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9 ~ 4. 8. 간사이 여행기 0부 - 여행 개요 by eggry


 날짜로 보건데 이미 3달이 지났지만... 2주년 전에 쓸 수 있을지 걱정인 캄보디아 여행기도 있으니 그것보다는 양호하다고 생각 중입니다.

 제 여행이 대개 그렇듯 일반적인 관광명소보다는 이벤트성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비중은 평소보다는 낮아도 역시나 분명한 이벤트성 목표가 있었습니다. 첫째, 교토 황궁 및 별궁 세곳 관람. 둘째, 울려라! 유포니엄 성지순례. 세번째, 울려라! 유포니엄과 콜라보된 취주악부 연주회였습니다. 적고 나니 결국 유포니엄이 메인인데, 그래도 일반관광도 어느정도 했습니다. 여행기간은 11박 12일이지만, 마지막날 새벽 비행기로 오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10박 11일이었습니다.

 이벤트성 외에 시기적으로 벚꽃여행을 노리고 했습니다만, 이상기온으로 생각보다 서늘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벚꽃은 여행이 거의 끝날 때 쯤에나 제대로 피기 시작했습니다. 만개는 여행 끝나고 다음주. 만개예정일보다도 살짝 늦게 간 거였는데 벚꽃관광은 실패에 가깝습니다. 그런 주제에 피크라고 숙박비는 꽤나 비싸게 들었지만서도... 일주일 늦게 왔더라면 완벽했을텐데 하고 아쉬워했습니다.

 이번에 처음 가보는 곳은 고베였는데, 사실 간사이 쪽으로 갔다고 해도 오사카, 교토, 우지 정도만 갔었고 서쪽으로 가본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편 동쪽으로는 원래는 나고야까지...인데 관광이라곤 할 수 없지만 실수로 요코하마까지 가기는 했네요. 어쨌든 한 여행에 들러본 도시 숫자로는 고베, 히메지, 오쓰, 교토, 우지, 나고야이니까 아마 역대 최다일 듯 합니다.


고베

 가장 일반적인 관광으로, 언덕의 이인관과 고베항, 아리마 온천, 롯코산 등을 들렀습니다. 그리고 식비로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한 곳이기도 합니다. 까날님에게 추천받은 프렌치 레스토랑, 그리고 고베규 코스를 먹었습니다. 쇼핑은 딱히 하지 않았는데 별로 사고싶은 것도 없었거니와 덕질샵은 처참한 수준이었어서...


히메지

 오로지 히메지 성 관람만을 위한 반나절 코스. 교토권으로 이동하기 전 오전 관람이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벚꽃도 안 피었고 날씨도 별로여서 망함.


오쓰

 뜬금없이 교토를 지나서 시가 현의 오쓰 시에 들렀는데, 순전히 유포니엄 때문이었습니다. 콜라보 래핑 노면전차가 있다는 말에 그거 보러 갔죠. 들른 날이 마지막 날인데 비가 와서 날씨는 별로였지만 그래도 열차시간표 보고 잘 보고 왔습니다. 당연하다는 듯 등장 타이밍을 노리는 동지들(?)도 몇 봤고요.


우지

 유포니엄 성지순례라면 당연히 우지. 우지는 보통 교토 관광에 붙어가는 디저트이기 때문에 관광 명소가 있긴 해도 숙박은 별로 없습니다. 호스텔에서 2박 숙박하면서 성지순례 촬영을 주로 했는데, 계획성이 떨어져서 시간이 많이 소모된 탓에 원래 교토로 복귀하기로 한 날짜에도 짬을 내서 온 적도 있습니다. 성지순례 중 가장 거창했던 건 역시 렌트카로 여름 합숙을 했던 체험장과 아마가세 댐을 간 것일 듯. 그리고 마지막날에는 유포니엄과 콜라보로 이뤄진 교토-우지권 중고교의 취주부 연주회를 보았습니다.


나고야

 나고야 당일치기(였어야 했는데 꼬임). 이번엔 유포니엄 성지순례를 (거의) 퍼펙트하게 해보자는 취지였기에 마이너한 장소들도 큰 돈을 들여서 들렀습니다. 나고야엔 전국대회가 열린 나고야 국제회의장이 있습니다. 거기만 보고 가기는 너무 돈이 아깝기에(신칸센 왕복!) 일정을 맞춰서 지인인 길시언 님과 만나서 식사도 했습니다. 그리고 교토로 돌아올 생각이었으나 어이없는 실수로 인하여...


교토

 유포니엄 성지순례는 마지막날까지 했지만 이틀이 지난 뒤에는 교토로 근거지를 옮겼습니다. 성지순례를 잠시 쉬고 교토관광에 집중했는데, 이번 교토관광은 크게 두가지를 목표로 했습니다. 하나는 교토 고쇼(구 황궁)과 3대 별궁을 관람하는 것. 선예약제인데 운 좋게 인터넷 예약에 성공해서 이번 여행에 전부 다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마음에 드는 곳의 재관람이나 일정 문제로 제대로 보지 못 했던 곳을 다시 노리는 것. 교토엔 유포니엄 관련 장소가 두세곳 정도 있지만 등장빈도는 적습니다.



교통편

피치 항공으로 간사이 공항 왕복
공항셔틀로 아마가사키 행
아마가사키에서 철도로 고베 행
철도로 히메지 행
철도로 오쓰, 그리고 우지 행
신칸센으로 교토-나고야 왕복

 패스류는 거의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유포니엄 관련으로 케이한으로 우지를 왔다갔다 할 때 우지-후시미 1Day 티켓을 사용한 정도? 우지-후시미 1Day 티켓은 케이한-유포니엄 콜라보 이벤트로 클리어 파일을 받을 수 있어서 어차피 필요하긴 했습니다. 그 외의 도시간 이동 및 시내 이동은 전부 일본판 아이폰에 스이카를 충전해서 썼습니다.



사진 장비

 애니메이션 성지순례가 끼여있는 만큼 사진 장비에는 공을 들였습니다. 24-70 줌렌즈와 50미리 단렌즈를 재빠르게 쓰기 위해 임시로 a7R II를 한대 더 들여서 투바디를 운용했는데... 투바디 시도는 결과적으론 실패였습니다. 물론 렌즈 갈아끼지 않고 쓰기는 했지만 픽디자인 캡쳐프로로 달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거워서 결국 한놈은 가방에 넣고 빼서 쓰는 식이었거든요. 렌즈 교체하는 것보다 2% 정도 편하긴 했는데 무게 추가를 생각하면 이득이었는지는 잘... 어쨌든 전체 장비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소니 a7R II 2개
FE 24-70mm f2.8 GM - 대부분의 촬영
FE 50mm f1.4 ZA - 감성샷용인데 그리 많이 쓰진 않음
FE 16-35mm f4 ZA - 광각이 필요한 경우를 위한 보험인데, 거의 안 씀;
FE 70-200mm f4 G - 연주회 및 성지순례 촬영용. 의외로 많이 씀!

