세사리 종류는 관세를 포함해 다른 세금들이 세게 붙습니다.(8% 관세+30% 교육세, 거기에 전체 합쳐서 10% 부가세) 그래서 수입법 상으로 국내 수입처보다 싸게 사는 건 불가능합니다(!) 계산 대로면 600달러짜리 삼각대가 100만원이 넘어버리기 때문에... 교육세는 그렇게 엄격하게 집행되지 않는 거 같은데 관세+부가세+환율만 해도 뭐 정발가 턱 밑이라서 그냥 정발 사는 게 속 편할 거 같습니다.

 여튼 a7R IV를 구매한 뒤 고감도 성능이 떨어지는 점, 그리고 고화소나 픽셀쉬프트를 활용한 풍경이나 장노출에 관심이 생기면서 삼각대를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이미 여행 전에 한번 어레인지를 했는데요, 이전까지 쓰던 시루이 A-1205 트래블 삼각대를 팔고 대신에 센터칼럼 없으면서 아주 작은 AM-223과 키 높이 정도 되는 AM-254를 구입했습니다. 안정성 상 센터칼럼은 피하는 게 좋겠고, 또 센터칼럼에 의해 접었을 때 생기는 부피 문제도 있어서요.

 AM-254는 짐이 부담되지 않는 국내 출사에, AM-223은 여행용으로 샀습니다만, AM-223은 작고 가벼워서 여행 중에 열심히 들고 다니긴 했는데 들고만 다녔지 너무 낮아서 정작 사용은 그렇게 적극적으로 되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둘의 중간크기 삼각대가 필요할 거 같은데 AM 시리즈에선 중간대 제품이 없네요. 대충 헤드 제외하고 펼쳤을 때 70cm 정도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데 중국산 브랜드에 한두가지 후보가 있기는 합니다.

 그 와중에 애초에 가격 때문에 그리 진지하게 여겨보진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돌아본 게 픽디자인 삼각대입니다. 스스로도 트래블 카테고리로 내는 만큼 여행용으로 어떨까 궁금했죠. 또 저는 삼각대 전용 수납부보다는 백팩 사이드포켓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잘 들어가는 부피란 점도 흥미요소였습니다. 간단한 체험은 가능하지만 프리프로덕션 제품이라 사진은 허용되지 않으며, 일부 설계변경 및 마감 개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런 부분은 감안하고 봐주세요.

 사진은 DPreview의 프리뷰 기사에서 인용했습니다.



 일단 이 삼각대가 제일 내세우는 게 부피 부분인데... 보통 트래블 삼각대라고 하면 센터칼럼 방향으로 다리가 접혀서 부피를 줄이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세개의 다리 사이에 센터칼럼과 헤드가 들어가서 어느정도 둘래가 벌어지게 마련인데, 픽디자인은 이걸 센터칼럼을 가늘게 만들고 헤드 디자인을 바꾸는 식으로 센터칼럼 없는 삼각대 만큼의 부피를 만들었습니다.

 이게 과연 대단한 성과인지 아닌지는 센터칼럼을 활용할 건가 아닌가로 갈릴텐데, 저는 이제 센터칼럼을 안정성 면에서 포기한 입장이라(센터칼럼을 쓰느니 그냥 낮은 높이로 안정성을 도모) 센터칼럼을 줄였다는 건 별로 와닿지 않습니다. 부피 면에서도 센터칼럼이 없는 삼각대는 접었을 때 픽디자인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제품명이 '트래블 삼각대'이고, 이 트래블 삼각대 카테고리는 보통 센터칼럼이 있긴 하죠. 하지만 없고 작고 가벼운 놈을 여행용으로 쓰지 말라는 법칙은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센터칼럼과 높이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센터칼럼을 포기하고 높이를 약간 희생하는 대신 안정성과 줄어든 부피를 획득하는 방향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픽디자인의 부피 비교는 저런 삼각대 기준으론 의미가 있지만 제가 고려하는 컨셉의 제품들 기준으로는 별 이점이 없습니다.



 센터칼럼 부피를 줄인 것 외에 가장 다른 점이라면 헤드 되겠습니다. 볼헤드긴 한데, 볼이 삼각대 베이스에 달린 게 아니라, 플레이트 장착부에 달려 있습니다. 사실 센터칼럼 끝이 볼이고, 그걸 플레이트 장착부가 물고 있는 형상입니다. 접었을 때 세 다리의 틈으로 볼 고정부가 쏙 들어가게 되어있기 때문에 헤드 노출이 상당히 적습니다.

 헤드의 각종 조작도 전통적인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데, 이 부분은 그다지 맘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플레이트 잠금이나 볼헤드 잠금이나 회전락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그렇게 직관적이지 않은 것 같고 플레이트 장착부도 너무 슬림하다는 인상입니다. 딴 것보다 볼과 볼을 무는 잠금의 느낌이 그렇게 탄탄하다는 느낌이 오지 않습니다. 안그래도 가느다란 센터칼럼, 작은 볼 크기로 인해서 썩 듬직하진 않은데... 다리의 디자인과 마감은 호오와 별개로 일류인데 이 부분 만큼은 이류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고려한다는 센터칼럼 없는 삼각대도 헤드의 높이와 부피 만큼은 피할 수 없습니다. 헤드로만 5cm 정도는 더 길어지게 되고, 또 끝에 달려있어서 여기저기 부딧치거나 하기도 쉬워지죠.(금속재질이라 찍힘 정도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만) 저의 비교군 삼각대와 비교해 이 부분이 가장 크게 차이나는 부분입니다.

 픽디자인 삼각대는 헤드가 차지하는 분량이 꽤 적은 상태로 40cm 길이입니다. 제 후보군들은 툭 튀어나온 헤드를 갖고서 40cm입니다. 삼각대만은 35cm 정도죠. 그 차이가 센터칼럼 없이 70cm vs 130cm입니다. 물론 이 차이가 단순히 길이 차이에서 나온 건 아니고, 픽디자인은 5단이고 제가 고려하는 건 대개 3단 정도라서 그렇습니다. 저는 130cm면 카메라 높이까지 고려하면 실질 150cm 클래스이기 때문에 조금만 굽히면 되서 하이앵글을 노리는 게 아니면 더 높을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다리만 130cm, 센터칼럼 최대 152cm라는 픽디자인의 높이는 4,5단급 센터칼럼 있는 트래블 삼각대로썬 특별한 건 아닙니다만, 트래블 삼각대 레이아웃 내에서 부피를 줄였다는 게 핵심입니다. 다만 센터칼럼을 포기한 입장에서는 픽디자인의 센터칼럼은 여타 삼각대보다 신뢰가 덜 가면 덜 갔지(저 두께를 보시라!) 더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참고로 센터칼럼도 알루미늄/카본에 맞춰 소재가 되어 있었지만 최종 제품판에선 카본 버전도 센터칼럼이 알루미늄으로 변경될 거라고 합니다. 강성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가늘어서 절대 강도가 부실한 문제가 있지 않나 합니다. 소재변경에 따른 센터칼럼 안정성이나 내구성은 최종 제품판이 나오기 전까진 보류지만, 변하지 않을 건 굵기이기 때문에 기적의 소재가 아닌 이상 다 늘리면 별로 안정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센터칼럼 있어도 안 쓰면 되잖아? 안 써도 130cm 클래스긴 한데, 문제는 센터칼럼을 아예 연장하지 않으면 볼헤드 각도조정도 못 합니다; 조금은 뽑아서 써야하는 거죠. 이게 안정성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사실 130cm라는 높이는 안정성이 그렇게 만족스럽게 나오진 않습니다.



