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모나코 GP 취소, 다수의 그랑프리 연기, 버추얼 그랑프리 개최 등 by eggry


F1, WEC, WRC, 포뮬러 E, 코로나 바이러스로 경기 취소 혹은 연기 발표

 호주 GP 취소 후 바레인, 네덜란드가 연기된데 이어 그 다음 경기인 바레인, 베트남도 추가로 연기됐습니다. 중국은 원래 연기되서 베트남 다음이었는데 추가 연기고요, 그 다음인 네덜란드와 스페인도 연기가 발표됐습니다. 그 다음인 모나코의 경우엔 아예 취소가 되어서 호주에 이어 두번째로 취소된 2020 그랑프리가 됐습니다. 취소 직후에 모나코 공국의 군주인 알버트 대공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게 발표됐는데, 취소 결정도 이것때문에 이뤄졌을 수도 있겠습니다.

 너무 많은 그랑프리가 연기되는 바람에 2020 캘린더는 이제 카오스에 빠지게 됐습니다. 여름휴가에 대신 개최하겠다고 했지만 거기 우겨넣기엔 너무 많은 경기가 연기되어서, 이대로면 거의 모든 경기가 연속 경기가 될지도 모를 상황에 처했습니다. 각 국가의 상황과 프로모터의 여건 등에 따라서 추가 취소되는 경기도 당연히 나올 것입니다. 현재로써는 6월 초인 아제르바이잔 GP가 개막전이 될 예정이지만 이것도 두고 봐야겠죠.

 여름휴가에 그랑프리를 넣어야 됨에 따라서, 여름휴가는 지금 즉시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여름휴가보다는 여름휴가에 따라오는 2주의 팩토리 클로즈를 지금 시행한다는 거지만요. 이건 페라리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이탈리아 북부가 중국 이후 최대의 감염지역이 되고 통금조치가 시행되면서 페라리 공장도 당연히 닫히게 됐습니다. FOM과 FIA 입장에선 어차피 여름휴가도 없어진 거, 페라리 팩토리가 닫힌 김에 그냥 다 하기로 한 것이겠죠.

 팩토리 클로즈에 비하면 연기된 경기가 너무 많아서 사실상 프리시즌 기간이 2달 정도 더 늘어난 셈이 됩니다. 과연 그동안 F1 팀들이 뭔가 새로운 진전을 보일 수 있을까요? 당초 프리시즌 테스트 대로라면 메르세데스 천하가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마는...

 다수의 그랑프리 취소와 연기에 따라 다른 더 큰 그림들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일단 2021년에 도입할 예정이던 새 규정은 2022년으로 연기됐습니다. 팩토리 클로즈의 조기 시행, 여름휴가 없어짐, 2020 시즌이 쉴틈 없이 돌아갈 것 등을 생각해서 새 규정을 준비하기에 여건이 어렵다고 생각되니 이해가 가는 조치입니다. 한편으로 1년 더 여유가 생겼으니 규정변화에 팀들이 대비하기도 더 좋아지겠지요.



 한편 계획대로라도 시즌 개막이 6월이 되면서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버리니, FOM 측에서는 대안으로 버추얼 그랑프리를 내놓았습니다. 원래는 5월에 프로게이머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3월 22일 바레인 그랑프리 대신 가상 그랑프리를 여는 형식으로 당기기로 했습니다. 취소되거나 연기된 경기들은 가상경기로 원래 일자에 치러질 거라는군요.

 요즘 모터스포츠 계에 늘어나는 e스포츠의 일환이지만, 드라이버들이 한가해진 걸 이용해 실제 드라이버들도 참가할 거라고 합니다. 전부 참가하지 않는 건 유감스럽고 F1 드라이버 외의 선수들과 형평성이나 적응 같은 문제가 있겠습니다만...

 게임은 당연히 코드마스터의 공식 F1 게임이 쓰일 예정입니다. 2020버전이 아직 출시되지 않아서 2019로 치러지는데, 그럼 올해 처음 열리는 베트남은 할 수 없겠네요. F1 드라이버들이 잘 할지, 프로게이머가 잘 할지? 다른 레이싱 게임에서 프로 드라이버들의 기록이나 대결을 보면 금방 좋은 기록을 내긴 하지만 결국 게임은 게이머가 더 잘한다- 라는 결론이기는 합니다마는.

소니, PS5 기술 사양 발표 by eggry



MS, 엑스박원 시리즈 X 상세 사양 발표

 MS가 엑스박스 시리즈 X의 상세 사양을 발표한 뒤, 소니에서도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건 원래 GDC에서 발표될 내용이었는데(MS도 마찬가지지만) 마크 써니가 프레젠테이션 하는 걸 녹화해서 재송출 하는 방식으로 나왔습니다. 마크 써니는 언제나 RAW 퍼포먼스보다는 그걸로 실현 가능한 체험에 중점을 두어왔기에 이는 좀 더 상세한 인터뷰와 영상을 볼 가치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사양표가 나왔습니다.



 CPU와 GPU는 인상적이지는 않습니다. 젠2 8코어, RDNA2 같은 기술적 기반은 MS와 동일합니다. 3.5Ghz, 2.23Ghz 가변 클럭이라고 되어 있는 점은 꽤 희안합니다. 콘솔에서는 보기 어려운 표현이죠.

 소니에 따르면 이건 PC처럼 아주 짧은 시간만 지속 가능한 터보부스트 개념은 아니라고 합니다. "어떤 환경, 어떤 외기온도에서든 같은 성능을 낼 것" 이라고 합니다. 즉 더운 날에는 부스트를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것과는 다른 식일 거란 얘기죠.

 그렇긴 해도 마크 써니는 CPU와 GPU가 상시 3.5Ghz, 2.23Ghz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란 건 인정했습니다. 어쨌든 더 많은 열이 날 것이고, 연속 가동할 수 있는 속도는 아닌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일관성을 가질 것인가? 이 클럭을 입수할 수 있는 시간은 '표준 모델 프로세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자들에게 제약될 듯 합니다. 현실적인 활용은 컷씬에서 더 높은 성능을 내는 등이겠지요.

 일정한 속도로 계속 돌아가는 부하가 큰 게임을 돌릴 경우에는, 10% 정도 낮은 클럭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10.28TFs라는 GPU 컴퓨트 수치를 볼 때, 이는 당초 루머로 돌던 9.2TFs와 일치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10%의 부스트 클럭이 원래부터 계획되었던 걸까요? 아니면 마지막 성능 끌어올리기의 일환일까요?

 어찌되었든 GPU 아키텍쳐와 메모리 시스템이 유사한 상황에서 테라플롭은 곧 성능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PS5가 엑스박스 시리즈 X보다 20(부스트 시)~30(지속 클럭 시)% 정도 느릴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PS5의 GPU는 (언제나처럼) 시리즈 X보다 커스텀 기능이 더 많이 들어가는 걸로 보입니다. 이것들의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메모리에서도 같은 면이 보입니다. 같은 GDDR6를 이용하며, 메모리 용량도 동일한 16GB입니다. 메모리 비트수는 다릅니다. 시리즈 X는 320비트이고, 소니는 256비트입니다. 피크 대역폭은 448GB/s vs 560GB/s으로 25% 정도 시리즈 X가 빠르다고 계산됩니다.

 그런데 시리즈 X 쪽은 전체 320비트가 아니라 192비트로 작동되는 메모리와 320비트로 작동되는 메모리가 나뉩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메모리를 CPU와 GPU가 다 이용할 수 있지만 192비트 쪽은 CPU, 320비트 쪽은 GPU가 이용하길 권하고 있습니다. 완전 분리 메모리는 아니지만 완벽히 동등한 통합 메모리도 아니죠.

 PS5의 경우에 당연히 이론 상 더 균등한 메모리 접근성을 보여줄 것입니다. 하지만 CPU와 GPU의 메모리 이용은 어느정도 정형화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MS가 택한 비례는 대개 문제가 되지 않는 적정범위일 것이고, GPU가 입수할 수 있는 피크 대역폭은 확실히 더 유리합니다. 또 MS의 방식은 CPU/GPU의 메모리 대립을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사양 면에서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의외로 실리콘이 아니라(아니 실리콘이긴 하지만... AP는 아니라는 의미에서) 스토리지입니다. PS5는 당초부터 빠른 로딩속도를 강조해왔고, 실제로 5.5GB/s이라는 RAW 스피드는 2.4GB/s인 시리즈 X의 2배(!)가 넘습니다. 하드웨어 압축엔진을 이용하고 나서야 시리즈 X는 간신히 따라가는 4.8GB/s을 입수합니다.