 유포니엄 성지순례 하면서 중요했던 건 망원렌즈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 사진을 참조한 배경이 많은데 구도를 보니 망원 압축효과를 이용한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표준줌으로는 피사체의 배치들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 성지순례 관련된 팁들은 따로 정리하게 되겠지만 어쨌든 표준줌에 망원렌즈 2가지면 될 듯 합니다.


 여행기 자체는 시간 순으로 장소이동과 일반관광을 중심으로 하고, 유포니엄 성지순례는 따로 애니메이션 시간순에 맞춰서 다른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성지순례 사진들은 여행기에는 최소한도만 들어갈 생각이고 관광명소 위주로 다룰 것입니다.

덩케르크 - 대단한가? 그렇다. 좋아하는가? 그건 다른 문제다. by eggry


(영통 메가박스 MX관 관람)

 익히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스타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의 재능은 높이 사지만 그 스타일이 저에게 썩 맞지 않습니다. 물론 그의 모든 필모그래피를 평작 이상이라곤 생각하지만 놀란이 현대 영화를 대표할 벤치마크적 존재인가 하면 솔직히 그 반대에 가깝다고 봅니다. 필름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라든가, 짜임새 있는 맥락보다는 흐름에 맡기는 스타일 같은 것들이 인기는 있을지언정 대표적이라고는 할 수 없고, 광적인 팬들에는 언제든지 NO 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놀란의 차기작이 '덩케르크'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번엔 또 어떤 수작(?)을 부리려나 하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덩케르크 전투, 정확히는 영화에서 그려지는 탈출작전은 전사적으로 극적이고 큰 사건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미시적으로는 그리 건질 거리가 없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 중 하나는 독일군이 영국군과 프랑스군을 완전히 핀치로 몰아넣었음에도 진격을 멈추어 시간을 허비하고, 해변까진 결국 도달하지 못 했기에 기적적인 탈출이 가능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탈출 자체는 역사적으로 극적이었으나 전투 면에선 그렇게 극적이지 않았다는 얘기죠.

 놀란이 물량전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들 거라고도 기대 안 했기 때문에 '덩케르크'는 평범한 전쟁영화가 되진 않을 거라고는 미루어 짐작했습니다. 그의 스타일로 미루어볼 때 인간 드라마에 더 가까울테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영화는 탈출하려는 두 병사, 전투기 편대, 그리고 구하러 가는 어선 한척의 세 그룹으로 진행됩니다. 각 그룹의 진행은 시간순을 따르지 않으며, 이런 비순차적인 편집에서 그의 데뷔작인 '메멘토'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필모그래피가 제법 쌓인 지금에 되돌아보면 사실 의외로 자주 쓰지 않는 편집입니다만, '덩케르크'에선 솜씨가 전혀 녹슬지 않았음을 과시합니다.

 세 그룹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덩케르크의 상징적인 존재들을 대표하긴 합니다만, 초점을 소그룹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썰렁해보이긴 합니다. 놀란이 물량 블록버스터에 질색한다는 거야 알지만, 사실 덩케르크 탈출의 스케일로 볼 때는 덩케르크 전체가 썰렁해보이게 게 만든 건 실책이라 해야겠습니다. 실제론 수백대의 전투기와 선박이 참여했지만 영화에선 그 넓은 해협과 하늘에 한두척, 서너대 정도가 전부라거나 거의 마지막까지 어선은 한척만 보인다든가 말이죠. 물론 '덩케르크'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므로, 실제 그림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여주려고 애써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징적인 세 개체의 묘사에 집중함으로써 긴장과 감정을 고조시키는 건 놀란의 스타일에 적절한 방식이고 실제로 '덩케르크는 이렇게 썰렁하지 않은데' 라는 제 머리의 외침에도 가슴은 감성의 파도를 그럭저럭 잘 타고 흘러갔습니다. 재미있게도 '덩케르크'는 놀란 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드라이하고 절제되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물리적으로 스케일이 작아보이는 것도 사실성 면에서는 부적절할지라도 물량의 웅장함으로 영화의 기조를 흔드는 걸 막습니다. 그런 절제가 신파극 대신 더 묵직한 깊이를 선사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인터스텔라'보다는 저에게는 더 높게 받아들여집니다.

 '덩케르크'는 절제되었지만 여전히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성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스타일이고, 이것이 맞지 않는다면 그저 그럴 것이며 맞다면...음 괜찮을 것입니다. 절제하는 면모를 보이는 반면 놀란 영화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질 정도로 감성적 영화인데, 그건 '덩케르크'에 서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사건과 체험, 감정은 있지만 기승전결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영화로써 성립한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고, 훌륭한 기교를 보면 평론가들이 왜 그렇게 높은 평점을 줬는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하게 될지는 다른 문제일 듯 합니다.

 '덩케르크'는 '인터스텔라'나 '다크나이트'보다는 '메멘토'에 더 가까우며, 이런 이질적인 밸런스가 과연 다른 놀란 영화만큼 대중층에 잘 먹혀들지는 모르겠습니다. 흥행적으로는 그래서 사실 의문부호가 먼저 앞섭니다. 저에게도 흥미로운 영화이자 체험이기는 했지만, 말초적으로 재미있었다거나, 감동적이라거나, 보고싶어진다거나 하는 쪽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야겠습니다. 영국인들이라면야 영뽕에 차서 단체관람 후 펍에서 뒷풀이까지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좋아하게 되든, 싫어하게 되든 '덩케르크'는 직접 보고서 판단할 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분명히 보통 영화는 아니니 말입니다.

ps.적당한 좌석을 못 잡아서 완전판 화면비로 볼 수 있는 용산 아이맥스가 아니라 영통 MX에서 봤지만, 지금으로썬 화면비가 이 영화에 그리 큰 의미를 가질 거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별로 기술적인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물론 직접 판단하기 위해 추후 관람 예정이긴 합니다만 전국에 한곳 뿐인 곳으로 힘들게 가서 볼 가치가 있을 거 같진 않네요.

