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및 잡담 - 교토 눈, 코로나, 카메라, 가방, 수동렌즈 등(2020. 2. 15.) by eggry

교토 눈

 여행은 잘 다녀왔습니다. 정말 구경은 할 생각도 없이 사진만 찍어서 여행기는 없을 거 같습니다. 일단 이동 중간과정이니 먹는 거니 그런 거 신경도 안 썼고 기록도 안 남겨서 여행기 쓸 만한 기초자료도 없습니다. 그냥 촬영 장소 별로 앨범 링크하고 대표사진 몇장 올려서 찍은 과정에 대한 얘기들 위주로 할 거 같네요. 처음으로 여행기가 아니라 포토 에세이랄까 작가노트(제 입으로 말하기도 민망;) 같은 내용이 될 거 같습니다.

 교토 눈은... 한 20% 정도 성공이라 해야겠네요. 최소 목표는 키후네 신사였는데 거기는 성공했습니다. 도착한 날부터 시내엔 흔적도 없었지만(금각사도 일요일에 내리고 낮에 바로 녹았더군요) 월요일 밤에 비가 내렸는데, 북쪽 산악지대엔 눈이 추가로 내렸던 거 같습니다. 정말 다행이게도 도착 다음날 아침까지는 눈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근데 해가 뜨니까 그 산의 눈도 정말 문자그대로 녹아 내리더군요; 키후네 신사 갔으니까 쿠라마데라도 노렸는데 거기 도착할 정오 쯤에는 산골의 나무 위 눈도 다 없어졌습니다. 응달에나 간신히 남아있는 정도. 그래서 실제로 눈풍경은 키후네 신사 밖에 못 봤네요. 나중에 다른 사람들 사진이나 시간대를 보니까 오하라가 더 좋은 여건이었던 거 같은데 오하라는 뭐 기회도 없었습니다.

 버킷리스트니 뭐니 했지만 역시 교토와 기후변화를 과소평가하긴 한 거 같네요. 그래도 소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 허탕은 아닌 걸로... 남은 시간은 그냥 조금 멀어서 안 갔던 곳 가보거나 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센토 고쇼와 카츠라리큐 예약을 신청했는데 가능한 날은 마지막날 뿐이었지만 눈이 조기종료되서 신청하길 잘 했다 싶었습니다. 겨울이긴 해도 상록수가 많아서 풍경은 나쁘지 않았네요.

 여행에 늘 사진을 중시하긴 했지만, 해외를 그저 출사지로 간 건 이번이 처음인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교토야 워낙 가서 익숙하기도 해서 여기서 이렇게 찍고 싶다든가 하는 희망사항이 있었죠. 눈 사진은 조금 밖에 못 건졌지만 비 내리는 야사카 탑이라거나, 몇가지 기회가 있었습니다. 리스키한 시도였던데 비해서 쪽박 찬 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적긴 적더군요. 눈도 눈이지만 사람 적은 거, 싼 거 보고 갔으니까요. 3박 4일 모든 경비 다 합쳐서 60만원 들었습니다. 비행기, 숙박비가 30만이었고요. 야사카의 탑 인근에 인적이 드물어서 ND 필터도 없이 사람 없는 장노출을 찍기 용이했다거나, 아라시야마 죽림에 한낮에도 사람에 치이지 않았다거나(그래도 일정 수준은 있더군요) 확실히 영향을 느꼈습니다.



코로나19

 교토 핫딜이 된 원인이 된 코로나19입니다만, 일본 상황이 여행 출발과 막날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버렸지요. 출발할 때만 해도 크루즈 선만 빼면 한국이랑 비슷한 정도였는데 막날에 도쿄에 감염자, 카나가와에서 사망자가 나오면서 반전되어 버렸습니다. 새로운 감염자나 사망자의 동선, 추측되는 감염시기 등을 고려하면 거의 한달 정도 전에 걸렸고 또 퍼뜨리고 다녔을 거라는 얘기가 되서... 그 이후로 여러 지역에서 다수의 감염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뭐 그 사람들도 어제오늘 걸린 사람들은 아니죠;;

 결국 눈치를 못 채고 있어서 그렇지 일본 국내에서 1월 중순부터 이미 감염자가 다수 있었다는 거고 그 사람들도 퍼뜨리고 다녔을테니 이젠 어디까지 갈지 짐작도 못 하겠습니다. 정황 상으론 조만간 크루즈 제외하고도 백자리 찍을테고, 2월 말까지 천단위도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라 생각되네요.

 뭣보다 그냥 퍼지고 있다는 걸 그냥 모르고 지낸 시간이 너무 길어서... 일본도 이제 중국 다음 가는 에피데믹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골치아픈 건 일본이 몇 주 동안 놓치고 있는 동안 일본에서 다른 나라로도 퍼져나갔을 거라서... 중국보다 일본이 오히려 판데믹의 촉진재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네요. 동남아 쪽도 일본과 별반 다를 거 없는 여건이라(집계 잘 안 됨) 뭐 그냥 다 퍼졌다고 봐야겠습니다.

 이미 일본을 통해서 한국에도 좀 퍼졌을 가능성이 있고 저도 그 중 하나일 우려가 있죠;; 뭐 아직까지 발열이라거나 컨디션 저조 증상은 없습니다. 이미 일본 쪽으로 뚫렸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월요일 쯤이면 공식적으로 일본에 대해서도 중국에 준하는, 혹은 그 다음가는 수준의 입출국 검열이나 자진격리 권장이 나올 거 같습니다.

 이번에 가서 교토 한산하고 싸기도 하길래 벚꽃 때도 여건 좋으면 출사 가볼까 했는데 지금 상황으론 일본도 여행 자제 국가가 될 거 같아서 그냥 가는 거 자체가 어려워질테니 핫딜 같은 한가한 소리 할 때가 아니네요. 물론 여행금지는 아니지만 자진격리라든가 직장 활동이라든가 허들이 많아서 실질적으로 갈 수 없어지겠죠. 일본이 제일 심하다 뿐이지 타이완, 동남아도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라...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릴 좋은 기회인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전적으로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일본이 루프홀이 되었기 때문에 한국 방역도 지금까진 선전하는 것 같았지만 한계에 도달할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치명성은 높지 않다고 해도 전염은 정말 잘 되는 거 같거든요. 한국도 최소 일본과 같은 상황이 될 걸 전제로 행정이든 개인 활동이든 대비를 해야할 거 같습니다. 어느 시점에서는 결국 일상생활과 타협을 할 수 밖에 없겠지요. 지금은 믿을 게 위생과 면역력 뿐인 듯 합니다.



카메라, 렌즈

 지난번엔 백팩에 16-35GM, 24-70GM, 100-400GM이란, 변형된 홀리트리니티 구성을 했는데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렌즈들이 무겁기도 하고, 렌즈 교환도 불편해서요. 이번엔 렌즈 구성을 또 새로이 도전해봤습니다. 16-35GM, 24-70GM, 아포란타 50/2, 바티스 135로 가져갔습니다. 가방은 픽디자인 메신저 13. 렌즈 구성 상 슬링보다는 조금 커야했습니다.

 사실 24-70GM은 백업이었습니다. 가이드 투어라서 제약이 심한 황궁 관람 때만 썼고 그 외에는 95% 16-35GM, 아포란타 50, 바티스 135만 썼습니다. 이 트리오 조합이 꽤 자연스럽게 연결되더군요. 광각이 필요할 땐 16-35GM, 표준은 아포란타 50, 망원은 바티스 135로 말이죠. 50에서 135는 조금 비약이 크지만 저는 85mm보다는 135mm가 제 취향에 맞아서 한두번 정도만 85mm가 아쉬웠습니다.

 이 조합에서 유일하게 신경쓰이는 건 렌즈의 컨트라스트나 색감의 일관성인데 이건 사진을 만져봐야 알 거 같습니다. 아포란타 50은 컨트라스트가 세지 않아서 16-35GM이랑 잘 어울린다고 보는데 바티스 135는 확실히 강한 편이라서 좀 튈 거 같네요. 뭐 화각 자체가 달라서 분위기가 다르니 그렇게 어색하진 않으려나?

 실제로 사진 정리를 해봐야 알겠지만 어차피 여행기도 안 쓸 거고 느긋하게 하렵니다. 지금 캡쳐원 프로에서 아포란타 50 렌즈 호환성에 문제가 있어서 아포란타 50이 들어간 프로젝트는 다 홀드 상태입니다. 어차피 지난 여행 사진이 먼저니까 업데이트 기다리고 있습니다. 페이즈원에 리포트하긴 했는데 언제 패치될진 모르겠습니다. 여행기 안 쓰니까 부담은 없네요.



가방

 영원한 난제, 가방. 교환의 편의를 위해 메신저백을 가져갔는데 확실히 다 넣으니 무겁긴 했습니다. 아포란타 50+바티스 135가 100-400GM 만큼 무겁지는 않지만, 한쪽 어께에 지기로는 더 부담스러우니까요. 뻐근하긴 했는데 의외로 백팩보다 더 힘들진 않았습니다. 오른쪽, 왼쪽 번갈아면서 하니까 백팩이라 양쪽 분산인데도 속절없이 한쪽이 더 부담스러워 아픈 것보다 대응성은 더 낫더군요. 백팩은 일단 쑤시기 시작하면 그냥 대책이 없는데 이건 다른 쪽으로 돌리기라도 되니까요.