 하지만 PS5에도 압축엔진이 있습니다. 이는 시리즈 X의 2배 수치를 보여주진 않지만, 8~9GB/s으로 여전히 훨씬 빠른 속도입니다. 압축엔진이 시리즈 X가 더 효율적이라 하더라도 RAW 스피드 차이가 워낙 나기 때문에 PS5가 거의 2배 더 빠른 스토리지입니다. 물론 이런 속도는 PCI-E 4.0을 통해서 입수되었습니다.

 그리고 확장 스토리지입니다. 특허를 기반으로 소니도 카드형을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고 내부에 확장 슬롯을 가지는 방식입니다. 표준 NVMe 슬롯을 달고 있으며, 케이스를 열어 장착하여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 스토리지와 동등한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추가 SSD는 매우 고성능이고 비싼 제품이 되어야 합니다. 또 SSD 두께나 방열판과 같은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슬롯은 표준규격이지만, 아무 SSD나 달 수는 없고 인증 받은 제품을 이용해야 한다고 합니다.(인증이 어떻게 본체에서 인식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마크 써니에 따르면 "시판 SSD 중에서 아직 인증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건 없다" 고 합니다. 물론 단순히 저 수치를 총족하는 건 조만간 달성 가능할 듯 하지만, 어차피 인증이 필요하니 조금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이 빠른 SSD는 확실히 양날의 검입니다. 로딩 속도의 이점은 상대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용량 확장의 어려움은 더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허들은 여전한데다(라이선스비는 없을 수도 있지만), 설사 인증이 우회하기 쉽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이정도 성능의 SSD 자체가 비쌉니다. 스펙은 둘째 치고 당장 PCI-E 4.0 NVMe SSD가 몇이나 되는지 찾아보십시오.

 덕분에 설사 MS의 파트너가 시게이트가 처음이자 끝이라 실질적으로 MS가 독점 판매하는 주변기기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PS5의 용량 확장은 더 비쌀 것입니다. 물론 더 빠르겠지만요. 또 외장 스토리지는 시리즈 X와 마찬가지로 하위호환 게임에 한정됩니다. 속도차이 문제는 시리즈 X보다 더 심각하기 때문에 PS5 전용 게임은 역시 백업 형태로만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니는 더 빠른 SSD가 게임 체험에서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이론 상 더 빠른 스토리지는 분명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긴 합니다. 가령 오픈월드 슈퍼맨 게임이 있다고 칩시다. 슈퍼맨이 얼마나 빨리 날 수 있는가는 로딩 속도에 달려 있습니다. 그 점에서는 PS5가 시리즈 X에 우위를 가질 것입니다.

 하지만 서드파티 게임들이 이 스토리지 속도의 이점을 활용하리라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당장 엑스박스용도 만들면서 로딩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점은 물론이고, 평균적으로 엑스박스보다도 떨어지는 스토리지가 대부분인 PC 버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MS가 엄청나게 빠른 SSD를 추구하지 않은 것-이것조차도 PC 평균보다는 빠른 것입니다-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소니는 퍼스트파티 게임에서 이것의 이점을 보여줘야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을 고려할 때 높은 비용에 비해서는 효용이 아쉬울 듯 합니다. 개인적으론 이 초고속 SSD가 PS4의 ACE 같은, 앞서가긴 했지만 너무 오버킬인데다 멀티플랫폼 타이틀에 쓰기 어려워 사장되는 류의 기능 같이 보입니다. 물론 ACE보다 훨씬 비용부담이 크다는 게 문제겠지요.

 솔직히 사양 측면에서는 루머의 빈도와 기술적 타당성을 생각할 때 충분히 예상된 내용입니다. 그리고 저는 9TFs의 PS5가 그렇게 나쁜 성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시리즈 X가 더 좋은 성능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8K 게이밍이 현실적인 것도 아닙니다. 엑스박스원 X가 꽤 그럴싸하게 4K30 게임을 돌렸다는 걸 생각하면, 업스케일 기술을 이용하면 PS5도 4K60 체험을 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CPU/GPU/RAM의 밸런싱은 두 기종이 매우 비슷합니다. 균등하게 차이가 나고 있죠.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사양이 아니라 하위호환에서 나왔습니다. 공식적으로, PS4 게임은 PS5에서 그냥 돌아가지 않습니다. 호환성 테스트가 필요하며, 런칭 시점에서 가장 인기있는 타이틀 100여개가 대응될 거라고 하는군요. 그 말은 적어도 런칭 때는 대다수는 호환이 안 될 거라는 얘기기도 합니다.

 이는 계속 업데이트 될 것이고, 엑박360 호환처럼 리컴파일이 필요하거나 하는 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게임 별로 충돌을 막기 위해 프로파일이나 게임 자체의 패치가 필요해질 듯 하군요. 대충 새 윈도우 나오고 게임들이 문제 생길 때 패치 하는 정도 난이도로 보입니다.

 이런 전혀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 건 뒤늦은 하드웨어 변경이 유력해 보입니다. 본래 GCN과 높은 호환성을 가지는 RDNA1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스케쥴이 지연되자, 시리즈 X에 비해 리드타임이 없는 상황에 성능차가 너무 두드러지게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가격 상승을 감수하고라도 사양 변경을 했는데 엑박원이 경험했던 거지만 갑자기 일취월장 하게 되진 않죠. 다른 부품들도 다 고려해야 하니까요.

 본래는 RDNA1에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커스텀으로 접목시키려는 것이었지만, GPU 성능이 더 올라가야 했고(AMD에 따르면 GCN->RDNA1->RDNA2 전성비 개선이 각 50%이므로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을 겁니다) 결국 RDNA2로 가기로 한 듯 합니다. 이 아키텍쳐 전환에 대해서는 인사이더 정보들이 좀 있었지요. 원래 2020년 초에 399달러로 출시하려던 게 꼬이고 사양 변경한 결과 같습니다.

 그래서 PS4 완벽 호환성을 상실하게 되었지만, 36CU는 그대로 남아서 억지로 부스트 클럭으로 10TFs라는 모습이 된 듯 합니다. 물론 완전호환이 안 된다고 해도 CU 수가 같은 건 호환을 더 쉽게 해주기는 합니다. MS에 비해 로우레벨 접근을 많이 하는 아키텍쳐, 개발 접근성을 지닌 특성 상 CU 수라도 같아야 그나마 쉬워지는 거죠. 우습게도 하위호환이 가장 강력한 무기여야 할 PS5인데 실제 하위호환은 엑박 쪽이 훨씬 잘 되고, 해상도 향상까지 기본으로 해주니 양과 질 모두 밀리게 됐습니다;



 프레젠테이션 내용은 이 사양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나, 실제 게임에서의 이점 등을 다뤘지만 정리된 기사로 추후 다시 봐야할 듯 합니다. 레이트레이싱, 템페스트 엔진(레이트레이싱과 HRTF를 활용한 차세대 오디오), 레이턴시 절감 기술 등이 나왔는데, 이건 얼마나 고차원적인가 정도의 차이지 엑박도 대개 비슷한 대응 기술이 있기는 합니다. 이런 기술들에 대해서는 이 글에는 따로 적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개인적으론 패드가 제일 궁금한데 패드가 안 나와서 아쉽네요.

 마케팅 발표가 아니라 가격이나 출시시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내용대로라면 시리즈 X보다 100달러 저렴해야 할 듯 합니다. 물론 루머는 PS5가 코스트 컨트롤이 아주 매끈하게 되진 않았기에(RDNA1에서 RDNA2로의 변경, 오버클럭 등) 그정도로 싸기는 어려울 거라는 관점이 많지만요. 마케팅 면에서 구체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엑박과 마찬가지로 출시 연기는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 런칭 물량은 둘 다 상당히 제한적이라 품귀현상이 몇 달 이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애플, 아이패드 프로 4세대 및 매직 키보드 발표 by eggry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생산지연 등 문제가 있어 연기될 거 같았지만 아이패드 프로가 발표됐습니다. 사실 전 봄 이벤트는 교육패드나 에어 신형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신형 프로였네요. 그런데 루머에 따르면 가을에 또다른 아이패드 프로가 나올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맥스 쯤 되려나요?