F1 2017 영국 GP 결승 by eggry


 연습이나 예선 페이스부터 해밀턴 우승이 거의 확실시 되었던 경기라서 우승자 자체는 별로 놀랍지 않습니다. 사실 고속트랙 특성에다가 올해 머신의 에어로강화 덕분에 추월이나 액션은 사고나는 경우 빼면 확실히 적긴 했네요. 경기 자체는 베텔 vs 맥스, 베텔 vs 보타스를 빼면 사실 정말 볼거리가 없었습니다.

 경기 자체보다는 페이스나 챔피언십 적인 쪽으로 얘기하고 싶은데, 일단 실버스톤 자체가 메르세데스에게 상당히 잘 맞는 트랙인 건 맞습니다. 중고속 코너와 긴 직선주로라는 특성이 메르세데스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소프트/슈퍼소프트라는 타이어 구성도 메르세데스엔 그리 나쁘지 않죠. 슈퍼소프트만 신으면 약해지던 모습을 보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 몇 경기를 보면 그 시절은 이제 끝난 듯 합니다. 물론 페라리 특성에 맞는 트랙들도 있기는 합니다만 점점 빈틈이 채워지고 있는 게 페라리에겐 고민거리일 겁니다.

 이런 트랙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레이스 페이스 면에서 기어박스 패널티로 9위로 출발한 보타스가 베텔을 잡을 수 있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물론 베텔은 스타트에서 맥스에 뒤쳐져서 시간과 페이스를 허비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베텔이 보타스 만큼은 무난하게 잡던 올해 초의 허니문도 이제 끝났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두차례 우승도 있었고 최근 해밀턴에 더 근접한 성적을 내고 있으니 이미 안 좋아지고 있는 WCC 상황이 더 안 좋아지게 생겼습니다.

 사실 이번 그랑프리에서 보타스는 그냥 3위로 끝나는 게 현실적이었지만, 페라리 듀오가 모두 프론트 레프트 펑쳐에 시달렸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베텔의 경우엔 보타스와의 휠투휠 중 심한 휠락도 있었고, 플랫스팟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펑쳐까지 간 건 데브리나 블리스터링 등 다른 이유일 것입니다. 키미의 경우엔 전혀 짚히는 게 없었기 때문에 둘이 모두 발생한 게 단순히 우연만은 아닐수도 있습니다.

 단순 타이어 마모가 심하다고 펑쳐가 일어나는 건 아니고(그립이 마모되는 부위는 복합구조로 되어있기에) 데브리에 의한 컷이나 트레드-사이드월의 블리스터링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별히 중계 중 슬로우모션이나 무전으로 블리스터링이 목격되지 않았단 점도 의아하긴 합니다. 만약 페라리 듀오의 펑쳐가 공통된 원인이라고 한다면 서스펜션 셋업에 의해 타이어에 무리가 가서일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은 증거가 불충분하네요. 물론 둘 다 그냥 재수없게 데브리에 걸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키미보다는 베텔이 타이밍에서나 포지션에서나 더 치명타였습니다. 키미는 보타스에 순위를 내주는데 그쳤지만 베텔은 순위도 4위인데 거의 마지막 랩에서나 터지는 바람에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었고 7위까지 미끄러져 내렸습니다. 베텔에 스타트에서 앞서긴 했지만 페이스 자체는 베텔이 더 있었던데다 피트스탑도 더 원활히 되서 뒤로 밀렸던 맥스는 물론, 꼴지로 출발했던 리카도보다도 뒤에서 피니시 하게 됐습니다.

 이로써 WDC는 단숨에 1포인트 차이로, WCC는 메르세데스 원투와 페라리의 타이어 폭망 때문에 55포인트나 벌어지게 됐습니다. 해밀턴의 WDC 캠페인은 갑자기 다음주면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 되버렸고, WCC는 근래 물 오른 보타스와 약점을 보완해가고 있는 메르세데스 때문에 상당히 힘겨운 싸움이 될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페라리에 맞는 트랙이라든가, 운이 따라준다면 베텔이 WDC가 될 가능성은 아직 있다고 보지만, 트렌드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발속도 면에서 페라리가 메르세데스에 뒤쳐지고 있다는 눈에 띄는 징조가 나타난 첫 경기일지, 아니면 트랙 특성 때문에 다소 두드러진 경우일지 말이죠.

ps.혼다 스펙3 엔진은 별 도움이 안 되는군요. 맥라렌 섀시도 고속트랙인데도 별 재미를 못 본 거 같고...

니콘 "중고급 DSLR을 중심으로 '니콘 다운' 미러리스를 낸다" by eggry

「光学と精密技術はなくせない」 ニコン社長に再生の道を問う 牛田社長インタビュー「構造改革はあらゆる可能性を排除しない」

 구조조정으로 한창 홍역을 치르는 중인 니콘에서 간만에 앞날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CP+ 등에서도 바디, 렌즈 발표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로 당분간 화재거리가 100주년 기념제품 정도인 상황에 그래도 이제는 뭔가 말할 정도로는 수습이 되어가나 봅니다. 올해 초 구조조정의 피바람이 불 때 관련 글을 쓰기도 했죠.(창립 100주년, 니콘 최대의 위기인가?)

- 카메라 사업의 정책은?
"구조개혁은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제품 면에서는 역시 DSLR 중고급기종으로 승부해야 한다. 카테고리 톱을 노려서 매상은 떨어져도 이익은 높인다. 스마트폰 세대를 대상으로는 성능 면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니콘 다운' 미러리스 카메라를 낸다. 산업용 렌즈 기술을 활용해 렌즈 성능에서 압도하고 싶다. 한편 가벼운 관점도 필요하다. "여성친화적인 SLR" 같은 프로젝트가 있어도 좋지 않겠는가"

 뭐 니콘이 그나마 꾸준히 자리잡고 있는 중고급 DSLR을 중추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시도할 거라는 건 거의 예상된 일이긴 합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카테고리는 이젠 레드오션이 된 1인치 하이엔드 같은 게 아니라 미러리스 밖에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스마트폰을 만들 게 아니라면) CX 포맷이 전략상품일 가능성은 없어보이고 사실 새 규격 출범과 더불어 규격이 단종선고를 받을 듯도 싶습니다.

 일단 현재의 니치화/고급화 되어가는 추세에서는 어설프게 APS-C 가고 나중에 FF 가는 식으로 갈 여유는 없고, FF가 먼저, 아니라면 최소한 동시에 출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니콘의 라이브뷰 기술은 기술 그 자체는 CX 포맷에서 보듯이 전혀 나쁜 수준은 아닙니다. 사실 센서면 위상차로 고속 동체추적 AF를 해낸다는 컨셉을 제일 먼저 상용화시킨 게 니콘이기도 합니다.(참고로 탑재는 후지 컴팩트가 제일 먼저였으나 별 이득이 없었고, 소니도 쓸만해지는데 몇년 걸렸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풀타임 라이브뷰 바디+렌즈의 기술 자체는 충분히 있다는 거죠.