 그래도 가방이 100% 맘에 드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 게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건 둘째치고... 일단 좌우 맬 때 패딩 배치가 달라서 길이조절의 여지가 다릅니다. 왼쪽어께에 크로스로 매면 길이 조절의 자유도가 훨씬 높은데 오른어께는 어렵습니다. 그야 메신저백이니까 크로스보다는 한쪽으로 매는 걸 전제로 한 거기는 하지만서도요. 그래도 현시점에서 백팩이 아니면서 렌즈 3,4개 휴대할 수 있는 게 이거 뿐이라 별 수 없이 써야했습니다.

 최근 네번의 여행과 국내 출사들을 보면 지금 저에게 가장 필요한 건 4개의 단렌즈(바디+바디캡은 휴대)를 동시에 수납해 편하게 교체할 수 있는 숄더나 슬링백인 거 같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바티스 5종을 사용하기 가장 좋은 가방 말이죠. 아포란타 50은 여행에는 가급적 안 가져갈 생각입니다. 수동인 것도 있고 방진방적이 안 된다든가, 바티스랑 섞어서 쓰기 안 어울린다거나 하는 이유로요. 백팩은 줌렌즈 홀리 트리니티 쪽에만 쓸 생각이고요. 백팩이야 이미 2개 있는데 그 용도로는 다 문제 없습니다.

 숄더/슬링 쪽이 문제인데 지금 제일 큰 놈인 메신저13이 일단 들어가긴 합니다. 바디랑 바디캡도 들어가고요. 문제는 옆으로 넓은 방식이 아니라 깊이를 이용하는 방식이라 렌즈가 적층으로 쌓이게 됩니다. 수납은 되는데 동시에 4개가 접근이 되는 상황이 아니죠. 덮개 열고 바로 손 닿는 건 3개 뿐인 건 픽디자인 슬링 6L랑 똑같습니다. 겹쳐서라도 더 넣을 수 있는 것과 바디까지 다 넣고 다닐 수 있다는 게 차이일 뿐 실제 촬영 중에는 차이가 없는 셈이죠.

 높이 높아봐야 쓸모 없고, 옆으로 길어야겠다는 생각 하니까 지금 슬링 6L가 3개가 되니까 10L면 4개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메신저 13보다 추가 휴대성 면에선 딸리지만(물병이라거나) 물병은 손에 들든 어쩌든 방도가 없지는 않고 순전히 카메라와 렌즈만 본다면 말이죠. 그런데 슬링 10L를 제가 그다지 안 좋아했던지라 신형이라고 나을진 모르겠네요.

 사실 인케이스 DSLR 슬링을 잠깐 썼는데 그게 4개 주르륵 배치되긴 했습니다. 스트랩도 두툼해서 착용감도 좋긴 했는데, 단지 가방이 각이 별로 안 잡히는 스타일이라 그게 불만스러워 내보냈네요. 슬링 10L냐 인케이스냐, 고민 좀 해볼까 합니다. 사실 체력만 되면 그냥 메신저 13 써도 되긴 합니다만, 운동하기 싫네요.



휴대품

 빠르게, 간소한 목적으로 다녀오는 거기도 해서 소지품도 역대 최소였습니다. 캐리어 대신 백팩에 옷가지라든가 싸갔는데 이건 사실 잘못 결정한 거 같고요; 그 가방 그대로 여행지에서 쓸 것도 아닌데 기내용 캐리어 쓰는 게 공항 가는 길이나 나오는 길이나 훨씬 편하니까요. 반나절만에 벼락치기 한 여행이라 생각이 짧았습니다.

 짐 줄이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보조배터리 없는 여행을 했습니다. 아이폰 배터리 케이스도 없이요. 지금까지 사용 상으로 절전모드로 12시간 정도 버틸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해봤습니다. 어차피 사진만 찍고 일찍 복귀할 생각이라 리스크는 별로 없었습니다. 실제로 잘 버텨주긴 했습니다. 다만 여유로울 정도는 아니라서 다음엔 배터리 케이스는 가져갈 거 같네요. 보조배터리는 필요 없겠습니다.

 로밍 할까 포켓 와이파이 할까 고민하다 숙소 인터넷이 신뢰가 안 가서 포켓 와이파이로 했습니다. 평소엔 '와이파이도시락'에서 빌렸는데, 이번에는 KT에서 빌렸습니다. 기기가 다르더군요. 안드로이드 베이스로 만든 거 같은데 무슨 10000mAh 보조배터리 쯤 되어 보이는 사이즈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원은 8시간 쯤 갈 거라 그러더니 무슨, 12시간 외출하고 왔는데 반도 안 닳았습니다. 이제 이거 써야겠네요.

 보조배터리도 없애고 휴대품도 줄이다보니 충전기도 포트수 적은 걸로 했습니다. 지금까진 USB-A 5~6포트 충전기에 아이폰용으로 1포트 PD 충전기를 썼는데, 2+2(PD+퀵차지) 충전기에 아이폰 충전기로 했습니다. 아이폰, 애플워치, 아이패드, 카메라, 포켓와이파이 순으로요. 여행 짐 줄이기 노하우가 쌓이고 있습니다.



수동렌즈

 아직 사용횟수가 많지 않지만 끄적일 정도 사용은 해봤습니다. 블로그에는 안 올렸지만 샘플 확보 차 국내에도 조금 나가봐서 결과물의 특성은 대략 알고 있습니다. 해상력은 APO에다 기념렌즈로 자랑할 만큼 정말 좋습니다. 첫인상에서 135GM보다 좋을 거라곤 생각 안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은 철회해야겠습니다. 그정도로 좋거나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35GM이 없어서 공평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서도요. 바티스 135랑 최소 동급 수준입니다. 컨트라스트는 약간 뉴트럴한 거 같네요. 자이스 취향이라 이건 좀 아쉽습니다.

 렌즈의 화질이라든가 하는 얘기는 좀 더 많은 사진을 찍고서 할 기회가 있겠고, 그것보다는 수동렌즈에 대한 얘기입니다. 사실 수동렌즈 경험이 전무한 것도 아니고, 접점 대응되는 렌즈도 처음은 아닌데 출사 목적이라곤 하나 해외에 가져간 건 처음입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길거리 산책하며 찍는 게 아니라 분명히 달성해야 할 목적이 있는 상황에서 사용한 건 처음이란 거죠.

 일단 MF니까 당연히 시간이 더 걸립니다. 시간만 더 걸리면 다행인데, 이게 의외로 배터리를 많이 잡아먹습니다. 사실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전기를 제일 많이 먹는 건 연사도 AF도 아니고 그냥 라이브뷰 켜놓는 시간이거든요; 센서와 화면이 잡아먹는 게 대부분이니 오래 켜져 있는 MF는 당연히 많이 빨아먹습니다. 소니 3세대 배터리가 길어서 2개 갖고 여행 중 떨어질까 걱정할 정돈 아니었는데 1개 다 쓰기도 드물던 상황에 해가 지기 전에 1개 다 쓰는 상황이 생긴 거 보고 확실히 체감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쓰니깐 눈이 아픕니다. 확대 해줘도 화면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 자체가 눈 아파요. AF면 그냥 초점확인이 되나 안 되나만 보고 땡인데 이건 초점 맞았나 안 맞았나 판단해야 하니까 눈에 힘도 많이 주고요. 슬렁슬렁 찍으면 모르겠지만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촬영 매수도 많으면 눈에도 안 좋을 거 같습니다. 이정도로 헤비하게 써본 적은 처음이라 예상치 못 했던 부분이네요. 사진 하다 시력 안 좋아진다는 얘기가 실감됐습니다.

 그래도 a7R IV는 수동렌즈 쓰기에는 전보다 나아진 카메라이긴 합니다. 일단 뷰파인더 화소수가 높아진 게 큽니다. 사실 소니 카메라들은 AF 시에는 추가 해상도 저하가 있어서 뷰파인더 화소수 높은 게 별로 이득이 되지 않습니다. AF로 쓸 때는 3세대랑 별 차이 못 느껴요. 하지만 수동일 때는 해상도 저하가 없는데다 확대까지 되니까 정말 초점 맞추는데 도움이 됩니다.

 포커스 피킹은 그렇게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써보면 알겠지만 전핀, 후핀이 상당히 쉽게 납니다. 확대만이 살 길입니다. 포커스 피킹이 믿을만 하면 확대도 안 하고, 초점 맞추려고 눈에 힘주고 초점링 돌리고 있지도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네요. 타사 포커스 피킹의 정확도가 궁금하긴 합니다. 옛날엔 포커스 피킹이 AF와 판단기준이 이론 상 동일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닙니다. 적어도 소니는 아니에요. 그래서 확대 만이 살 길입니다.

 그리고 뷰파인더 화소수가 높기는 한데, 배율은 작아서 그 부분의 한계는 있습니다. 파나소닉 S1 보면 뷰파인더가 정말 허벌창이라서 화소수도 화소수지만 그걸로 훨씬 편한 게 있습니다. 파인더만 따진다면 수동렌즈 쓰기 제일 좋은 카메라는 파나소닉 S1 시리즈나 라이카 SL2일 겁니다. 소니는 바디 소형화를 하려다보니 뷰파인더 광학계도 소형화되서 이 부분에선 어쩔 수 없이 열세입니다. 제가 바디 키우길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아니면 파나소닉에 자이스나 보이그랜더가 나오는 게 더 빠를까요?