 뭐 단수 많은 트래블 삼각대가 다 그렇지만, 픽디자인도 5단이다보니 마지막 단은 상당히 가느다랗습니다. 사실 만져본 카본 모델은 가느다란데 비해서는 의외로 견고한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태 저정도 가는 다리 써본 건 알루미늄이었기 때문에 카본 다리면 그럭저럭 괜찮아 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마지막단은 좀 보너스라는 느낌이고, 센터칼럼까지 늘이면 솔직히 숫자 자랑용이지 믿고 쓸 수 있는 레벨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이 제품을 어느정도 안정성을 노리고 쓴다고 치면 1) 센터칼럼은 볼헤드가 조정가능한 수준으로 아주 조금만 연장 2) 다리는 4단까지만 연장이 될텐데, 그럼 대충 100cm 정도 높이가 나올 걸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제 다른 후보군인 레오포토 LS-253CM의 70cm에 비하면 충분한 높이기는 합니다. 충분한 높이기는 한데... 뭐 문제는 가격이지요;;



 자랑했던 것 중 하나가 레버락 모양과 배치를 통해 한번에 확 풀었다 접었다 하는 건데요, 실체험에서는 그렇게 와닿진 않았습니다. 물론 홍보영상처럼 되긴 합니다. 근데 다른 레버락 삼각대도 모양만 덜 쌔근하다 뿐이지 됩니다. 되고요. 프리프로덕션이라 얘기하기 성급한 부분은 다리가 매끈하게 펼쳐지나 하는 부분인데, 역시 5단이나 되서 그런지 중력으로 아래로 향한다고 쑤욱 빠져 나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안정성 때문에 4단까지만 쓴다면 한번에 확 열고 닫는다는 것도 어차피 신경써야해서 그렇게 빠를 순 없겠죠.

 사실 다리 잠금은 그냥 레버락보다 트위스트락에 익숙해져서 어색한 게 더 크긴 합니다. 최근에 쓴 삼각대는 모두 트위스트락입니다. 잠금 강도 면에서는 레버락이 더 낫다는 얘기가 많은데 딱히 문제가 된 적은 없습니다. 신경만 잘 써주면 되니까요.

 그래서 결론이 뭘까요? 픽디자인이 특별히 자신들의 제품이 실제 이상으로 혁신적이라고 과장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 제품의 포지셔닝은 이름이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네, '트래블 삼각대'입니다. 센터칼럼 있고, 4,5단의 다리를 갖고 있고, 다 펼치면 높이가 150cm 정도 되고, 그런 삼각대 말이죠. 그 트래블 삼각대의 주된 문제가 뭐였냐면 센터칼럼과 헤드에 의해 휴대성이 저하된다는 점입니다. 그거 만큼은 해결한 건 분명합니다.

 그걸 해결하면서 더 견고하기까지 했으면 좋겠지만, 구조적으로 애초에 센터칼럼이 있고 단수가 많은 삼각대는 그렇게 튼튼할 수가 없긴 합니다. 아주 굵고 무거운 삼각대가 아니라면 말이죠. 그게 픽디자인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트래블 삼각대의 근본적인 한계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문제는 저는 이 트래블 삼각대라는 폼팩터에 이제 회의적이란 겁니다. 센터칼럼을 포기하고 단수를 포기하면 높이는 약간 낮아지지만, 부피나 무게는 오히려 더 이득을 봅니다. 그 이득을 본 결과가 픽디자인의 트래블 삼각대와 비슷합니다. 그럼 이 트래블 삼각대가 아닌 삼각대와 픽디자인 삼각대를 비교하자면, 전자는 안정성에서 확실한 이점이 있고, 후자는 최대 높이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제 기호는 지금으로썬 후자보다는 전자입니다. 물론 가끔은 높이가 아쉽겠지만...

 또다른 관건은 가격입니다. 픽디자인 삼각대는 카본모델의 경우 가격이 고가의, 브랜드 인지도도 꽤나 있는 메이커들의 삼각대와 맞먹습니다. 그 삼각대들은 보통 트래블러 디자인이 아니고, 안정성과 신뢰성 측면에선 비할 수 없는 수준이죠. 물론 높이는 픽디자인이 더 높겠습니다만, 트래블러 자체에 믿음을 갖지 않는 사람에게는 애초에 픽디자인의 폼팩터가 에러인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고가인 대신에 아주 혁신적이었다면 타사의 고가 삼각대를 쓰는 대신의 메리트를 찾을 수 있었을텐데, 제가 보기엔 좀 애매합니다. 어디까지나 트래블 삼각대의 범주 내에서 아이디어를 가미했을 뿐, 트래블 삼각대란 컨셉 자체에 삼각대로써 한계가 있다는 점을 극복하지는 못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트래블러 디자인을 믿지 않는 사람이고요.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가격이면 제가 원하는 삼각대를 크기, 용도 별로 다 살 수 있습니다. 3개 정도면 되겠죠. 지금 2개 있는데 반값도 안 됩니다.

 사실 카본 모델이 거의 중고가 렌즈에 맞먹는 가격이다보니 차마 건들 여력도 없기는 합니다. 이게 제일 크지요;; 알루미늄은 트래블 삼각대로써는 무겁고, 카본도 사실 간신히 합격선인 수준으로 그렇게 가벼운 물건은 아닙니다. 휴대성을 가지면서 높이도 얻을 수 있다는(안정성을 약간 희생한다 하더라도) 점은 매력적인 외형과 더불어 장점인데 지갑을 열고 자시고가 아니라 지갑 안에 그만한 돈이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네요.



역시 삼각대에 마법은 없다는 진리를 다시 깨우치게 됩니다.


포드 V 페라리 by eggry


 당연히 안 보고 넘어갈 수 없는 영화, '포드 V 페라리'가 개봉했습니다. 사실 영화 제목은 약간은 호도적입니다. 포드와 페라리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제목은 거대한 두 회사의 자존심 싸움 느낌이지만 실제론 그보다 작은, 캐롤 쉘비와 켄 마일스 두 남자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 싸움의 주역인 두 황제, 헨리 포드 2세와 엔초 페라리는 발단을 제공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비중을 선사받기는 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불 같은 성격에 통제되지 않는 켄 마일스와, 그와 어떻게든 결과를 내보려고 타협 혹은 우격다짐을 하는 캐롤 쉘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두 인물의 존재감을 너무 키우려다보니 르망 24시간이라는 레이스의 감각 자체도 크게 왜곡되었습니다. 가령 원래 두 드라이버(지금은 3명입니다만)가 교대하게 되는 내구레이스의 기본 전제조차 오랫동안 억눌려 있다가-데이토나는 마치 혼자 하는 것처럼 그려집니다- 전체 레이스가 어느정도 그려지는 마지막 르망에 가서야 켄의 파트너, 대니 흄의 존재가 간신히 드러납니다. 그것도 그냥 교대하는 엑스트라 정도로 말이죠. 레이스 팬으로써는 드라이버조차 팀으로 보조를 맞춰야 하는 내구레이스의 근본 정신을 훼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레이스 라이벌들조차도 무미건조한 터미네이터 같은 느낌으로 그려지며, 사고나 고장으로 리타이어 한 뒤 방방 뛰면서 성질 부리는 모습 정도로만 그려집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에서 페라리는 제목과 달리 엔초가 만들어낸 발단 외에는 거의 존재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목은 꽤나 낚시처럼 느껴집니다. 페라리 만이 아니라 둘의 걸림돌이 되는 포드 쪽 인물들 같은 쪽도 너무 단조로운 악역으로만 그려집니다. 대립과 갈등에서 존중이 부족한 게 극복을 질 낮게 만드는 점이 유감스럽습니다.