 문제는 니콘 DSLR과 F 마운트 렌즈는 양쪽 다 거기에 전혀 못 따라가고 있다는 점으로, 경쟁력 있는 퍼포먼스('니콘 다움'이란 건 역시 이것이죠)를 단시일에 실현할 방법은 역시 새로운 규격을 만드는 것 뿐일 겁니다. F 마운트 어댑터는 CX도 나올 정도였으니 당연히 나올테지만 F 마운트 렌즈군의 라이브뷰 성능 개선은 그보다 더 느긋하게 이뤄질 것입니다. 물론 미러리스가 예상 이상으로 잘 나간다면 아예 그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버릴 수도 있지만 말이죠.

 여튼 노선 자체야 뻔히 예상되었던 거지만 사장이 실제로 입에 담았다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진행되어 간다는 징조이자, 공식화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겠죠. 물론 니콘 미러리스 개발이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을 것이므로 올해 출시- 같은 건 힘들 겁니다. 하지만 이정도면 포토키나에서 브랜드 발표, 내년 상반기 출시 정도는 불가능한 얘기는 아닙니다. 이미 말했듯 원천기술 자체는 있으니까요. 물론 기술이 있다고 해도 그걸 하나의 상품으로 다듬고 패키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실현하기 힘든 스케쥴은 아닙니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한동안 안 좋은 소식 뿐이던 카메라 시장이 바닥을 치고 확실히 회복세로 들어섰다는 점입니다. 컴팩트 카메라 카테고리가 쪼그라들면서 숫자는 하락 일로였지만 이제 컴팩트 카메라를 거의 완전히 정리하고 나자, 포트폴리오가 건전해졌고 카메라 회사들은 규모는 작아졌지만 수익성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거의 렌즈교환식 카메라만 남은 상황에서 판매고 자체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중고급기 위주로도 충분히 비즈니스가 성립한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물론 카메라나 렌즈야 앞으로도 계속 비싸져갈 전망입니다만...

 나쁜 소식은 많이 늦었다는 것입니다만, 그래도 늦는 게 안 하는 것보단 낫겠죠. 지금이야 미러리스와 DSLR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치더라도 2020년 쯤에는 광학식 뷰파인더 매니아가 아닌 이상 미러리스가 압도할 게 확실한 상황이니 카메라 사업을 그만둘 게 아니면 들어는 가야합니다. 그래도 내년에나 나올 니콘(그리고 캐논) 미러리스는 기껏해야 번들+표준 단렌즈 정도로 출발할테고, 소니가 쌓아온 렌즈군을 얼추 따라가는데만도 3년은 족히 걸릴테죠.

 니콘과 캐논의 전체 역량이야 소니 이미징 사업부보다 크다고 하더라도, DSLR과 자원이 분산된다는 점에서 소니보다 빠른 속도로 렌즈를 뽑아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기술혁신에 의한 선점에 실패해도 포기하는 것보다는 나중에 되찾는 게 바른 결정이겠죠. 마찬가지로 디지털화에 뒤쳐져서 캐논 따라가는데 한참 걸린 니콘이니 '장기전'은 잘 해내리라 생각합니다. 장기전 끝났다 싶었더니 또 새로운 장기전이 열린 건 뭐 그것도 니콘 다움이려니;; 그래도 이번엔 캐논보단 빠를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라이브뷰도, 렌즈도 일단 기술력은 있다고 친다면 물건이야 잘 나올테지만 과연 센서가 어떻게 될지가 궁금합니다. 니콘은 소니, 도시바, 르네사스 센서를 혼용해서 써왔지만 도시바 센서사업부는 소니에 인수되었고(주로 APS-C 보급기 센서를 제조), 프레스급은 르네사스 센서를 써온 경우가 많았으나 D5와 D500은 소니 센서가 되었습니다. 점점 강력한 경쟁자가 되어가는 소니에 센서 공급이 붙들려 있다는 걸 불편해하는 기색이 제법 있었던 니콘인데, 소니 센서가 제일 경쟁력 있기도 하니 고민은 될테죠. 니콘이 a9에 대항할 만한 강력한 미러리스를 만들어낸다고 하면 소니가 센서를 원만하게 공급해줄지 우려도 있을겁니다.

 작년 짧게 돌았던 소문인 삼성과 니콘의 협력은 카메라 사업부나 기술의 매각/매입에 관한 것이었지만 삼성-니콘의 파트너십은 아직도 불가능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사실 소니 센서에 대항할 유일한 센서 메이커가 삼성이니깐요. 다만 센서 사업부는 NX 그 자체는 아니라고 해도 NX 포기 후 한동안 대형센서를 쉬었다는 점, 그리고 설사 니콘의 물량을 따낸다 하더라도 캐논/소니보다는 물량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제품주기에선 여전히 불리한 입장이란 점 등이 문제겠죠. 그리고 니콘이란 기업 자체의 국수성도 있겠고요. 그래도 삼성-니콘 조합이라면 현재로썬 소니에 도전할 가장 이상적인 듀오이기에 희망은 가져봅니다.

F1 2017 오스트리아 GP 결승 by eggry


 예선에서부터 결말은 거의 예정된 경기이긴 했습니다. 메르세데스와 페라리의 페이스 차이는 매우 근소했고, 결국 예선/스타트/피트전략/사고에 따른 트랙 포지션으로 결정된다는 올해의 패턴이 이번에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룰이 아직도 유지된다는 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건 최근 몇 경기 동안이 일반적인 트랙이 아니었던 반면 레드불링은 카탈루냐 이후 오랜만에 '전통적인' 레이스 트랙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레드불링은 카탈루냐 같은 올라운드 트랙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직선성능과 고속코너 성능이 강조되는 트랙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고도 때문에 엔진에 의한 직선성능 영향이 크게 나타났던 곳이기도 합니다.