 솔직히 확대, 포커스 피킹, 손떨림 보정 같은 온갖 기술적 혜택을 보고서도 수동렌즈 쓰는 건 상당한 수고가 드는 일인데 광학식 뷰파인더로 쓰던 사람들은 어떻게 썼나 싶긴 합니다. 저야 애초에 그렇게 쓰질 않았어서 상상도 못 하겠네요. EVF에 수동을 써보면 알게 되는 건 초점이 나가기 상당히 쉽다는 겁니다. 옛날 MF 사진들 초점이 살짝 나간 건 그냥 당연히 감내해야 할 범주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여태껏 수동렌즈들을 써보면서 얻은 것도 많습니다. 수동초점은 수동렌즈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 날 잡고 써볼 필요가 있습니다. 뭐 수동이 느려서 더 깊은 사진이 나온다느니 그런 얘길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초점을 어디에 맞출까에 대한 고찰과, 심도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직관적 이해라는 부분에서 사진이론과 사진술을 이해하는데 좋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자동초점은 한 픽셀에 초점을 골라서 맞추는 방식이 아닙니다. 아무리 작게 해도 '범위'에서 맞추죠. 그런데 그 범위에 다 초점이 맞을 순 없습니다. 과연 그 범위에서 어디에 맞추나? 보통은 더 가까운 쪽에 맞게 됩니다만... 수동으로 해보면 그 작은 범위에서도 그걸 컨트롤할 수 있다는데 걸 알게 됩니다. 이걸 이해하고 나면 AF 렌즈라도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의도한대로 아주 정확히 맞추기 위해 MF를 쓰게 되는 때가 옵니다.

 또 심도의 이해에서도 그렇습니다. 실제로 초점링을 움직이면서 초점면이 움직이는 모습, 심지어 요즘은 EVF로 확대해서 보니까 더욱 생생하게 보입니다. 조리개 개방과 조였을 때의 차이, 그리고 조였을 때도 막연히 모든 영역에서 초점이 저절로 맞지는 않는다는 것 등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게 AF에서는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요. MF를 써야할 때를 또 알게 됩니다.

 모든 AF 렌즈와 카메라가 수동초점을 지원하기 때문에 굳이 수동렌즈를 사서 경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얘기하는 건 AF 시스템에서도 MF를 쓰는 게 더 낫고 확실한 경우들을 이해하고 숙지하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 수동초점의 과정에서 정말 재미를 느낀다면, 아예 수동 전용렌즈를 들이는 건 그때 생각해봐도 됩니다. AF 렌즈든 수동렌즈든, 지금보다 수동초점 하기 쉬웠던 적은 인류 역사상 없습니다.(진짜로)

 당연히 수동초점의 체험 자체에서는 AF 렌즈가 수동렌즈를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포커스-바이-와이어 시스템이 기본이 된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는 더더욱 말이죠.(클러치 시스템을 써도 안 됩니다) 수동 헬리코이드가 선사하는 부드러움과 직관적인 피드백은 완전 기계식 수동렌즈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AF 렌즈로 수동을 사용해보는데서 시작하세요. 수동렌즈까지 가지 않아도 사진술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겁니다.



소니 시스템과 서드파티 렌즈

 R5 얘기 자체는 따로 R5 포스팅에서 얘기했는데, 저는 이게 a7 이래 미러리스 시장에 가장 중요한 카메라가 될 걸로 생각합니다. 시장의 쉬프트라는 측면에서 말이죠. 사실 캐논이 지금까지 내놓은 렌즈+앞으로 낼 렌즈+R5의 포지션 같은 걸 생각하면 정말 미러리스 시대의 5D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소니 천하는 대략 3,4년 정도로 막을 내리겠죠.

 근데 R5의 대성공으로 캐논이 다시 리드한다고 해도 딱히 시스템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일단 제가 캐논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게 제일 큰 이유이고, 다른 시스템도 쓰기에 충분하다는 게 그 다음이죠. DSLR 때도 비 캐논 카메라들 썼으니 지금이라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게다가 소니가 이전과 달리 마켓 리더가 되어봤고 현재 생태계가 상당히 튼실하기 때문에 결국 캐논에게 왕좌를 뺏긴다 하더라도 여전히 사용하기엔 지장이 없습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고... 캐논 렌즈들이 좋아 보이긴 하는데 또 소니는 일찍 나와서 싸고 물건이 많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죠.

 하지만 정작 저를 소니 시스템에 붙들어 두는 건 G나 G Master 렌즈가 아닙니다. 자이스나 보이그랜더 같은 서드파티죠. 소니 자이스가 아니라 자이스 바티스나 록시아, 보이그랜더의 E 마운트 전용 렌즈들 말입니다. 이종교배가 아니라요. 실제로 저는 소니 렌즈는 16-35GM과 24-70GM 두종류 빼고는 다 자이스 바티스, 보이그랜더로 갖췄습니다. 대응성을 요하는 줌렌즈는 퍼스트파티 쓰는 게 최선이라고 보지만요. 아마 망원렌즈 1개 정도로 소니 렌즈는 끝일 듯 합니다. 소니 자이스도 더 안 나오니까...

 이 부분은 타 시스템에선 그리 빨리 해소되지 않을 걸로 봅니다. 다 E 마운트가 공개 시스템이라서 가능한 거죠. 물론 공개 시스템인 와중에도 실제로는 라이선스 티어에 따라서 업데이트 경로라든가(가령 삼양은 바디가 아니라 독을 써야하죠)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마는... 어쨌든 그런 체계가 있다는 거 자체가 리버스 엔지니어링 해야하는 캐논, 니콘이랑은 상황이 다르죠.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바티스가 캐논, 니콘으로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자이스는 리버스 엔지니어링 해서 렌즈를 내는 브랜드가 아니니까요. 탐론이나 시그마는 하겠지만서도... 보이그랜더야 수동이고 그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테니 나올 거라고 보긴 합니다. 자이스 수동렌즈도 나올거고요. 풀프레임 미러리스용 수동 시리즈가 새로 나오지 않을까요?

 캐논, 니콘, L 마운트에 맞춘 미러리스 버전 밀부스가 나오지 싶습니다. 록시아에 마운트 바꾸기 하기엔 마운트 직경이 중요한 부분이라... 하지만 제 목표는 밀부스가 아니라 바티스이고 이건 마운트 라이선스 정책이 바뀌기 전엔 소니 외로는 나오기 어려워 보입니다.

 라이선스라면 L 마운트만 유일하게 세미오픈이지만 하필 맹주가 라이카라서 자이스가 허락될지 의문입니다. M이야 딱히 막을 방도가 없었지만 말이죠. 라이카가 자이스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 거 같습니다. 보이그랜더도 마찬가지고요. 만약 L 마운트로 바티스나 보이그랜더 접점 렌즈가 나온다면 저는 아주 좋을 겁니다. 그럼 서드파티 렌즈를 고려하더라도 소니 외의 선택지가 생기니까요.

 지금으로썬 L 마운트의 세 메이커의 렌즈로는 안 됩니다. 단순히 평범한 f2.8 줌렌즈나 f1.4 단렌즈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런 렌즈들은 쉽게 대안이 되지만 지금 제가 애용하는 자이스, 보이그랜더 렌즈들은 대안이 없습니다. 물론 L 마운트에만 있는 유니크한 옵션도 있긴 합니다. 라이카의 SL 35/50/75mm APO 렌즈가 그것이죠.

 지금 바티스 135와 보이그랜더 50/2로 2개의 APO 렌즈를 쓰고 있긴 한데, 3개의 APO AF 렌즈를 가진 시스템은 L 마운트 뿐입니다. 심지어 35mm 정도로 광각 화각대는 수동까지 포함해도 유일하죠. 물론 저 렌즈 하나가 600만원 수준인 건 안 비밀이죠. 바디를 파나소닉으로 해도 2000만원은 듭니다 ㅋㅋㅋ 하지만 로또가 된다면 GFX 100보다도 바로 저 구성을 도전해볼 겁니다. 현재로썬 저의 드림 트리오네요.

2020 정월대보름 by eggry


 일주일 됐지만 2월 8일에 찍은 사진입니다. a7R IV에 200-600G로 원본 사이즈. 4K 사이즈로 크롭하니 딱 이정도 프레이밍으로 나오네요. 1.4배 텔레컨버터가 있었다면 가득 채울 수 있었을 듯 한데 텔레컨버터를 안 갖고 있는지라...

 200-600G는 쿨매가 떠서 충동적으로 들였는데 체험회에서도 써보긴 했지만 핸드헬드 촬영이 저에겐 불가능한 렌즈라서 역시 충동구매일 뿐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속히 방출할 예정입니다. 화질 테스트 해볼 필요성도 못 느꼈네요. 모노포드로 대충 연사 때린 거라서 최적의 화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600mm에서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망원렌즈 탐색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100-400GM은 행사 용도로는 갖고 다닐만 한데 여행용으론 전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럼 비슷한 크기/무게인 70-200GM도 마찬가지일테고... 결국 현시점에선 70-200G냐 70-300G냐의 문제일 뿐인 듯 합니다. 화질은 70-200G이고 휴대성+리치는 70-300G네요. 당장 필요는 없기 때문에 느긋하게 좋은 매물 나오길 기다려 보렵니다.