 개성파에 말을 잘 안 듣는 켄이 마음에 안 드는 포드 중역 리오 비비에게 괴롭힘 당하고 사보타지 당한다는 이야기를 너무 강하게 쓰려다보니 심지어 역사왜곡까지 꽤나 강렬하게 했습니다. 켄 마일스는 엄연히 포드의 첫 르망 참전(여러 형식으로 참가한 6대의 GT가 모두 리타이어 했던)부터 드라이브 했으나, 영화에선 비비의 사보타지로로 제명된 것으로 그려집니다. 마지막 그랜드 피니시와 순위를 둘러싼 논란 또한 약간 악의적으로 그려집니다.

 드라마성을 중시한다고 해도 이런 과장이나 왜곡은 조금 과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실제 르망 24시간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그냥 스포츠 드라마로써 접근한다면 플롯은 그렇게 나쁘진 않습니다. 단지... 알고 있는 만큼 좀 견디기 곤란할 따름입니다. 물론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영화가 아니기는 하지만, '그랑프리'보다는 '러쉬'에 가까운 것만은 분명합니다.

 레이스 액션과 비주얼은 사실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원채 드문 레이스 영화의 틀 내에서도 만족스러운 모습입니다. 특히 등장 차량의 묘사와 선명한 모습, 사운드는 상당히 좋습니다. 켄이 처음 포드 GT를 마주하게 되는 프로토타입 차량은 굿우드에서 실물을 보기도 해서 더 감개무량했습니다. 다만 데이토나가 야간 조명과 오벌의 글로리어스! 함이 느껴진 반면 르망은 트랙을 가늠할 수 있는 원거리 조망샷이 거의 안 나오고 클로즈업만 나와서 트랙에 대한 감각을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던롭 코너 정도나 눈에 띄고...

 전반적으로 '러쉬'보다 시청각적으론 낫지만, 레이싱 팬으로써는 아무래도 역사왜곡이나 사실성을 무시하고 보기는 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제목이 좀 낚시인 점도 그렇고요.(티포시의 울분) 역시 레이스 영화에서 '그랑프리'의 아성은 영원히 철옹성으로 남을 거 같습니다. 아, 스티브 맥퀸의 '르망'도 물론이고요. 스티브 맥퀸이 쉘비에게 코브라 사는 드립이 나오는데 실제 뭔가 이력이 있는 건지 그냥 썰렁한 농담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ps.마지막 설명에 왜 2016년에 50주년으로 다시 우승한 내용이 안 나왔나는 좀 의문이군요.

픽디자인 에브리데이 백팩 V2 및 ZIP 20리터 개봉기 by eggry


 지난 글에 예고한 대로 출시되어 배송되었습니다. 백팩은 가격이 좀 되다보니 관세다 뭐다 생각하면 국내 수입처가 눈꼽만큼 메리트 있더군요. 약간의 서비스 편의성과 할부 결제, 배송의 빠름을 생각해서 국내 수입처에서 샀습니다. 슬링은 그냥 직구했고요.

 이전에 꾸준히 쓰던 20L의 신형 V2(이하 백팩)와 새로 나온 백팩 ZIP(이하 ZIP) 20리터를 샀습니다. 둘 중에서 어느 게 남을까 배틀로얄이 되겠는데 사실 둘이 성격이 어느정도 달라주길 바랬지만 실상 거의 같은 가방이라 더 곤란하네요;; 현재 카메라, 렌즈가 대거 서비스센터에 입고되어 있기 때문에 실사용적인 얘기는 아직 하기 어렵고, 기능 비교 차원의 개봉기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백팩은 차콜, ZIP은 애쉬로 구매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

이번 여행의 사진장비 평가와 고민 - 소니와 자이스, 백팩과 숄더백 by eggry


 여행은 잘 다녀왔습니다. 사실 아주 잘은 아니고요, 날씨라든가 이래저래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점이 있어서... 그런데 애초에 목표를 다 달성해야겠다 같은 다짐으로 간 건 아니고 그냥 물리적으로 여건이 안 되는 거라서 아쉬움이 딱히 크진 않습니다. 교토 단풍여행이 처음도 아니고 해서 조금 빠듯하다 싶으면 중복될 거 같은 곳은 과감히 스킵했습니다. 그래서 당초 목표 기준으론 한 2/3 정도 밖에 못 갔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여행기는 시간이 조금 걸릴 거 같습니다. 사진이 많기도 한데 이런저런 이유로 평소보다 작업시간도 좀 더 걸릴 거 같고, 무엇보다 캡쳐원 프로 신버전의 정식 출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베타버전으로 작업할 수도 있지만 출력까지 하기는 힘들테니 어쨌든 지연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은 약간 시간끌기 역할입니다. 그리고 다음 여행이 실질적으로 내정된 상황에(1월 중순이나 2월 말이나...) 그에 대비한 차원의 얘기기도 합니다.

 여행기 시작글(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 0부 - 여행 개요)에서 장비 구성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얘기했습니다. 여행에 맞춰서 a7R III에서 a7R IV로 기변했고, 렌즈는 바티스 5종을 전부 가져갔습니다. 렌즈를 수납할 가방이 문제였는데 장시간 피로를 고려해 백팩을 택했는데 별로 현명한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정확히는 렌즈 구성과 가방 선택이 좋은 궁합이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보통 관광지면 몰라도 단풍철 교토는 세계적으로도 인구밀도가 무시무시한 성수기 중의 성수기입니다. 그 과정에 무슨 뒷산 단풍사진 찍듯이 느긋할 수는 없죠. 장소에 따라서는 그냥 사람에 떠밀려서 컨베이어벨트처럼 입구에서 출구까지 흘러가기도 하니까요. 여건을 생각하면 줌렌즈가 현명한 선택이긴 했습니다. 다만 이미 언급한대로 24-70GM의 해상력 상태에 의구심이 있었고 점검을 받기엔 시간이 없었기에 더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실험적 차원에서도 올 단렌즈 구성을 시도해본 거죠.

 그래도 확실히 5개는 과했던 거 같습니다. 사실 갯수 자체보단 접근성의 문제였습니다. 백팩인 이상 렌즈를 꺼내려면 최소 한쪽을 풀 수 밖에 없고 그럼 자세고 뭐고 엉거주춤해지죠. 속도도 별로 좋지 않고요. 단렌즈를 대량으로 쓰려면 확실히 숄더나 슬링백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출사에서도 체험해봤지만 숄더백 써도 5개는 아무래도 무리죠. 가방 형상에 따라 다르지만 렌즈 장착된 걸 제외하더라도 가방 열고 바로 손으로 꺼낼 수 있는 건 보통 3개로 국한됩니다. 그럼 총 4개죠. 나머지는 파티션으로 안쪽에 쌓이는 구조던가 수납은 되는데 바로 못 꺼내고 다른 렌즈 들어내고 꺼내든가 하는 식인데 안전성이든 속도는 문제가 있죠.