 좋은 소식은 올해는 레드불링에서 처참하게 떨어지는 성능을 보여주는 파워유닛은 없었단 점입니다. 이게 가장 심했던 건 현행규정 첫해인 2014년이었는데, 본래 과급엔진은 고도에 의한 공기밀도 저하를 잘 극복할 수 있지만 페라리와 르노는 터보 용량이 부족해서 다른 트랙에 비해 유달리 처참한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올해는 혼다조차도 그냥 평소 느린 정도 만큼의 격차 밖에 보여주지 않아서 고도 문제는 모두들 잘 대비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쁜 소식은 트랙이 타이어 마모가 적은 편이라 울트라/슈퍼소프트를 쓰고서도 1스탑 레이스라는 건데, 그나마 퍼포먼스 격차도 별로 나지 않는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울트라가 조금이나마 더 나을거라는 기대가 없진 않아서, 기어박스 패널티가 확정적인 해밀턴은 슈퍼소프트로 출발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결승에서 울트라소프트가 그렇게 큰 이득을 보여주진 못 했습니다. 물론 해밀턴은 무난하게 잡아내었지만, 키미와 선두 드라이버의 페이스 차이를 생각하면 해밀턴이 타이어 덕을 봤다고 보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1스탑 레이스에 타이어 퍼포먼스 차에 의한 불확실성도 기대할 수 없어서 거의 예상대로 경기가 진행됐습니다.

 어쨌든 보타스는 환상적인 스타트로 선두를 고수했고, 거의 마지막 두어랩까지 베텔의 도전을 받지 않았습니다. 보타스의 스타트는 너무 대단해서 베텔이 점프스타트 의혹을 제기할 정도였지만,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라이트가 꺼지고 0.201초 뒤 출발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마지막 두어랩 동안 베텔이 빠르게 쫒아오기 시작했고, 이는 메르세데스의 타이어 관리 능력이 조금이나마 페라리보다 떨어지는 탓으로 보입니다만... 어쨌든 트랙 포지션에서 앞인 이상 추월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베텔이 보타스를 꾸준히 푸시해서 타이어를 빨아먹지 못 하고 후반부에야 따라갈 수 있었다는 건 페라리의 레이스 페이스가 히든카드가 될 정도는 안 된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보타스와 베텔은 거의 둘만의 리그였고, 해밀턴은 3위였던 예선순위에서 기어박스 패널티로 8위로 출발했는데 사실 4위면 선전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위가 리카도였다는 걸 생각하면 극후반에 이르기 전까지 제대로 리카도를 따라잡지 못 했던 건 우려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마치 러시아, 모나코에서 있었던 듯한 슬럼프가 다시 나타난 느낌인데, 이런 문제가 있을 땐 언제나 해밀턴이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 오스트리아에서 보타스가 우승할 동안 해밀턴은 썩 개운찮은 모습을 보였고 모나코에선 둘 다 나빴지만 해밀턴이 더 안 좋았죠.

 이런 해밀턴의 기복은 챔피언십 경쟁 면에서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페라리 전체가 밀리는 경우는 있을지언정 베텔 그 자신은 확고하게 키미보다 나은 성적을 내고 있고, 사고가 나거나 한 게 아니면 포디엄엔 거의 반드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반면 해밀턴은 그보다 낮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고, 그게 WDC 경쟁에 치명적인 문제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보타스가 두번째 우승을 올리면서 베텔과 해밀턴의 격차보다 해밀턴과 보타스의 격차가 더 좁아졌습니다. 만약 보타스가 한두번 정도 더 우승한다면 확실한 쓰리호스 레이스로 확대될 우려도 있습니다. 퍼포먼스 격차가 지금처럼 적은 상태에서 안그래도 절박한 해밀턴의 포인트를 보타스가 깎아먹기까지 한다면...

 WDC는 아직 한치 앞을 알 수가 없군요. WCC에서는 키미가 계속 메르세데스보다 높은 포인트를 못 내면서 메르세데스가 앞서가고는 있습니다만.

캐슬바니아 시즌1 - 괜찮은 출발 by eggry


 코나미의 인기 액션게임 시리즈 '캐슬바니아(일본명 악마성 드라큘라)'가 넷플릭스로 온다는 얘긴 이미 들었는데, 사실 그게 실사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인지는 얼마 전에야 알았습니다. 어제 '캐슬바니아' 시즌1이 넷플릭스에 풀렸고 저도 한번에 몰아봤습니다. 분량은 에피소드 당 20분에 4에피소드로 시즌1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캐슬바니아는 서양 쪽에서 말하길 'Anime'로 분류가 되는데, 이는 일본식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지금의 미국 애니메이션은 현재 전통적인 카툰 애니메이션 스타일과 '아니메'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고 그 중에서 캐슬바니아는 아니메 스타일 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림체라든가가 눈 크고 형형색색 머리카락인 재패니메이션이 되는 건 아니고, 주로 연출이나 제작기법적인 면에서의 분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툰 애니메이션과 아니메의 주된 차이는 동화를 중시한 풀애니메이션 중심의 스타일이냐 동화를 희생하고 대신 디테일과 연출로 커버하느냐라고 할 수 있죠.

 그런 관계로 '캐슬바니아'의 비주얼은 처음엔 꽤나 이질적으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일본풍 작화는 아닌데, 그렇다고 디즈니나 사우스파크 같은데서 보던 동화도 아니니 말이죠. 물론 시간이 지나면 금방 적응되지만 그래도 동화의 프레임이 조금 적다는 느낌은 들기는 합니다. 기술적인 얘기는 이정도로 하고...

 시즌1의 내용은 드라큘라 백작이 인간에 실망한 뒤 왈라키아에 악마 군대를 풀어서 세상을 피바다로 만드는 와중, 흑마술을 쓴다고 추방된 퇴마가문인 벨몬트의 후계자가 드라큘라 퇴치에 나선다- 는 것입니다. 방탕한 벨몬트가 드라큘라의 군대로 망해가는 세상에서 동료들을 만나 드라큘라의 성으로 향하는 것으로 끝. 알루카드나 시파 같은 조력자 겸 시리즈 올스타적인 파티 구성으로 가는 것으로 볼 때 앞으로는 꽤나 화려한 액션으로 나갈 듯 합니다. 실제 시즌1의 에피소드1,2에서는 지나치게 정적이고 뻣뻣한 느낌을 주었지만 에피소드3,4에서는 쌓아둔 여력(돈?)을 쏟아부어 제법 괜찮은 액션을 보여줍니다.

 사실 캐슬바니아 시리즈는 저는 플레이한 적이 거의 없어서 드라큘라, 벨몬트, 알루카드 정도 기초적인 캐릭터나 몇가지 설정, 밈 정도 밖엔 모릅니다. 그래서 수많은 게임 시리즈 기준으로 애니화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고, 저는 그저 중세 판타지 설정의 애니메이션으로써 보는데 첫인상은 그냥 그랬지만 후반부엔 시즌2를 꽤 기대하게 됐습니다.(참고로 시즌1 배포 몇시간 만에 시즌2가 확정됐습니다.) 주요인물 중심의 이야기 외에도 소위 역병과 전쟁이 도는 중세의 막장 분위기도 꽤나 흥미롭긴 했습니다. 서양인들이 만든 거라 역시 중세 느낌이 잘 사는 것인지...?