캐논, 클라우드 이미지 서비스 image.canon 발표 by eggry


 캐논이 EOS R5 개발을 발표하면서 R5가 첫 대응기종이 될 클라우드 서비스, image.canon을 발표했습니다.

 대응기종의 경우 인터넷 연결을 통해 카메라에서 바로 사진이 업로드 되며, 최근 30일 동안의 사진과 동영상은 무제한 업로드가 됩니다. 이는 동기화된 컴퓨터 등에도 자동으로 다운로드 처리가 됩니다. 30일이 지나면 순차적으로 삭제되나, 이를 영구저장 할 수 있는 10GB의 용량을 유료 구독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30일은 좋은데 10GB는 너무 짜다는 생각이 들테지만, 외부 서비스 활용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4월 서비스 개시 시점에서는 구글 드라이브로 오토 포워딩을 지원하며, 6월에는 구글 포토, 어도비 클라우드로 포워딩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어느 쪽도 무제한적인 용량을 제공하지는 않지만(기업용 플랜 등이 아니라면), 워크플로우 면에서 이정도면 확실히 유연성이 생깁니다. image.canon에 무제한으로 올린 뒤, 완전 자동 혹은 사진을 솎아내어 백업 시킬 수 있게 되는 거죠.

 마음 같아선 카메라에서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들에 연결이 되면 좋겠지만,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고 서드파티 앱을 허용하지 않는 이상은 이 방식은 지속가능성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갤럭시 NX가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지원을 했지만 매끈한 흐름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죠. 캐논의 방식은 캐논이 게이트웨이가 됨으로써 타 서비스와의 연동, 버전, 사후지원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 많은 서비스가 지원되기를 바라기는 합니다. 구글, 어도비는 메이저하긴 하지만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요. 가령 NAS 쪽과 연동이라든가 지원되면 정말 용량이나 구독서비스에 구애받지 않는 백업이 가능해질 겁니다. 일단 원드라이브나 드롭박스 대응이 그 다음이 되겠지만, 시놀로지 등에서도 자체적으로 연동 대응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카메라 회사들이 좀 더 그냥 카메라와 렌즈에 그치지 않고 사진에 대한 여러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할지 캐논이 제일 먼저 그걸 선보이는군요. 그야 캐논은 프린터도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사진의 전체 생태계에 대한 생각이 타사들과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전부터 외부 저장장치니 휴대용 프린터니 같은 것들을 해왔었죠.

 여기에 대항할 만한 메이커는 니콘, 소니 정도가 떠오르는데 그 외의 회사들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보다 작은 메이커들은 유지보수나 기술력 모두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되네요. 기업 규모로 본다면 파나소닉 정도나 그나마 가망 있을까. 나머지는 회사들이 너무 작죠; 아예 구글이나 어도비 같은 회사에 거의 다 맡겨버리지 않는 한은... 그런데 그런 유연성이 있는 회사는 안 보이네요.

 니콘은 캐논이 잘 풀리면 자존심 때문에 할 거란 생각이고, 소니는 그나마 글로벌, 스마트 업계에 발판이 있기 때문에- 라지만 둘 다 캐논보다 잘 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 게 웃픈 현실이네요. 특히 소니는 진출만 여기저기 했을 뿐 다른 미디어, 컨텐츠 서비스 돌아가는 거 봐도 전혀 신뢰가 안 가죠;;

 사실 캐논이라고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역량이 딱히 우수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유저 체험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셋이란 게 다른 회사들보다는 조금 더 있다고 봅니다. 대중 친화적인 면도 있고요. 얼마나 잘 돌아갈지는 역시 서비스 런칭 및 EOS R5의 출시를 기다려봐야겠죠. 잘하면 간만에 카메라 독 같은 게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현재 저는 여행지에서 사진 백업을 위해 아이패드 프로와 USB 허브, 외장 SSD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image.canon 같은 서비스가 있다면 숙소 인터넷만 괜찮다면 잘 때 자동으로 백업시켜 놓는 거죠. 30일은 여행 등의 용도로써는 충분히 커버가 되는 기간이고, 카메라에서 심리스하게 작동된다면 편의성은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게다가 아이패드 파일 매니저가 상태가 좀 안 좋아서 몇번 재확인이나 재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튼 캐논의 이런 행보가 장차 더 많은 회사들을 자극해서 좀 더 나은 사진관리가 가능해지길 바라봅니다. 물론 일본 비 IT 기업인지라 기대는 전혀 하지 않지만요. 당장 기존 기종들 대응이야 전혀 기대 못 할테고요.

캐논, EOS R5 및 RF 100-500mm, 24-105mm STM 발표 by eggry


 여러 메이커가 CP+를 앞두고(오늘 취소가 발표됐습니다만;) 제품 사전발표 및 티징을 했는데 그 중 태풍의 핵은 역시 캐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OS R5의 개발을 발표하면서 CP+에서 세부공개를 하겠다고 한 것이죠. 물론 CP+가 취소됐으니 이젠 그 발표나 체험을 뭘로 퉁칠지는 모르겠습니다. 뭐 홍보영상이나 더 자세한 사양표나 나오겠죠. 루머로는 금방 출시되진 않을테고 6,7월 정도에 나올 거라고 하니 세부사양 발표는 꽤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1D X III가 발표될 때 그랬던 것처럼 개발발표이기 때문에 사양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몇가지 특징적 기능을 기술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을 뿐입니다. 루머에는 조금 더 자세한 사양이 있지만 그게 현실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단 캐논이 확실하게 말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신형 CMOS 센서
- 바디 내장 손떨림 보정
- 기계셔터 12fps, 전자셔터 20fps 연사
- 8K 동영상
- 듀얼 메모리카드 슬롯

 공식 발표는 뭐 여기까지이고, 발표 전에 루머로 돌던 사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 4500만 화소
- 5축 바디 손떨림 보정은 렌즈와 함께 최대 7~8스탑 효과
- 8K30, 4K120, 4K60 동영상

 흠... 좋아 보이죠? 물론 캐논이 말한 것과, 루머와, 그리고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해서 취합해야 할 것입니다. 분명 캐논이 말한 건 아주 구체적인 사양은 아니기에 거짓말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다소 뻥스펙이라거나 실용성에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종류의 것들일 겁니다. 캐논의 공식 언급과 루머, 현실을 고려해 R5에 대한 제 추측은 대략 이렇습니다.

- 최소 3900만 화소의 센서. 8K 동영상이 되려면 3900만 화소가 최소치입니다. 4500만이란 루머는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 바디 내장 손떨림 보정은 당연히 들어가겠지만, 렌즈 IS와 조합으로 8스탑은 믿기 어려운 수치이긴 합니다. 손떨림 보정 기술이 가장 뛰어난 올림푸스와 파나소닉도 7.5스탑이 최대니까요. 하지만 겨우 0.5스탑 위니까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는 합니다. 만약 실현한다면 풀프레임 미러리스 중에서는 파나소닉 다음으로 듀얼 IS 기술을 도입한 게 되는데, 이는 바디와 렌즈 손떨방이 축을 나눠서 각자 작동하는 소니, 니콘 방식에 비해 기술적으로 진보되고 효과도 좋은 것입니다.

 이 기술은 렌즈와 바디 간의 고속통신 성능이 받침이 되어야 하며, 그래서 마운트의 표준 사양에 따라서는 실현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소니, 니콘이 아직 듀얼 IS 방식을 이용하지 않는 게 단순히 준비가 덜 되서인지, 마운트 규격에 분명한 한계가 있어서인진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건 파나소닉은 이를 준비했다는 것이고(라이카 마운트이지만 전자기술 쪽은 파나소닉 기여도가 절반 이상일 것입니다), 캐논도 퓨처프루프 되어 있었단 것입니다.

 소니야 마운트가 오래되었고 원래 통신속도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 보인다는 정황이 간간히 있었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늦게 마운트를 출시한 니콘도 제약이 있다면 그건 좀 실망스러울 듯 합니다; 이 기술 자체는 마이크로포서드 파나소닉 카메라로 수년 전에 선보인 것이라서 새로 개발 중인 마운트가 고려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한심한 것이죠.

 물론 마운트 스펙이 제약이 있다 하더라도 핀을 늘린 2.0 규격을 만들어 하위호환 시키는 식으로 대응 가능하긴 합니다. 문제는 그 경우엔 기존 출시된 렌즈는 다 미대응이라 신제품만 된다는 거지만요. 마운트와 렌즈가 제일 오래된 소니가 제일 불리하다 할 수 있습니다. 과연 기적적으로 "헤헹, 우리도 펌업만 하면 할 수 있지롱" 이라면서 저의 마운트 스펙 추측을 뒤엎을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만...


- 8K 동영상이라고 말했으니 8K 동영상이겠죠. 다만 프레임이 정말 30이라도 될지는 의문점이 있습니다. 8K30은 정말 어마어마한 데이터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악의 경우엔 8K 동영상은 그냥 타임랩스 동영상 생성기능을 말하는 거겠고(이걸 홍보문구로 쓴 메이커가 이전에도 있었죠;), 그나마 현실적인 건 녹화시간 제약이 심하거나 듀얼픽셀 AF가 안 된다거나 하는 거겠죠. 녹화시간 제약이 있어도 어차피 용량이 어마어마할 거라서 짧은 클립들 편집한 영상 정도 외엔 8K는 아직 사용하기 부담스럽기에 큰 문제는 안 될 걸로 봅니다. 그래도 컨슈머에서 8K를 타임랩스 외에 입수할 수 있다면 제한적으로나마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듯 합니다.