 내부적으로는 A12Z 프로세서가 등장했습니다. X 시리즈 이후 첫 새로운 바리에이션인데, 홈페이지의 마케팅 문구들을 보면 CPU 쪽의 변화는 없어 보입니다. 뭐 그러니까 A12 시리즈겠죠. GPU 쪽을 주로 강조하는데 8 프로세서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는 A12X의 7개보다 약간 늘어난 것입니다.

 A13X나 A14X가 아니라는 점에서 확실히 이 제품은 퍼포먼스 점프보다는 카메라나 악세사리를 이용한 활용성 확장 목적인 듯 합니다. 디스플레이, 폼팩터 등이 동일하다는 점, 악세사리 호환 등을 고려하면 완전한 차세대보다는 AR을 위한 마이너 리프레시 정도 느낌입니다. 그래도 AR 대응을 위해 램은 늘어날 여지가 있지 않나 합니다. 벤치를 기다려야죠.



 일단 본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역시나 인덕션이 도입됐습니다. 다만 일반 트리플 카메라는 아니고, 사진용 카메라는 광각과 초광각만 있습니다. 세번째 카메라는 LiDAR입니다. 뭐 애플에선 LiDAR라고 했지만 안드로이드 플래그십에서 보이는 ToF 카메라와 같을 겁니다. 다만 다른 ToF들보다 꽤 큼지막해 보여서 정밀더라든가 조금 기대를 해봅니다. 애플이 AR 쪽으로 계속 푸시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2020 아이폰에도 들어가게 되겠죠.



 세번째 변화는 악세사리, '매직 키보드'입니다. iOS 13에서 제한적인 형태로나마 마우스 지원을 등장시키더니 정말 트랙패드 들어간 키보드가 나왔습니다. 기존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의 구조를 생각할 때 터치패드 공간을 대체 어떻게 확보할까 궁금했는데, 해결책은 아예 아이패드 본체가 키보드에서 붕 뜨게 만드는 겁니다. 각도조절이 된다고 하는데 힌지 강도는 좀 신경쓰이긴 합니다. 터치 하면 좀 덜그덕거리지 않을까요. 그래서 터치패드가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요.

 키보드 자체도 크게 개선되어서, 러버돔 방식이 아니라 가위식 팬터그래프에 백라이트도 들어가게 됩니다. 키보드 면에서는 이제야 서피스 프로를 따라잡은 셈이지만, 뭐 늦어도 안 나오는 거보단 낫죠. 본체가 붕 떠서 포트를 활용하기 애매해지는 걸 커버하기 위해 측면 힌지에 USB C 포트가 충전용으로 달려 있습니다. 후면 포고핀이 고속통신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진 않아서 주변기기는 여전히 본체에 연결해야 할 거 같긴 합니다. 애플도 패스스루 차지만 언급하고 있고요.

  키보드는 3세대에도 호환되도록 되어 있어서 2020년형이 기본적으로 마이너 체인지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훨씬 복잡해지고 기능이 많아진 탓에 가격도 상당합니다. 한국 가격은 38만 9천원, 44만 9천원입니다. 상대적으로 12.9인치가 덜 창렬해 보이긴 하는데 키보드로써는 엄청난 가격인 건 변함 없을 듯 합니다;; 그야 뭐 기존 러버돔 수준의 키보드도 20만을 넘었으니 당연히 각오는 했지만...

 확실히 기능도 많아지고 키감도 좋겠지만, 확인되어야 할 부분이 남긴 했습니다. 현재 iOS의 마우스 지원 정도로는 트랙패드가 맥처럼 잘 되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거 말이죠. 현재로써는 기본 OS 제스쳐나 커서 이동 정도 외에는 제대로 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일단은 곧 나올 iOS13.4에서 트랙패드 지원이 추가된다는군요. 매직키보드 외에도 블루투스 연결 트랙패드나 마우스 지원도 개선될 거라고 합니다. 여튼 관건은 iOS의 트랙패드 지원 정도에 달렸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자체의 가격은 11인치 102만 9천원, 12.9인치 129만 9천원(뭔가 라임이...)부터 시작합니다. 그나마 기본 용량이 64GB에서 128GB로 늘어나긴 했네요. 그렇다고 윗 용량이 2배가 된 건 아니지만요. 아이패드 프로는 출시일 추후 발표 예정. 생산지연이 있긴 한 거 같습니다. 매직키보드는 5월 출시 예정입니다.

MS, 엑스박원 시리즈 X 상세 사양 발표 by eggry


 E3도 취소됐고 결국 단계적인 온라인 공개로 진행 중인데 드디어 가장 상세한 내용이 나왔네요. 아예 스펙시트를 선보였습니다. 다이 사이즈나 공정까지 공개한 건 꽤 이례적이긴 합니다. 인터뷰에서 언급하는 경우는 있어도 공식 홈페이지에 사양표에다 적어놓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CPU, GPU는 이미 많은 얘기가 되었기에 예상 범위 내입니다. 젠2와 RDNA2 아키텍쳐를 이용합니다. 8코어인 건 예상했지만 클럭은 사실 이것보단 낮을 줄 알았습니다.(콘솔이니까) 재미있는 건 SMT 시의 클럭이 따로 기재되어 있다는 건데, SMT를 게임에 따라 쓰고 안 쓰고 하려나요? 일단은 SMT 작동 기준으로는 라이젠7 3700X에 가까운 사양입니다만, 콘솔용은 캐시를 삭감했다는 이야기가 있긴 합니다.

 GPU도 뭐 예상된 범위이고 52CU나 클럭도 이미 충분히 추측되었습니다. RDNA2 아키텍쳐는 얼마 전 AMD가 공식적으로 확인해줬는데, 사실 PS5도 RDNA2라고 해서 아키텍쳐 버전 차이는 없다는 게 확인되었죠. 아직 PS5 쪽의 CU 수나 클럭은 확정적이진 않지만요. PS5는 RDNA1 기반일 거라는 얘기가 강했지만, 결국 둘 다 RDNA2가 된 건 역시 레이트레이싱 때문입니다. RDNA1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기능이었지요.

 메모리는 16GB GDDR6. GDDR6인 것도 용량도 예상 범위긴 했습니다. 사실 차세대임을 감안하면 현세대 베이스인 8GB 기준으로 32GB 정도는 되기를 바랬습니다. 아니, 통상적인 차세대의 메모리 증가폭은 8배 정도였기 때문에 64GB도 과한 기대는 아니었지만, 메모리 수급 문제 상 어쩔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것도 이미 루머 분석에서도 오랫동안 얘기되어 온 부분입니다. 물론 이 메모리 부족은 대신 고속 SSD를 캐시로 이용하는 방식으로 커버칠 예정입니다.

 이제 그동안 가장 안 밝혀졌던 흥미로운 부분, 스토리지입니다. NVME 기술을 쓴다는 건 이미 밝혔죠. 사실 프로토콜 측면에선 독자기술을 채택할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Internal Storage라고 되어있는데, 1TB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교체 불가능할 것입니다.

 대역폭은 RAW 2.4GB/s, 커스텀 하드웨어를 통한 압축기술로 4.8GB/s이라고 합니다. 커스텀 하드웨어니까 거의 늘 압축 대역폭으로 나온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다만 RAW 2.4GB/s은 NVME 기준으로는 그다지 빠른 속도는 아닙니다. 3년 된 제 컴퓨터의 SSD가 벤치로 그정도 나오니까요.(다만 이건 벤치마크이고, 콘솔에 들어갈 건 좀 더 지속 성능 위주로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콘솔 특성 상 무작정 고성능으로 갈 순 없고 용량과 트레이드오프를 해야했음은 이해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그렇게 인상적인 속도는 아닙니다만... 임베디드 시스템이기 때문에 퀵리쥼과 같은 캐싱이나 슬립모드가 잘 되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의문의 존재, Expandable Storage입니다. 프로토타입 사진에서 의문의 슬롯으로 확인되었는데, 결국 실제로 나오게 됐습니다. 공식 홈페이지는 이 카드가 용량 확장을 위한 것임을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사실 이름이 그렇죠) 내장과 동일한 성능으로 만들어졌을테고(match라는 표현),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내장이나 확장카드에 설치해야 한다고 합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냥 내장이나 확장만 깔 수 있다는 거랑 같은 말입니다. 그럼 USB 3.2 외장 하드의 역할은? 이건 이전 세대 게임을 위한 것입니다.