 '캐슬바니아' 자체도 그럭저럭이긴 하지만 사실 이걸로 더 기대감이 생긴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같은 제작자가 넷플릭스로 '어쌔신 크리드' 애니메이션을 만들 거라는 소식이 나왔기 때문이죠. 그 소식을 들어서인지 몰라도, 에피소드3,4의 벨몬트의 액션은 복장도 그렇지만 자꾸 에지오가 생각났습니다. '어쌔신 크리드' 애니의 주인공이 에지오는 아니겠지만 어쌔신의 모범상이기도 한 만큼, 적어도 액션적으로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 중입니다. '캐슬바니아'가 소식 나오고 몇달 뒤에 나왔으니 아직은 먼 얘기 같긴 합니다만, 운 좋으면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시점에서 나올지도요.

맥스팩토리 1/7 사쿠라이 아오이 by eggry


제품명: 사쿠라이 아오이
제조사: 맥스팩토리
가격: 12778엔(세별)
크기: 1/7 스케일, 높이 약 130mm
소재: PVC


 '레일워즈!'의 히로인인 사쿠라이 아오이의 스케일 피규어. 맥스팩토리에서 나왔고 굿스마일 샵 온라인 수주 한정으로 2015년 10월에 출시된 놈입니다. 정가는 약 1만 3천엔으로 제법 비싼 편이지만 썩 인기가 없는지[...] 아마존에서 제법 할인된 가격에 파는 걸 샀더라지요. 근데 그 구입한 게 이미 2016년 6월이니 1년이 넘은 셈입니다; 사진도 그때 찍은 건데 어째선지 자꾸 미루다가 그냥 요즘 쓸만한 내용도 없고 새 피규어 뜯어서 찍기엔 공간이나 귀차니즘 문제도 있고 해서 이제서야 올립니다. Better late than never!

 정작 전 '레일워즈!'는 소설도 애니도 본 적도 없고 그냥 캐릭터만 맘에 들어서 샀습니다. 검은 스타킹에 제복, 그리고 폭력 히로인이라는 점이 제 취향인데 정작 원작을 안 봤으니 그냥 캐릭터 소개로나 본 내용일 뿐. 애니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폭망해서 그런지 피규어 상품화는 안된 건 아닌데 되다가 만 느낌입니다. 넨도로이드 2종류가 나왔고, 완성품 스케일 피규어로는 이 맥스팩토리 1/7과 이번에 브로콜리에서 1/8 스케일 피규어가 하나 더 나왔습니다.



 브로콜리에서 나온 이 녀석은 컨셉은 좋았고 퀄리티도 나쁘지 않지만 크게 2가지에서 (내 멋대로) 마이너스를 먹었는데요, 1) 제복이 아니고 2) 검은 스타킹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둘이 같은 건가? 어쨌든 캐주얼한 원피스도 예쁘긴 하지만 제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고 가격도 그리 싸지 않았기에 패스했습니다.

 사실 제가 제일 갖고싶은 사쿠라이 아오이 피규어는 따로 있는데, 바로 보크스 캬라구민으로 나온 녀석이죠. 문제는 캬라구민이라는 점. 전 레진 조립도 못 하고, 도색도 못 하기 때문에 컬러 레진이니 뭐니 해도 아무 의미 없는 애물단지일 뿐이죠. 가끔 괜찮은 작례 보면 정말 눈이 돌아가고 제일 아이콘이라 할 만한 복장에 포즈이긴 한데 도색대행비가 피규어 가격 갑절은 될테니 그냥 손가락만 빨 뿐입니다. 언젠가 하늘이 돕거나 아니면 완성품이 저렴하게 나오기를 바라는 수 밖에... 작례는 요기조기에서 보면서 침흘릴 수 있습니다. 아 갖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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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파운드리: MS의 엑스박스원X 벤치마크 by eggry


Revealed: Microsoft's Xbox One X benchmarks(Eurogamer)

엑스박스원X의 네이티브 4K vs 엑스박스원의 900p/1080p, 그리고 하위호환 측정

 우리는 E3가 엑스박스원X의 순수 게이밍 성능 잠제력에 대해 답을 얻을 장소이길 기대했지만, 극소수의 네이티브 타이틀만이 공개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트루 4K' 마케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E3 이후 개발자들은 엑스박스원X의 인상적인 성능에 대해 열심히 언급하기는 했다: 모노리스는 '섀도우 오브 워'가 네이티브 4K일 것이라고 확인해주었고, 리스폰 엔터테인먼트는 타이탄폴2의 가변해상도가 내부적으로 6K까지 올라간다고 말하였다. 심지어 '아크'의 제작사인 스튜디오 와일드카드는 엑스박스원X를 16GB 메모리를 가진 GTX1070에 비유하기도 했다. MS는 자신들의 내부 벤치마크를 통해 하드웨어 성능의 청사진을 제시함으로써 네이티브 4K 주장에 대해 굽히려 들지 않았다.

 우리는 그에 대한 몇가지 수치들을 공개할 것이지만, 맥락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3월 MS 레드몬드 본사 방문은 2회의 MS 'XFest' 개발자 이벤트 사이에 끼여있었다. 하나는 우리가 방문하기 전 영국에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후 미국에서 열렸다. MS의 Advanced Technology Group(ATG)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데이빗 쿡이 스콜피오 엔진 GPU의 세부사항을 알려주었고, 우리가 프로젝트 스콜피오/엑스박스원X 하드웨어 공개 당시 다루었던 내용과 대동소이했지만 상세한 퍼포먼스 내역으로 스펙을 뒷받침 하였다. 비록 하드웨어에 대해 독점기사 기회를 제공하긴 했지만, MS는 당시엔 숫자를 실제로 제공하진 않았다. 우리는 개발자들을 통해 정보를 받았으며, 출시 전 다시 확인하였다.