- 4K 동영상은 확실하지만 어느정도 될진 모르겠습니다. 근래 캐논도 4K 논크롭 동영상을 실현했는데, 화소수를 생각하면 픽셀비닝 형태로 구현될 듯 합니다. 물론 8K30이 된다면 이론 상으로는 4K도 30프레임 정도는 풀픽셀리드를 못 하란 법은 없지만, 60이나 120프레임은 만약 있다면 분명히 픽셀비닝일 겁니다. 픽셀비닝 4K60만 된다고 해도 이는 소니의 현행 카메라를 확실히 뛰어넘는 것입니다. 그리고 a7S III(인지 IV인지)는 더욱 나오면 욕먹기만 좋은 곤란한 처지가 되겠죠. 최소치는 논크롭 4K30, 최대치는 4K120, 현실적으로는 4K60만 되도 대박입니다.


- 12fps 기계셔터와 20fps 전자셔터는 적지 않은 화소수를 생각하면 인상적인 것입니다. 20fps 전자셔터가 소니 a9처럼 젤로 억제를 잘 한다거나 블랙아웃 프리이거나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건 화소수가 더 적고 스포츠 카메라인 1D X III에서도 구현되지 못 한 것입니다. 하지만 파나소닉 G9 수준에는 도달했다고 보이며, 심각한 젤로로 동적인 촬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a7 시리즈에 비해서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여지가 있습니다.(사실 대부분의 타사 전자셔터는 a9보단 떨어져도 a7보다는 좋습니다)

저는 R5 시리즈가 a7 III와 a7R III를 동시에 공격하는 라인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셔터 성능이 듀얼픽셀 AF와 함께 잘 작동하는 한은 캐논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리라 생각합니다. 유일하게 남은 요인은 과연 AF 자체도 소니 만큼 잘 될 것인가? 인데 EOS R의 Eye-AF가 펌웨어 업데이트로 향상된 수준을 생각하면 1D X III의 기술력을 탑재하고 있을 R5는 최소한 소니의 3세대 카메라들에는 비빌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그쯤 가면 소니가 더 좋다고 해도 98%의 사람에게 충분한 수준 이상의 것이죠.


- 듀얼카드 슬롯. 고화소와 연사속도를 생각하면 CF Express 듀얼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SD+CFe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저는 안정적인 동시녹화 성능을 위해 CFe 듀얼이 더 가능성 높다고 생각합니다.


- 이 카메라는 고화소이지만, 고화소 특화기종은 아닙니다. 캐논은 언제나 동급에서 경쟁사보다 많은 화소수를 유지하려 애써왔습니다. 메인스트림이 아직도 2400만인 상황에서 캐논 5D Mark IV와 EOS R은 3000만 화소입니다. 거기서 1.5배인 4500만은 세대교체로써의 향상이지 다른 포지셔닝의 라인업은 아닙니다. R5라는 이름에서 짐작하듯 캐논은 이 시리즈를 미러리스 시대의 초대 5D로 만들고 싶은 듯 합니다.

 타사가 이정도면 충분하지, 고화소는 따로 만들지- 라면서 2400만에 안주할 때 캐논은 4500만을 메인스트림으로 푸시하는 것입니다. 설사 그게 SNR이나 DR을 다소 희생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최근 업그레이드된 센서 기술을 고려할 때 3000만 센서보다 나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만) 갑자기 캐논은 경쟁사의 약 2배의 화소수를 제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Z6나 a7 III같은 2400만 카메라는 물론 Z7이나 a7R III도 동시에 타격하는 매우 위협적인 것입니다. a7R IV가 다소 무리하게 화소수를 크게 올린 건 이런 위협을 감지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저는 이 카메라가 특별히 고가기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8K 동영상 같은 건 전례가 없고 위압적으로 보이지만, 그건 화소수와 프로세서가 커버가 되기에 얻어진 보너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a7R IV의 가격인 3500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만약 3000달러 정도로 나온다면 미러리스 시장은 크게 흔들리겠죠. 미러리스의 5D를 노린다면 3000달러도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그럼 소니와 니콘은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겁니다.


- R5가 고화소 특화기종이 아니기 때문에 고화소 기종은 따로 나올 걸로 봅니다. 캐논은 니콘, 소니와 달리 저화소/고화소 투트랙으로 가지 않고 베이스 기종 화소수를 중간 정도로 잡는 포지션을 취해왔습니다. 거기서 한단계 올린 게 R5의 4500만이라 생각해서 고화소 기종이라 보지 않는다는 것이죠. 물론 4500만은 고화소가 맞습니다마는...

 캐논의 고화소 기종이라고 하면 5DS 뿐이었는데, 이건 D850이나 a7R 같은 메인 라인업이 아니라 원오프에 가까운 대신에 당대 기준으로 황당할 정도의 고화소 지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노이즈 성능을 크게 희생해서라도 말이죠. 같은 접근법으로 고화소 기종이 나온다면 그건 최소 7000만에서 최대 1억 화소까지도 가능할 것입니다.


 CP+가 취소되어서 R5의 전모를 보는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빠르게 출시되지 않을거란 점도 '개발발표'인 이유라고 생각하고요. 여름 출시라는 루머는 맞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쟁사에게 생각할 시간은 충분합니다만, 대응할 여건이 충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들에게 부족한 건 시간이나 돈이 아니라, 그들의 계획과 제품 서열을 흐트러트리는 R5의 디스럽티브 한 면이기 때문입니다.

 R5는 소니, 니콘 라인업에 1:1로 매칭되는 카메라가 아닙니다. 2400만보다 훨씬 많은 화소이지만, 적지 않은 화소에도 퍼포먼스와 동영상 성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니, 니콘의 고화소 기종은 R5보다 퍼포먼스, 동영상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타격을 받을 것이고, 저화소 기종은 화소수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타격을 받을 겁니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건 캐논이 하면 트렌드가 된다는 무시무시한 브랜드 파워입니다.

 여기에 소니, 니콘이 대응하려면 상당한 희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기존 라인업의 희생 말이죠. a7 IV가 4000만 화소 이상으로 나오거나 4K60을 탑재한다면, 고화소 라인업을 카니발라이징 하는 것은 물론, 캠코더 라인업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a7R III는 존재의미가 없어질테고, a7R IV는 정말 화소 밖에 내세울 게 없는 카메라가 되겠죠. 니콘은 갑자기 D850이나 Z7이 캐논의 중간급 화소수와 같은 화소수가 되어버립니다. 소니 6200만 센서를 가져와야 할까요?

 물론 캐논이 이 카메라 하나로 파죽지세로 다 밀어버릴 거라는 건 너무 낙관적인 얘기긴 합니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들썩이게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캐논이 그동안 전개한 RF 렌즈 라인업은 너무 고가, 고성능 위주이긴 해도 매력적임은 틀림 없습니다. 그에 비해 바디가 뒤쳐진다는 게 걸림돌이었으니 그게 해결된다면 EF 렌즈의 호환성과 선택지까지 고려해서 천군만마를 얻은 상황이 되는 겁니다.

 과연 타사들이 여기에 어떻게 대항할지 궁금하군요.



 같이 개발 발표된 신렌즈는 RF 100-500mm f4.5-7.1 L IS USM입니다. 보통 이 스펙으로는 100-400mm이거나 150-500mm이거나 그런데 새로운 화각대를 공략하는군요. 500mm까지 가지만 100mm부터 시작한다는 건 강점입니다. 다만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만들어진 건 아니라서 당연히 조리개는 더 어두워져서 f7.1까지 갑니다. 여튼 새 마운트로 기존에 못 하던 렌즈를 만들겠다는 점은 확실히 하고 있긴 합니다. 15-35mm f2.8이라거나 화각이 미묘하게 기존 룰에서 벗어난 것들이 나오고 있죠.

 24-105STM에서도 볼 수 있듯 캐논은 이제 망원단 f7.1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DSLR 때야 위상차 센서의 검출성능 때문에 f값이 치명적이었지만 미러리스에선 그게 훨씬 덜합니다. 소니도 f16까지 AF 검출을 지원하고, 캐논의 듀얼픽셀 AF는 -6EV까지 되기 때문에 f7.1도 별로 문제가 안 된다는 거죠. 2배 텔레컨버터까지 나왔기 때문에 캐논도 f16까지는 가능한 조건을 전제로 개발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개발 발표일 뿐이라 가격이나 출시일은 여전히 미정. CP+ 발표 예정이었는데 취소되서...



 1.4배, 2배 텔레컨버터는 이미지만 공개됐습니다. 대응기종은 당연히 100-500/4.5-7.1일테고, 삐죽 퉈어나온 보정렌즈를 보니 70-200/2.8에는 대응하기 어려울 거 같네요.



 마지막은 RF 24-105mm f4-7.1 IS STM입니다. 이미 24-105/4가 나와 있는데 따로 나온 건 새로운 번들로 더 저가형이 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번들줌인데도 24-70 화각대 대신에 24-105를 택한 건 스마트폰도 망원렌즈 탑재가 늘어나는 상황에 당연한 노선이라 생각됩니다.