 뭐 어떤 형태로든 퀵리쥼을 포함해 설정들은 자연스럽고 매끈하게 되도록 만들어 놨을 것입니다. 장착 시 아예 내장과 완전 통합용량 관리가 된다면 좋겠네요. 유일한 희망은 확장 1TB가 기본 제공되었으면 한다는 거지만, 아무래도 별매일 듯 합니다. 내장 1TB는 런칭 시점에선 몰라도 조만간 충분하지 않은 용량이 될텐데, 그때 퍼포먼스 이슈 없이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선택지로 확장 카드를 만들었다고 생각되네요. 현재 파트너는 시게이트 뿐이지만, 파트너를 늘린다면 MS가 직접 파는 것보다는 가격인하 요인이 있다고 보입니다.

 물론 내장 교체가 더 말끔한 방식이겠지만 너무 DIY적이고 퍼포먼스 검증이 안 되는 문제가 있으니... 전용규격인 대신에(안은 결국 NVME일 터입니다만) 신뢰성을 높이고, 서드파티 라이선스로 단가 하락을 꽤할 듯 합니다. 내장 교체를 허용하지 않는 선에서는 초기 구매자들이 용량이 모자라 허덕되는 문제를 극복할 적당한 타협안이라 생각합니다.



소니의 특허

 디지털파운드리는 PS5도 동일한 접근법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사실 MS 쪽 발표보다 먼저 특허를 통해서 카드 모양도 유출된 바 있습니다. 다만 소니 쪽은 특허 기준으로는 MS보다 조금 더 복잡한 Storage Heirarchy를 가질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소니 쪽이 조금 더 좋을 듯 하지만 게임 로딩의 문제인데 이미 퀵리쥼 시연으로는 충분히 좋아 보여서 얼마나 차등이 될진 모르겠습니다. 특허 안 쓰고 그냥 똑같을 수도 있고요.



 내부구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보드는 강화 플레이트에 둘러싸여 있으며(엑스박스원 X도 같은 구조), 한쪽은 거대 히트파이프(뭐 베이퍼챔버든 뭐든 더 진보된 거라 하겠지만), 다른 쪽에는 파워서플라이와 블루레이 드라이브가 있습니다. 팬은 처음 외관 발표에서 쉽게 짐작하듯 상부에 달립니다.



 패드 디자인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엑스박스 와이어리스 프로토콜을 이용하며, 기존 패드도 다 호환될 거라 했으므로 버튼 레이아웃 면에서 변화는 없겠죠. 기본 패드이기 때문에 엘리트 컨트롤러와 같은 기능은 없습니다. 주된 개선은 쉐어 버튼의 추가와 레이턴시 개선이라고 하는군요. HDMI 쪽 레이턴시와 더불어 MS가 레이턴시에 특별히 공들이고 있는 듯 합니다. 이건 블루투스로는 실현하기 어렵죠.

 MS 기기(서피스 포함)에서는 여전히 독자 무선연결이지만, PC, 모바일 호환을 위해 블루투스는 여전히 들어가긴 합니다. 참고로 언급은 없지만 사진만 봐서는 배터리는 여전히 교환 가능입니다. 패드 자체로 충전하려면 여전히 플레이&차지킷을 구매해야 할 겁니다. 이건 저로썬 좀 마이너스네요.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엘리트 컨트롤러 3도 나와줘야 할 거 같네요.

 그 외에 다양한 기술들(SDR to HDR이라거나 프리싱크, 비대응 게임 강제 해상도 업(4배 고정인 듯) 등)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와닿을 중요한 부분은 이정도입니다. 기술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다 나왔다 생각하네요. 이제 남은 건 타이틀, 그리고 PS5 쪽의 정보 되겠습니다.(업데이트: 소니, PS5 기술 사양 발표)

ps.가격은 499달러 예상합니다.

캐논, EOS R5의 새로운 정보 공개 by eggry


캐논, EOS R5 및 RF 100-500mm, 24-105mm STM 발표

 CP+가 취소된 뒤 온라인으로 점진적으로 정보를 풀기로 한 모양입니다. 이번에 몇가지 더 새로운 정보가 나왔네요.

AF 피사체 검출: 개, 고양이, 새의 전신, 얼굴, 눈동자 AF 검출이 된다고 합니다. 현재 캐논은 인간의 얼굴, 눈동자 까지만 됩니다. 타사의 경우를 보자면 소니가 개와 고양이의 눈동자 AF가 됩니다. 파나소닉은 광범위한 동물 인식을 지원하는데, 새나 심지어는 파충류까지도 인식이 됩니다. 다만 눈동자를 따로 콕 짚어서 추적하진 않습니다. 이에 따르면 캐논은 최초로 새의 눈동자까지 잡는 기술을 선보이는 셈이 됩니다.

8K 동영상: 8K 동영상을 언급했을 때 제약이 꽤 많을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좀 더 자세한 사항이 나왔습니다. 일단 29.97(30)프레임 구현으로, 타임랩스라거나 24프레임만 된다거나 하는 게 아니란 걸 확실히 했습니다. 또한 화각 크롭도 없다고 합니다. 듀얼픽셀 AF도 된다고 하며, 내장 메모리 기록이 된다고. HDMI 출력이나 세부 비트, 크로마샘플링 같은 건 아직 미발표. 내장 메모리도 듀얼이란 것 외엔 미발표입니다.

 이는 근래 캐논 기종들에서 있어왔던 제약을 고려하면 꽤 진일보한 것입니다. 최근 기종에서는 해결됐지만 바로 전만 해도 4K는 AF가 안 된다거나, 크롭이 심하다거나 하는 게 거의 기본이었죠. 하지만 R5의 8K는 크롭도 없으며, 듀얼픽셀 AF도 되어 아마추어 촬영에도 지장이 없습니다. 30프레임까지 되니 프레임 면에서도 큰 불만은 없을 겁니다.

 1D X 마크 3의 프로세서를 그대로 이용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건지 몰라도 어마어마한 처리성능임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이 처리성능이라면 4K120도 정말 가능할 법한 얘기 같기도 합니다. 처리성능은 문제 없고, 센서만 받쳐주면 픽셀비닝으로 노크롭 4K120까지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 4K 쪽의 스펙 얘기는 없긴 하지만요. RAW 동영상 얘기도 없긴 한데 거기까진 어려워도 C-Log나 10비트 정도는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8K30은 8비트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대단하지만요. 개인적인 예상은 8K30/4K120은 8비트, 4K30/60은 10비트 정도입니다.

 노크롭 8K는 한편으로 화소수를 시사하는지도 모릅니다. 크롭 없이 8K를 할 수 있는 최소 화소수는 3900만입니다. 루머에서는 4500만이라고 했지만 슈퍼샘플링까지 할 파워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고(그냥 8K만 해도 어마어마하기에), 픽셀비닝은 불가능합니다. 크롭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했고요. 고화소 기종은 아니기 때문에 3900만도 충분한 수치라 생각합니다.

 아직 전자셔터의 성능이라든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많긴 하지만, 동영상 쪽으로는 확실히 기대가 됩니다. 캐논의 공식정보로도 이미 R5는 개인 레벨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접근성 좋은 8K 카메라가 되는 것입니다. 8K까지 필요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순전히 8K가 필요한 사람들이 꼭 수만 달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 무수한 한계들(화질 옵션 등은 4K RAW가 되는 기종들 만큼은 아니겠죠)을 감안해도 유효한 선택지입니다.

 사진 기종으로써도 이미 1D X 마크 3에서 소니의 리얼타임트래킹 같은 시스템이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에, 블랙아웃 프리 같은 건 기대할 수 없어도 a7 시리즈를 타격하기에는 충분히 강력한 성능이 될 듯 합니다. 단순히 AF 성능이 a7R IV 정도만 되도 AF 때문에 소니를 쓸 이유는 a9 시리즈 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동영상은 압도적이고, 스틸에서는 a7 III보다 고화소이고, a7R IV보다는 퍼포먼스가 좋을테고요.

 관건은 역시 가격인데 500만은 안 넘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타겟 프라이스가 a7R IV 정도라고 봐서 450만 정도이길 바랍니다. 그것만으로 캐논 붐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생각하네요.

넷플릭스로 지브리 다시 보기(9)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by eggry


 미야자키 하야오의 태초마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이하 나우시카)입니다.


- 사실 '나우시카'는 지브리 작품이 아닙니다. 지브리 창립 전의 프로젝트였고, 결국 지브리에서 권리를 가지긴 했지만요. 그래도 지브리 창립에 큰 역할을 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왠만해서는 지브리 작품 목록에 변칙적이지만 포함시키는 편입니다.