 이 자료들은 스콜피오 엔진의 퍼포먼스 특성에 대한 엄청난 힌트이다. 데이터에 덧붙여서, 프레젠테이션은 또한 엑스박스원에서 엑스박스X로 옮겨올 때 GPU 보틀넥 변화도 보여주었다. 기본형 엑스박스원에서는 컴퓨트 성능 부족이 분명히 문제거리였지만, 엑스박스원X로 넘어오면 메모리나 지오메트리, 픽셀로 문제가 넘어가면서 개발자들이 노선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다시 컴퓨트 성능으로 돌아와서, 이 부분이 스콜피오 엔진이 진짜 뛰어난 부분이다. 기쁘게도 MS 또한 비등방성 텍스쳐필터링을 4배에서 8배로 향상시키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는데, 텍스쳐 필터링은 울트라HD 화면을 제대로 활용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MS의 퍼포먼스 분석 툴-PIX-가 병목현상이 생기는 부분을 보여주는데 사용되었으며, 그 외에 엑스박스원X의 해상도 스케일러빌리티를 보여주는데도 이용되었다. 9개 타이틀의 데이터가 선보였는데, 기존 출시작도 있었고 미출시작도 있었다. 밑의 표를 통해 우리에게 제공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각 타이틀이 실제로 어떤 녀석들인지 추측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타이틀 B와 타이틀 C가 '포르자 모터스포츠7'과 '기어즈 오브 워4'라고 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반면, 스타워즈 배틀프론트(타이틀H) 정도 외에는 더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추측해야 한다면 타이틀A는 '리코어', 타이틀G는 '헤일로워즈2'로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요점은 이 게임들이 실제로 무엇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기본형 대비 엑스박스원 하드웨어에서 스케일되어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이다.

이어지는 내용

스파이더맨 홈커밍 - MCU이되 MCU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by eggry


(영통 메가박스 MX관 3D ATMOS 시청)

 스파이더맨의 MCU 편입은 다들 아시다시피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엑스맨과 마찬가지로 스파이더맨 영화의 권리는 지금에 와서는 터무니 없을 만큼 소니에 유리하게 되어있었고, 마블이 판권을 되찾아올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보였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이어가지 못 하고 스파이더맨이 애물단지가 된 상황에서도 권리문제는 여전히 소니에게 더 유리했습니다. 다행히도 소니는 스파이더맨으로 뭘 해야할지 돌파구를 찾지 못 하고 있었고, 마블과 극적인 타협이 이뤄집니다. 시간은 마블의 편이었지만 마블은 스파이더맨을 최대한 빨리 활용하고 싶었기에 궁지에 몰린 소니와 적절한 윈윈 협상이 이뤄집니다. MCU 스파이더맨이 만들어지되, 권리 그 자체는 소니가 가지며 스핀오프 등의 권리도 여전히 가지도록 말이죠. 원주인에 대한 임대라고나 할까요.

 비록 '스파이더맨'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각각 3편과 2편에서 더 이어가지 못 하고 맥이 끊어져야 했지만,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를 그려내는데 있어서 만큼은 둘 다 높은 점수를 받을 만 했습니다. 특히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은 '배트맨과 로빈'[...]에 의해 초토화 되어 몇년간 씨가 말랐던 슈퍼히어로무비 재기의 선봉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 푼돈 등쳐먹는('배트맨과 로빈!') 싸구려 영화가 아니라 버젓한 블록버스터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증거물이 되었습니다.

 다소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으며 출발해 성공을 거둔 후, 더 강화된 '스파이더맨2'는 지금도 히어로무비의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 영화가 넘어야 할 영원한 산이기도 하죠. 불행히도 이후 3작품은 스파이디라는 캐릭터 묘사 자체와는 별개로 작품의 수준과 흥행은 썩 시원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마침내 "'스파이더맨2'에 버금가는" 이라고 칭할 만한 수준을 보여준 듯 합니다. 그래도 '스파이더맨2'를 넘을 순 없습니다. 그건 저에게 신성불가침에 가까운 것이니까요. 상대적으로 빈손으로 출발한 고전에 대한 존중도 있고요. 가령 '앤트맨'은 종합적으로 '아이언맨'보다 나은 영화이지만, '아이언맨'은 그 시기에 그렇게 나왔으며 MCU 프랜차이즈의 주춧돌이란 점에서 결국 더 위에 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가 시작될 때는 토니가 너무 당연하다는 듯 자주 내비쳐서 단독영화를 망치지 않을까가 걱정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MCU의 간섭은 딱 더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이미 두명의 제법 다른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을 접한 시점에서, 또다른 피터와 스파이디에 적응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촐싹이에 결국 정을 못 붙이는 사람들도 있겠고, '시빌워' 때부터 별로 개의치 않던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나아지는 쪽이었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건 단순 적응의 문제만이 아니라 실제로 성장해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제 MCU로 새로이 돌아온 스파이더맨은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에 이어 세번째 피터 파커, 톰 홀랜드를 맞이하게 됩니다. 스파이더맨을 조금이라도 빨리 MCU에 편입시키고 싶다는 욕심 덕분에 이미 '캡팀아메리카: 시빌워'에서 데뷔를 치룬 3대 스파이디의 첫인상은 저로써는 좋다고는 하기 힘들었습니다. 슈트 디자인이나 액션은 좋았지만 너무 촐싹대고 말 많은 애인데다, 그 애를 무기로 써먹는 토니 스타크 덕분에 더 정나미가 떨어졌죠. 저는 여전히 피터 파커는 진지해서 고생하는 캐릭터가 더 맞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토비 맥과이어가 아직은 최고의 피터 파커입니다. 앤드류 가필드의 청춘스타 같은 모습도 나쁘지야 않았지만 말이죠.

 어쨌든 촐싹대는 히든카드가 아니라 버젓히 자신의 영화를 갖게된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는 '시빌워'에서 보여줬던 것보다는 확실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빌워'와 연관되는 인트로 파트의 촐싹댐은 '시빌워'에서 촐싹거림에 질린 이들에게 다시금 진저리치게 만들테지만, 다행히도 영화가 진행되어 가면서 촐싹거림과 오바는 줄어들며 점점 무게와 깊이를 가지게 됩니다. 토비 맥과이어의 진지한 면모와 앤드류 가필드의 요즘 젊은이 같은 느낌이 뒤죽박죽된 듯도 하지만, 그게 그렇게 이질적이지는 않습니다.

 이전 두 시리즈에서 '당연하게도' 비중있게 다뤄진 벤 숙부의 죽음은 '홈커밍'에서는 비중있게 그려지지 않고, 그에 따라 피터도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지만 그렇다고 없었던 일인양 지워버리는 건 아닙니다. 벤의 그림자는 피터와 메이 숙모의 관계, 그리고 삶에 분명히 흔적을 남기고 있으며 그게 이 피터 파커가 그저 날라리 10대 만은 아니라는 깊이를 그려냅니다. 그리고 수다쟁이나 촐싹거림은 이전 실사화보다 어린 연령대로 설정되었음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건 아닙니다. 작중에서도 조금씩 진정된 것처럼, 나이가 먹으면서 바뀌는 모습이 그려질지 궁금하군요. 배우의 나이로 볼 때 해리포터처럼 배우와 배역이 같이 나이먹어 가는 스타일이 될텐데, 조금 기대하고 있습니다.