 큐슈 여행 때 단렌즈가 총 4개였는데 이때는 전혀 겪지 못했던 버벅임과 교체 시 불안함을 5개에서 겪었습니다. 물론 백팩도 도움이 안 되었긴 마찬가지죠. 아주 길쭉한 숄더백이나 슬링백이라 4개를 병렬로 배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면 바티스 5개를 원활하게 쓰기는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뭐 백팩의 경우엔 접근성이 더 안 좋고요. 위 사진은 이번 여행과 100% 일치하는 구성은 아닌데 거의 비슷합니다. 바디 수납 시에는 1개는 상부에 넣었다가 바디 꺼내고 다니는 동안에는 아래쪽으로 옮긴 식인데 2개는 바로 꺼낼 수 있지만 2개는 안쪽에 있죠. 물론 반대쪽 사이드 오픈을 해서 할 수도 있는데 사이드가 양쪽 다 열려도 양쪽 접근성이 같지는 않습니다. 카메라를 맨 방향,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에 따라 한쪽이 월등히 편하기 마련이고 그게 저에겐 왼쪽 사이드인데 그럼 안쪽 렌즈는 접근성이 떨어지죠.

 고육지책으로 그나마 렌즈가 별로 안 크고 겨울철이라 외투 주머니도 좀 되니까 한두개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하나는 사이드 포켓에 넣어서 가방 열지 않고 바로 꺼내는 식까지 해봤는데 그래도 최소 1개는 무조건 가방 안쪽에 남게 되어서 접근성이 완전할 수가 없더군요.

 결국 백팩이든 슬링이든 5개 전체는 여러모로 어렵다는 결론이 되네요. 수납량과 착용 편의성 때문에 백팩을 택했지만 사용이 불편해서 별로 의미는 없었습니다. 사실 4개 가져갔다면 메신저백이라도 그리 힘들진 않았을 걸로 봅니다. 한쪽으로 쏠리긴 하지만 반대쪽은 카메라+렌즈가 있고, 가방 자체가 더 가볍고 렌즈도 1개 적으니까요. 결국 백팩이 실제 유리한 건 갯수가 아니라 렌즈 하나하나가 크고 무거운 쪽이란 걸 몸으로 깨닫게 되네요. 백팩은 아무래도 2.8 줌렌즈 세트를 휴대할 때 써야할 듯 합니다.

 단렌즈 구성은 숄더나 슬링류로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기는 한데, 이조차도 똑부러진 답은 안 되는 게 "4개까지만 편하다"라는 문제지요; 물론 겹쳐 넣는다고 해도 백팩과는 접근성이 비교 불가이긴 합니다. 가방을 풀어 여는 과정의 유무 자체가 상대가 안 되니까요. 하지만 이것도 큰 백이어야 가능하고 픽디자인 슬링 5L/6L 정도로는 3개가 어차피 한계입니다. 메신저백 13에서는 가능하지만 이걸 여행에 가져가는 건 아직 장시간 피로도가 검증이 안 되서 좀 더 살펴봐야겠습니다.

 줌이든 단렌즈든 둘을 조합하든 4개가 실질적 한계라고 하니, 줌이 하나라도 들어가면 별 문제가 안 되지만 단렌즈 쪽이면 문제가 됩니다. 5개 중 누가 빠질 것인가? 제일 덜 사용했던 건 85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애매하기로 치자면 18이 제일 애매하더군요. 가져간 게 바티스 뿐이니까 쓰긴 했는데, 초광각 18mm는 조금 모자란 감도 있고, 18~25 사이의 공백은 발줌으로 커버하기 정말 어렵고 줌렌즈여야겠다 싶었습니다. 사실 16-35GM은 화질이 너무 좋아서 바티스에 꿀리는 구석이 없기도 합니다.

 초광각을 16-35GM으로 커버한다면 18-25는 확실하게 빠지고, 나머지 렌즈 중 135가 정말 마음에 들었기에 40과 85의 싸움이 되는데 화각과 용도 유사성을 생각하면 85여야겠지만 40의 다용도성도 참 아깝긴 합니다. 35mm는 왜곡이 아직 남아있는 영역이라 표준이 있으면 싶기도 하고요. 바티스만 모였을 땐 40이 참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렌즈랑 조합하려니 50으로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워지는 상황이네요. 16-35GM, 40, 85, 135 4개도 무리는 아니긴 하지만 이러면 18-25가 좀 안습이긴 하네요; 이성적으론 16-35, 85, 135여야겠지요.

 GM과 바티스 조합의 유일한 고민은 GM과 바티스의 성향 차이입니다. 컨트라스트가 부드러운 GM과 강렬한 자이스는 확실히 다르죠. 이번 여행에 장비운용이 전혀 원활하게 되지 않았음에도 올 바티스로 가져온 걸 잘 했다고 생각한 것도 이거였습니다.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많았는데, 자이스의 컨트라스트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단풍색의 강렬한 표현이란 부분에서도 제 취향에 맞는 쪽이었고요.(채도 강한 게 싫은 사람은 GM이 또 좋겠죠)

 여튼 렌즈 성향의 조합은 아직 좀 더 테스트 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으면 답은 바티스 4/5만 가져가거나, 아니면 무리해서라도 큰 숄더백에 5개 다 가져가는 거겠죠. GM 단렌즈로 구성하는 방향은 거의 확실히 포기했습니다. 바티스 135가 이번 여행에서 너무너무너무 맘에 들었는데(뷰파인더만 봐도 웃음이 나옴) 밤에 조리개가 아쉬워서 135.8GM을 매장에서 만져봤는데, 아 이건 못 들고다녀요. 아니 1개는 들고다니지만 이런 거 3,4개는 못 들고다녀요. 3,4개 살 돈도 없거니와.

 GM 단렌즈는 돈이 썩어나게 되면 줌렌즈 사이사이에 그날 필요에 따라 끼워서 가져가는 형식으로는 사용할지 몰라도, GM 단렌즈 올세트로 갖고 다니는 건 엄두도 못 내겠습니다. 애초에 35mm와 50mm가 GM이 없어서 세트 맞출 수도 없고요. 50mm GM이 나오면 고민 좀 할 거 같긴 하네요. 16-35GM과 가장 완벽한 조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50.4ZA로 그렇게 해보려고도 생각했는데 소니자이스도 자이스라고 GM과 성향차이를 극복하지는 못 했네요. 16-35GM, 50GM, 135GM이 제 이상의 트리오가 되겠네요.

 가방 쪽도 고민은 있습니다. 일단 지금 백팩은 씽크탱크포토 어반액세스 13이고, 숄더/슬링 쪽은 다 픽디자인입니다. 메신저 13리터 구형과 슬링 5L,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6L도 얼마 전 도착하긴 했는데 아직 테스트는 안 됐고 솔직히 그냥 커진 5L라서 5L 대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숄더/슬링 쪽은 이걸로 만족하고 있고 다만 백팩이 문제인데 착용감 등은 마음에 들었지만 몇가지 컨셉이 제 취향과는 부합되지 않았습니다. 주된 부분은 상부 수납부가 제약이 심하다는 것, 타블렛/랩탑 수납부가 후면 개폐로 접근 가능하다는 것, 사이드포켓에 고무줄이 없다는 거였네요.