-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겠는데, 원작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만화를 그리게 됩니다. 만화는 극장판 개봉 전에 시작되었지만 당연히 애니메이션 작업도 있고 해서 훨씬 오래 걸렸고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세계관과 내용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내용이 말하고자 하는 것조차도 조금 다릅니다.

만화판의 노선이 달라진데는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 비판이 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에 나우시카가 옴을 막아서지만 튕겨 날아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제서야 옴은 정신을 차리고 나우시카를 되살려 주면서, 성녀 엔딩을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시이 마모루는 이 몸으로 막아서는 게 여간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카미카제 정신이냐!" 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실제로 일본에서 카미카제는 비극이었지만 전쟁을 끝내는데 도움을 줬다거나, 덕분에 일본의 관습을 지켜낼 수 있게 양보받을 수 있었다거나 하는 극우망언을 생각하면 나우시카의 희생도 그와 똑같은 식으로 보이기 딱 좋습니다. 희생으로 적까지 감화시켰다고 말이죠. 오시이 마모루의 비판이 어지간히 강하게 다가왔던지 만화판은 그런 우려가 없도록 크게 신경썼습니다.


- 극장판은 만화판에 비해 훨씬 좁은 세계관과 짧은 내용을 보여줍니다. 만화판에선 토르메키아 제국 및 그와 대립 중인 여러 나라들이 나오며 나우시카는 대륙을 종횡무진하게 됩니다. 극장판에서 겨우 빔 두발 쏘고서 붕괴해버린 거신병과 달리 만화판에는 과거 문명의 유산이 좀 더 많이, 자세히 등장합니다. 만화판 보고 극장판 보면 바람계곡을 깔짝 벗어나려 하다가 분량 상 바로 되돌아오는 그런 느낌을 볼 수 있습니다.


- 캐릭터 묘사나 설정 면에서도 당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작품의 정신이 달라지면서 당연히 나우시카도 조금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싸움을 싫어하는 점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사람들 간 떨어지게 하는 무모한 면도 말이죠. 그래도 극장판의 나우시카가 거의 망설임 없는 성녀, 성전사라면 만화판은 조금 더 많은 생각을 합니다.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건 역시 크샤나 황녀일 겁니다. 극장판에선 그냥 촌구석에 떨어져서 폭권을 행사하는 정도로만 나오지만 만화판에서는 거의 제2의 주인공이라 해도 될 정도의 존재감과 역할을 가집니다. 토르메키아 제국을 포함해 다른 제국의 정치, 전쟁에도 크게 연관을 가집니다. 극장판은 그냥 간악한 느낌이지만 만화판에서는 역시 생각이 많아지죠. 물론 가장 큰 차이는 기계팔이 아니라는 거일 듯 합니다만.


- 부해나 옴은 미야자키의 자연회귀주의의 대표격입니다. 극장판에서는 설정이 거의 나오지 않지만 만화판에선 부해의 정체가 이야기의 중심이 됩니다. 부해는 인간에 의해 오염된 자연을 회복하려는 자연 스스로의 재생장치였던 것입니다. 부해가 독소 덩어리인 건 그 오염을 집결시키기 때문이죠. 결국 시간이 지나면 부해는 지구를 완전히 정화시키게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이 어정쩡한 오염에 적응해버렸기 때문에, 부해가 가져올 깨끗한 세계에서는 오히려 인간이 적응하지 못해 죽게 될 거라는 암시도 합니다. 타락하지 않고 존엄있게 종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관점은 '천공의 성 라퓨타'에도 이어지긴 합니다. '모노노케히메'와는 상당히 다른 관점이죠.



- 거신병의 애니메이션은 안노 히데아키가 그린 걸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거신병의 거동이나 빔의 연출을 보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에바나 사도의 원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고대의 초병기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역할이 거의 없는 극장판에 비해 만화판에서는 어느정도 제대로 움직이는 거신병이 나옵니다. 생긴 건 비슷하지만 성격과 역할은 꽤 달라서, 극장판 시점에서 거신병은 그저 인간형 병기라는 정도 외엔 정해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설정화에는 영어명이 Ultra-Man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안노 히데아키가 울트라맨 오타쿠임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연결.


- 미야자키 하야오의 오리지널 극장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러모로 극장판보다는 만화판이 수준이 더 높습니다. 극장판은 쪼들리는 여건, 덜 준비된 내용으로 허겁지겁 만든 거기도 하고요. '나우시카'가 언젠가 만화판 베이스로 다시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만 '모노노케히메'가 미야자키의 성장의 결과라면 '나우시카'는 역사로 남겠죠. 안노 히데아키가 만들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있지만 '신고지라'나 '신울트라맨'을 보면 기대할 게 못 되는 듯 합니다.

F1, WEC, WRC, 포뮬러 E, 코로나 바이러스로 경기 취소 혹은 연기 발표 by eggry

 당연한 결정이라 생각됩니다. 맥라렌 팀원 중에 감염자가 나왔고, 특히나 세계 각국에서 팀원과 관객이 오는 이런 경기는 매우 취약하죠. 코로나19가 당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되었고 그랑프리 외의 건으로도 호주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강경한 자세를 보이던 호주 GP 프로모터도 결국 꺾일 수 밖에 없었던 듯 합니다. 그렇다곤 해도 FP1 채 만 하루도 전에야 결정이 내려진 건 느리고 위험한 모습이었습니다.

 한편 이로써 호주 뒤에 이어서 오는 아시아 그랑프리들도 위험하게 됐습니다. 명백히 호주보다 상황이 안 좋으니까요. 다음 그랑프리인 바레인도 걸프 지역이 현재 난리가 났으며, 베트남, 중국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그 다음인 네덜란드, 스페인, 모나코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그쪽은 아직 약 2달 가량의 시간이 있지요.

 그리고 이건 그때까지 확실하게 잡아낼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인 경우에 불과합니다. 중국이나 한국의 경우를 보면 유럽도 5월 쯤에는 최악은 지나갔을테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죠. 갑작스러운 관광객 증가 등으로 감소추세이다가 다시 어디선가 터져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직 코로나19의 장기 대응에 대해서는 명확한 통일된 의견이 없는 상황이고, 각국의 정책도 저마다 다릅니다. 당국, 프로모터, FOM, FIA, 팀이라는 다자 의견조율이 필요한 건인거죠.

(업데이트: 바레인, 베트남 GP 연기가 공식 확정됐습니다. 아직 최종 일정들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5월 말에 시즌 시작을 예상한다" 라고만 할 뿐입니다. 그 말은 따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5월 말 전에 있는 중국(한번 연기된 일정), 네덜란드, 스페인 역시 연기 혹은 최종 취소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아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저기까지라고 하는군요. 이렇게 많은 경기를 다 미루거나 채워넣을 슬롯을 상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여름휴가 없이 그 자리에 연기된 그랑프리를 끼워넣는다고 해도 4,5 경기 정도 취소될 걸로 봐야할 듯 합니다.)

 F1 호주전은 일단 이렇게 됐는데, 다른 모터스포츠 이벤트들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일단 WEC의 세브링 레이스가 미국의 유럽발 여행금지로 취소되었습니다. 유럽 쪽 팀이 많으니 여행 금지를 극복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다음 경기인 스파 6시간 역시 4월 하순으로, 유럽이 이제 막 코로나19가 급등하는 상황에선 치러지기 어렵다고 보입니다. 6월인 르망 때는 여건이 나아졌겠지만 역시 감염 재폭등을 막으려면 연기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포뮬러 E 역시 3~5월 간의 경기를 중지하고 결정했습니다. 각국 상황 때문에 먼저 이탈리아와 인도네시아가 개별적으로 중지 발표가 나왔는데, 오늘 공식적으로 포뮬러 E와 FIA에서 3~5월의 경기를 모두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포함되는 경기는 중국,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프랑스, 한국입니다. 한국은 5월로 끝물이지만 그때까지도 안전하다곤 할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일단은 6월 21일인 베를린 ePrix부터 재개 예정이지만 그때 가봐야 알겠죠.

 한편 이번주 진행하는 WRC는 랠리 멕시코는 강행하기로 하여 오늘부로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경기인 아르헨티나는 연기되었습니다. 원래 4월 하순이었지만 지금으로는 시즌 최종전으로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래 바로 다음 경기였어야 하는 칠레는 정치적 불안정 때문에 진작에 취소되어서 그나마 조금 시간을 벌기는 했습니다. WRC의 경우엔 인구밀집도가 그나마 낮은데서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카테고리보다는 좀 더 운신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경기 자체가 적기도 하고요.