 저가, 소형인데다 f4 버전이 있는지라 조리개값을 희생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그래서 망원단에선 f7.1이나 됩니다. 앞서 말한대로 캐논은 f7.1이 이제 AF가 작동하는데 문제 없는 조리개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또다른 증거 되겠습니다. 소형경량으로 만들어졌으며 EOS R 및 EOS RP의 새로운 번들킷 렌즈로써 포지셔닝 됩니다.

 출시일은 4월, 가격은 400달러. 킷 가격은 아직 미정입니다만 킷으로 구매할 때는 100달러 정도는 깎이지 않을까요?

올림푸스, E-M1 III 및 12-45mm f4 Pro 발표 by eggry


 E-M5 III 발표 후 올림푸스의 신제품은 E-M1 III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동안 등장한 신기술 등을 고려할 때 비록 센서 교체와 같은 메이저 오버홀은 없지만 예상된 업그레이드이긴 합니다. 다만 E-M1X나 E-M1 II의 펌웨어 업그레이드 같은 걸 고려하면 이쪽 역시 소니 a9 II처럼 펌업된 전세대 기종과 차이가 너무 적어서 애매한, 그런 제품이 될 듯 싶습니다. 그나마 가격은 오히려 내려서 기존 제품의 대체로써의 역할은 문제 없을 듯 합니다.

 외적으로 보이는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조이스틱이라 할 수 있습니다. E-M1X에서 이미 도입되었기 때문에 E-M1 II와 (세로그립을 제외하면) 가장 결정적인 차이였던 부분이죠. 프로세서의 성능 문제로 E-M1 II엔 펌업으로 제공되지 못 했던 라이브 ND 필터나 핸드헬드 하이레즈 모드, 인공지능 AF도 이번엔 들어갔습니다. 손떨림 보정도 바디 자체로 7스탑, Sync IS로 7.5스탑이 됐습니다. 자이로의 정밀도 한계로 6.5스탑이 한계라고 했던 건 과거의 얘기가 됐네요.

 센서는 그대로지만 사실 내적으로는 프로세서가 트루픽9으로 업그레이드 된 부분이 가장 크다 할 수 있습니다. E-M1X가 트루픽8 듀얼로 발휘했던 걸 싱글로 발휘해주는 성능을 낸다고 합니다. 프로세서 성능의 향상에 힘이어서 AF 쪽에서는 얼굴인식과 Eye-AF를 크게 강화했다고 합니다.

 사실 얼굴인식과 Eye-AF 모두 올림푸스가 초기 개척자인데 오랫동안 방치한 결과 지금은 소니가 업계 선두이고 올림푸스는 거의 바닥급이라는(;) 웃픈 상황이 되어버리긴 했습니다. 요즘 메이커를 막론하고 Eye-AF를 소니 레벨로 끌어올리는 게 지상과제처럼 되다보니 밍기적거리는 올림푸스도 가만 있을 순 없었나봅니다. 이게 트루픽9의 성능에 덕을 본 거라면, E-M1X는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겠지만 E-M1 II는 어렵겠죠.

 소박한 업그레이드긴 한데 그렇다고 완전 기믹급 옆그레이드는 아니고... 프로세서 성능에 힘입어서 앞으로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고려한 발판 정도로 생각하려 합니다. 물론 마포 계속 쓰던 분들은 제발 신센서 좀 나와주면 좋겠지만 센서 쪽은 뭐 뾰족한 수가 없다 싶고요. 그래도 철수설이나 내부 회의가 꽤 심각하게 흘러갔던 거 생각하면 R&D는 최소한도로도 지속되고 있고 그렇게 불안한 상황은 아니라는...느낌적 느낌입니다.

 출시는 2월 24일, 가격은 1800달러. E-M1 II의 2000달러보다 내린 가격입니다. 시장상황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덕분에 대규모 업그레이드는 아니지만 사후지원에 대한 기대 등을 포함해 여건은 E-M1X 나올 때보다는 낫다고 보입니다. 후지 X-T3가 한발 먼저 가격이 낮은 후속기를 선보인데 비해선 올림푸스가 좀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요.



 배터리, 세로그립도 E-M1 II와 호환되는 등 연속성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세로그립에 조이스틱이 없다는 약점이...



 함께 발표된 렌즈는 12-45mm f4 Pro. 화각은 평범한 마이크로포서드 표준줌인데 f4라는 게 특이합니다. 그러면서도 프리미엄 라인업인 Pro. 휴대성이 좋긴 하지만 Pro 브랜딩을 하려면 개방화질이 상당히 좋아야 할 것 같네요. 특수렌즈 사용을 충분히 했으니 화질은 좋으리라 생각하긴 합니다. 특이사양으론 접사배율이 0.5배(!)나 되고, 바디와 마찬가지로 IPX1 표준 방진방적을 공식 획득했습니다. 올림푸스는 바디와 렌즈에 공식적으로 외부 측정기준으로 인증을 받고 있는 유일한 메이커입니다.



 사실 12-40mm f2.8 Pro와 휴대성 측면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진 않아서 이 렌즈의 수요층이 조금 의심스럽긴 합니다. 안그래도 고성능, 고화질 지향의 유저들 외에는 다 떨어져 나가고 있는 시장이다보니... 그립이 작은 E-M5 계열에서는 추가그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번들보다 고화질, 고신뢰의 렌즈로써 자리가 있어 보이지만 E-M1 급에서는 그냥 12-40 Pro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4월 출시, 가격은 650달러. 소형경량에 어두운 렌즈긴 해도 프리미엄이라 아주 싸진 않네요. 번들킷으로 풀리면 좀 싸질 듯도 한데...

니콘, D6 및 Z 마운트용 20mm, 24-200mm 발표 by eggry


 캐논이 한발 앞서 1D X III의 발매일을 확정지은 뒤, 니콘도 상세미정으로 예고만 해놓았던 D6를 3월 발매로 확정지었습니다. 뭐 월드컵 기종으로써 이 시기가 출시일로써는 마감시한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양이 발표되었는데...아무래도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분위기네요.

 일단 센서가 D5의 2082만 센서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센서면 위상차가 없기 때문에 D780에서 선보였던 미러리스 기술의 적용은 D6에는 없습니다. 라이브뷰 AF 성능이나 동영상 AF는 모두 이전대로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남겠죠. 주된 개선점은 기본기의 강화로, AF 모듈, 연사속도, 저장속도, GPS 및 무선랜, 유선랜 내장 같은 부분들입니다.

 분명 D5보다 대응성이나 워크플로우 면에서 나아지긴 하겠지만, 경쟁사의 모습에 비하면 다분히 보수적이랄지 고리타분한 모습입니다. 물론 시장적으로 볼 때는 지금 D6가 괴물로 나온다고 해서 플래그십 DSLR의 점유율을 뺏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니며-이미 프레스 업계는 양 회사에 투자를 충분히 한 상태이고 황혼기인 지금 기변의 여지는 없습니다-, 여기에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캐논의 경우 1D X III를 시네마 카메라로써의 가능성이나, 미러리스 기술의 테스트베드로 쓰고 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니콘은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그냥 더 좋아진 D5일 분인 거죠.

 그렇다고 기본 성능이 캐논을 상회하냐 하면, 스펙시트로는 사실 오히려 쳐지는 편입니다. 최대 연사속도도 16fps vs 14fps로 밀리고, 전자셔터 촬영 성능은 더 차이가 벌어져서 같은 초점 고정이라곤 하나 20fps vs 14fps로 차이가 나게 됩니다. 물론 AF 모듈 측면에선 이전세대를 보면 D5가 1D X II보다 스펙 차에 비해 실제로는 더 좋은 평을 받기는 했지만, 이정도 차이라면 캐논의 과장을 고려해도 동등 수준이라 생각되네요. 기본기 외의 부분은 뭐 캐논과 비교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말했듯이 D6가 아무리 잘 나와도 DSLR 시장은 끝났고 실제로 중요한 전장, 미러리스 시장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기는 합니다. 다만 캐논과 달리 D6에서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일말도 보여주지 않은 부분이 미러리스 쪽에서도 과연 소니, 캐논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불안을 더해주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캐논은 곧이어 한차원 올라간 미러리스 카메라까지 예고했는데 니콘은 조용하니...

 뭐 카메라 자체야 본연의 용도인 스포츠 촬영은 잘 하겠지요. 어차피 이거 개인이 사서 쓰는 건 정말 하드코어한 취미사진가 뿐이고, 에이전시에서야 그냥 알아서 사든지 말든지 할테니. 올림픽 카메라 대전이란 것 자체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붕 떠버린 상황이라 이 싸움 자체는 공허하기 그지 없지만, 니콘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 하고 있는 건 사실인 듯 합니다.