 이 문제는 결국 애증의 픽디자인 백팩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가방을 사면서 픽디자인 20L, 30L 모두 판매했었고 착용감 등에서 만족하긴 했는데 제 요구치가 순수한 카메라 가방보다는 약간 다용도성을 중시하다보니 어반액세스보단 에브리데이 백팩이 더 맞는 거 같습니다. 마침 신형이 나왔는데 이게 또 기존 디자인과 새로 더 컴팩트한 Zip 라인이 따로 나와서 곤란하게 하더군요. 일단 둘 다 건드려 보기로 했습니다만, 백팩 크다고 바리바리 넣겠다는 욕심을 버려서 제 생각엔 Zip으로도 충분할 듯 싶습니다.

 마지막 고민은 삼각대입니다. 기존에 트래블 삼각대 쓰던 게 여행용으론 그것도 크고 무거워서 안 쓴다는 생각에 아예 미니형과 아예 센터켈럼 없이 크고 단수 적은 걸로 이분화 했습니다. 그런데 미니 삼각대도 여행에서 쓰기가... 휴대는 별 문제가 아닌데 역시 그렇게 여유가 없는 상황 or 금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펼친다는 거 자체가 문제라 그리 많이 쓰지 못 했네요. 차라리 모노포드가 어떨까 탐색 중입니다. 휴대성 하면 픽디자인 삼각대가 생각나는데 가격이 미쳐서 고려조차 할 수 없습니다.

 2019년도 끝나가는데 2020년에는 장기적으로 가져갈 만한 구성을 확립시키고 싶습니다. 사실 이런 거 하려면 이것저것 써보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많이 들고 나가서 찍어보는 게 제일이지만 춥다는 핑계로 얼마나 다닐지 모르겠네요; 다음 장비 얘기는 아마 바티스 패밀리의 종합 미니 사용기와 픽디자인 가방 신제품 얘기가 될 듯 합니다. 여행기보다 그쪽이 더 빠를 거 같네요.

F1 2019 아부다비 GP 결승 by eggry


 바쁘다, 피곤하다, 재미 없을 거 같다 등등 이유로 미주 그랑프리는 다 생방송 스킵했지만 이번엔 봤습니다. 사실 이번 경기야말로 딱히 대단한 거 기대할 건 없었지만... 상위권 기준으로는 해밀턴이 확실하게 유종의 미를 거두는 모습을 보였고, 페라리가 우승은 아니라도 맥스/보타스랑은 충분히 해볼만 했는데 결국 포텐셜을 다 발휘하지 못 하고 순위를 갖다 바치는 걸 보면서 올 시즌의 압축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해밀턴의 폴투윈에 패스티스트랩까지 해서 거의 그랜드슬램이었습니다. 모든 랩 리드는 아니라 그랜드슬램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시즌 피날레로써 챔피언십까지 확정지은 상황에 적수는 없다고 확실하게 마무리 지은 거라고 해야겠죠. 르클레르는 예선에서 맥스를 잡을 수 있었지만 잘 풀리지 않았던 걸 첫 랩에서 해치웠습니다만, 그 뒤는 별로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페라리가 또 더블 피트스탑을 했는데 솔직히 망이었고요, 중후반부 페이스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아부다비의 저속코너에서 약점을 확실히 보여주었네요. 뭐 맥스에 대해선 주어진 성능 하에서 최대의 실적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엔진패널티 등을 고려하면 페라리의 삽질 속에서 보타스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습니다.

 중하위권으로 보면 챔피언십을 결정짓게 되는 모습이 여럿 나왔는데, 사인츠는 1포인트 차이로 가슬리를 물리치고 WDC 6위를 차지했습니다. 10위로 마지막 1포인트 먹은 게 도움이 되었죠. 만약 여기서 포인트 획득을 못 했다면 최고순위, 순위 획득 순으로 가는데 가슬리가 브라질에서 2위 한 게 사인츠의 3위보다 위이기 때문에 가슬리가 더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1포인트 차이로 F1.5 우승을 한 셈이죠.

 WCC에서 4위권이야 확정이었고, 르노와 토로로소의 5위 쟁탈전이었지만 솔직히 르노가 더 유리했다고 봅니다. 포인트 리드도 있었고 막상 결승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는 순위를 보여주긴 했지만 르노 쪽이 더 꾸준한 편이었으니... 다닐의 포인트 획득으로는 격차를 뒤엎을 순 없었습니다.

 내년부터는 맥라렌/르노가 다른 중하위권 팀과 진흙탕에 뒹구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거라 생각해서(물론 거하게 삽질하지 않는다면;) 포스인디아나 토로로소(알파 타우리로 바꾼다는데 좀 별로...)는 좀 섭섭한 시기를 보낼지도 모르겠네요. 맥라렌 르노 모두 격차를 벌인 4,5위 권에서 둘이서 챔피언십을 벌이리라 생각합니다. 뭐 기적적으로 포디엄 싸움에 끼어들 정도의 준 3위권이 될지도 모르지만 두 팀 모두 2021년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내년은 그정도 수준일 듯 합니다.

 이로써 올 시즌도 메르세데스와 해밀턴의 우세로 마무리 되었고, 시즌 중반 반짝했던 페라리의 강세도 후반부의 석연찮은 연료유량계 관련 소동 이후로는 갑작스래 사라져버려서 시작과 끝은 비슷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꼼수 하나 뺏긴 걸로 경쟁력이 추락했다면 실망스런 일이고, 내년도 신경쓰입니다.

 안정적 상승세라는 면에서는 레드불-혼다-맥스가 확실히 인상적이라서 페라리보단 이쪽이 더 메르세데스-해밀턴의 아성에 도전할 주자로 기대됩니다. 물론 이번 규정 하에서 레드불의 모습을 보노라면 2015년이나 2019년의 페라리처럼 시즌 중 특정 시기에라도 강세를 보인 시기는 없고(고고도 트랙 강세 빼면) 솔직히 말하자면 안정적인 2위이다가 다시 3위 되거나 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꼭 레드불이 더 유망하다는 보장은 없긴 하지요.

 2021년에는 드라이버 계약도 크게 풀리기 때문에 시즌 향방 외적인 얘기도 많을 듯 합니다. 해밀턴, 베텔 모두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고 다른 드라이버들도 옵션등을 고려하면 그리드의 절반 정도는 프리 에이전트라고 해도 될 상황입니다. 해밀턴과 페라리의 밀약에 대한 루머가 돌긴 하지만 사실 이건 페라리보다는 메르세데스의 장래계획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전 2021년부로 메르세데스가 F1에서의 점진적 철수를 전면으로 드러낼 거라고 보기 때문에, 워크스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면 해밀턴이 페라리행에 관심을 가질 법도 합니다. 토토나 누군가가 인수한 메르세데스나 아직 한참 멀은 맥라렌으로 복귀보다는 페라리가 가장 현명한 선택이죠. 그 경우엔 베텔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될 듯 하지만... 뭐 내년에 얘기하지요.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 0부 - 여행 개요 by eggry


 올해 마지막 여행입니다. 요즘 '데스스트랜딩' 한창 하고 있었는데 스토리 진행은 안 하고 잡배달만 하다보니 결국 여행 전에 못 깨고 가네요.

 또 일본이긴 한데, 이번 여행은 일본 외 후보를 좀 고려했었습니다. 중국과 타이완이 가장 컸는데, 중국이 탈락한 건 패키지로 가려 했지만 비수기라 패키지 인원수가 도저히 채워지지 않아서 결국 허탕. 타이완은 제가 움직일 수 있는 시기가 거의 정해져 있어서 휴가 시기는 고정적인데 경험이 없는 국가/언어권에 처음 도전하기에는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서였습니다. 중국은 일단 허탕 치고 김 샜는데 타이완은 계속 관심이 있어서 다음엔 아예 마음 먹고 1~2달 정도 조사하고 간단한 회화 공부도 하고 가야겠더군요. 사실 '데스스트랜딩' 안 하고 열심히 준비하면 못 할 것도 없었지만...