넷플릭스로 지브리 다시 보기(8) - 고양이의 보은 by eggry


 개인적으로 지브리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고양이의 보은'입니다.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대성공 후 뒤이어 개봉한 지브리 작품이라 한국에서도 기대가 많았지요. '고양이의 보은'이 나온 시기는 제가 한창 덕질에 본격적으로 빠져들던 시기이기도한데요, 실시간으로 보지는 못 했습니다. 뭐 대충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으로 덕질 입문한 뒤에 '카우보이 비밥'이나 '신세기 에반게리온', 건담 시리즈, '건버스터' 등 쇼와 말기~헤이세이 초기 작품들을 소위 명작 목록 같은 걸 보고서 보던 시기였습니다.


- 개봉 당시에 못 보고 결국 십년도 더 지나서야 보게 됐는데, 그때 이미지는 정작 지브리가 아니라 호소다 마모루였습니다. 여러가지 이미지와 부정확한 정보가 꼬여서 생긴 일이었는데, 이유는 대충 몇가지 있었습니다. 일단 호소다가 지브리에서 강판당한 사연을 들은 게 기억났고(하지만 실제로 진행하던 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죠), 그때가 대충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후 호소다 마모루 작품을 두어개 정도 더 본 시기였는데, 음영이 적은 그림체가 호소다 스타일을 연상시켰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 그림체는 좀 다르긴 합니다. 호소다는 선도 가늘지만 '고양이의 보은'은 선도 굵직하고 채색 면에서도 차이가 있죠. 그냥 막연한 이미지와 부정확한 정보만 가진 상태로 뇌내보완 되어서 만들어진 엉터리였을 뿐입니다만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야기도 왈가닥 여고생이 신기한 일을 겪고 성장한다 그런 거라서 다 알고 나서도 무작정 머리 솎에선 뒤섞인 건 아니라고 자기합리화 합니다.


- '귀를 기울이면' 내의 극중극 같은 설정의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귀를 기울이면'의 주인공 시즈쿠는 골동품상에서 바론이라는 고양이 인형을 보게 됩니다. 소설을 쓰겠다는 발상과 이런저런 경험, 소재들이 섞여서 바론이 주인공인 내용이 되게 되는데, 사실 원작(?)에서는 소설 제목이 '귀를 기울이면'입니다. 뭐 대충 바론 이야기가 시리즈화 되서 나온 내용 중 하나가 '고양이의 보은' 이라는 설정인 셈입니다. 바론 외에도 무타라고 불리는 커다란 흰 고양이는 문이라는 이름으로 뾰루퉁하지만 묘하게 인연을 인도하는 존재로 나옵니다. 그게 소설 캐릭터화된 게 무타라고 할 수 있죠.


- 지브리에 미야자키만이 아니라 여러 감독이 여러 작품을 만들었고, 서로 다른 스타일에 미야자키 스스로도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었지만, '고양이의 보은'은 단연 가장 이질적인 작품입니다. 물론 플롯 자체는 여고생 하루가 정신적 성장을 하는 식이긴 하지만 깊은 고민 같은 걸 해서 그런 건 아닙니다. 내용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기묘한 비유나 괴기스러움을 빼고 아동버전처럼 신기한 경험만 남겨놓은 내용으로, 지브리보다는 고전 디즈니 작품에 가까운 내용입니다. 그래서 편하게 볼 수 있기는 하지만 파고들 구석 같은 건 거의 없습니다.


- 고양이 사무소의 인물들은 괜찮지만 고양이 왕국은 너무 하품나옵니다. 정말 고루하디 고루한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판박이 같은 내용이고, 비주얼적으로도 별로 임팩트가 없습니다. 사실 지브리 치고는 작화나 동화가 상당히 썰렁한 편이죠. 일이 꼬여서 이상한 고양이 왕에게 끌려온 하루가 탈출하려고 하다가 마지막에는 고양이 왕자가 도와준다 뭐 그런 건데... 복선 같은 것도 별로 없이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굴러가는데 정말 별 게 없습니다.


- 고양이 대왕의 마인드와 품행은 완전히 중세의 그것입니다. 연회장도 중세의 원형 홀식 연회장이죠. 광대들이 나와서 재롱 부리는 거라든가... 보면 여러 다른 지역의 고양이들이 신하인지 귀족인지로 와서 같이 즐기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이집트 패션을 한 스핑크스 품종입니다. 반면 고양이 왕자의 복장과 친위대의 모습은 근대 입헌군주국의 군주와 경호대의 것입니다. 뭐 일반적으로 낭만적인 왕족, 귀족의 모습으로 여겨지는 형태지요.


- 배경은 요코하마 모토마치입니다. 특히 구불구불한 길이 나있는 상점가의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신주쿠, 시부야 같은 도쿄 번화가와도, 전통성이 느껴지는 다른 지역과도 다른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상점가는 현대 서구풍이 강하지만, 조금 벗어나 언덕 쪽으로 가면 개항기 서양인들의 저택이 몰려 있던 곳이라 지금도 이국적인 느낌입니다. 무타에 이끌려서 갔던 고양이 사무소처럼 말이죠.


- 인물들 얼굴이 유달리 둥그렇게 생겼는데, 저는 볼 때마다 약간 기괴함을 느낍니다. 어떤 기괴함이냐고 하면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양산형 에바가 롱기누스의 창으로 가슴 찌를 때 튀어나오는 레이 얼굴 같은 기괴함이랄까요. 이해 안 되도 어쩔 수 없지만 전 자꾸 그게 떠올라서 이 작품의 그림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 딱히 더 할 얘기가 없네요. 제 개인순위에서는 '게드 전기' 다음 갈 거 같습니다. 이상한 구석은 딱히 없지만 흥미로운 구석도 없습니다.

두 교황 - 평범한 신앙인 두 사람의 이야기 by eggry


 요즘 지브리만 보다가 잠시 다른 거 좀 봐야겠다 싶어서 봤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지만 극장 개봉도 했고 원래는 극장에서 볼 생각이었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답게 상영관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정작 넷플릭스로 보고 나서야 저희 동네 극장에도 지금 상영 중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오히려 첫 개봉 때는 없었는데 지금 극장들이 파리 날리고 있어서 소수의 대작들이 상영관을 독점하는 대신에 여러 작품이 돌아가면서 상영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뭐 극장에서 다시 볼 생각은 그다지 없네요.

 600년 만에 생전 퇴위한 베네틱토 16세와 현 교황 프란치스코의 임명과 퇴위를 다룬다는 건 모두 아실 겁니다. 다만 실제 내용이 어떤지는 별로 알지 못 하고 봤습니다. 보기 전에는 약간 퀴어적인 우정 이야기일까? 하는 발칙한 상상도 했었네요. 내용은 꽤 점프와 축약이 심한 편으로, 내용은 거의 베네딕토 16세의 선출, 베네틱토 16세와 프란치스코의 퇴위 논의, 그리고 퇴위와 프란치스코의 선출 등 굵직한 사건 사이를 뛰어가고, 그 사이의 수년은 대개 생략됩니다.

 그렇다보니 상황이나 인물의 변화 같은 게 점진적으로 그려지는 건 아닙니다. 되려 그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편이죠. 인물들의 마음은 대개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덧붙이자면 영화의 핵심을 차지하는 두 인물의 퇴위 관련 대화들은 실제 확인된 것이 아니라 정황과 증언에 기반한 상상력입니다. 축구 관람은 교황청에서 확실히 부정해서 순전히 재미를 위해 들어간 장면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세계종교의 정점에 위치한 두 인물의 고뇌입니다.

 저는 종교가 있진 않아서 신도로써 그 마음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카톨릭과 믿음을 둘러싼 상황을 생각하면 교황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사명에 시달릴 자리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전통을 고수해야 하는가? 새 시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가? 그냥 봐도 절대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결정한다고 실천이 쉬운 것도 아니죠. 그리고 신부도, 추기경도, 교황도 믿음에 대한 고민은 죽을 때까지 사그들지 않는다는 것도요.

 전통과 권위의 화신처럼 보이던 베네딕토 16세도 프란치스코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고민하고 있다는 게 드러납니다. 허나 당초 베네딕토 16세의 선출이 반동적이라 생각했던 프란치스코도 선뜻 교황 선출을 달가워하진 않습니다. 프란치스코에겐 자신의 치부와 상처가 있었기 때문이죠. 둘은 서로의 죄를 들어주고 사해줌으로써, 정적이 아니라 한낱 인간으로써 서로의 벽을 허뭅니다.