 그렇게 답답한 상황이긴 하지만, 니콘이라고 일을 안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단지 경쟁자들에 비해 너무 느리고 조용할 뿐... Z 마운트의 신렌즈 2종도 함께 발표되었습니다. 첫번째는 24-200mm f4-6.3 VR. S-Line이 아니라서 프리미엄 렌즈는 아니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뭐 그도 그럴게 올림푸스 정도 빼고는 슈퍼줌 중에선 프리미엄 브랜드로 나오는 메이커는 없습니다.(재밌게도 그 올림푸스 12-100과 같은 화각입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에서 슈퍼줌은 24-240mm 화각으로 소니, 캐논이 먼저 내놓았는데, 니콘은 이것보다 망원이 조금 짧습니다. 근데 200mm랑 240mm는 실효성에서 그리 큰 차이가 아니기도 하고, 배율이 적은 만큼 화질에서 더 유리하다든가 하는 점도 있긴 할 겁니다. 일단 무게부터가 700g대인 소니, 캐논에 비해서 500g대로 확연히 가벼워서, 여행용 원렌즈로써의 컨셉에는 더 적합하다고 생각됩니다. 경량화를 위해 마운트도 스틸이 아니라 알루미늄을 썼다든가 한다는군요.

 출시는 4월, 가격은 900달러. 여러모로 무난하다고 생각되는데, 경쟁사보다 가벼운 무게와 잠재적으로 더 좋을 수 있는 화질이 관건이 되겠네요. 풀프레임에서는 슈퍼줌의 인기가 크롭에 비해 별로이기는 합니다. 워낙 배율이 높아야해서 화질에 희생이 크기도 하고, 그다지 작고 가볍지 않아서 원렌즈 메리트도 애매하다든가 해서 말이죠. 그 점에서는 니콘 쪽이 소니, 캐논보다는 더 밸런스를 잘 잡았다 생각됩니다.



 Z 마운트로 줄줄이 나오고 있는 f1.8 S-Line의 새로운 동료, 20mm f1.8 S도 발표됐습니다. 이 시리즈의 화질과 휴대성의 밸런스는 말할 것도 없기에 이번에도 성능은 별로 의심하지 않습니다. 같은 f1.8이라고 해도 20mm는 24~85mm 영역대보다는 더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 f2~2.8 정도로 나올 줄 알았습니다. 지금으로썬 크기나 가격이 형제 렌즈들보다 올라가더라도 f1.8을 고수하겠다는 의미인 거 같군요.

 초광각에 f1.8이기 때문에 필터 구경도 77mm로 결코 작지 않으며, 크기와 무게도 형제 렌즈들보다는 조금 나갑니다. 사실 초광각에서는 f1.8이 표준대의 f1.4 정도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f1.8 세트 맞추려고 할 필요 있나 싶기도 한데, 한편으로 일관성은 좋은 일이긴 합니다. f2.8보다 밝은 조리개의 단렌즈는 적어도 줌렌즈로 커버되는 거 아니냐는 망설임은 없앨 수 있으니까요.

 이 시리즈와 비슷한 포지셔닝이 자이스 바티스 시리즈인데, 물리적, 경제적 한계를 고려해서 18mm와 135mm는 조리개가 f2.8로 어둡게 책정되었습니다. 그래도 화질은 줌렌즈보다 좋지만 조리개인지라 표준대 렌즈보다는 아무래도 꺼려지는 부분이 있죠. 니콘은 자이스보다 스펙에 민감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줌렌즈보다 밝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있었던 게 20.8이 된 이유 중 하나지 싶습니다.

 다만 조만간 소니에서 20mm f1.8이 논브랜드로 나올 예정인 거 같은데, 화질은 니콘이 좋겠지만 가격은 소니가 더 싸서 니콘 가격 운운될 거 같다는 느낌은 오는군요; 하지만 니콘 쪽은 55.8ZA 급 품질이니 화각, 조리개가 같다고 동일선에 둬서는 안 됩니다. 고급 단렌즈 내달라는 불평도 이제 이걸로 대충 마무리하고 f1.2 출시 웨이브가 오면 좀 잦아들겠죠; 약간 필요 이상으로 욕먹는다고 생각해서요.

 출시는 3월, 가격은 1050달러. 이 f1.8 S-Line 시리즈에서는 제일 비싼 가격이긴 한데, 초광각인 걸 고려하면 가격은 합리적으로 억제되었다고 보입니다. 말한대로 이 시리즈의 성능에 20.8이라면 표준으로는 50.4 수준의 광학적 가치가 있으니 말입니다.

 여튼 20.8의 등장으로 이제 20, 24, 35, 50, 85로 광각까지도 왠만큼은 다 커버가 됐네요. 105나 135 정도만 남은 거 같은데 이쪽은 조리개를 1.8로 유지하기 어려울 듯 해서 두고 봐야겠습니다. 20mm대는 f1.4 렌즈도 더러 있지만(시그마!) 135mm는 f1.8 밑으로 퍼스트파티 AF 렌즈가 나온 적이 없으니 말입니다. 비슷한 급으로 간다면 135mm는 f2~2.4 정도가 현실적이고, 105mm는 f1.8이 가능해 보입니다.

 그정도 나오면 이 시리즈는 마무리되고 다음은 f1.2 렌즈 웨이브가 올 듯 하군요. 니콘은 f1.4 렌즈를 만들지 않고 f1.2에 올인하겠다고 한 상황이기 때문에 f1.8 렌즈를 잘 갖춰놓는 건 이전보다 더 중요한 과제입니다. f1.2는 좋기야 하겠지만 크고, 무겁고, 무엇보다 비쌀 것이므로(캐논을 보면 300만 전후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f1.8은 싼 맛에만 쓰는 상황이 아니게 되는 거죠.

 개인적으론 소니가 f1.8 렌즈들을 너무 가성비 라인업으로만 내는 게 마음에 안 들기도 하는데, 시장 선점적인 입장에서 접근성 위주로 가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고, 또 고급 f1.8 라인업으로는 자이스 바티스라는 대안이 있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긴 합니다. 니콘의 고성능 f1.8 먼저 깔아두기는 향후 2,3년 정도 지나서 시세도 내려가고 그러면 상당히 매력적인 풀세트 구성으로 자리잡을 듯 합니다.

교토 갑니다 by eggry


 지난 여행기 마치고 직전 여행기 마치지도 못 했는데 또 떠납니다. 이번엔 계획에 없던 완전 즉흥적인 일정으로, 교토에 간만에 꽤 눈이 내린데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사람도 상당히 뜸한 상황이 되어서... 이 수백년에 한번 있을 기회를 도저히 넘길 수 없어서입니다. 작년에 간만의 폭설이 내린 거 보고 손가락만 빨았는데(이미 홍콩 계획을 잡아놓은 상황이라) 올해는 돈도 시간도 기습도전해볼 여건이 됐습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정으로, 오늘 눈 내렸다는 소식을 보고 사진과 영상으로 이정도면 적어도 산간지대는 2,3일 정도 남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내일 출발 일정으로 바로 잡았습니다. 사실 보고싶은 곳 다 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지만 어차피 시간이 더 있어도 별 수 없어서 딱 각 잡고 빠르게 다녀오려 합니다. 캐리어도 없이 백팩+손가방만 갖고 갑니다. 휴가 더 쓰고 돈 더 들여서 더 가고 싶기도 한데 이번주 후반부터는 기온이 밤에도 영상으로 올라가고, 비 예보도 되어 있습니다. 그나마 버틸 눈도 빠르게 녹아서 사라질 거란 거죠.

 이건 순전히 "교토 눈 사진" 이라는 제 버킷리스트를 체크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곳은 전혀 가지 않을 것이며 지금껏 가본 곳 중에서 눈풍경이 좋다는 곳+좋을 법 한 곳을 선별해서 정말 사진만 찍고 올 생각입니다. 그런 관계로 여행 카테고리지만 여행기를 쓸지는 미지수입니다. 쓰겠다고 마음 먹으면 이 글 제목을 0부로 바꾸긴 할텐데, 그저 눈사진 올리는 게 전부일 거라 그냥 갤러리 링크로 대신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약 5일 동안 안녕히 계십시오.

시그마, 풀프레임 포베온 카메라 출시를 무기한 연기 by eggry

フルサイズFoveonセンサー搭載カメラの開発状況について

시그마가 CP+에 앞서 풀프레임 포베온 카메라의 개발상황에 대해 밝혔습니다. CP+에서 나오지 않은 걸로 알 수 있듯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풀프레임 사이즈로 양산에 도달하지 못 했기 때문에 원래 약속했던 2020년 중 출시가 불가능하다는 게 명확해졌다고. 그래서 진행 중이던 카메라 프로젝트를 리셋해서 센서 기술의 신장부터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합니다.

개발 단념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는 2020년은 당연히 쫑났고 21년도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풀프레임 사이즈로 포베온의 여러 단점들을 어느정도 보완할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거의 2년 동안 신제품 없이 보내기에는 fp로 충분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좀 더 평범한 형태의 베이어 센서 카메라가 나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일단 고화소 기종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요. 좀 더 그립이나 버튼이 풍성한 녀석을 기대해 봅니다.

보이그랜더 APO-LANTHAR 50mm f2 구입 by eggry


 이전에 보이그랜더 렌즈 중 유일하게 소개한 적 있는 APO-LANTHAR 50mm f2(이하 아포란타50)를 샀습니다. 12월 발매된 렌즈이고 전세계 출시에 맞춰 국내도 예약판매에 들어갔으나 제가 카드결제일 맞춰서 사려고 미루던 사이에 출시일 전에 품절되어 버리더군요; 이번이 두번째 입고인데 이번 건 이틀 지난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뭐 그때도 한 5일 정도는 갔지만요.