 일본 간다고 할 때 후보가...이젠 사실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컨텐츠가 부족하네 할 게 없네") 사실 제일 먼저 생각한 건 겨울이 오니까 눈 내리는 노천 온천을 하는 거였고 눈 많이 오기로 유명한 홋카이도, 나가노, 니가타 등을 고려했으나... 이곳들도 11월 말까지 첫눈이 겨우 오는 정도지 설국이 되진 않는다는 사실. 뭐 눈 온천은 내년 2월 쯤으로 생각 중입니다. 내리는 건 딱히 빠르지 않아도 늦게까지 오고 쌓인 눈은 오래 가니까.

 다음은 큐슈 서쪽이나 남쪽인데, 나가사키나 카고시마를 가는 거였죠. 그런데 나가사키랑 카코시마만 가기에는 뭔가 좀 허전한 거 같고, 쿠마모토 성은 수리 중이고... 그리고 나가사키-카고시마 사이 이동도 생각보다는 길고 멀어서 말이죠; 원래 지난 여행도 나가사키까지도 생각했었다가 후쿠오카-나가사키만 해도 너무 이동이 길어서 포기하고 그냥 북동부 지역만 갔던 거죠. 일본열도에서 세번째로 작은 섬이라지만 경상남북도를 합친 수준 크기이고 중앙부 산악지대가 있는 지형이라 이동시간이 결코 적지 않은 것...뭐 이쪽은 아예 작심하고 큐슈 일주 할 수 있는 수준일 때 가기로 했습니다.

 그 외에 안 가본데라면 남은 게 히로시마 권, 토호쿠, 시코쿠 정도인데 히로시마는 가까운데 큰 관광 도시가 있진 않아서 히로시마 단일로는 일정이 아까워서... 그리고 이쓰쿠시마 신사의 해상 토리이가 보수공사 중이라 갈 이유가 더 없어졌습니다. 토호쿠는 아무래도 좀 너무 하드코어한 거 같고요, 그렇게 보고 싶다거나 땡기는 것도 없긴 합니다. 생각나는 게 눈 정돈데 나가노/니가타랑 좀 겹치는 것도 있습니다.(쌀로 유명하지만 술 안 먹어서 사케엔 관심 없음)

 뭐 그래서 어딜갈까 또 가던데 가야하나 했는데 마침 단풍철이니까... 다시 교토를 가기로 했습니다. 제 기준으로도 계속 가도 용서되는 건 교토 뿐이네요. 사실 작년 단풍여행이 오사카-나라-교토였는데 오사카, 나라는 관심 없고 교토만 가자니 너무 긴 일정이라 어딜 추가할까 하다가 시가를 추가했습니다.

 작년에 히에이잔에서 본 비와 호가 생각나서 비와 호를 중심으로 둘러볼 생각입니다. 현 전체를 다니자니 좀 버겁긴 한데, 교통이 그렇게 나쁘진 않고 JR 웨스트 칸사이 패스로 커버가 되서 그렇게 많이 들진 않을 듯 합니다. 교토의 단풍 관광지는 이전에 못 가봤던 곳 위주로 할 생각이지만 겹치는데도 있긴 할 듯 합니다.(난젠지, 에이칸도라거나) 이번에도 라이트업을 야심차게 노리고 있습니다.

 사진 장비는 지난 여행과 동일하게 줌렌즈 없이 바티스 시리즈로만 꾸렸습니다. 사람이 붐비는 단풍철 교토라서 사실 줌렌즈가 대응성이 더 좋고, 바티스는 줌렌즈 대비 조리개 이점이 별로 없는 편이라 더 그렇습니다만... 줌렌즈의 중핵이 되어야 할 24-70GM가 현재 해상력 문제가 있어서 가져가기 그렇습니다. 16-35GM은 줌렌즌데도 바티스에 밀리지 않을 정도고 바티스 18mm와 25mm, 더 나가면 40mm도 대체할 수 있지만 GM과 자이스의 발색차이 때문에 통일성을 중시하기로 했습니다.

 24-70GM은 여행 갔다온 뒤 AS 맡길 생각이고 비싸고 고된(!) 여행에 사진 망치긴 싫으니 검증된 바티스 5총사로 가기로 했습니다. 지난 여행 때까진 없었던 바티스 135가 이번엔 크게 활약하리라 생각합니다. 안 들고다니는 무거운 여행 삼각대를 팔고 미니 삼각대를 샀는데 사실 높이가 낮아 얼마나 쓸진 모르겠습니다; 모처럼 때맞춰 a7R IV로 기변도 했으니 픽셀쉬프트 기능을 좀 써볼까 해서 가져는 갑니다.

 오늘 자고 내일 새벽 버스로 공항으로 출발합니다. 일주일간 공백이 될것이며 다녀온 뒤 여행기 잘 부탁드립니다.

ps.사진은 작년 것

F1 2019 브라질 GP 결승 by eggry


 시간이 시간인지라 라이브는 포기하고 하이라이트랑 데이터만 봤습니다. 영 깔끔하지 못 한 사고들이 많아서 별로 아름답지는 못 했던 경기였네요. 자잘한 문제들이 너무 많아서 사실 아직도 조사 다 안 끝나고 최종 결과 확정 안 났습니다. 톱3는 이걸로 끝일 거 같긴 한데...

 지난 경기에 레드불이 페라리의 파워유닛에 대한 의혹을 제시하고 FIA가 그런 방식은 불법이라고 언급한 뒤 페라리가 갑자기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여기서는 레드불-혼다가 직선에서도 확실히 빨라서 베텔이 의심스럽다는 코멘트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난 경기 레드불처럼 팀 차원의 공식적인 FIA 질의는 아니라 레드불을 어떻게 하지는 못 했지만서도...

 일단 이번주에 혼다 파워유닛이 꽤나 위세를 발휘한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해밀턴의 언더컷이나 상황이 좋아서 두번 리드를 빼앗았지만 두번 다 맥스는 어렵지 않게 1위를 탈환할 수 있었습니다. 손쉽게 두번이나 추월한데서 애초에 상대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봐야겠죠.

 결과는 망했지만 알본도 5위 안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고 최종적으로 피에르 가슬리가 2위까지 먹은 것도 계속 그 밑 언저리에 붙어 다닐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혼다 엔진이 이전에도 고고도 트랙에서 위력을 발휘하곤 했는데(오스트리아, 멕시코) 상파울로도 고고도에 위치한 도시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경쟁력은 예상했지만 이번은 확실히 이전보다 더 강해 보이긴 했습니다.

 뭐 혼다에 대한 의구심은 접어두고, 일단 메르세데스와 페라리는 둘 다 망했는데 좀 다른 이유로 망했죠. 보타스의 파워유닛 리타이어야 그냥 불운인데, 해밀턴은 메르세데스가 자기 발을 쐈습니다. 두번의 언더컷이 성공적이었던 것까지는 해밀턴이나 피트월이나 다 잘 했는데, 페라리 때문에 세이프티카가 나온 후반부 피트인은 판단 자체가 부정확했습니다.