 보기 전에는 사실 교황 임명과 퇴위에 대한 좀 더 큰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나온 건 거대한 권력이나 세계종교의 위압감 같은 것보다는 교황도, 추기경도 아닌 한 인간이자 그리스도인으로써의 고민에 대한 내용이었네요. 하지만 기대와 달랐던 게 오히려 좋았습니다. 사실 카톨릭과 교황의 무게감으로 중후하고 화려하게 만들었다면 약간 평범하고 싸구려틱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됨으로써 오히려 호소력 있고 생각할 만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순전히 영화 이야기에서 벗어나 카톨릭과 두 교황에 대한 불가지론자의 생각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서 더더욱 한 인간에게 이렇게 큰 짐을 지우는 것은 너무한다. 교황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같은 생각이 듭니다마는... 뭐 비슷한 이유로 일본 천황제도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지요. 이쪽도 겉으로야 그냥 입헌군주지만 실제로는 정신적인 부분에 매우 큰 존재감을 갖고 있죠.

 단순히 국가원수로써 군주라면 몰라도 종교지도자인 전제군주는 너무 큰 의미를 단 한명이 가진다는 게 이득보다는 위험성(군주 개인이든 공동체든)이 더 크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베네딕토 16세나 프란치스코나, 헤이세이나 나루히토나 인격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인물들이지만, 솔직히 연이어서 존경할 만한 인물이 선출, 승계된 건 행운에 가까운 일이니까요.

 여튼 영화는 대체로 만족인데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카메라워크입니다. 실화에 기반한 것이다보니 교황 선출 등과 관련해서 당시 뉴스 영상이 많이 나옵니다. 그때문에 순수 가공인 부분과 조합하기 위해 기록영상, 기록영상 흉내를 낸 듯한 연출, 완전히 연출된 연기 세가지 장면으로 나뉩니다.

 이 사이의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서인지 장면 대부분이 헨드헬드로써(둘이 마주앉아 대화하는 장면 수준에서도) 흔들림이나 확대, 축소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사실성 있어 졌다기보단 산만하고 싸구려틱해졌다고 생각하네요. 고정된 카메라 전환이 대화 씬에는 훨씬 나았을 겁니다.

 여튼 한때 '믿고 거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고 그랬지만 돈의 힘인지 배우나 제작진도 톱급으로 긁어서 때려부으니까 요즘은 볼만한 게 좀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 그런 생각을 했던 게 '버드박스'이고, '두 교황'도 그런 정도 만족도였네요. 가장 헐리우드 클래식에 가까운 포지션이라면 '아이리시맨'일텐데,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미루고 있습니다. 조만간 보기는 봐야지요.

넷플릭스로 지브리 다시 보기(7) - 모노노케히메 by eggry


 '모노노케히메' 타임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비교적 일찍 등장했네요. 3월 배포분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있어서 한껏 붐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군소적인 것들이죠.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나우시카는 자연과 인간을 중재시키는 궁극의 성녀였습니다. '모노노케히메'에서는 그런 존재가 없습니다. 자연과 공존할 수 없겠냐고 계속 질문하는 건 남자 주인공 아시타카이지만, 아시타카의 말은 에보시와 산 양쪽에 그다지 먹혀들지는 않습니다. 고군분투하지만 아시타카가 뭔가 막아내거나 사람들 마음을 바꾸지는 못 합니다. 하지만 아시타카와 산의 마음이 완전히 극단에 이르기 전에 사슴신과 화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인간도 조금은 뭔가를 느끼게 됩니다.

 그 깨달음이 지속 가능하거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영원히 바꾼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엄밀히는 그냥 유예한 것일 뿐이죠. 사실 그게 '모노노케히메'의 코드이기도 하죠. 영원히 지속되는 생의 투쟁이라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정도를 넘어 격해지기도 하지만, 결국 양자는 서로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치고 박으면서도 존재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식이었던 '나우시카'와는 확실히 다르죠. 훨씬 온건하고 현실적입니다.


- 판타지, 신화성이 상당히 강하지만 실제 시대의 변화나 영향도 깊게 고려한 설정과 세계이기도 합니다. 신화에서 역사로의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시대는 무로마치 말기로, 지방 군주들이 점점 강해져서 전국시대가 시작될 전조가 보이는 때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의 세력과 입장도 다양합니다.

 아시타카는 에미시의 전사인데, 에미시는 흔히 이후의 에조나 근현대의 아이누 족과 동일시 되곤 하지만 그건 에미시 중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남은 것이지 에미시 전체는 아닙니다. 에미시 자체가 야마토 조정 입장에서 그냥 자신들이 아닌 타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하나의 민족이거나 체계는 아니었던 거죠.

 복속되지 않고 변두리에서 조몬시대 수준에 머물러 살아갔던 야마토 민족 일부와 아이누 족을 통틀어 칭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중앙정권에 속하지 않는 변두리 지역과 군소세력의 통칭이죠. 시대가 흐르면서 에미시는 에조로, 에조는 아이누로 점점 민족적으로 구체성을 띠게 됩니다. 그건 조정/쇼군 정권의 영향력이 점점 넓어져 가는 것과 흐름을 같이 하죠. 야마토 민족은 결국 중앙정권에 대개 흡수되게 되지만 아이누 족들은 정체성이 더 두드러지게 됩니다.

 털이 별로 없다든가 하는 걸 보면 아시타카는 아이누 에미시라기보다는 카즈토(和人) 에미시로 보입니다. 문화적으로는 이들이(아이누와 더불어) 오리지널 일본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노노케히메'에서 에미시는 애니미즘을 중심으로 뭉쳐 있지만, 조정이나 그에 가까운 사무라이 집단들은 애니미즘에서 불교로 신앙의 중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불교야말로 야마토 정권과 정복대상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이라 할 수 있죠. 신령 숭배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 넘어가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불교는 인간의 종교이죠. 물론 일본의 애니미즘은 신토로서 살아남아 오늘날에도 명맥을 유지하게 되지만 원래와는 확실히 다른 형태를 띠게 됩니다. 중대한 변화 중에는 덴노 신화를 중심으로 신토의 인간화(?)도 있죠. 신토의 가장 고전적인 형태는 '모노노케히메'에서 숭배되는 산신령 같은 것이지, 가계도를 타고 내려오고 지상에 내려와 통치하는 인격신이 아니니까요.


- 타타라 마을이 초기에 이용하는 총포는 막대 끝에 용모양 화포가 달린, 화승총 이전의 동양식 총통입니다. 작중에서는 '명나라 식'이라고 합니다. 조선에서도 이와 같은 형태가 보편적으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서양식 화승총과 거의 같은 구조를 가진 신형 총포가 등장합니다. 작동원리는 조총과 같지만, 전래시기나 형태를 보면 조총에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독립적으로 진화한 가공의 물건으로 봐야겠습니다. 견착과 발사 모습은 LAW와 비슷해 보입니다. 당시 기술로 폭발탄두를 만들 수는 없을테지만 사슴신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릴 때는 탄이 폭발한 것처럼 목이 떨어집니다. 그냥 철탄인데 만화적 과장일 수도 있겠지만요.


- 세가지 수준의 문명 수준이 등장합니다. 아시타카의 에미시는 아직 돌화살촉을 이용하는 조몬 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금속 칼을 쓰기는 하지만 일본도와는 다른 평칼입니다. 손잡이의 장식 같은 것들도 훨씬 오래된 것. 이정도 문명에서 철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고의 전사나 귀족들만 가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서쪽으로 가며 접하게 되는 일본 무사들은 중세의 보편적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금속 투구를 쓰고 있어서 화살이 통하지 않는 걸 볼 수 있고, 타치나 나기나타 같은 무기들을 씁니다. 물론 가장 진보된 건 화약까지 손에 넣은 에보시와 타타라 마을이지요.