 '홈커밍'의 스파이더맨과 벌쳐의 대결구도 자체는 고전적인 히어로와 악당의 레퍼토리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벌쳐는 히어로물 첫 작품의 악당 답게, 그렇게 크게 대의적이거나 스케일이 크지 않은 소박한 악당입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에게는 이정도가 딱 적절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린 고블린보다는 적절한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파이더맨과 벌쳐의 액션도 블록버스터 영화로써 모자람 없는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말이죠.

 '홈커밍'에서 실제로 중요하며 높게 평가되어야 할 부분은 바로 인간적인 부분입니다. 학교 친구들, 토니 스타크, 그리고 심지어 벌쳐에 이르기까지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 활동과 학교생활에 있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도전받습니다. '홈커밍'은 기존의 스파이더맨 영화와 달리 거미에 물려 능력을 갖게 되는 과정은 그리지 않지만, 그리고 벤 파커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유치한 영웅놀이에 심취한 아이가 제법 의젓한(어엿한이라고까진 아직ㅋㅋ) 영웅으로 내적 성장을 해내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에는 상처와 아픔이 없을 수 없으며, 성장통은 '홈커밍'이 다른 MCU 영화들에 비해 단연 두드러지는 부분입니다. 꽤 빈번하게 등장하는 아이언맨과 어벤저스와 관련된 조직이나 떡밥들, 스파이더맨 슈트 자체가 토니가 제공한 파워풀한 고급 슈트라는 점 등, '홈커밍'은 MCU 세계관과 놀라울 정도로 잘 어우러지고 있음에도 MCU에 매몰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에서도 그다지 마블스럽지 않습니다.

 저는 이게 '홈커밍'의 대단한 미덕이라고 생각하는데, MCU 영화들이 세계관 연관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폴리싱에 집중하면서 날선 모습들이 사라지고 너무 매끈하고 데면데면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히어로와 사람들의 고난과 고통은 별로 아프게 느껴지지 않게 됐습니다. 그에 반해 '홈커밍'은 좀 더 날것의 면모를 갖추고 있으며, 이전 스파이더맨 두 시리즈와 크게 달라보이는 피터 파커와 스파이디에도 불구하고 알게 모르게 일맥상통하는 코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블 제작이건만 오히려 소니 스파이더맨과 더 공유되는 면이 많게 느껴집니다.

 '홈커밍'의 에필로그는 그런 MCU이되 MCU에 지배당하지 않는다는 미덕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벤저스에 공식적으로 소속되길 거부하고, 좀 더 '친절한 이웃' 역할에 힘쓰겠다는 피터의 선택은 이번 스파이더맨이 '홈커밍'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어벤저스 영화의 부품으로 전락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줍니다. MCU 스파이더맨의 출발이 토니 스타크의 꼬붕이었음을 생각하면 참 잘된 일입니다.

ps.'퍼스트 어벤저'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프로파간다 스타로써의 면모도 즐겼던 이라면, 캡틴의 카메오 씬에 아주 즐거울 겁니다.

ps2.3D 효과는 괜찮은 편이지만 선명도 등의 문제로 2D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옥자 - 너무나 무난한 by eggry


 넷플릭스 영화로써 멀티플렉스 보이콧 등 화재를 불러일으켰던 '옥자'. 현재 극장가를 장악 중인 영화들이 워낙 문제작인지라 더욱 극장들의 보이콧이 우스꽝스럽게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영화들이 영 시원찮아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긴 하지만, '옥자' 자체도 거의 모든 면에서 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전자조작 돼지로 공장제 도축을 하는 다국적 기업, 동물해방전선, 그리고 옥자의 친구인 미자까지. 등장인물상만 파악하면 모든 내용이 다 예측 가능합니다. 그나마 조금 벗어나는 거라곤 주제의식을 강조하려는 듯한 후반부 도축공장과 마지막 '딜'정도가 되겠습니다.

 사실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얘기하는 것 치고는, 그리고 도축공장을 보여준 것 치고는 눈을 돌리는 것이 결론이라는 점은 메타적으로는 의미있습니다만(도축공장에 충격적인 인상을 받더라도, 관객 대부분은 곧 잊고 고기를 잘 먹을 것입니다), 작품 그 자체로써는 너무 미온적한 마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동물해방전선도, 미자도, 다국적 기업 앞에서는 한없이 작은 존재일 뿐이고 칠 수 있는 몸부림의 한계도 명확하긴 하지만... 현실타협적인 결론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영화 내용 면에서는 별로 특출난 인상을 받지 못 했고, 오히려 기술적인 문제나 업계 이슈 면에서 더 흥미가 갔던 영화이긴 합니다. 넷플릭스와 영화관 상영 문제는 딱히 얘기할 거린 없고, 기술적인 쪽으로 옥자는 꽤나 신경을 쓴 물건입니다. 레버넌트에도 쓰였던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되었고, 그 결과는 많은 장면에서 깔끔하고 훌륭한 비주얼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필름은 못 썼지만 필름만큼 좋은 디지털카메라' 라는 얘기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옥자'는 정말 모범적으로 훌륭한 디지털카메라의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옥자'는 아주 디지털의 모범인 영화이니, 이제 필름성애질 좀 이제 그만했음 싶네요. 그런데 저기 바다 건너의 또다른 필름성애자께서 자기 소유의 영화관에서 옥자를 35mm 필름으로 상영하겠다네요? 최고의 디지털캠으로 찍은 디지털편집된 영화를 굳이 필름으로 뽑아서 상영하는 게 대체 뭐하자는 짓인진 모를 일입니다. 필름애호가 짓도 정도가 있지요 허허.

 촬영장비 외에도 배급기술 면에서도 흥미로운 점들이 있습니다. 돌비비전과 돌비애트모스에 모두 대응하며, 특히 스트리밍으로 돌비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첫 영화라고 합니다. 적어도 넷플릭스에서는 처음입니다. 넷플릭스가 제작지원하고 배급한 만큼, 넷플릭스와 관계가 돈독한 편인 돌비와도 기술을 보조 맞추려고 신경쓴 티가 납니다. 물론 전 돌비비전 디스플레이도, 애트모스 오디오도 없기 때문에 그 수준을 체험할 순 없었지만 말이죠. 근데 사용된 포맷은 둘째치고 대사 크기가 좀 들쭉날쭉해서 신경쓰이더군요.

 기술적 훌륭함과 업계 이슈에 비해서 영화 자체는 그냥 그랬던 '옥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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