 해밀턴은 1순위 잃는다고 알고서 받아들였는데 사실 2순위였고, 이런 난전 상황에서는 드라이버가 전체 그림을 보기 어려운데 그걸 위임해서 될 일은 아니었습니다. 경기 후반부였기도 하고 맥스 잡는 건 어차피 어렵다고 보이기에 양측 모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여튼 덕분에 순위를 빠르게 올려야 해서 똥줄 타게 된 해밀턴은 알본과 접촉을 일으켰고 5초 패널티를 먹으면서 스핀한 알본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망해버렸습니다.

 그리고 페라리 폭망입니다만, 페이스 측면에서 맥스/헤밀턴의 원투 클래스에 도전할 수 없기는 했지만 안정적인 4, 5위는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어이없는 접촉으로 둘 다 망해버렸습니다. 포지션과 접촉의 양상으로 볼 때 마일드한 버전의 터키 2010 느낌이었는데 베텔이 좀 더 책임이 있긴 하지만 패널티 줄 거리는 아니었던 거 같고...어차피 팀 초상집 분위기니깐;;

 WCC 끝났으니까 레이스 하게 놔뒀다지만 팀킬을 떠나서 WDC 3위 싸움을 하는 입장에서 둘 다 어리석은 모습이었습니다. 그야 3위 정도는 챔피언 만큼 신중할 수 없긴 하지만... 맥스의 우승에 페라리 더블 리타이어로 3위는 맥스가 확고하게 리드를 잡았습니다. 아부다비에서 잡기는 어려워 보이고, 베텔은 산술적으로 거의 끝났다고 봐야겠네요. 우승해야 가능한 수준이니. 11포인트 차이인 르클레르도 뭐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페라리 듀오, 해밀턴, 알본이 나가 떨어지는 와중에 제일 재미를 본 건 피에르 가슬리와 카를로스 사인츠였습니다. 알파로메오 듀오도 요 근래 실적이 영 시원찮더니 5, 6위를 차지했네요. 그 밑으로 리카도와 노리스가 있는데, 리카도는 마그누센과 접촉으로 패널티를 먹었지만 출발 순위가 11위였던 걸 생각하면 이정도면 대성입니다. 패널티 없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뭐 미드필드 리더는 맥라렌이란 걸 다시 확인하긴 했지만, 르노, 하스도 차이는 적은 느낌이네요.

 이제 최종전 아부다비로 가게 됩니다만, 시즌 측면에서 기대할 구석은 별로 없습니다. 어차피 WDC, WCC 모두 거의 끝난 상황이고요. 중하위권까지 봐도 가슬리와 알본에 둘러싸인 사인츠와 르노 vs 토로로소 정도네요. 르노가 이정도는 이겨야 할텐데 뭐 이변이 없는 한 어려운 일은 아닐 듯 합니다. 사인츠는 빨간소 두 마리와 끝까지 사투를 벌어야 할 거 같지만요.

DxO Mark, 소니 a7R IV 벤치 등록 by eggry


 요즘 놈팽이질 하면서 폰카에 별로 믿을 수도 없는 점수나 매기고 있는 DxO Mark지만 센서 벤치는 아직도 볼만합니다. 여튼 요즘은 Photons to Photos가 더 빨리 올리고 있어서 이미 보긴 했지만 익숙한 DxO Mark로 한번 더 봅니다. 이쪽은 리사이즈 결과물에 대한 평가도 있어서 그쪽으로도 참고가 되고요. 전체 점수만 보면 a7R III보다 1점 낮은 99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DxO에서 단순히 총점만 보는 건 별 의미가 없어서...

 각 항목을 보면 a7R IV가 어디서 깎아 먹었는지 알 수 있는데, 다른 게 거의 동일하지만(DR도 오차범위) 스포츠에서 깎아먹은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스포츠 항목은 그냥 노이즈 항목의 다른 이름이라고 보면 됩니다.



 ISO 실효치 관련 차트는 별로 볼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 감도보다 반스탑 정도 낮은 감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심한 뻥감도는 아닙니다. 참고로 니콘의 ISO 64는 실제론 ISO 50 정도 되서 역시 약간 낮으며 다른 감도는 소니와 동일한 실효치를 보입니다.



 문제의 SNR입니다. 일단 Screen(100% 픽셀 레벨)에서는 역시 a7R III보다 일관되게 떨어집니다. 고화소화를 고려할 때 이것 자체는 충분히 예상된 범위입니다. 하지만 궁금했던 건 과연 "리사이즈 하면 어떨까?" 입니다.

 고화소 기종이 단순 100%에선 SNR이 떨어져도 리사이즈를 하면 슈퍼샘플링 효과로 SNR이 향상됩니다. 실제로 4000만대 기종들은 리사이즈 시에는 2400만 급과 차이가 상당히 줄어들며 구형 센서들보다는 오히려 앞섭니다. DR은 원래부터 앞서기 때문에 화질에선 왠만해선 이득이란 것이며, 그래서 단순히 고화소라고 더 노이즈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거지요.



 DxO의 Print 항목은 800만 화소로 리사이즈한 결과물을 측정한 것입니다. 800만 화소는 4K 해상도에 해당하므로(화면비 등으로 약간 차이는 있지만) 실제 프린트가 아니라 디스플레이 상에서 접하는 이미지로도 충분히 고화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800만 리사이즈에서 a7R IV는 저감도에서 근소한 이점을 보이며, 중간감도는 거의 같고(굳이 말하자면 눈꼽만큼 낮지만), 고감도(확장감도)에선 떨어지게 됩니다.

 이정도면 단순히 생각하면 저감도는 이득이고, 중간~고감도는 동등하니까 화소수 상승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득 같지만... 충분히는 아닙니다. 4000만급 기종들의 경우에는 800만이 아니라 2400만으로 줄여도 저화소 기종과 충분히 비길만 했는데, 800만으로 리사이즈 해야 동등하다는 건 a7R III의 4200만 화소로 리사이즈 할 경우에는 더 나쁘다는 얘기가 되겠죠.

 물론 웹용으로야 800만도 매우 고화소긴 합니다만, 6100만 원본 사이즈는 물론 8K 사이즈로도 a7R III 대비 지글거리는 결과물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SNR만 떨어지고 디테일은 충분히 보존된다면 괜찮지만 그렇지도 않은게 실제 이미지를 이용한 암부 비교를 보면 ISO 1600 이후부터는 a7R III보다 원본 사이즈부터 이미 디테일이 더 죽습니다. 아쉬운 결과죠.

 참고로 a7R IV의 범례가 2개인데, 확장감도 부분에서 나타나는 smoothed는 RAW 파일에서 이미 NR이 들어갔다는 이야기입니다. 타사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일이긴 했지만 소니에서는 비교적 적었는데 이번엔 노이즈가 확실히 불리하다고 생각한 건지 확장감도에서 NR이 작동하고 있군요. 초고감도로 갔을 때 차트가 갑자기 꺾여 올라간다면 대부분 RAW에 손을 댔다는 의미입니다.



 다음은 a7R 시리즈의 자랑인 DR. 저감도에서 눈꼽만큼 좋다가 ISO 640을 기준으로 a7R III에 확실하게 역전 당합니다. ISO 640은 a7R III의 듀얼게인이 시작되는 지점인데, a7R IV에선 이게 300 정도에서 일어납니다. 사실 고감도 대응을 위한 듀얼게인으로썬 너무 일찍이라서 고감도용으론 효과가 거의 없고, ISO 100~400 영역을 최대한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ISO 100에서 조금 올라간 영역대를 끌어올리려고 한 선택으로 봅니다.