- 아시타카가 에미시 마을을 떠나기 전 노인들의 이야기에서 역사적 배경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500년 전 전쟁에서 패배해 이 땅으로 밀려났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야마토 조정은 8세기부터 정이대장군을 임명해 에미시 정벌을 명해 동쪽으로 진출했습니다. 9,10세기 쯤에는 간토 지역은 조정의 지배 하에 확실하게 들어옵니다. 정확히는 에미시가 밀려났다고 하는 게 맞겠지요.(중앙통제가 강하게 미치진 못 했기에)

 노인이 하는 얘기 중에는 "왕권도 쇄약해졌다" 같은 말도 있습니다. 이는 당초 조정이 에미시를 정벌할 때는 조정의 신하로써 정이대장군이 왔지만, 결국 쇼군이 황족과 문벌 귀족에 반기를 들고 막부를 창건해 권력을 빼앗은 것을 간접적으로 얘기합니다. 하지만 조정은 일본 전체를 통치할 힘은 진작에 잃었지만 그 자체는 여전히 자원과 권력이 있는 집단으로, 덴노의 사리사욕(불로장생)을 위해 움직이는 존재로 나옵니다.

 그로부터 500년이 지난 15~16세기는 무로마치 막부가 기울어가는 시기입니다. 막부의 영향력도 교토 인근지역으로 축소되고 지방 무사들이 점점 막부의 말도 안 듣는, 전국시대 다이묘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모노노케히메'에서 '사무라이'라고 칭해지는 이들이 이들입니다.

 아사노 일족의 무사라고 나오는데, 중세의 아사노 씨를 의미하는 거라면 '모노노케히메'의 지역은 그들의 활동영역이었던 오늘날 아이치~기후 지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깊은 산속인 걸 보면 기후 산악지대에 가깝겠죠. 참고로 아사노 가문이 배출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정실부인인 네네입니다. 히데요시 사후에는 이에야스 파에 붙어서 메이지 유신까지 명맥을 이어갑니다.


- '모노노케히메'에서 자연에 대항하는 인간 대표로는 곧잘 에보시가 꼽히지만, 신앙 면에서 에미시인 아시타카와 가장 대립되는 존재는 승려인 지코입니다. 단순히 고신토와 외래종교인 불교 만의 대립에 그치지 않습니다. 승려인 그가 사실은 조정에서 파견된 최고위 요원이라는 점은 불교가 세속정권에 영합해 타락한 면을 보여줍니다. 불교 본연의 가르침에 개의치 않고 명령을 위해서라면 살상에 아무런 의심도 가지지 않습니다.

 지코는 그냥 세속에 영합한 타락한 불교 승려가 아닙니다. 그가 진정으로 믿는(혹은 두려워하는) 것은 부처니 극락이니 같은 게 아니라, 아득히 높은 곳에 위치한 인간(덴노)의 무시무시한 권력입니다. 거기에 일말의 의심조차 가지지 않기 때문에 산신령의 목을 가져간다는 위험천만하고 금기시 되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이죠. 어찌보면 에보시보다 더욱 인간중심적인, 아니 인간숭배에 가까운 관점입니다. 시대상 때문에 미야자키 특유의 군국주의, 파시즘 혐오가 곧대로 드러나진 않지만 그 변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에보시는 당대에 천시되는 여자나 나병 환자와 같은 이들을 거둬들이고, 문명의 이기인 철과 화약을 이용해 나름의 낙원을 세우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파괴나 다른 인간들과의 싸움은 사실 대립적인 의미라기보다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더 잘 살기 위해 죽이고 이용하는 게 어떻냐는 관점이죠. 그 과정에서 선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의 전쟁의 시발점을 제공하게 되지만 말이죠. 시대저항적인 여성상이라거나 강렬한 카리스마 등 존재감이 강하지만 사실 인간 vs 자연에서의 가치관은 중립적인 편입니다. 그저 자신이 인간이고 다른 더 중요한 게 있을 뿐이죠.


- 들개신 모로는 작중에서 가장 달관한 현인과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모로는 자신들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순순히 죽어줄 생각은 없습니다. 사슴신을 할 수 있다면 보호하고, 에보시에게 복수는 해야겠다는 거죠. 하지만 옷코토누시처럼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긍지를 보여주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산을 구하고 싶다는 아시타카를 비웃지만, 그건 도발에 가까운 거였다고 봅니다. 결국 아시타카를 깨워 산을 구하도록 하니까요. 들개도 인간도 아닌 산에게 들개 쪽이 아니라 인간 쪽 편이 존재할 수 있다면 그건 아시타카일 거라고 인정했다고 봅니다.


- 인간과 자연의 영원한 밀당이라고 했지만, 실제 역사와 연결고리를 가지는 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이미 엔딩에서 인간의 시대가 온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산신들의 마지막 군세였던 옷코토누시와 맷돼지들은 모두 죽었고, 모로도, 사슴신도 죽었습니다. 인간들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테지요.

 물론 사슴신은 자연 그 자체라서 영원할 거라고 아시타카는 말하지만, 적어도 인간에게 경외의 존재로 군림하던 자연의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저 그 최후에 싹을 틔움으로써 인간들에게 자연의 따스함을 다시 일깨워 단순히 정복의 상대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전해줬을 뿐이죠.

 에보시에 따르면 산의 주인인 거대한 동물들이 죽으면, 짐승들은 총기를 잃고 멍청한 축생으로 전락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태고에 인간의 경외를 받던 자연이 오늘날엔 그저 미물에 불과한 존재가 된 걸 설명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경외의 존재로써 자연은 더이상 없습니다. 물론 그래도 존중하고 공존해야 한다는 게 마지막 말이지만요.


- 인간과 자연의 대립 얘기가 주축을 이루긴 하지만, 핵심은 생의 투쟁이라 생각합니다. 포스터의 타이틀인 "살아라"는 작중에서도 여러 장면에 여러 형태로 나타납니다. 살기 위해 죽인다, 살기 위해 싸운다, 함께 살아간다 등등... 생의 투쟁에는 옳고 그름을 가를 수 없다고도 말합니다.

 물론 그 살고 싶다는 욕망은 끔찍하게 변모할 위험도 안고 있습니다. 도를 넘은 자연의 착취, 재앙신으로 변한 산신들, 심지어 그토록 중립적인 사슴신조차도 자신의 존재가 사멸할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생을 위해 끔찍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날뜁니다. 살겠다는 의지의 소중함 만큼이나 무서움도 얘기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걸 정당화할 수 있으니까요.


- 지브리 치고는 러닝타임이 긴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풍성하기 때문에 지루하다거나 여유롭다거나 할 새는 거의 없습니다. 우겨넣어서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버거운 것도 아니고 모든 게 풍성하지만 자연스럽게 흡수 됩니다.


- 미야자키 감독작 중 거의 유일하게 그의 소녀 기호가 나오지 않는 작품입니다. 산이 그렇게 만들기에는 인간의 관습과는 동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할머니, 카리스마 아줌마 같은 것들은 여전히 나옵니다만.


- '모노노케히메'의 숲의 모델이 된 건 큐슈 남쪽에 위치한 야쿠시마 섬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원시림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큐슈 남쪽이다보니 기후도 확연한 아열대라서 삼림이 자라기 좋은 조건입니다.(참고로 바로 옆에 있는 섬이 조총이 전래된 타네가시마지요. JAXA의 로켓 발사대가 있기도 합니다.) 단순 열대림만 있는 게 아니라 섬의 중심인 산을 오르며 고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식생을 가집니다. 지리적으로는 류큐 제도에 속합니다.

 섬의 인구는 1만 2천명 정도로 생각보다는 많습니다만, 섬 자체가 그렇게 작지는 않아서 대부분의 지역은 무인지대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인구 감소 중이라서 숲 속에 있던 집들이 다시 집어 삼켜진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숲 속은 그렇지만 거주지의 인프라나 설비는 관광산업이 융성해 어느정도 갖춰져 있습니다. 전 지금은 도시 위주로 여행하고 있지만 자연관광으로는 요세미티, 옐로스톤, 알프스, 그랜드캐년, 바이칼과 더불어 상위권에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가 등산을 싫어한다는... 심지어 아열대 등산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


- 자연과 동양적 배경을 소재로 한 미야자키 작품은 대충 '모노노케히메'로 종결되었습니다. '나우시카'가 실현될 수 없는 이상이라면, '모노노케히메'는 타협안 정도 되겠습니다만, 사실 이게 '나우시카'의 모순에 대한 결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모노노케히메'를 기점으로 미야자키는 세상전체에 호소하는 큰 이야기는 더 안 나오게 됩니다. 그 이후엔 좀 더 사적인, 국지적인 소재로 넘어가게 되죠.

 이후 더 흥행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이 나오게 되지만, 개개인의 이야기이고, '모노노케히메'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그눔 오푸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야자키에게서 이것보다 큰 얘기는 더 안 나올테죠. 진짜 마지막 작품이 될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도 자기몰입적인 이야기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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