 원래 니치인 보이그랜더지만 보이그랜더 브랜드 상으로도 다소 이질적인 컨셉의 렌즈이기 때문에 얼마나 팔릴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인터뷰에선 "성능에 비해 접근성 좋게 저렴하게 책정했다" 라고 하기도 했지만 말이죠. 그래도 출시 후 재입고에 한달 반 정도 걸린 거 보면 어느정도 인기는 있나봅니다.

 물론 신렌즈 초기수요 치고는 특별할 구석은 없고 지금 이정도면 오히려 앞으로는 널널할 거라는 생각이지만요. 문제는 국내 수입처가 떨어지는 족족 들여오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때를 놓치면 사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가격 떨어지기 기다리기보단 그냥 신품으로 할부 구매 했습니다. 수량이 진짜 십자리수로 보이기 때문에 중고도 기대하기 어려울 거 같고요. 중고 팔려면 엄청 후려쳐야 할 거 같아서 진짜 안고 갈 각오로 샀습니다.

 제 첫 신품 수동렌즈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딱 이 렌즈를 기다렸던 건 아닙니다. 슬슬 가볍게 들고다닐 '현대적인' 수동렌즈 1개 정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이긴 했습니다. 40~50mm 대 렌즈들을 생각해뒀는데 기존 후보는 이미 써본 적 있던 록시아 35나 록시아 50이었죠. 아마 가장 무난하게라면 저 2개를 샀을 듯 합니다. 록시아 50은 화질도 괜찮지만 손맛이 아주 좋고, 록시아 35는 현대적 기준으로 광학적으로 약점이 많지만 독특한 맛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새로 관심이 갔던 건 라이카 APO-Summicron 50mm f2 입니다만, 천만원 수준 가격이니까 현실성은 없었죠. 어디까지나 크기나 성능에 있어서 그런 류의 방향을 추구하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드리미 보케~ 같은 게 아니라 말이죠. 이후 바티스 135mm를 소유하게 되면서 APO 렌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그러다 마침 라이카 아포크론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보이그랜더에서 아포란타50이 발표됐지요.

 재밌게도 보이그랜더는 고성능보단 감성 노선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고려하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현대적으로 설계된 녹턴들은 정말 감성만으로 쓸 렌즈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f1.2~f1.4에서 현대식 렌즈들처럼 칼같은 해상력을 추구하는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전 f2~f2.8 정도에서만 좋으면 되서 이게 완전히 벗어나는 건 아니지만, 보이그랜더란 브랜드를 소유해본 적이 없으니 선뜻 손이 안 갔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선 테크아트 어댑터로 VM 버전을 AF로 쓰는 게 더 보편적으로 퍼져있다보니 E 마운트 버전과 VM 버전의 주의분산도 있었습니다.

 아포란타50은 그동안 샤프니스보다는 렌더링으로 알려진 보이그랜더 브랜드이긴 해도 자이스 프리미엄 렌즈를 만들고 있는 코시나에서 기념판에 아예 해상력 중시로 낸다고 하니 도전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나온 아포란타 라인업들의 평가가 아주 좋기도 했고요. 표준대로 나온다니 매크로들보다 쓰기도 편하다 생각했습니다. 50mm APO 렌즈란 점에서 사실 라이카 아포크론의 대리만족 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애초에 M 마운트의 저가 대안으로써 출발한 보이그랜더이니 평판이 올랐다고 해도 틀린 말도 아닙니다.

 여튼 이하 언박싱입니다. 박스는 매우 단촐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뒷면 디자인도 똑같고 검은색, 회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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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지브리 다시보기(4) - 바다가 들린다 by eggry


 미야자키 작품과 비 미야자키를 번갈아 보려니 이번엔 '바다가 들린다'입니다. 사실 '바다가 들린다'는 지브리의 전통적인 제작 형식에서 벗어난 작품입니다. 일단 극장판이 아닙니다. TV 스페셜 형식으로 어린이날에 방영된 일종의 TV용 단편이었죠. 러닝타임 면에서야 짧은 지브리 극장판들과 별 차이 없긴 하지만요. 극장판보다는 예산이 적은 편이긴 합니다. 동화 같은 것도 확실히 그렇고요.

- 원작은 소설인데, 삽화를 맡았던 콘도 카츠야가 지브리 연고가 있었기에 지브리 신인들 경험축적용으로 애니메이션화가 진행됐습니다. 총작감, 애니메이션판 캐릭터 디자인 등도 결국 콘도 카츠야가 하게 됐고요. 애니메이션화에 회의적이었던 것 같지만 딴 사람에게 맡기자니 미덥잖다고 생각했던 듯. 콘도 카츠야는 극장판 위주로만 하기로 유명합니다. 동화를 좋아해서 그렇다고 하는군요. 감독은 외부인인 모치즈키 토모미. 이후 지브리 작품은 없는 사람입니다.


-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작품을 상당히 싫어했다고 하는데, 스즈키 토시오는 "자기가 못 만드는 거라 시샘한 것"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게 정답인 거 같네요. 미야자키는 천재긴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과 하려는 것이 당연히 무한정인 것은 아니죠. 이력만 봐도 현실적인 청춘 얘기(라는 것도 사실 판타지지만)는 그다지 두각이 없는 걸 알 수 있지요. '바다가 들린다'는 정말 미야자키 하야오라면 만들지 못 했을 것입니다.

물론 이걸 넘어보겠답시고 '귀를 기울이며'를 만들었다는 썰이 있지만 좀 다른 스타일이죠. '귀를 기울이면'과 '바다가 들린다'를 보면 더더욱 미야자키는 '바다가 들린다'를 만들 순 없다는 확신이 듭니다. 그냥 그의 스타일이 아니에요.


- 1993년 개봉작으로 거의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와이로 가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여기저기서 긁어 모은 돈이라곤 해도 고등학생이 갑자기 비행기 타고 도쿄 가는 것 등은 그게 충분히 현실적으로 된 고도성장기 말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죠.


- 고치 시내는 물론 도쿄까지 실제 모습들을 로케이션 헌팅을 활용해 고스란히 옮겨 왔습니다. 사진을 바탕으로 배경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의 꽤 초기적 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도 관찰과 참조는 하되 배경 자체는 그걸 바탕으로 한 가공이 많은 미야자키 스타일과 차이가 있죠. 판타지성이 거의 제로라는 점(청춘판타지 말고)은 타카하타가 만들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물론 그 경우엔 이렇게 달달한 이야기는 아니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말이죠.


- 인체 비례 같은 건 사실적이면서도 적당한 생략과 기호화된 귀여움이 남는 그림을 하고 있습니다. 히로인 리카코는 전형적인 장발에 청순한 외모-를 하고 있는데, 배경이 고치라는 엄청 구석진 곳이고(현청 소재지긴 하지만...) 도쿄 전학생이라 성격은 도도하고 까칠하게 나옵니다.

문무겸비, 마음의 부족한 점 때문에 제 멋대로 군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스즈미야 하루히의 원형이라고 해도 될 거 같은데, 그래도 이상한데 흥미 가진 괴짜는 아닙니다. 솔직히 이런 성격이라도 좋다고 할 사람은 널릴 거라 생각하는데 작중 묘사도 그렇고 일본에선 이런 타입은 예쁘거나 말거나 고립되는 분위기인 거 같네요. 지역 사회와 관습에 녹아든다는 문제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히로시랑 쿙도 포지션이 비슷하긴 하네요.


- 그 시절 좋아했던 여자애에 대한 추억 이야기는 동아시아에서 꽤 보편적으로 사랑 받는 거 같은데(사실 관음증적 측면이 있어서 크리피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만), 영화들도 좀 있죠. 타이완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도 좋아했던 영화네요. 물론 그냥 짝사랑으로 끝나든지, 아니면 정말 사귀든지이지 둘이 정말 호감이 있었는데 그걸 제대로 인식하거나 전하지 못 하고 끝났다는 식(젊은 혈기나 치기에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 해서 틀어지는 거 말고)의 추억담이 되는 건 너무 달달한 이야기긴 합니다만...

리카코를 두고 히로시와 마츠노의 우정이 어그러지지도 않고, 연애 감정이라 할 만한 것에 도달하지도 않고,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히거나 하는 일도 없습니다. 제멋대로인 리카코와 휘둘리거나 적당히 맞춰주는 히로시, 거기에 친구 마츠노가 약간 끼여있을 뿐이죠. 로맨스라고 하기에는 확실히 너무 싱거울까요. 겨우 졸업한지 반년 만에 다들 어른이 되서 추억담처럼 얘기를 나누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일이죠.

애니메이션에서는 리카코와 재회하고 잘 될 거 같은 느낌인데 원작소설은 속편이 나왔고 거기서는 히로시와 얽힌 다른 여자 선배에 더 복잡해진 리카코의 가정문제가 화두가 된다고. 보질 않아서 결말은 모릅니다만 뭐 잘 되지 않을까요. 추억담이 시작조차 못 한 얘기고 호감을 확신한 걸로 끝나는 이야기니까요. 오히려 고교시절에 사귀었다거나 그런 거라면 헤어지는 걸로 끝나는 이야기가 어울릴 거 같지만요.



-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고치 공항에서의 째려보는 눈+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생리가 엄청 아프다고 말하는 장면이었네요. 표정, 생리 막말, 문무겸비에 까칠함 같은 거 생각하니 아스카의 원조란 생각도 듭니다.


- 동창회에서 유미가 리카코인 줄 알았습니다. 사실 제 취향은 리카코보다는 시미즈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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