 물론 그 부작용은 중간감도부터 성능이 빨리 떨어진다는 것 되겠습니다. 리사이즈 시에는 저감도에서 이점이 조금 더 벌어지긴 합니다만, ISO 800부터는 꾸준하게 a7R III보다 떨어집니다. SNR과 더불어 ISO 800 이상에서는 a7R III 대비 이점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계조는 측정치와 실체감을 연결시키기 쉽지 않은 특성입니다만, 이쪽 역시 SNR과 거의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100%에선 밀리며 800만 리사이즈에선 동등합니다.



 컬러뎁스의 양상 역시 비슷합니다. 100%에서 밀리며 800만에서 동등합니다.

 DR을 제외한 특성을 보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바로 웹용 리사이즈 수준에서 a7R III보다 뒤쳐지지 않게 하는 선에서 센서 성능을 희생시키면서 화소를 올렸다는 것입니다. 유일하게 이 틀에서 벗어나, 리사이즈에서라도 더 좋게 만들겠다고 작정한 건 저감도 DR이며, 소니가 이 카메라에 가장 특화시키고 싶었던 부분이 여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소니 마케팅 상으로도 화소수를 50% 올리면서도 전세대와 동일한 800만 화소 15스탑 DR을 실현했다고 했으며, 800만 화소 리사이즈 수치가 거의 동등한 것을 보면 거짓말은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다만 800만으로 리사이즈해서 동등하다는 건 그 이상에서는 떨어진다는 얘기기도 하지요. 그런 식으로 말하진 않겠지만 말이죠. 여튼 800만에서 ISO DR은 DxO 기준으론 14.7EV vs 14.77EV로 눈꼽만큼 올라갔습니다.

 다른 글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a7R IV는 a7R III의 완전한 대체품이라기보단 조금 더 특화용도로 포지셔닝을 바꿨다고 봅니다. 사실 50%라는 엄청난 화소수 증가를 생각하면(화소수가 급속도로 오르던 시절에도 이정도 향상은 보기 드물었습니다.) 선방이라고 할 수도 있긴 한데, 후속기종으로써 전세대를 모든 면에서 앞서지 못 한 건 오점입니다. 제품 포지션을 바꿨다는 거야 같은 시리즈로 나오는 이상 오히려 고객 쪽에서 불만을 표해야 할 일인 거 같고요.

 a7R III의 센서, 정확히는 a7R II의 센서입니다만 이 센서로부터 현재까지 사실 디지털 센서에 딱히 신기술이 등장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마이너한 튜닝과 최적화는 있겠지만, 마케팅 용어를 쓸 만한 화려한 신기술이 없다는 얘기죠. a7R II 때는 이면조사와 구리배선을 내세웠습니다. 그 이후로 그런 마케팅 용어를 쓸만한 센서기술은 a9에 쓰인 DRAM 적층센서 뿐이고, 이건 화질과는 상관 없는 개선이죠.

 소니 센서의 신기술은 작은 판형에서 먼저 테스트되서 점차 올라옵니다만, 작은 판형에서도 이면조사, 구리배선, 메모리 적층 이후의 신기술은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타사까지 통틀어 본다면 유기센서가 후지필름&파나소닉이 10년 째 계속 개발 중이고 소니도 약간 다른 방식으로 특허를 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언제쯤 렌즈교환식 카메라로 나올런지... 세대교체라 할 만한 기술혁신이 없는 상황에서 화소 증가는 당연히 부작용을 가질 것이고, 그 결과가 a7R IV입니다.

 소니가 단순히 게을러 진 걸까요? 경쟁자들이 이제야 구형 모델을 따라오는 수준이라 여유 부리는 걸까요? 그보다 더 안 좋은 답은 이제 손쉽게 올릴 방법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거겠지요. 물론 a7R IV 센서가 모든 면에서 향상되지는 못 했다고 해도, 경쟁사 4500만 급보다 조금 떨어질 뿐이고, 캐논의 저화소 센서는 이것보다도 좋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최고화소수라는 타이틀을 위해서는 충분히 감수할 만한 트레이드오프기는 했겠지요.

 한편으로, 화소를 올리면서 품질까지 손해 없이 올릴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면 이정도 고가에 최고화소라는 타이틀 획득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투입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a9 II마저 새로운 센서를 도입하지 않은 점 등으로 볼 때, 저는 소니도 센서 기술혁신에 있어서 다소 정체기를 겪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올 다른 소니 카메라들도 센서 면에서 이전 같은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a7 IV는 저는 2400만 센서를 그대로 쓸 거라고 생각하며(지금도 최고의 중간화소 센서입니다.), 설사 화소 업그레이드가 된다고 하더라도 3600만 이상으로 갈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물론 변수는 캐논인데, 센서 기술에 한계가 있음에도 고화소 추진에 있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해서 이미 풀프레임 미드레인지와 크롭 모두 3000만 화소를 선보인 상태죠.

 이걸 앞지르기 위해서 소니가 올릴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8K에 대한 요구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화질저하를 감수하면서 화소를 올릴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고화소화보다는 4K60이 더 먼저이고, 고화소화는 오히려 4K60을 어렵게 만들거라 화소수 유지가 더 현실적이네요.

 다만 a7R IV의 6100만 센서의 진면모는 여기까지는 아닐 것입니다. 센서 카탈로그 상으로 이 센서는 16비트 출력을 지원합니다. 아직 소니가 16비트 프로세싱을 갖추지 못 해서 14비트로 처리되고 있지만 말이죠. 그러니 a7R V에서는 프로세서 업그레이드로 16비트 RAW 지원을 기대하며, SNR이나 DR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동영상 측면에서도 a7R IV는 다소 실망스러운 사양이지만, 역시 8K30 및 4K60 출력이 가능한 센서이기에 한단계 업그레이드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썬 여기까지입니다. a7R IV는 대체로 선방하긴 했지만 고감도 성능은 고화소화를 위해 다소간 희생되었으며, 고감도를 기대하는 사용자라면 여전히 최대한도는 a7R III라는 것입니다. 더 높은 수준을 원한다면 a7 III를 써야할테고요.(a7S시리즈를 기대하는 분들에겐 안됐지만 이미 확장급 초고감도를 빼면 리사이즈하면 a7 III가 더 낫습니다.) 물론 웹용으로 동등한 결과물, 더 나은 섀시와 내구성, 편의성 개선, AF 성능을 생각하면 모든 면에서 우위는 아니라 해도 구매할 이유는 충분히 되지만, 그래도 저감도 6100만 화소를 필요로 하는 게 가장 합당한 구매 이유가 되겠습니다.

소니 G Master 마스터 클래스 수원화성편 후기, 그리고 a7R IV에 대한 고찰 by eggry


 요즘 소니에선 시국이 시국이라(;) 제품 발표회에는 소극적이고 대신 세미나류 이벤트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신제품 홍보로 시선을 끌기보다는 기존 유저나 매니아층 유저 상대로 간접적인 방법을 택하는 거 같은데... 세미나 자체는 교육적인 의미도 있고 특정 상황에서의 촬영이다보니 단순 팁만이 아니라 특정 장비에 대한 물욕을 자극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여튼 이번에 제 나와바리인 수원 화성에서 행사를 한다길래 신청했더니 되서 다녀왔습니다. 오늘 하는 인천 송도 야경촬영도 신청했는데 그건 떨어졌네요. 근데 날씨 보면 다행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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